Switch Mode

EP.295

        새로운 날이 밝았다.

        아니…… 새로운 날이 밝았다기엔, 방송을 종료한 지 7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 라하!

        – 라하라하!

        – 용하

        – 방가방가

        – 용하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평소처럼 반갑게 시청자들과 인사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오늘 새벽 늦게까지 방송을 했는데…… 벌써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구나.”

       

        시간상 7시간.

        하지만 인간은 눕자마자 잠에 빠져드는 생물이 아닌 데다, 잠이 들기까지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최대 6시간.

        겨우 6시간만 자고서 내 방송에 들어오다니?

       

        “피곤하지 않으냐?”

       

        – 오늘 쉬는 날임.

        – 공휴일이라서 괜찮아요.

        – 까짓거, 밤 좀 샜죠 뭐.

        – ㅋㅋㅋㅋㅋ

        – 겨우 6시간ㅋㅋㅋㅋ

        – 인간은 6시간 자면 대충 살아갈 수 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이 그렇다면 뭐…… 나도 할 말은 없다.

       

        “오늘 새벽까지 진행한 방송은 어떠했느냐?”

       

        – 재미있었어요.

        – 좀 어이없이 끝난 감이 있긴 한데, 나쁘지 않았음.

        – ㅋㅋㅋㅋㅋㅋㅋㅋ

        – 라나님의 냥 소리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ㄹㅇㅋㅋ

       

        다행히 TRPG 게임 방송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도 제법 재미있게 플레이했었고, 시청자들도 좋게 봐주는 모양이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도 함께 해 달라고 해볼까?’

       

        아니, 아예 내가 직접 TRPG를 설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마음속에, 하나의 계획이 잡혔다.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시청자들과 잡담하는 시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TRPG 방송에서, 나의 묘인족 흉내 이야기로 넘어가고, 거기서 갑자기 일주일 전에 한국에서 벌어진 ‘수인족 살인사건’으로 주제가 넘어갔다.

       

        “…….”

       

        요즘 인간들은…… 이렇게 주제 변경이 빨랐던가?

        아니면 역시 젊어서?

       

        – 그거, 살인범 잡혔대요.

        – 어우. 무시무시함.

        – 인종차별 살인마라니.

        – ㅎㄷㄷ

        – 라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말해도…… 난 관심이 없어서 말이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은 흔한 일이지 않는가?

        동족이 동족을 죽이는 것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나만 하더라도, 같은 동족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드래곤들을 죽이고 잡아먹은 적이 수없이 많다.

        그런 내 처지에서 보자면, 인간이 인간을 죽인 일은 딱히 사건이라고 할 것도 없다.

       

        “뭐, 무리를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너희들에겐 큰 사건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아, 맞다. 이분 독립생활 하셨지?

        – ㅋㅋㅋㅋㅋㅋ

        – 관심 없으실만도 하시지.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

        – 그래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은 듣고 싶습니다.

        – ㄹㅇㅋㅋ

       

        “뭐, 그래. 한 번 살펴보자꾸나.”

       

        시청자들의 요청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터넷의 기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일어난…… 수인족 살인사건…….

       

        “인터넷 뉴스라는 것들이 있구나. 이걸 한 번 살펴보마.”

       

        대충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했다.

        한국에 귀화한 수인족 하나가, 골목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던 것.

        피해자는 고양이의 특징을 가진 여성 수인족이었고, 강간당한 후 목을 졸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리고 범인이 2일 전에 잡혔다고 하는데…….

       

        – 일반인이었죠?

        – 약물 반응이 나타났다고 함.

        – 일반인이 수인족을 어떻게 힘으로 이겼나 했더니, 약 먹이고 한 듯.

        – 좀 무시무시함.

        – 라나님은 이번 사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채팅창을 곁눈질하며, 나는 사건을 묘사한 인터넷 뉴스를 유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천룡안이 뜨여지며, 이 사건을 꿰뚫어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온 결론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잡았구나.”

       

        – ?

        – ??

        – 네?

        – ????

        – ?

        – ?

        – 읭?

        – ?

       

        “뉴스에서 말하는 ‘체포된 범인’ 말이다. 진범이 아니라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간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 ?

        – ??

        – ?

        – 어케 앎?

        – ???

        – 진짜요?

       

        “전에 이야기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본체가 가지고 있는 ‘천룡안’은 거리와 시간을 뛰어넘어, 보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단다.”

       

        비록 같은 초월자에게는 한계가 있는 능력이지만, 필멸자를 상대로는 거의 모든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방금, 나는 그 천룡안을 이용해 이 사건이 일어났던 ‘과거의 시간’과 ‘과거의 장면’을 보았다.

        죽은 수인족 여성이 죽는 순간 말이다.

       

        “거기서 피해자를 죽인 인간은 다른 인간이었다.”

       

        – ?????

        – ???

        – ???

        – ?

        – ??

        – ?

        – ?

        – ?

       

        채팅창에 ‘???’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당황과 불신, 의문, 혼란 등의 감정들이 잔뜩 보인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이게 그렇게 당황할 일이더냐? 어차피 조사해 보면 다 나왔을 일이거늘.”

       

        –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님.

        – 저 사람, 전과가 있는 사람인데요?

        – 이미 진범으로 발표되었는데요?

        – ???

        – 뭐가 어떻게 된 거임?

       

        시청자들의 말에, 오히려 내가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벌써 진범으로 결정되었다고?

       

        “그럴 리가? 나만큼은 안 되더라도, 너희들 중에서도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자 정도는 있지 않더냐?”

       

        이능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 세상에는 본래 인간에겐 존재하지 않았던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 능력의 대부분은,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다른 차원의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전투용’의 능력들이다.

        하지만 ‘전투’와는 상관이 없는 능력을 각성한 인간들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예전에 헌터 협회에 갔을 때, 그런 이들을 본 적이 있었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이었던가?

        그런 능력을 갖춘 이가 헌터 협회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었지 아마?

       

        “마찬가지로 능력을 이용해 숨긴 것이 아니라면, 그런 이들의 능력으로 진범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않겠느냐?”

       

        – ???

        – ?

        – ??

        – ????

        – ?

        – ?

        – 뭐지 진짜?

        – ??

        – 이건 한쪽이 거짓말하고 있다!

        – ㅎㄷㄷ

       

        “흠…….”

       

        내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자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만 더 수고를 들이기로 했다.

       

        주르륵!

       

        “어디 보자…….”

       

        황금을 뽑아내어, 내가 본 범죄 현장을 재현해 보기로 했다.

        너무 세세하게 재현하면 또 방송 정지를 당할 테니, 조금 뭉뚱그려서 재현한다.

        범죄 현장이 이렇게 되어 있었고, 피해자는 이렇게 쓰러져 있었으며, 진범은…….

       

        “진짜 진범은 이렇게 생겼단다.”

       

        – 오. 진범 얼굴만 정밀하니까 웃기네.

        – ㅋㅋㅋㅋㅋ

        – 그런데 진범, 어디서 본 것 같음.

        – 당황한 얼굴이 좀 웃길지도?

        – 웃으면 안 되는데 웃김

        – 진범 얼굴 어딘가 익숙한데?

        – 아, 표국 식품의 대표 아님?

       

        다행히 진범의 얼굴을 알아보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표국 식품이라?

       

        “어디 보자…… 아, 그래. 이 인간이로구나.”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자, 회사의 간략한 정보와 대표의 사진까지 나왔다.

        그리고 그 대표라는 사람의 얼굴은, 분명 내가 본 진범의 얼굴과 일치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인간이 진범이란다.”

       

        – 왘ㅋㅋㅋ

        – 아니, 그러면 이거 설마?

        – 사건이다!

        – 부르주아가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다!!

        – 갸아아악!!

        – 경찰! 경찰 나와!

       

        “응?”

       

        그런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왜지?

       

       

        *            *            *

       

       

        잠시 후.

       

        “그래, 진정들 하였느냐?”

       

        – 네

        – ㅈㅅ

        – 어우. 진짜 매화 레전드를 경신하시네.

        – ㅋㅋㅋㅋㅋ

        – 이젠 하다 하다 방송하다가 살인사건 진범을 찾앜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아, 뉴스 속보 떴다.

        – 진짜네.

       

        시청자들의 말에, 즉시 인터넷을 확인해 본다.

        그러자 ‘표국 식품이라는 회사에서 나에게 유감을 표했다는 신문 기사’를 볼 수 있었다.

       

        “??”

       

        뭐가 유감이라는 것일까?

       

        – 미쳤네, 저것들.

        – 와. 지금 라나님에게 막고라 건거야?

        – 드래곤에게 싸움을 건다고? 이걸?

        – 우와아…. 팝콘! 팝콘이 필요하닼ㅋㅋㅋ

        – ㅋㅋㅋㅋ

       

        “???”

       

        시청자들의 반응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 시청자들은 또 왜 이러는 것일까?

       

        – 이해 못 하시는 얼굴이신데?

        – ㅋㅋㅋㅋ

        – 지금 저거, 표국 식품에서 라나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 ㄹㅇㅋㅋ

        – 라나님. 저놈들 지금 싸움 걸고 있는데요?

       

        “싸움이라…… 참 귀여운 아이들이로구나.”

       

        시청자들의 설명에, 그제야 이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즉, 지금 저 ‘표국 식품’이라는 무리의 대표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려는 것이 아니던가?

       

        – 본때를 보여 줘야 하지 않나요?

        – 이건 드래곤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요?

        – 싸우러 가시나요?

        – 싸우는 장면, 전부 생중계 해주실 거죠?

       

        “안 싸운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나는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이 상황을 비유하자면…… 그래.

        인간으로 치자면, 이 상황은 ‘3살 꼬마 아이가 몰래 먹지 말라고 한 사탕을 먹은 것’이다.

        하지만 3살 꼬마 아이는 ‘난 안 먹었어! 아줌마는 거짓말쟁이야!’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아줌마’인 것이고.

       

        “하지만 그 사탕이 사실은 독이 든 사탕이라는 것을, 3살 꼬마 아이는 모르는 상황…… 이라고 할 수 있겠지.”

       

        – ㅎㄷㄷ

        – 라나님 : 너무 하찮아서 싸우기도 귀찮다.

        – 인간 :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 라나님 : 아유~ 하찮아.

        – 진짜 ㄷㄷ하네

        – ㅋㅋㅋㅋ

        –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뭐, 인간들의 일은 인간들이 알아서 하겠지.”

       

        애초에 나는 이런 사건엔 큰 관심이 없었다.

        어쩌다 보니 시청자들의 요청에 의해 이번 사건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냥 ‘보였기에’ 진범을 맞춘 것에 불과했다.

        즉, 이번 사건이 어떻게 끝나든 나는 별 관심이 없다는 소리다.

       

        “그보다 방송이나 계속하자꾸나.”

       

        – 와. 저쪽에서는 진짜 사활을 걸고 있는데, 여긴 그냥 하든 말든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이제 진짜 여유짘ㅋㅋㅋ

        – 라나님 짱!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청자들이 충분히 내 방송에 접속한 것이 보였다.

        이젠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해야 할 텐데…….

       

        – 옛날이야기요!

        – 라나님의 이야기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용눈나의 썰풀이 시간!!

       

        “내 옛날이야기라…….”

       

        하긴.

        요 며칠간 옛날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었구나.

       

        “그래. 그러면 옛날이야기나 해 줄까?”

       

        – 오오오오오

        – 감사! 압도적 감사!

        – (대충 감사하는 콘!)

        – 햅삐!

       

        언제나처럼 호들갑을 떠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바라보며, 오늘 할 이야기를 고민해 본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오늘 인간들의 살인사건과, 그 진범에 대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었지? 그렇다면 이쪽 이야기해 보자꾸나.”

       

        – 오오.

        – 사건? 무슨 이야기일까?

        – ㄷㄱㄷㄱ

        – 치킨 빨리 와라!

        – 치킨을 미리 시켰지!

        – 오늘 공휴일이다! 낮술 들어간다!!

        – 캬! 공휴일이란 정말 좋구나!!

       

        시청자들의 반응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나는 천천히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 때가 분명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썰풀이 주제를 고민하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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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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