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95

       호천안은 펼쳐진 판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호천안은 충분히 불명을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점창파에서 운종 선사와의 야바위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단판으로 끝내실 겁니까?”

         

       혹여나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면 운이 따라주지 않을 시 질 수도 있다. 그러니 호천안은 최대한 많은 판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어디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보거라.”

         

       “선 10승을 하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지요.”

         

       불명은 한심한 기색으로 호천안을 바라보았지만 호천안은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일행이 고개를 내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허공섭물은…”

         

       “안 쓴다. 안 써.”

         

       그제야 시작된 내기!

         

       “네놈이 이기면 한 상 거하게 차려 주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식사 시간에도 빼놓지 않고 끼워주마. 대신 지면 넌 청소에 빨래에 장작에 설거지에 세탁에…아무튼 독박살림이니 그런 줄 알거라.”

         

       “…좋습니다.”

         

       호천안이 숨을 고르며 잔을 잡았다. 호천안의 행태에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내던 일행도 긴장감을 품고 판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의 도박실력이야 입신의 경지라는 것을 일행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호천안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상대가 또 만만치 않았다.

         

       현경이라는 경지에 더해 지금까지 보여준 다양한 재주를 생각해보면 불명도 쉬이 호천안에게 당해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기지를 발휘해서 호천안을 꺾어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쉬이 승부를 점칠 수 없는 두 사람의 대결. 그런 대결에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모를 호천안의 수련 생활이 걸려 있었으니 당연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호천안이 조용히 선언했다.

         

       “하겠습니다.”

         

       파바바박!!

         

       시작을 알린 호천안의 손이 그야말로 번개처럼 움직였다. 호천안의 야바위를 여러 번 보았던 여일예와 흑묘, 그리고 혁기린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호천안은 선공부터 전력을 다한 적이 없었으니까.

         

       마치 미끼를 던지는 낚시꾼처럼 우선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선공을 내주곤 했던 호천안이 시작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탁!

         

       “이야…”

         

       처음으로 호천안이 도박을 하는 장면을 눈에 담은 당소열. 거문성의 눈을 타고나며 통찰의 힘을 깨우친 뒤에 꿰어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내심 자부하고 있었던 당소열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당소열이 본 호천안의 손놀림에는 이치가 깃들어 있었다.

         

       거문성의 기운으로 발휘되는 통찰의 힘조차 흐릴 수 있는 이치. 어지간한 변화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간파할 수 있는 당소열이지만 호천안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 탁상만큼은 그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당처인 어른이나 가주님께서 배웠다고 할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이건 정말 기가 막히는군.”

         

       당소열은 방금 본 호천안의 손놀림을 보며 적당한 수식어를 찾았다. 이건 뭐라 해야 할까…? 천변만화? 아니 그런 작은 변화가 아니었다.

         

       억조창생(億兆蒼生)!

         

       고작해야 잔 세 개를 돌리는 손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무한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피어올릴 수 있었으니 당소열이 그 변화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파악하기도 전에 판이 끝나버리고 만 것이었다.

         

       거문지체의 공능조차도 온전히 담을 수 없었던 호천안의 야바위!

         

       ‘통했다.’

         

       호천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싶은 마음을 다스렸다. 현경의 고수와는 약식이나마 야바위를 통해 승부를 본 적이 있었다. 의지 자체를 읽는다고? 그렇다면 읽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의 규모를 마음에 품으면 그만이지!

         

       그야말로 무량대수를 구현해 내는 것에 성공한 호천안은 자신의 승리에 확신을 품으며 불명을 바라보았다.

         

       “이거.”

         

       그리고 담담한 불명의 손가락질에 호천안의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툭.

         

       왼쪽 잔이 불명의 손가락질에 쓰러지고.

         

       그 안에는 불명이 방금 깎아낸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허허, 솔직히 놀랐구나. 사손이 아주 그냥…도박판에 인생을 가져다 바친 모양이야.”

         

       호천안이 재빨리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호천안은 내면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아직 도박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정을 드러내다니! 아무리 잘 펼쳐진 한 수라고 한들 야바위란 본디 3분의 1의 확률로 당첨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도박은 결국 운의 영역을 존중하고 품는 자가 이기는 법. 한두 번 정도까지는 괜찮다.’

         

       불명이 손짓하자 공기놀이를 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돌 하나가 날아와 불명쪽에 놓였다.

         

       “이렇게 도박판에서 구르며 날로 먹는 법만 배웠으니 진득하게 쌀을 익히고 뜸을 들이는 법을 모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겠구나. 교정해야 할 것이 많겠어. 아주 많겠어.”

         

       심상치 않은 불명의 어조에 호천안의 얼굴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러나 호천안은 이내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일단 판이 벌어진 이상 이기고 봐야 할 일이었으니까.

       

       “갑니다.”

         

       다시 한번 호천안의 야바위가 펼쳐졌다.

         

       파바바박!

         

       일견 아까와 비슷해 보이는 도박술이었지만 흑묘는 호천안이 주는 변주를 눈치챘다. 아까의 섞음이 그저 물량으로 밀어붙였다면 이번에는 그 물량 위에 기교까지 얹은 느낌이랄까.

         

       나무를 숲에 숨긴다는 전략 자체는 아까와 비슷했으나 이번에는 나무의 위치 자체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용의주도함까지 더해졌다는 느낌.

         

       탁!

         

       “중앙.”

         

       호천안이 잔을 놓자마자 불명이 입을 열었다. 호천안은 묵묵히 표정을 관리하며 중앙의 잔을 들어올렸다.

         

       그 안에는 역시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일행은 놀란 눈으로 불명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의 야바위를 두 번 연속으로 간파할 줄이야. 그야말로 작정하고 수를 쏟아내는 호천안을 상대로 두 점이나 앞서나가다니 놀라운 결과였다.

         

       “가겠습니다.”

         

       호천안은 다시 잔을 잡았다.

         

       불명은 또 잔을 선택했다.

         

       순식간에 다섯 순배가 지나갔다.

         

       불명의 앞에는 돌 세 개가 놓여 있었고 호천안의 앞에는 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불명은 세 번 맞추었고 두 번 틀렸다.

         

       ‘이건 쉽지 않겠군.’

         

       호천안은 조용히 손에서 잔을 떼며 숨을 골랐다. 그러고 있을 때 불명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이제 내 순번이냐?”

         

       ‘음?’

         

       호천안은 순간적으로 불명이 말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멈칫했으나 이내 그 뜻을 이해하고 되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고 있는 놈이 누굴 걱정하는게냐? 나중에 뒷말이 나오는 것은 질색이니 다섯 순배씩 공수를 전환하자꾸나.”

         

       이게 웬 떡이지? 호천안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야바위는 야바위꾼의 손기술과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당할 수밖에 없지만 한번 손기술이나 심리를 파악당하기 시작하면 공격자가 한없이 불리해지는 도박이었다.

         

       호천안이 한발 물러서고 이번에는 불명이 잔을 잡았다. 호천안은 잔을 잡고 이리저리 잔을 움직여 보이는 불명을 바라보면서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확실히 어르신도 어디서 도박기술을 배우시긴 한 것 같은데….도박에서 손을 떼신 지 아주 오래 된 모양이군!’

         

       호천안은 그렇게 판단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을 대하는 모양새를 보면 젊었던 시절에는 제법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녔을 것 같은 불명! 여자 밝히는 사람 치고 음주와 도박을 거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때 도박기술을 익히지 않았을까.

         

       “뭐냐? 그 기분 나쁜 눈빛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잔을 쥐고 꼼지락거리던 불명이 이내 잔을 단단히 쥐었다.

         

       “사손아.”

         

       “예, 사조.”

         

       “몸이 안 좋으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느냐?”

         

       “그 반대 아닙니까?”

         

       “보통은 머리가 안 좋으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긴 하지. 그러나 지금 네 상황은 딱 저 말이 들어맞는구나.”

         

       불명이 그리 말하며 주사위를 허공에 던졌다.

         

       “속도에 자신이 없으니 그리 잔재주나 부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번-쩍!

         

       순간적으로 불명의 양손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모두는 그저 눈을 껌뻑이며 멍하니 방금의 상황을 반추했다.

         

       호천안은 조용히 식은땀을 흘렸다.

         

       호천안 역시 높은 곳에 주사위를 던져 잔으로 받아내는 수법을 즐겨 사용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술의 일환이었다. 사람의 시선을 끌기도 편하고 손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심리적 관성도 강해지기에 기술을 펼치기도 편했으니까.

         

       그러나 방금 불명이 펼친 기술…아니 ‘동작’은 그저 빨랐다.

         

       너무 빨라서 어느 잔으로 주사위가 빨려 들어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기권이냐? 뭐라도 말을 해 보거라.”

         

       “….왼쪽입니다.”

         

       불명은 말없이 중앙의 잔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호천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박에 대한 자신감으로 감수할 만하다 여겼던 불리한 점이 결국에는 발목을 잡았다.

         

       그건 바로 불명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마치 불명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건 전부 불명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그 수를 읽을 수 없다면 심리를 읽어야 하는데 마음의 창이라 할 수 있는 눈과 표정을 볼 수 없으니 어떻게 초고수의 심리를 간파할 수 있을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호천안이 눈에 불끈 힘을 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찬밥만 먹으며 독박살림을 뒤집어 써야 할 처지가 될 테니 발버둥 칠 힘조차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호천안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심리적 기법을 동원해 불명의 심리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안 보는 척 슬쩍 눈을 굴려 특정 잔을 바라본다던가. 아니면 어느 잔을 만질 때 손가락을 움찔한다던가. 어느 동작을 펼칠 때 집중력이 흐려진 척 코를 만진다던가. 아니면 살짝 입을 벌렸다가 닫는다던가.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행동들!

         

       ‘왼쪽, 왼쪽 잔을 의식한다! 사조! 나는 왼쪽 잔을 의식하지만 절대 그곳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천안이 무슨 짓을 하건 불명은 묵묵히 자신의 주사위를 허공으로 던져 올리며 다음 수를 펼쳤다.

         

       번-쩍!

         

       다시 한번 불명의 손이 압도적인 속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낙하하던 주사위가 사라졌다.

         

       호천안은 조용히 놓아진 세 잔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펼친 심리전을 계산했다.

         

       ‘사조의 몸짓이나 행동은 모두 배제한다.’

         

       불명의 심리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였지만 호천안은 깨끗하게 배재하고 백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몸의 반응을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행동들이 무의식이 발현이라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명은 완벽하게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었으니 그런 반응조차 의도적으로 꾸밀 수 있을 터!

         

       ‘적중률은 떨어지겠지만, 오직 사조의 심리만을 예측한다!’

         

       가정에 가정을 더해 만들어진 결론은 무엇일까?

         

       근거도 없이 상상의 나래를 전개하는 것은 공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천안은 그 공상에 자신의 경험을 곁들였다. 낮에 죽도록 굴러 받아든 돈주머니를 들고 도박장을 찾아가 밤을 새던 그때의 기억이 호천안의 머릿속에 거대한 도화지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위에 불명의 수련 과정을 덧붙였다. 불명은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던가. 그리고 그 생각의 결과 어떤 행동을 보여 주었던가.

         

       수많은 도박의 경험과 지금까지 불명의 행동이 하나로 겹쳐지며 뚜렷한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으니 호천안은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가지며 입을 열었다.

         

       “왼쪽입니다.”

         

       “호오, 확신하느냐?”

         

       “예.”

         

       호천안은 불명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조는 분명 내가 왼쪽의 잔에 주사위를 담도록 심리를 유도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간파했기에 불명은 반드시 왼쪽에 주사위를 넣었을 것이라고 호천안은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틀렸을 때! 내가 가장 수치와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지!’

         

       기껏 왼쪽으로 신나게 유도해 놓고는 확신을 가지지 못해서 다른 쪽을 선택했다. 그런데 정작 잔을 열었을 때 왼쪽에서 주사위가 나온다면?

         

       왼쪽을 유도당했음을 알고 있음에도 왼쪽에 주사위를 넣는다!

         

       그게 틀렸을 때 가장 호천안이 타격을 크게 입는 길이니까!

       

       호천안은 악마도 혀를 내두를 사조의 악랄함을 믿고 왼쪽을 선택했다!

         

       확신을 담은 호천안의 외침을 듣고 불명은 말없이 왼쪽 잔을 쓰러트렸다. 그 모습에 일행은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그 결과를 지켜보았다.

         

       지금 이 판은 승리의 분기점이었다.

         

       수세에 처한 호천안이 이 판을 뒤집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판이었으니까.

         

       “아…!”

         

       “와!”

         

       잔이 쓰러지고 일행은 모두 장탄식을 터트렸다.

         

       쓰러진 잔 속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불명은 4승이 되었고 호천안은 3승이 되었다. 호천안의 예측이 불명이 보여주는 극쾌의 야바위에 대응할 수 있음을 증명한 한 판.

         

       이 한판으로 인해 호천안이 한 점 뒤지고 있으나 추격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증명했으니 누가 이길지 쉬이 짐작할 수 없는 판국이 되었다.

         

       “그럼 가겠다.”

         

       “예.”

         

       과연 호천안은 지금과 같은 기세를 유지하며 역전에 성공해 낼 수 있을까.

         

       그 해답에 한결 가까워질 다음 판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충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듀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음)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