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295

       탑 아래 지하에는 자그마한 광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곳에 존재하는 것은 텁텁하고 무거운 공기와 발을 내딛을 때에 바닥과 닿으며 울리는 소리와 그 후에 찾아오는 차가운 고요 뿐.

       

       그래서 당소일은 자신의 손에 들린 횃불을 꼬옥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자신이 어둠 속을 헤메이다가 공포 속에 죽게 될 것임을 알았기에.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왁!]

       

       “흐악?!”

       

       방송을 보던 시청자 중 하나가 후원으로 그를 놀래키는 바람에 넘어질 뻔 했던 당소일은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자세를 다잡고는 채팅창 쪽을 노려봤다.

       

       “놀랐잖아요!”

       

       – ㅋㅋㅋ

       – 겁 졸라 많네.

       – 마! 꼬추 떼라!

       – 진짜 공겜시키고 싶다.

       

       “공겜 절대 안 할 거니까 기대하지 마요.”

       

       당소일은 무서운 걸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친구에게 들었던 괴담이 너무도 무서워서 밤을 샜던 적이 있고,

       

       중학생의 나이에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해 어머니를 깨운 적이 있으며,

       

       어른이 된 지금도 공포영화를 본 날이면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방송을 키는 프로 겁쟁이인 그는 공포물을 즐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특유의 공포 분위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VR공포게임은 더 그랬다.

       

       보고 듣고 읽는 것만 해도 무서워 죽을 것 같은데 자신의 발로 그 공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도대체 무슨 취향이란 말인가.

       

       절대 안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안 해.

       

       차라리 내 목을 내걸고 말지 내가 왜 그딴 미친 짓을 해야 하는데.

       

       지금 유령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이 지하를 걷는 것도 무서워 뒤지겠는데 VR공포게임을 했다가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거야.

       

       지난 번 엔리가 화령과 함께 했던 공포게임의 영상을 보다 기절할 뻔 했던 경력이 있는 당소일은 시청자들의 놀림에 질색을 하면서도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억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던 중 당소일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 ?

       – 뭐함?

       

       “발소리가… 난 것 같았는데?”

       

       – 뭔 발소리.

       – 이제 무서워서 환청까지 들음?

       – ㄹㅇ 프로 겁쟁이다. 없는 공포까지 만들어 내다니.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당소일은 목을 주무르다 다시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아. 이게 다 시청자들 때문이야.

       

       저 인간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쫄아서 이러잖아.

       

       …툭.

       

       한숨을 내쉬던 당소일은 자신의 귀청을 뚫고 들어온 소리에 발을 멈췄다.

       

       방금 것은 분명한 소리였다. 발소리인지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선명한 소리말이다.

       

       “님들. 이번에는 소리 들렸죠?!”

       

       – 너무 놀려서 애가 망가졌나?

       – 뭔 소리가 난다는 거야.

       – 딱 봐도 장난 치는 거잖아.

       – 아 ㅋㅋ 누가 너 같은 쫄보인 줄 암?

       

       “아니! 소리 들렸잖아! 방금!”

       

       도망치는 상황이라는 것조차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당소일이 소리를 내질렀지만 시청자 중 그 누구도 방금 전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당소일의 방송을 보고 있는 저들은 당소일과 같은 풍경 같은 장면을 보고 있을 터인데 어찌 당소일이 듣는 걸 못 듣는단 말인가.

       

       무언가 잘못되어가는 걸 느끼고 당소일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슬슬 시청자들도 이상함을 눈치 챘다.

       

       – 얘 찐텐인데?

       – 뭐래. 연기잖아.

       – 아니 당소일 연기 졸라 못 한다고.

       – 얘 대본도 못 읽어.

       – 그럼 뭔데. 진짜 뭔 소리가 들렸다고?

       – 뭐 들은 사람 있음?

       – ㄴ

       – ㄴㄴ

       – 조용한데.

       

       “하. 씨발. 모르겠다. 일단 빨리 여기서 나가죠. 나가면 어떻게든.”

       

       투욱.

       

       소리.

       

       너무나도 선명한 소리.

       

       누구도 잘못들을 수 없는 소리.

       

       이번에는 들었겠지?!

       

       당소일은 다급히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번에도 똑같았다.

       

       시청자 중에서 그 누구도 이 소리를 들은 이가 없었다.

       

       명확한 이상의 한 가운데에 선 당소일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입을 뻐끔거리다 앞으로 내달릴 뿐.

       

       시청자들이.

       

       후원 음성이.

       

       갑자기 왜 그러냐고 당소일에게 물었지만 당소일은 그에 답하지 않았다.

       

       달리는 데에 쓸 호흡조차 아까운 상황에서 말을 꺼낼 여력이 없었다.

       

       버그인지 뭔지 모르겠어. 알고 싶지도 않아.

       

       어차피 나중에 시청자 중에 누가 그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고 하면서 설명충 노릇을 해줄 거야. 난 그 때 이해하면 돼

       

       지금은 이 현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 생각해.

       

       이 지하미궁의 길을 떠올려.

       

       일단 저 골목에서 오른 쪽으로 돈 다음 직진하다가 한 골목 지나쳐서 왼 쪽으로.

       

       터벅터벅터벅.

       

       – 오. 소리 난다.

       – 누가 걸어오는 거 같은데?

       – 휴. 난 또 얘가 미쳐서 이러는 줄 알았네.

       – 미친 건 맞지 않을까?

       

       이번에는 시청자들과 소리가 공유된다는 사실에 당소일은 안도했다.

       

       그래. 대충 뭐 시스템 버그 같은 거 때문에 이상이 생긴 거겠지.

       

       터렛 플렛폼이 맛 가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야?

       

       그래. 분명 그런 거겠지.

       

       그리 생각을 하면서도 당소일을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만약 저 발소리의 주인이 길을 잃고 헤매다 자기 경로를 이탈한 팀원이라면 같이 탈출하면 되니 이득이고.

       

       그게 아니라 화령이라면 죽어서 이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으니 이득.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소일에게는 이득이 될 뿐이었으니 당소일은 너무도 편안한 마음으로 발을 앞으로 내딛을 수 있었다.

       

       “흐갸아아악!”

       

       그 끝에 마주한 것은 당소일의 팀원 중 하나였다.

       

       카비라는 이름으로 터렛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여스트리머는 당소일의 얼굴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얼마나 겁을 먹은 것인지 몰라도 머리를 싸맨 채 살려주세요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카비의 모습에 당소일은 일단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이야기를 했다.

       

       “카비님. 접니다. 당소일.”

       “…어?”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 카비는 당소일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당소일의 발목에 달라붙어서는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 무서웠다고. 죽을 것만 같았다고.

       

       어쩌면 두근거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소일은 그런 생각을 조금도 할 수 없었다.

       

       대신에 그의 머릿속을 대체 한 것은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카비님은 도대체 뭘 두려워하시기에 이러시는 거지?

       

       대체 무얼 보았기에 이렇게 떨고 계시는 거지?

       

       “도망. 도망쳐야 해요! 빨리 이 지하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괴물이!”

       “이 지하에 무어가 있다 그러십니까.”

       

       이 지하에는 그 어떤 생물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탑 아래의 지하는 더럽게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고나면 마법에 관한 레시피를 줄 뿐 몬스터와의 대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니까 괴물 같은 건 존재할 리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그치만 전 봤단 말이에요!”

       

       억울함에 카비가 소리치는 것을 들은 당소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에 담긴 공포와 두려움은 결코 연기로 꾸밀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젠장. 이번에 업데이드 하면서 쓰레드 측에서 뭐 만들었나? 아님 개인 서버 파면서 배민황님이 따로 뭐 만들었던가.

       

       어느 쪽이던 간에 분명 기존의 게임과 달라진 게 분명해.

       

       무언가 문제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야. 지금 카비 죽어서 다른데서 부활했는데?]

       

       “…뭐?”

       

       장난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후원과 채팅창에서 날아드는 이야기들이 일치하고 있었다.

       

       저들은 당소일을 놀리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앞에 두고 함께 공포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부들부들 떨리는 고개를 억지로 움직여 채팅창에서 시선을 뗀 당소일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카비’를 마주했다.

       

       “당신은… 누구?”

       “네? 당소일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저 진짜.”

       “카비는 죽었어.”

       

       당소일이 그리 단언하자 카비의 흉내를 내고 있던 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포에 질려 울부짖던 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하는 모습에 당소일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랐다.

       

       “너. 너 뭐야! 뭐냐고!”

       

       공포에 질린 당소일이 소리를 치는 와중에 카비를 흉내내는 자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감정 하나 담기지 않은 눈으로 당소일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지었다.

       

       입꼬리가 찢어진 것처럼 반달을 그리는 웃음을.

       

       씨발.

       

       씨바아알!

       

       뭔데!

       

       저 녀석은 누군데!

       

       몬스터야?!

       

       이번에 새로 업데이트 된 거야?! 아니면 버그야?!

       

       그것도 아니라면…

       

       겁을 먹은 당소일이 손가락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동공만을 깜빡이고 있을 때에 카비를 흉내내는 녀석이 갑자기 당소일에게 달려들었다.

       

       평소 이런 몸싸움에 익숙한 그이지만 그건 평소에나 그런 것이다.

       

       지금처럼 겁에 질려 그 이외의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할 때에는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카비를 흉내내는 이는 당소일의 팔을 붙잡아 횃불을 떨어트렸다.

       

       불이 꺼지고 미로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씨바알!…”

       

       그 속에서 당소일은 다급히 자세를 취했다.

       

       기습을 당해 빛을 잃었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정신만 차리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어쨌든 간에 그는 화령의 제자이자 아마추어 천마 유저 중 최강이라 불리는 사람이니까.

       

       이빨을 달달 떨며 상대의 기척을 노력하던 당소일은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아무것도 오지 않는 걸 보고 조심스레 자세를 풀었다.

       

       갔나?

       

       간 건가?

       

       언제 습격이 오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엉거주춤한 자세로 횃불을 찾아내 다시 불을 피운 그는 방금 전까지 이 곳에 있었던 카비였던 것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튀자.”

       

       빨리 튀자.

       

       이 개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거야.

       

       최대한 빨리!

       

       *

       

       횃불 바깥 어둠에 숨어 다리를 오들오들 떨고 있는 당소일을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저딴 녀석이 본인에게 가르침을 받는 녀석이라니.

       

       내 꽤나 성의를 기울여 많은 성장을 이끌어 주었거늘 그 은혜도 모르고 본인에게 해를 끼친 건 이해할 수 있다.

       

       결국에 게임이지 않은가. 이런 곳에서라도 소소하게 복수를 할 수는 있지.

       

       허나 말이다. 이렇게 한심한 모습을 보이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구나.

       

       후일 저 녀석을 괴롭힐 때에 강단이라는 걸 강제로 때려박아 주어야 겠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당소일을 보며 행복해했다.

       

       – 앜ㅋㅋㅋ 오늘 개꿀잼이네.

       – 저러다 혼절하는 거 아냐?

       – 방금 전에 화령이 괴롭힌 사람 지금 우느라 못 움직이는 중.

       – ㅋㅋㅋㅋㅋ

       – 괴롭혔다니까 그렇잖아. 복수했다고 해야지.

       – 그래도 좀 너무하긴 했던 듯.

       

       “그러게 상대를 잘 보고 도전했어야지.”

       

       자기 주제로 감당할 수 없는 이를 공격하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이번 일로 교훈을 얻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에게만 시비를 걸기를 추천하마.

       

       본인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방금 전에 바꾸었던 얼굴을 다시금 끼워맞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악질천마님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