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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5

    <295 – 무서운 아이의 심계(아님)>

     

    아카데미 교수가 살해당했다.

    전대미문의 사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범상치 않은 사태임은 틀림없다.

    자칫 재단과 아카데미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촉발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

    용사는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그냥 살려둘 걸 그랬나?

     

    “오크노디…”

    “응?”

    “서, 설마 우리까지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머리에 열이 뻗쳤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일단 교수부터 엿 먹이고 봤지만 상황이 종료되니 비로소 자신이 위협받을 차례라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용사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은 오크노디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럴 리가 없잖아! 용사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걸. 지역이벤트로 출몰하는 지역보스도 열심히 죽이러 다니고 마왕도 죽이고 황제도 죽여야 하고!”

    “너는 용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크노디에게 살의는 없다.

    그렇다면 집사는 어떨까.

    방금 교수를 죽이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재단의 실력자가 용사와 성녀를 돌아보았다.

     

    “이슈타르…”

    “긴장 풀어. 죽이지는 않겠지.”

     

    죽일 의지는 없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가씨의 친구분들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조나 본인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경고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으니…

     

    “대신 이것 하나만 기억해두십시오. 여러분이 저희 아가씨에게 친구로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때가 된다면 저 조나를 자신들의 힘으로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카데미의 교수급 실력자를 정면에서 해치운 괴물 같은 실력자를.

    비록 용사 본인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조나의 실력이라면 누군가의 개입 없이도 충분히 우위를 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교전이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동료를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용사 자신도 아직 성장할 길이 멀었다.

    대마법의 연속사용으로 마나공백지대가 된 무인도 위로 오색찬란한 오로라의 광채를 품으며 온갖 속성의 자연마나들이 모여든다.

    평범한 촌민에게는 자연의 신비로 추앙받고 뛰어난 모험가에게는 공포스러운 힘의 격돌이 있었음을 알리는 풍경.

    이런 경치가 낯설지 않게 될 때까지 그녀는 수련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이 광경을 가슴속에 새겨둔 채로.

     

    “그래서 오늘 경매는 몇 시에 열어요?”

    “15분 뒤에 시작됩니다.”

    “하아!? 이 지경이 되고도 경매를 계속 하려고?”

     

    잠깐이지만 자신들보다 월등히 강한 강자들의 싸움을 목도하였다.

    자칫 잘못 휘말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 긴장하며 심신이 잔뜩 지쳤다.

    그만 크루즈선으로 다 같이 돌아가서 편안히 푹 쉬고 싶은 마음도 생길 법한 상황인데 저놈의 오크노디는 저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는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웃고 있다.

     

    ‘무섭네. 저 정신력은.’

     

    재단의 아이에게 자객의 습격을 받는 일은 그 상대가 설령 아카데미의 교수라도 놀라울만한 일도 아니라는 걸까.

     

    “저, 그런데 아까부터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꼭 여쭙고 싶었습니다만… 경매진행감독은 경매 도중에는 참가자에게 닥치는 어떤 사건에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당대 성녀분은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방금은 개입했잖아요. 오크노디를 지키기 위해서. 경매진행감독이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면 경매가 끝났기에 개입할 수 있었다, 즉 경매는 이미 종료된 상태라고 봐야 하지 않나요?”

     

    소꿉친구의 똑똑한 지적에 이슈타르는 뒤늦게 깨달았다. 유피가 어떤 의도로 경매종료를 주장했는지.

     

    ‘유피는 우리의 약점이 경매로 나오기 전에 이 불합리한 경매를 얼른 끝내고 싶었던 거야.’

     

    조나는 순순히 수긍했다.

     

    “규정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휴우. 그럼 돌아가는 배가 오기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재단.

    이어지는 조나의 대답은 유피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오크노디 참가자의 <일회용 자객간파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에 실패했다고 판단, 해당 서비스를 한 등급 업그레이드한 <일회용 자객격퇴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니 해당 절차는 경매중지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자객간파서비스가 자객격퇴서비스로…?”

     

    스태프를 움켜쥔 유피의 손등에 힘줄이 솟았다.

    소꿉친구의 반응이 극도로 긴장했을 때에 애써 동요를 감추려는 모습임을 이슈타르는 알아차렸다.

    직전까지 레이브 교수를 상대하면서 보였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나의 위협은 사라졌다.

    그러나 유피는 여전히 느끼고 있다.

    레이브 교수를 상대할 때와 같은 수준의 공포를.

     

    “진정해. 경매가 이어져도 어쩔 수 없잖아. 오크노디의 준비성이 그만큼 철저했던걸.”

     

    조나는 자객격퇴서비스로 업그레이드가 된 과정을 추가로 설명했다.

    습격당할 것을 사전에 알아차리고 재단의 집사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방어대책을 세운 준비성은 솔직히 적이지만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이슈타르…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유피는 그런 솔직한 감상을 넘어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았다.

    단순무식한 자신과 달리 똑똑한 참모기질이 있는 유피의 식견에 이슈타르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아왔었다.

    언제나 자신의 억지스러운 계획을 듣고도 착실하게 계획을 진전시킨 것은 유피의 공이 컸다.

    이번 레이브 교수와의 초전도 그렇다.

    제국교수를 적으로 돌리는 미친 짓에도 유피는 군말 않고 따라와 주었다.

    방어를 굳히며 재단과 오크노디가 가세하도록 시간을 벌었다.

    교수의 대응책이 자신들을 해치우는 것이 아닌 일시적으로 봉인시키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전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조절하기도 했다.

    그런 유피가 이만큼이나 두려워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슈타르가 경청의 자세를 취하자 유피는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저 교수… 오크노디가 의도적으로 도발했어요.”

    “뭐?”

    “당신과 오크노디가 충돌하는 첫 계기가 되었던 사건. 학생들이 집단으로 폐교사에서 얼음트랩마법에 당했던 소동. 오크노디가 그 사건을 일으켜서 도발했던 상대가 바로 저 교수였다고요.”

    “!!”

    “오크노디는 아주 먼 예전부터 용사와 제국교수를 이 자리에 불러내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을 작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이슈타르의 손등에 닭살이 돋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멀리 나갔잖아.”

     

    유피의 말은 대체로 옳다.

    그것을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그 발언이 지닌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래도 유피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기분 탓이라고 웃어넘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납득이 간다며 더욱 커진 두려움의 감정을 보였다.

     

    “재단의 집사는 말했어요. 오크노디는 습격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악성매물로만 보였던 <일회용 자객간파서비스>를 구매했다고. 알고 있었다는 말은 역으로 죽일 작정이었다는 뜻과 다름없죠. 당신도 봤잖아요. 저 집사의 능력이 무인도에서 얼마나 유리했는지.”

    “금속속성마나퍼즐!”

    “교수를 불러낸 오크노디도, 격퇴를 준비한 집사도, 판을 깔아둔 오크노디의 ‘파파’도 모두 한통속이에요. 재단은 중간고사부터 이 큰 그림을 그렸다고요.”

     

    넓다.

    시야의 넓음이 눈앞의 주간이벤트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자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판을 따라가는 이가 아닌 판을 설계하는 이.

    그 드래곤교장의 아카데미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계획을 준비하여 실행시킬 정도의 대담함.

    재단수뇌부의 살벌한 계획의 한 축을 실행하면서도 오늘이 되기까지 누구도 이를 눈치 챌 수 없었던 오크노디의 행동과 그 의미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도 넓었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아이의 행동과 심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아이.’

     

    웃는 얼굴의 오크노디가 이제는 어떤 사악한 심계를 속으로 감추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두려워졌다.

     

    “잊지 말아요. 재단과 오크노디의 계획에는 우리도 휘말렸음을. 제국교수가 죽은 자리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도.”

    “그게… 뭘 의미하는데?”

    “여러 가지를 의미하죠. 적어도 지금 제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은… 아카데미가 오늘의 일을 알게 된다면 우리를 재단과 잠재적 동료로 간주할 거라는 점. 재단이 이 사실을 이용해서 용사파티의 후원세력을 얻으려는 우리의 처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죠.”

     

    이렇게나 무시무시한 심계가 담긴 일이 벌어졌는데 이제 10분 뒤에는 경매도 이어진다.

    이슈타르나 유피의 약점일지도 모를 경매상품이 나오는 경매가.

    막연한 불안감은 곧 이어질 경매에서 실체를 가지고 나타났다.

     

    “무인도 경매 여섯 번째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상품은 <용사파티의 후견세력>입니다.”

     

    유피가 예상했던 곤란한 미래가 불과 10분 만에 현실로 이루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저 막타를 친 기쁨에 웃고 있을 뿐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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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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