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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6

       

        

        

        

        

        

        

       -조용한데. 보통 이 즈음이면 옥상에 있는 놈들이 무전으로 헛소리해댈 타이밍 아닌가?

        

       -보드카 몇 병 꿍쳐가서 나눠 마시나보지. 오늘 바깥 기온이 영하 20도인데, 이딴 날에 경계를 돌리는 놈들도 참…아니면 우리 말고 다른 쪽에 구두보고 하고 내려왔을 수도 있고, 뭐. 별 이상 없으면 신경쓰지 마.

        

       -그래야지. 지루해 죽겠네. 하루종일 쥐새끼 한 마리도 안 지나다니는 CCTV만 보고….

        

        

        

        스윽.

        

        어깨를 슬그머니 쥐어짜는 로렌티나. 스퀴즈 신호였다. 문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붙잡아 열자 문이 살짝 열린다. 사전에 경첩 부분에 기름칠이 좀 되어있었기에 아무 소음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저들의 심심함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어줄 시간이었다.

        

        충격탄이 든 총을 겨눈다. 거의 비무장 상태에 가까운 경계근무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이미 그 순간 탄환이 몸에 박혀 전기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기괴한 소리를 내며, 또는 거품을 입에 물며 바닥에 하나둘씩 엎어진다. 그 수는 총 다섯으로, 각자가 CCTV 및 네트워크 전산실을 관리하고 있었다.

        

        용케 이런 시설을 이 짧은 시간만에 적당히 봐줄 만한 기지로 탈바꿈시켰구나 싶었다.

        

        

        

       “보안 시설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어디 보자. 키패드? 키카드? 아니면 홍채 인식?”

        

       “정답은 목에 걸려있는 열쇠 꾸러미로군요. 잠시 소지품 검사가 있을 예정이니 순순히 응해주시길.”

        

       “말도 못 하는 사람 데리고 장난치지 마세요, 로렌티나 씨.”

        

        

        

        물론 그와는 별개로, 주머니에서 USB 등등을 찾아내었다.

        

        그 후에는 별 것 없었다. 이들은 최소한 30분 이상 기절해있을 예정이었다. 문제는 혹시나 이곳을 찾아올지도 모르는 다른 적들이었는데, 이는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해결했다. 시설 청사진을 띄운 후 CCTV실로 오는 길목에 위치한 방화벽과 차단벽을 전부 내려버린 것이었다.

        

        한편 열쇠도 얻었겠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거대한 자물쇠 두 개에 키를 꽂아넣고 돌렸다. 쇳덩어리를 한쪽에 잘 올려놓은 뒤 내부로 들어가자 얼기설기 구축해둔 서버실이 보였다. 기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인지 천장이 뻥 뚫려있었다.

        

        

        

       “좋아요. 네트워크망 접속 중…내부 암호 체계 해독까지는 3분 정도 걸릴 거예요. 그동안 바깥에 놔둔 친구들을 전부 쓰레기통 안으로 처박아놓으면 완벽할 것 같네요.”

        

       “저는 여기 좌표 좀 따놓을게요. 여기에 순항 미사일 한두 발 먹여주면 다들 꽤나 좋아할테니. 겸사겸사 방공망도 좀 손대고.”

        

       “그건 로렌티나에게 맡기고. 막내는 나랑 뒷처리 좀 하자고.”

        

       “그게 낫겠네요.”

        

        

        

       -이 사람들 뭔가 뒤숭숭한 이야기 하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레기통?에?사람?을?처박?아?

       -뭐 이런 대화를 아침에 뭐먹을 거냐는 말투로 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어 죽이지마!!!!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는 ㅋㅋㅋ

        

        

        

        물론 뒷처리라 함은 거품을 버걱버걱 문 채 기절해버린 적들을 영구히 기절시키는 일이었다.

        

        아까 게이트 부스에서 했던 것과 동일하게 적의 목을 수수깡처럼 꺾는다. 총으로 쏘아 죽이면 주변에 핏자국…VR에서는 폴리곤 자국이 남기 때문에, 추후 이곳에 온 적 AI들이 경보를 발령하거나 하면 상당히 골치아파지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완전범죄를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시체를 수거하고, 넓은 바깥에 드문드문 비치되어있는 대형 쓰레기 수거장에 다섯 개의 시체를 가져다 버린다. 그 와중 로렌티나는 바쁘게 손을 놀리며 해킹 중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좌표도 전송했고, 방공망과 방해 전파도 좀 느슨하게 해뒀어요. 암호 해독 프로그램은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공유했으니 확인해보면 될 거고, IFF 위조까지 끝났으니 이제 러시아 드론이랑 CCTV에 아군으로 잡힐 거예요.”

        

       “괜찮네.”

        

       “나머지는 비행기 안에서 설명하죠. 분대장이랑 같이 바깥에서 기다리는 두 명을 계속 기다리게만 만들 수는 없으니.”

        

        

        

        그와 동시에 백팩에서 소형 테르밋 덩어리를 꺼내든 로렌티나. 일방통행인 문의 틈새에 그것을 구석구석 바르더니, 다시 두 개의 자물쇠를 잠그자마자 신호를 줘 격발시킨다. 틈새가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문이 말 그대로 녹아내렸다. 요컨대 부분적인 용접이었다.

        

        하여간 악랄한 쪽으로는 실로 천재적인 사람이었다.

        

        열쇠를 대충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하모니와 다이스에게 덧붙였다.

        

        

        

       “CCTV 접근 권한을 공유할테니, 나가는 길에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주면 좋겠네요.”

        

       “에,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좋아요. 이따 공항에서 보죠.”

        

        

        

        그와 동시에 바깥으로 나간다.

        

        왔던 곳으로 그대로 돌아나간다. 불과 몇 분 전의 조작을 통해 활성화시켰던 방화벽과 차단벽은 하모니와 다이스가 다시 열어주었고, 그리하여 물류센터를 통해 다시 빠져나갈 수 있었다. 방금 빠져나왔던 러시아 기지이자 동시에 백화점이었던 곳의 서쪽에는 길이 하나 나있다. 우리 퇴각로였다. 그리고 해당 길의 서쪽에는 시민문화회관 하나가 존재했다.

        

        다이스가 허공에 떠있는 드론을 바쁘게 놀리는 사이, 하모니는 CCTV를 조작해 그쪽 방향을 확인하고는 덧붙였다.

        

        

        

       “어, 내부에서 대량의 열원. 아마 숙소 같아요. 웨이포인트를 찍어드릴 테니 건드리지 말고 가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확인. 정면에도 건물 한 채가 있으니 그쪽을 확인해주면 좋겠네요.” 

       

       “네. 거기도 숙소 같아요. 주방위군 모집소인 것 같은데…아무튼 훑어보니 외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거나 한 사람은 없네요. 공항으로 이어지는 길에 목적지를 설정해놓을게요.”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유저들이 어둠 속을 빠르게 가로지른다.

        

        대략 300m나 갔을까, 부서진 나뭇가지 사이에서 오웬스, 하모니, 다이스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우리가 백화점 내부에서 귀찮은 짓거리를 하고 있을 동안 여기까지 미리 와있었던 모양이었다.

        

        오웬스가 적외선 레이저로 철조망 너머를 가리켰다.

        

        

        

       “저 앞의 수송기 보이나? 포틀랜드 행이다.”

        

       “타야겠군요.”

        

       “뒤처지지 마라.”

        

        

        

        사전에 끊어놓은 것 같은 철조망.

        

        여섯 명이 틈새를 통과하여 공항 안으로 발을 들여놓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변에는 사람이 꽤나 많았다. 이미 수송 작업은 얼추 끝났는지 내부 적재칸은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내용물이었던 장갑차와 헬리콥터, 그 외의 여러가지 물품들을 어딘가로 실어나르느라 바빴다는 소리였다.

        

        광학미채를 가동시키고 살금살금 걷는다. 3분이 30분처럼 길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어퍼데크에 발을 들이밀 수 있었다. 과거와 기억이 겹쳐진다. 옛날에도 이곳에 숨어서 큰 문제 없이 포틀랜드로 이동했었지.

        

        그리고 그 말대로, 머잖아 수송기의 뒤쪽 램프가 완전히 닫히며 급유가 끝났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체가 이리저리 이동하더니 곧바로 이륙 준비를 시작했다. 포틀랜드까지의 거리는 비행기를 타고 대략 10분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터였기에, 지금이 목적지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다시금 상기하는 시간이었다.

        

        

        

       “완전히 속도가 줄어들자마자 비상문을 열고, 사전에 찍어놓았던 웨이포인트로 향한다. 메모리얼 브릿지를 건너 500m 가량 동쪽으로 이동하면 부두가 모여있는 지점이 나오지. 항공모함 4대는 바로 그 근방에 모여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탈취할 배는…바로 이 두 척이다.”

        

        

        

        그와 동시에 띄워지는 두 척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두 대.

        

        상세한 구조가 눈 앞을 맴도는 가운데, 예상 기동 루트와 시간을 비롯한 수많은 정보들이 눈 앞을 어지럽게 가렸다. 여기서 아까 짜두었던 팀대로 갈라지며, 세 명으로 이뤄진 두 팀은 각자 항공모함에 침투하여 – 무기 운용권을 탈취하는 대로, 대략 2km 가량 떨어진 해안에서 대기 중인 슈토름급 두 기에게 대함 미사일을 쏟아붓는다.

        

        다시 들어도 광기가 솔솔 올라오는 작전이다. 목숨이 대략 열다섯 개 정도 있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작전.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해냈다 – 물론 블루필드 작전을 입안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결국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이 해낸 굵직굵직한 작전들은 전부 이런 형식이었다. 적군의 무기로 적군을 폭파시키는 이이제이야말로 대거 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오퍼레이터들이 선호했던 방식이었으니.

        

        

        

       “현재 슈토름급 항공모함 두 대가 접근하며 주변 상황이 어수선하니, 침투 자체는 큰 문제 없겠지. 나머지는 개개인의 여력과 판단에 맡긴다.”

        

        

        

        그 말을 끝으로 배낭 안에 들어있던 산소마스크와 산소통이 잘 있는지를 확인했다. 신체 온도 조절은 이카루스 기어가 충분히 담당할 수 있었기에, 남은 건 그저 비행기에서 내린 뒤 차가운 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뿐이었다.

        

         

        

       ───끼기긱!

        

        

        

        고작 15분이 지난 시점에서 An-124가 포틀랜드의 지면에 발을 내딛는다.

        

        비행기가 급격히 감속하는 와중, 어퍼데크에서 빠져나와 역추진을 시작한 수송기의 벽을 붙잡고 버티며 – 근방의 센서를 잠시 무력화시킨 다음, 비상문을 열고 재빨리 동체에서 빠져나온다. 칠흑같은 어둠이 우리를 반겼지만 그마저도 잠시였다.

        

        저 멀리 대략 1km 바깥, 두 대의 항공모함이 위풍당당하게 서있었다.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정 위치 도착. 작전 준비 완료.”

        

       “현 시간부로 마주치는 모든 인원들과 교전을 허가한다. 항공모함을 유령선으로 만들어버리도록.”

        

        

        

       ───기이잉!

        

        

        

        펄스가 배 전체를 훑는다.

        

        비행 갑판으로부터 3층 아래, 비행기와 각종 폭탄, 연료, 그 외의 모든 것들을 전부 수송하는 격납고의 바로 아래층. 요컨대 여기부터는 시설 보수 엔지니어들의 영역이었고, 그 말대로 반경 수백 미터 주변에는 제법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것은 단순히 함교까지 직선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 배를 소독하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할 수 없도록 – 본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함선의 승조원은 1900명 가량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최소 인력만을 남겨두고 다들 도시에서 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항공모함에 남겨진 적의 수는 대략 700명 가량.

        

        전부 황천길 편도 티켓을 끊어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끄륵…!”

        

        

        

        푸욱.

        

        경동맥을 끊는다. 피 대신 황금빛 액체가 바닥에 주르륵 쏟아진다. 항공모함 복도는 실로 좁고 가파르기 짝이 없어 도끼를 휘두르기 불가능했기에, 자연스럽게 근접전에 사용되는 무기는 택티컬 나이프로 한정된다.

        

        그 와중 먹먹한 권총 소음이 한 차례 울려퍼진다.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의 최하층 언저리에 돌아다니는 엔지니어들이 하나씩 시체가 되어가고 있는 소리였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층이 아니라 바로 위의 03 갑판. 고가의 장비들로 이뤄진 첨단 시설의 총본산. 여기선 최대한 총알을 아끼고 위층 격납고에 돌아다니는 모든 인영을 전부 갈아버려야만 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 다시금 펄스를 작동시킨다. 대략 70명 가량의 인원들이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위층 발코니에서 격납고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건 제가 할게요. 두 분은 자유롭게 청소하고 계세요.”

        

       “확인.”

        

        

        

        한 손에는 칼, 다른 한 손에는 근접전 용으로 개조된 점착폭탄.

        

        광학미채를 가동한 후, 나와 오웬스 선임관은 느릿한 속도로 계단에서 빠져나온다. 한편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간 다이스는 MCX 래틀러를 들어올리고는 발코니를 빠르게 가로질렀고, 위에서 작업을 확인하고 있는 이들의 몸에 대고 조심스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컥!”

        

        

        

        쓰러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부드럽게 지면에 주저앉는다.

        

        그렇게 감시 인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사이, 내 일이 시작된다.

        

        

        

       “끄흑….”

        

        

        

        퍽!

        

        구태여 목을 꺾거나 경동맥을 꺾을 필요가 없다. 경추에 스파이크를 박아넣는 순간 상대는 즉사하니까. 단 한 번의 간결한 행동만으로 적 한 명의 목숨이 사그라든다. 그 와중 반대쪽에서 정비 작업 중이던 다른 한 명의 등판에 대고 점착폭탄 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기자 머리가 탄화되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그 순간 대략 15미터 거리를 두고 한 명과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토마호크가 허공을 찢으며 날아갔다. 적의 미간에 도끼가 꽂힌다. 그닥 좋은 소리는 아니였지만 그리 큰 소리도 아니였다.

        

        그리하여 시작되는 것은 말 그대로의 도살이었다.

        

        

        

       -싀1바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임…????????

       -그래서 이렇게 깨면 된다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루필드 GG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설마 진짜 이렇게 깰리가 없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짓말이라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이거 총게임이라고요 총게임 앆!!!!!!!!!!!!!!

        

        

        

        보통 침투 작전 때 적에게 들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주로 적의 처리가 늦거나, 판단을 잘못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재수가 없었거나 – 그러나 그걸 메우는 방법은 간단했다. 스피드와 정확성만 있다면 불가능은 가능의 영역으로 끌려내려온다.

        

        적이 우리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권총을 꺼내들기 전에 도끼날이 허공을 가른다. 그 자리에서 머리가 반쪽으로 쪼개진 적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설령 시선을 피할 수 없으면 격납고에 가득한 비행기 위로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면 오웬스 선임관, 또는 다이스가 적절하게 무마해준다. 설령 선임관이 들킬 위기라면 내가 권총을 뽑아들거나 투척 단검을 던져 잡아내었고.

        

        

        그리하여 격납고 위에 살아있는 사람이 고작해야 세 명만 남았을 때, 얼추 비슷한 시각에 수백 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통신이 들어온다.

        

        

        

       -[격납고 청소 끝났는데, 귀소는 어떠한지?]

        

        

        

        물론 들려줄 대답은 뻔했다.

        

        이제부터는 승조원들의 숙소이자 편의시설이 모여있는 02 갑판, 다르게 말하면 Gallery Deck이라고 불리는 곳을 누빌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 단지 수백 명에 달하는 승조원들 전부가 영원한 잠에 빠졌다는 것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두 대의 항공모함은 서서히 유령선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이는 항공모함의 함교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적을 의자에 영원히 눕혀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대략 몇 분 가량의 시간차를 두고 건너편의 또 다른 쿠즈네초프급 역시 동일한 수순을 겪는 와중, 어렴풋이 보이는 바깥을 바라보며 화기관제 시스템에 접속했다.

        

        

        

       “열쇠 꽂았습니다.”

        

       “좋아. 동시에 돌리고…시스템 올 그린. TPSP-21도 같이 사용하지. 일망타진하자고.”

        

       “물론입니다. 컨테이너 플랫폼 정상 작동 중. 예상 폭발 범위 내에 민간인 없음. 4분 안에 오거스타, 루이스턴의 모든 걸 갈아엎을 겁니다.”

        

       “확인. 타이밍 맞춰.”

        

        

        

       -뭐임뭐임대체뭐임?????????????

       -몬가 벌어지고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작작잘해!!!!!이렇게게임하면도대체누구방송만보라는거야!!!!!!!!!!!!!!!!!!!!

       -다른사람들 한달간 비벼도 못깼던 인커젼 미션을 원트에 깨버리는 무친련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1바 그냥 아무말도 안할란다 니들 다해먹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사일이 발사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2분 가량 지났을까, 아주 사방에서 난리도 아니다. 삽시간에 통신 트래픽이 치솟으며 부랴부랴 준비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오거스타의 군 사령부 방공망 및 레이더는 약화시켜놓은 지 오래였다. 아마 착탄 1분 가량을 남겨두었을 즈음에나 탐지되었겠지.

        

        저 멀리서 슈토름급이 몇 발의 미사일을 어디론가 쏘아보내는 것이 보인다. 요격용일까 싶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과거와 기억이 겹쳐지며 손이 저절로 움직였고, 항모에 적재된 P-800 야혼트 20발을 전부 선택했다.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목표 조정. 건너편 쿠즈네초프급과 발사 싱크를 맞춥니다. 가용 전력의 60% 사용. 남은 40%는 사전에 확인해둔 러시아 군 기지 및 호위 함대에 발사하겠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해치가 열리며 허공을 향해 토해진 스무 발의 대함미사일이 내 대답이었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해수면에서부터 몇 번의 폭발이 일었다. 항모에 장착되어있는 CIWS가 작동하며 필사적인 요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 그러나 수면 위를 스치듯 날아오는 미사일의 숫자는 20이 넘었고, 이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콰아앙!

        

        

        

       “오우.”

        

        

        

        어두운 바다 한복판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무지막지한 굉음을 내뿜으며 두 척의 항공모함은 잿더미를 넘어 수십만 톤의 고철더미가 되었고, 차갑고 어두운 겨울바다를 온 몸으로 맞으며 수장당했다. 물론 이제는 우리가 후폭풍을 맞아야만 할 차례였다.

        

        사전에 약조한 대로, 순식간에 함교를 벗어나 수십 미터를 낙하한 끝에 차가운 겨울바다에 안착, 그렇게 대략 1분 가량 수영을 진행하고 있었을까.

        

        

        

       -!!!!!

        

        

        

       “아이구야. 난리도 아니네요.”

        

       “다친 사람은 있나?”

        

       “다행히도 한 명도 없죠.”

        

        

        

        방금까지 우리가 있던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두 대가 대함 미사일에 맞아 산산조각난다. 

        

        물론 깊게 잠수한 채 사태를 관망하던 우리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어뢰 같은 게 터졌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다행히도 공격은 미사일만으로 이뤄졌다 – 수면 아래였기에 대화는 음성 합성기를 통해 진행되었다 – .

        

        그리하여 네 대의 항공모함은 완전히 침몰했지만, 아직 끝마치지 못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 다시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메인 주 앞바다에서 대기 중인 컬럼비아급 핵잠수함에게 호위 함대의 위치를 전송한다.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처리해야지.

        

        암호 통신을 경유하여 들리는 목소리.

        

        

        

       “무언가 원하는 거라도 있나, 우리 터미네이터 친구들?”

        

       “타깃 데이터를 보냈으니, 깔끔하게 토마호크 한 75발만 보내주시면 고맙겠네요.”

        

       “무장창에서 썩어가던 미사일들이 빛을 볼 때가 됐군. 그 요청 받도록 하지.”

        

        

        

        그리고 모든 것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나니.

        

        근처 뭍으로 올라온 뒤 순식간에 얼어붙은 바닷물 얼음을 몸에서 툭툭 털어내고 있자니, 차가운 겨울 바다 너머에서 또다시 폭죽놀이가 시작되었다. 대략 네다섯 척으로 이뤄진 호위 함대가 CIWS와 요격 미사일을 사방으로 뿜어댔지만 안타깝게도 숫자는 곧 폭력이었다.

        

        선체에 족히 10발씩 원주민 도끼를 얻어맞은 배들이 하나둘씩 차디찬 겨울바다와 조금씩 더더욱 친근해져가는 사이, UI 한쪽에 남은 적들이 퍼센테이지로 표기되었다.

        

        

        

       -[남은 적 // 5%]

        

        

        

       “후우. 간단하네요.”

        

       “요상한 소리 할 여력이 있으면 탈출 지점까지 갈 때 쓸 자동차 찾는 거나 좀 도와주지 그러나, 유진.”

        

       “물론이죠.”

        

        

        

        뭐라고 해야 하나. 지난 번에 했었을 때와는 진행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로건이 내민 손을 맞잡고 일어선 뒤, 암호 통신을 통해 컬럼비아급에 재차 말을 덧붙였다.

        

        

        

       “퇴각 지점까지 30분. 설마 보스턴까지 가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겠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답 대신 화면이 검어졌다.

        

        자동 컷신이 재생되며 미션이 클리어되었음을 알렸다.

        

        이 세계에 얽힌 비밀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얻기 위해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적이 가진 화기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아군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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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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