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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6

       화령의 방송을 보고 있던 하린은 이빨로 딱딱 소리를 내며 떨리는 다리로 도주하는 당소일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 사람 엄청 겁이 많네. 뭐가 무서워서 저러는 거야?

       

       화령님에게 수련까지 받는 사람이 저래서야 쓰나.

       

       하린이 당소일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령의 방송은 시종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되었으니까.

       

       화령의 방송은 일종의 가해자 시점이었다.

       

       그러니까 유령의 집에서 일을 하는 유령이 지금부터 저 사람을 놀래켜 볼게요! 라면서 다른 사람이 기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하면 적당하리라.

       

       예를 들어서 당소일을 괴롭히기 이전에 화령이 카비라는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은 이랬다.

       

       우선은 주변에 기척만을 내어 준다.

       

       발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곳에서 소리가 자꾸만 들려오게 되면 사람은 자연스레 겁을 먹는다.

       

       카비도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공포를 달래기 위해 시청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불안정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길 그만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안이 극에 달한 지점에서 카비가 들고 있는 횃불을 멀리서 꺼버린다.

       

       갑작스레 빛에서 어둠으로 쫓겨난 그녀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다급히 불을 붙였다.

       

       울상을 지은 채 여기 너무 무섭다 중얼거리며 고개를 든 카비가 보게 된 것은 기다란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린 화령의 모습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를 보게 된 카비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강제로 공포 게임에 참여하게 된 커비야 엉엉 울며 살려달라 빌었지만 그를 구경하는 입장에서 그녀가 두려워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맛있었다.

       

       몰래카메라라는 컨텐츠가 예나 지금이나 잘 먹히는 이유를 절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화령에게 강도 피해자라는 명분이 있어서 더더욱 그러했다.

       

       당소일을 쫓는 과정도 비슷했다.

       

       ‘잘 보거라. 내 지금 전음으로 저 녀석에게만 발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화령이 일부러 당소일에게만 발소리를 들려주자 당소일이 발을 멈췄다.

       

       처음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던 그였지만 그것이 반복되니 당황해선 시청자들과 무어라 무어라 그러다 계속 뒤편을 힐끗힐끗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것조차 파악하지 못하다니. 한심하구나. 한심해.’

       

       잔뜩 쫄아선 어찌할 줄 모르는 당소일과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화령의 모습 사이의 간극 속에서 시청자들이건 하린이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후의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겁에 질려 내달리는 것도. 카비를 흉내내는 화령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도.

       

       이후 거짓을 깨닫고 경악하는 것도.

       

       불이 꺼지기 무섭게 오들오들거리면서 강한 체를 하는 것도.

       

       화령의 방송에서 보면 일종의 콩트처럼 느껴졌다.

       

       으음. 이래서야 편집을 맛있게 못 하는데.

       

       상대방이 왜 저런 반응을 하는지 해설할 수 있어야 더 재밌단 말이야.

       

       잠시 화령님 방송 끄고 당소일님 시점으로 구경하러 갈까. 당분간은 더 가지고 놀 생각이신 것 같으니까.

       

       ‘씨발… 진짜 뭐냐고 대체.’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리는 눈. 달달 떨리는 이빨. 소중한 듯 꼬옥 쥐고 있는 횃불. 계속해서 무어라고 중얼대는 입.

       

       어디를 보더라도 겁에 질린 것이 분명한 당소일의 모습에 하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피스에서 1:1로 싸울 때면 언제나 강한 체를 하면서 있는 허세 없는 허세 다 부리던 인간이 쫄아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니.

       

       아. 어떡해. 너무 재밌어.

       

       나중에 만나면 이걸로 신나게 놀려야지.

       

       얼굴이 벌개져서 바락 화를 내다가 진짜로 정색할 때까지 놀려야지!

       

       흐헿. 흐헤헤헿. 상상만 해도 너무 꿀잼일 것 같아.

       

       처음에는 그런 상상을 하며 헤실거리던 하린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당소일의 심정을 이해하는 게 가능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시점에서 보는 화령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지금도 소리 들리잖아! 왜 안 들린다고 그래!’

       

       – 아니 진짜 안 난다고.

       – 버근가?

       – 얘 진짜 환청 듣는 거 아냐?

       

       ‘제발 장난 치지마. 나 진짜 무섭단 말야.’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

       

       ‘아 씨발! 왜 또 불이 꺼지냐아… 제발… 이러지 말자아아아.’

       

       이유도 없이 꺼지는 불.

       

       ‘젠장! 또 막다른 길이잖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길.

       

       ‘당소일님!’

       ‘소일아!’

       ‘당소일!’

       ‘시끄러워! 닥쳐! 닥치라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그랬다. 화령은 자신이 말했던 대로 이 곳을 공포게임 속 한 장면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랬으니 당소일을 놀릴 생각으로 가득하던 하린조차도 당소일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만나서 놀리지는 말자. 그건 한 번 죽은 사람을 처형대 위에 올리는 일이니까.

       

       그치만. 응. 마이튜브에 박제하는 건 괜찮겠지?

       

       어쩔 수 없잖아. 이걸 안 넣으면 뭘 넣으라고.

       

       당소일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뭣보다 당소일님 마이튜브에 비해서 화령님 마이튜브 조회수가 많은 걸.

       

       처음에는 부끄럽다가도 낙수효과를 한 번 받고 나면 수치스러움보다 현실적인 행복이 크다는 걸 느끼고 웃게 될 걸?

       

       자기 지인을 수치사 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 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편집자 선배인 한식에게 연락했다.

       

       기왕 할 거라면 제대로 편집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

       

       “당소일님?”

       

       자신을 쫓아오는 소리에게서 도망쳐 무작정 내달리던 당소일은 우연히 다른 사람과 마주하게 됐다.

       

       쓰레드 고인물 중 한 사람인 별뚝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 당소일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다가오지마.”

       

       걱정스러운 듯 별뚝이 내민 손을 당소일이 쳐내고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여태까지 화령에게 농락당한 그다.

       

       정체를 모를 괴물이 얼굴과 목소리를 바꾸고 다가올 수 있음을 아는 이상 우연히 만난 상대는 의심해 마땅했다.

       

       “예? 왜 그러시는.”

       “내가 묻는 거에나 대답해.”

       

       별뚝은 당소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눈을 끔뻑였지만 그래도 순순히 당소일이 시키는 것에 대답을 해주었다.

       

       플레이 타임이라거나 평소 방송을 할 때 쓰는 어투라거나 개인적으로 나눴던 이야기라거나.

       

       평소 별뚝이라는 사람과 친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여러 물음에 별뚝은 망설임없이 대답을 내놓았다.

       

       그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서야 당소일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 얼굴을 올려다봤다.

       

       “진짜 별뚝님이에요?”

       “그렇다니까요.”

       “흐아아앙!”

       

       같은 남자가 울며 매달리는 모습에 별뚝은 기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랬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간신히 진정이 된 당소일은 살짝 쉰 목소리로 별뚝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이 지하에 괴물이 살고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당소일과 다르게 최근까지도 쓰레드를 즐겼고 패치 노트도 모두 읽고 있는 별뚝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하에는 그 어떤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으니까.

       

       “진짜에요. 거짓말이 아니라고요!”

       

       당소일님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시는 거 보면 연기가 아닌 건 확실해.

       

       그렇다는 건 진짜로 이 지하에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고.

       

       여기에 몬스터가 튀어나오지 않는단 걸 생각해보면.

       

       “사람이겠죠.”

       

       자연스럽게 이 모든 일의 범인은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당소일을 집요하게 괴롭히면서 쫓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화령이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가 내놓은 대답은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는 명답이었다.

       

       이성적으로는.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허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고통을 받던 당소일에게 그 말은 헛소리라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겪은 현상을 눈 앞에서 듣지 못한 사람이 아무렇게나 내뱉는 무책임한 말 말이다.

       

       “얼굴을 바꾸고! 목소리를 바꾸면서! 서서히 저를 몰아넣는 그게 사람이라고요?!”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건 압니다. 그렇지만.”

       “시끄러워요! 별뚝님은 이걸 안 겪어봐서 몰라요! 저는… 저는 지금도 소리가 들린단 말이에요.”

       “소리요?”

       

       무슨 소리? 지금 이 미로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잖아요.

       

       별뚝이 그리 대답하자 당소일은 눈을 부릅 떴다가 이내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뒤에서. 점점 커져서. 이 길 전체를 울릴 정도가 되어서. 그런데 그 누구도 이 소리를 듣지 못해서어어!”

       “진정하세요! 당소일님! 이건 단지 게임일 뿐입니다! 무슨 버그라도 난 거겠죠!”

       “나도 버그면 좋겠어! 근데 이게 안 끝난단 말이야!”

       “너무 오래 하셔서 피곤하신 겁니다. 일단 재료고 뭐고 간에 로그아웃을 하신 다음에.”

       “그래. 로그아웃! 로그아웃을 하면 여기서 도망칠 수 있…”

       

       그 때였다.

       

       두 사람이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이 꺼진 것은.

       

       “이건?”

       “씨발! 또야?! 이번엔…”

       

       무덤덤하게 대처를 하는 별뚝에 반해 이런 일을 몇 번이가 겪은 당소일은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빨리 다시 횃불을 켜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당소일의 말을 별뚝이 흘려 듣던 중 갑작스레 당소일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줄어들었다거나,

       

       다른 소리로 대체되었다던가 한 게 아니었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꼭 누군가가 그의 목소리를 음소거한 것처럼.

       

       당혹스러움 속에서 별뚝이 다시금 불을 켰을 때 방금 전까지 그의 앞에 있던 당소일은 자취를 감춘 채였다.

       

       “뭔…”

       “끄아아아악!”

       

       저 멀리서 들려온 당소일의 비명소리에 별뚝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발을 움직였다.

       

       제기랄. 화령님. 취향이 너무 고약하신 것 아닙니까.

       

       저희가 먼저 공격을 한 건 맞지만 복수를 위해 이러실 필요까진 없잖아요.

       

       이를 악문 채 내달리던 그는 그였지만 방금 전까지 비명소리가 들린 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체도.

       

       시체에서 나왔을 가방도.

       

       가방에서 물건을 가져갔을 사람도.

       

       대신에 있는 것이 있었다.

       

       그는 발소리였다.

       

       뚜벅.

       

       뚜벅.

       

       미궁을 울리는 발소리.

       

       방금 전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발소리.

       

       당소일이 방금 전까지 들린다며 난리를 쳤던 발소리.

       

       별뚝은 그를 듣고서 눈동자를 떨다가 침을 삼키고는 부들대는 목소리로 시청자에게 물었다.

       

       “저기. 지금 발소리 들리십니까?”

       

       – ?

       – 뭔 발소리.

       – 무섭게 왜 이래.

       

       그 발소리는 오롯이 별뚝에게는 들리는 발소리였다.

       

       그를 깨달은 순간 별뚝은 한 가지를 고민했다.

       

       재료가 뭐고 나발이고 간에 가지고 있는 것 모두를 화령에게 돌려 준 후 대가리를 박으면 나 정도면 살려주지 않을까 하는 헛된 고민을 말이다.

       

       *

       

       “대체 뭘 하신 건가요?”

       

       보수가 진행 중인 성 앞에 모여 들어 석고대죄를 하는 별뚝 팀을 멍하니 바라보던 피피는 고갤 돌려 날 쳐다보더니 그리 물었다.

       

       “본인을 두려워하지 않은 게 괘씸하여 좀 괴롭혀 주었다.”

       “조금요?”

       “…좀 많이 괴롭히긴 했지.”

       

       아해들이 울며 두려워하는 걸 보고 있자니 조금 흥이 돋아서 말이다.

       

       살짝.

       

       아주 살짝 과하게 하긴 한 모양이구나.

       

       본인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시청자들이 발작을 하기 시작했지만 본인은 능숙하게 그를 무시했다.

       

       “그보다 피피. 저들이 가지고 온 것에 본인이 가지고 온 재료를 더하면 늑늑이의 샴푸를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만 조회수 돌파!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노력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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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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