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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7

     

    화창한 어느 날, 루크 숲의 숙소 근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한 숲지기들은 이전엔 찾아볼 수 없었던 구조물을 하나 발견했다.

     

     

    멋진 필체로 쓰여진 ‘직접 만든 힘이 나는 음료’라는 문구가 적힌 골판지를 잘라 만든 간판.

    간이 테이블 위에 보자기를 씌워서 만든 매대.

    그리고 그 위에 놓인 1000길이라고 쓰여진 바구니와, 일회용 종이컵, 이곳저곳을 장식한 꽃, 그리고 커다란 유리병에 담긴 갈색 빛의 액체와, 접시 위에 놓인 쿠키들.

     

    겉보기로 판단하면, 아마도 음료를 팔기 위한 가판대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가판대를 보는 사람은 다름아닌 루크였다.

    앞치마를 하고 머리를 묶은 모습이 썩 잘 어울렸다.

     

    “안녕! 루크야.”

    “그래, 안녕하신가!”

     

    인사를 건네자, 역시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돌려주는 루크는 역시나 루크 숲의 마스코트 같은 아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와는 달리 몸도 아주 건강해졌는지, 최근에는 많이 자라서 더 예뻐지기도 했다.

    그 모습만 봐도 힘이 나는 것 같아 숲지기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음료 판매? 혹시 용돈이 필요한 거니?”

     

    “맞다네. 내 최근에 돈이 필요해서 말이야…….”

     

    루크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루크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거리며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 즉슨, 연구할 것이 많아진 것은 좋은데, 자금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연구하기 시작한 안경만 해도 그렇다.

    자신이 지닌 마력시와 일반 가정집에 있는 칼이나 가위, 바늘 등으로는 더 이상 그 분석이 어려웠다.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만한 시설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아무리 모든 원소를 다룰 수 있는 5서클의 마법사라고 해도, 자신이 모르는 걸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마법으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제대로 동작할 지도 의문이다. 마법의 세계는 겉만 비슷하다고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과거의 마법사들에게 ‘깨달음’이라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았을 터다.

     

    루크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나씩 짚기 시작했다.

     

    “연구전용 지팡이, 고성능 컴퓨터, 정밀 세공기, 마나더스트 배양기, 미세 현미경, 정밀저울, 천체망원경, 천연수정 수정구, 그리고 23가지의 마석광물…….”

     

    이 모든 것을 컴퓨터에 입력해보니, 하나같이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네트워크에서 확인한 최저가조차 염치 불구하고 예르나에게 손을 벌리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 판매로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은 제외하고도.

     

    약 2800만 길 정도가 필요했다.

    완제품으로 구한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비싸겠지.

       

    헌데 이 것도 단지 안경을 고쳐서 마안의 성능을 내도록 설계하는 연구를 위해 필요로 하는 금액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아린세이아의 역천의 모래시계를 고쳐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나, 아공간에 대충 격리해둔 리치의 육체 연구비용, 각종 특수 영약의 제조비용 등을 더하면 정말로 까마득할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총 목표금액은 ‘13억 4398만길.’

     

    자신의 연구계획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을 추리고 추려서 만든 추산금이 그렇다.

     

    단순 노동으로는 닿을 수 없는 수치.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하루종일 연주를 한다고 해도 쉽게 벌 수 없는 돈이다.

    당장에 쏠쏠하기는 하지만, 루크는 자신이 연주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에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금액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니 말이다.

    어느 날은 평소보다 조금 연주하고도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했고, 어느 날은 꽤 오래 연주하고도 그리 대단치 못한 수익이 날 때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연주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어떤 연구행위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자신의 아공간, 그 왕성의 창고에는 값나가는 귀중품도 있었다.

    아마 5000년이라는 세월마저 간직한 보석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겠지.

     

    하지만, 잊혀져야 할 아린세이아에서 나온 귀중품을 그냥 가져다 팔아버릴 수는 없다.

    아린세이아와 함께 역사에서부터 ‘봉인’된 물건들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봉인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되면 결국 유폐되어 잊혀져있던 여신이 강림하며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이전처럼 세계를 ‘나태’로 억압하려 들지 않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에게는 여신의 강림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여신의 그릇일 뿐인 자신은, 진짜 여신의 강림을 버틸 수 없을 테니까.

     

    게다가, 레니에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팔고 싶지도 않았고.

     

    “……후우.”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연구 말고도 고민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 같았으니까.

     

    여신, 시가르마타, 그리고 흑마법을 사용해 아티팩트를 만드는 정체불명의 마법사…….

     

    이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해서도, 자신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돈을 번다…….’

       

     

    다시 테이블을 톡톡거리던 루크는, 이내 예전에 ‘세피로-02’ 마나 발전소에서 제라드 콜슨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루크 이거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야? 레시피 좀 알려주면 안돼?’

    ‘그럼 나중에 그 차는 상용화 좀 시켜줘. 사서 마시게.’

     

    과거 제라드의 컴퓨터로 메일을 보기 전 스치듯 나눴던 대화다.

     

    “그래, 상용화라…….”

     

    번뜩인 생각에 루크는 손가락을 튕기며 미소지었다.

     

    아린세이아 밖으로 반입할 수 없는 귀중품과는 달리, 넓은 곡창지대의 공간을 사용할 뿐인 찻잎 농사는 지을 수 있었다.

    노동력은 고장난 리빙아머를 고쳐서 사용하면 충분할 테고, 레시피를 대량생산에 적합하도록 잘 조정하면 충분히 상품으로서 가치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은 잘 가져다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기만 하면 된다.

       

    최종적으로, 루크의 목표는 ‘자신이 일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 음료는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주게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자신은 그저 앉아서 연구만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차를 만드는 건 만드는 거라고 쳐도, 그것으로 소득을 많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루크는 지식을 탐구하여 아이디어를 내는 마법사였지, 그것을 팔아 돈을 만드는 상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유통이나 사업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가만.”

    그렇다면 시루드의 어머니인 세레나가 운영하는 거대한 상점, 백화점은 어떨까?

    그곳에 진열할 수만 있게 된다면, 자신은 돈을 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런 환경이라면 자신이 나가서 팔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사갈테니 가게를 볼 필요도 없다. 

    차의 품질에는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루크는 곧장 안경을 치워두고 차 레시피를 개량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루크 이루시라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루크는 퇴근한 다이튼에게 다가가 물었다.

     

    “다이튼, 내일은 나도 루크 숲에 데려다 주겠나?”

    “내일? 뭐, 나야 상관 없지만, 공부인지 연구인지 할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야.”

    “뭐어……. 그래?”

     

    루크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일이라니,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

    회상을 마친 루크는 다시 숲지기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래서, 한 컵 구매할텐가? 마시게되면 오늘 하루동안 굉장히 힘이 날 거라네. 한 컵에 1000길로 판매하고 있지.”

    이것은 상품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

    루크 숲의 숲지기들은 자신과 일면식도 있었던 데다가, 수도 꽤 많았다.

    게다가 목이 마르고 피곤한 인원도 많은 숲지기라는 직업 특성상, 더 많고 다양한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당장에는 작은 가판대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다 원대한 계획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으음.”

     

    그리고 숲지기도 루크가 말한 차에는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과연, 오늘 하루 힘을 내는 한 컵에 1000길이라!

    판매하는 음료만 바뀌었지, 아이들이 집 앞에서 레모네이드 판매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저 기대하는 듯 한 눈빛을 거절할 수도 없고 말이다.

     

    숲지기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랑 이 친구 것까지 한잔 줄래?”

     

    그가 2000길을 주머니에서 꺼내 바구니 위에 넣으며 말했다.

    그러자 루크는 굉장히 명랑한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종이컵에 차를 따라주었다.

     

    “알겠네! 여기, 뜨거우니 천천히 불어서 마시게. 아, 그리고 가능하면 마시고 나서 감상도 들려줬으면 좋겠네.”

     

    감상을 들려 달라니, 꽤나 귀여운 요구가 아닌가?

    루크의 의도는 더 정확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기 위함이었지만, 숲지기들에게 그건 그저 칭찬을 받기 위한 일종의 어필처럼 보였다.

    두 숲지기는 종이컵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해야지.’

     

    “고마워! 잘 마실게!”

     

    그렇게 숲지기가 감상을 들려주기 위해 루크의 차를 받자마자 호롭, 하고 들이킨 순간.

     

    그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와! 정말 맛있는데, 이거? 향도 엄청 좋고…….”

    “그러네? 따듯한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청 피곤했는데…….”

    “어, 그거 너도 느꼈어?”

     

    그렇게 숲지기가 서로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사이, 루크는 슬쩍 제안했다.

     

    “차 맛이 좋았다면, 지금 그 차랑 어울리는 쿠키도 있다네. 어떤가?”

     

    일종의 취미나 다름없는 거였다만, 잡화점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던 루크다.

    사업을 할 줄은 몰라도, 소소하게 추가로 돈을 버는 법 정도는 알았다.

     

    차를 마시면 심리상 쿠키도 먹고 싶어진다.

    그건 간단한 이치니까.

     

    “좋아! 그것도 하나 줘!”

    “나도 하나만! 얼마야?”

     

    루크는 그들에게 쿠키를 하나씩 건네며 웃었다.

     

    “자, 여기 있네. 돈은 받지 않을테니, 내가 여기에서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고 다른 숲지기들한테 말 좀 해주게.”

     

    많은 표본이 있으면 더 많은 참고가 될 테니까.

     

    “정말이니?”

    “아, 이런건 물론 소문 내 줘야지!”

     

    그리고 그들은 루크의 부탁대로 해 주었다.

     

     

    그 날, 루크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팔려나가는 물량에 당황했다.

    다들 엄청 맛있다고만 할 뿐이라 추가적인 개량에 별 도움은 안되었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이루시는 돈이 필요해요….
    이런 마법사들은 연구할 시간도 없어요.
    그들은 순간의 발상으로 많은 돈벌이를 원합니다.
    [음료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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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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