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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7

       *** ***

         

       야바위의 승부에서는 최선을 다해 수를 내며 승부에 임했다.

         

       현경급의 고수가 내 의도 자체를 읽어낸다는 사실은 운종 선사님을 통해 깨달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말 의도를 머릿속에 그리지 않고 야바위를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무아의 경지라는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그 경지를 구현해 낼 수는 없었으니 그 의도를 알 수 없도록 수많은 기술과 변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좌, 중, 우 만 머릿속에 들어 있으면 족할 야바위를 펼치며 손과 머리로 우주를 그렸으니 말 다했지.

         

       사조의 순번일 때는 사조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사조의 첫 번째 순서에서도 나름 선방했다.

         

       그리고 내 순번에 이어진 사조의 심리전도 잘 받아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로 이어진 사조의 순번에서 맥없이 패배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사조에게 ‘주도권’을 내주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나 자신이 또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아 나는 또 [실수]를 하고 말았구나.

         

       용지맹이라는 자를 배제하여 정철이 일행의 뒤를 밟았듯 또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실수를 했다 여기고 있었다.

         

       “너는 나를 만난 이래 아주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구나.”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들었고 사조와 시선을 마주쳤다.

         

       특수한 기공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음에도 분명히 눈을 마주쳤다 느꼈다. 그런 사조의 보이지 않는 눈을 마주하며 나는 산을, 바다를, 하늘을 보았다.

         

       사조가 이토록 거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도 사조가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깨달았다.

         

       사조가 숨기고자 했다면 나는 영원히 사조의 진면목을 꿰어 볼 수 없었겠지.

         

       사조는…나보다 거대한 사람이었다.

         

       사조의 진면목을 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조의 진면목을 깨닫지 못한 내가 내기가 시작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사조를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상대를 보는 법을 잊고 있었으니까.

         

       상대가 누구라도 절대로 나의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 있었으니까.

         

       그저 실수를 범했을 뿐이니 주도권만 뺏어 오면 필승이라고 착각하며 그저 그렇게 다시 판을 벌이고 오만으로 벌어진 다른 실수로 인해 패배했겠지.

         

       사조의 질타는 계속되었다.

         

       “너는 정철이라는 자와 싸우고 졌다. 너만 졌느냐? 일행 모두의 목숨이 위태로웠고 너는 땅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일행의 죽음을 바라볼 뻔했으며,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

         

       그건 정말이지 가슴을 후벼 파는 말들이었다.

         

       “나는 네가 강자와 약자의 싸움이 어떠한 것인지 깨달았으리라 여겼다. 그리고 내가 너를 영원히 보호해주지 못함을 알고 있으리라고 여겼고 그러니 정철이라는 자와 다시 마주할 때를 철저하게 대비하리라 생각했다.”

         

       나는 정철을 충분히 옭아맸다고 생각했다. 사도련을 흔들면 정철은 그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정철은 용지맹이라는 자를 자신의 편으로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고 결국 내 앞에 나타나 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폭렬와에 맞아 쓰러져 있는 순간에도 그저 정철이 내 앞에 있는 것을 내 ‘실수’라 여겼다.

         

       “그러나 오늘의 너를 보니 네가 정철이라는 자를 마주한 이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너는 여전히 약자가 강자에게 도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알량한 재주만을 믿고 교만하게 구는 것을 고치지 못했구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해져 있었고.

         

       누군가가 나의 예상을 벗어나 나의 허를 찌르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으니까.

         

       내가 용지맹이라는 인물을 철저하게 수습했을지라도 나와 일행은 언젠가 그때와 비슷한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오만을 깨닫지 못한 채, 사도련을 견제한다고 이런저런 행동을 하다가 어느 누군가에게 역풍을 맞았겠지.

         

       입으로야 나 자신을 약자라 칭했지만, 가슴으로는 나 자신이 약자임을 잊어버리고 있었으니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지 않았을까.

         

       “이래서야 백 년이 지나도 너는 네 일행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고 정철이라는 자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사조의 말에 나는 그저 주먹을 말아쥘 수밖에 없었다.

         

       사조가 나를 깨우쳐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가 품고 있던 오만을 깨트릴 수 있었을까.

         

       그저 실수했다고 여기며, 운이 없었다고, 방심했다고 되뇌이며 같은 행동을 반복했을 터였다.

         

       ….만약 그것을 내가 스스로 깨달았다면.

         

       넝마가 되도록 실패에 실패를 반복한 뒤였을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손에 힘이 더해졌다.

         

       사조의 말이 맞았다. 나는 백 년이 지나도 스스로 나의 교만함을 깨우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일행들은 번번이 내 실수에 휘말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는지 손아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귀에 힘을 풀 수가 없었다.

         

       손아귀에 힘이라도 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나 자신을 향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렇게 나 자신을 향한 분노에 잠식되어 가고 있을 때 사조의 목소리가 내 머리를 일깨웠다.

         

       “찬밥이나 주워 먹고 바로 나오거라. 오후 수련을 시작할 것이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망설임 없이 뒷짐을 지고 저택 바깥으로 나서는 사조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이라면.

         

       나의 오만을 깨부숴준 이 사람이라면 나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

         

       나는 사조의 수련에 내 모든 것을 걸고 임하기로 결심했다.

         

       *** ***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허허허허.”

         

       “우우…노야,”

         

       흑묘는 불명이 연신 웃음을 흘리며 혁기린의 뺨을 쓰다듬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세월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아뱌위 내기가 끝난 직후, 일행과 불명 사이에는 살짝 감정의 골이 생겼다. 불명이 너무 심하게 호천안을 다룬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호 낭인님이 알량한 재주만 믿고 교만하다니요!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내 어르신께 호 낭인님의 업적을 고해 오해를 풀겠습니다!’

         

       일행 중에서도 불명의 행동에 특히 화를 내던 혁기린이었지만.

         

       “노야! 제 볼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허허허허허. 미안하구나.”

         

       지금은 불명을 노야라 부르며 거의 조손지간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불명의 방식이 좀 거칠기는 하나 결국에는 호천안을 위한 행동임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설거지 수고했다. 쌀튀김이라도 좀 먹으면서 쉬려무나.”

         

       “감사합니다. 어르신.”

         

       흑묘는 완전히 검게 물든 머리를 정돈하며 평상에 엉덩이를 붙였다.

         

       오랜 기간 이 진법 안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호천안이 독박을 썼던 집안일도 이제는 일행이 자연스럽게 분담해 처리하고 있다는 것 역시 그런 많은 변화 중 하나였다.

         

       흑묘는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쌀튀김을 입에 넣었다. 입에 넣을 때는 고소함이 코를 간질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질리지 않는 단맛이 우러나오는 것이 언제나와 같이 고급지고 대단한 맛이었다.

         

       흑묘가 쌀튀김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흑묘는 아무래도 객잔에서 식사를 하기가 어려웠다. 객잔에 앉아 있으면 태음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비에 걸리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러니 보존식 아니면 길거리에서 파는 간단한 간식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서 식사 대용으로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쌀튀김이었다.

         

       곡물을 기름에 튀긴 것이니 영양도 적절하고 설탕이나 꿀 등에 절여진 끈적한 간식과 달리 보관도 용이했다. 거기에 단순한 요리니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최소한의 맛이 보장되기도 했고.

         

       그렇게 쌀튀김을 즐겨 먹다보니 습관처럼 찾게 되었달까.

         

       ‘이곳에서 나가면 쌀튀김도 졸업할지도 모르겠네.’

         

       흑묘는 쓴웃음을 지으며 쌀튀김을 입에 넣었다. 오랜 기간 불명이 해 준 천상의 쌀튀김에 익숙해졌으니 어디 시장에서 파는 일반 쌀튀김이 입에 맞겠는가.

         

       이제는 딱히 쌀튀김을 쟁여 놓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 여느 간식과 마찬가지로 기회가 되면 우연히 즐기게 되겠지.

         

       “이제 시간 지났습니다!”

         

       “으응? 벌써 말이냐? 혹여 착각…”

         

       “확실합니다. 얼른 수련이나 도와주시지요!”

         

       “쩝. 알았다.”

         

       은근슬쩍 혁기린의 뺨을 계속 주무르려던 불명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흑묘는 익숙한 듯이 쌀튀김 하나를 혁기린에게 던졌다.

         

       “흐읍!”

         

       혁기린이 기합성과 함께 손을 뻗었고 포물선 궤적을 그리던 쌀튀김이 그대로 허공에 멈추었다.

         

       허공섭물!

         

       “차하아압!”

         

       혁기린이 얼굴까지 붉게 물들이며 허공에 있던 쌀튀김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끌어 들이고자 용을 썼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던 쌀튀김은 혁기린의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끄으응…”

         

       이립도 되지 않은 자가 미숙하나마 허공섭물을 펼쳤다!

         

       온 무림이 발칵 뒤집히고도 남을 재주를 성공시켰지만 혁기린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고 불명은 허허 웃으며 그런 혁기린을 달랬다.

         

       “조급해하지 말거라. 아직 화경에 입문했다고 하기에는 한 발자국 부족하니 말이다. 이기의 묘리를 온전히 다루지 못함은 당연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니 답답하군요.”

         

       “허허, 이립도 되지 않은 나이에 화경을 목전에 두고 있으면서 무엇이 이리 급할꼬. 지금도 잘 하고 있으니 그저 이대로만 세월을 쌓아 올리면 된단다.”

         

       “하오나…”

         

       불명이 투덜거리는 혁기린의 입에 당과를 물렸다. 혁기린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불명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당과를 오물오물 씹었다.

         

       흑묘가 두 사람의 투닥거림을 지켜보는 사이에 나타난 당소열이 지게를 집어 던지고는 흑묘의 옆에 벌렁 드러누웠다.

         

       “에구구구구구…”

         

       “장작 운반 수고하셨어요.”

         

       “에잉, 본래 장작은 그 녀석 담당인데. 왜 나만 고생이지.”

         

       당소열이 평상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자연스럽게 혁기린의 옆자리로 이동해 스르륵 손을 뻗었다.

         

       당소열의 손이 노리는 것은 혁기린의 뺨이었다.

         

       탁!

         

       그리고 그런 당소열의 손은 공중에서 격추되었다. 당소열은 자신의 손을 쳐낸 불명을 향해 투덜거렸다.

         

       “아니 왜 혁기린의 뺨을 어르신이 지켜주시고 그러십니까.”

         

       “어허, 누구는 수련을 봐 준다고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만지거늘 어디서 무임승차를 하려고 하느냐.”

         

       “치사하네, 진짜.”

         

       “…왜 제 뺨을 두고 두 분께서 다투시는 겁니까!”

         

       흑묘는 세 사람의 투닥거림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자리를 피했다. 평상을 떠나 살짝 걷고 있자니 활짝 열린 대문으로 초식을 주고 받는 두 여자가 보였다.

         

       촤라라락!

         

       그야말로 살아있는 뱀이 꿈틀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여일예를 압박해가는 당도연의 채찍과 그런 채찍을 내공이 아닌 검기술에 의지해 받아치고 있는 여일예.

         

       진법 속에서 오직 무공만 갈고 닦은 두 사람은 진법에 들어오기 전에 비해 훨씬 진일보한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흑묘는 그런 당도연과 여일예의 비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동굴 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호천안이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빠져 있었다.

         

       ‘선배’

         

       그런 호천안을 바라보는 흑묘의 시선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벌써 3일째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명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공의 깨달음은 유독 길군요.”

         

       어느새 비무를 마친 여일예가 흑묘의 곁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으음…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경을 깨우칠 때도 제법 오래 걸렸죠.”

         

       “검기를 깨우치실 때도 그랬죠. 은공은 참으로 사람 기다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신 분입니다.”

         

       “후후.”

         

       흑묘와 여일예는 서로를 마주보며 작게 웃었다.

         

       “그럼 이번에는 내기라도 해볼까요? 선배가 언제 일어나는지 말이에요.”

         

       “오, 나쁘지 않군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당도연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두 분의 내기는 다음 기회에 해야 할 것 같군요.”

         

       당도연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두 사람은 그 말뜻을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3일간의 명상을 마친 호천안이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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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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