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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7

       “아니. 이걸 어떻게 벌써 다.”

       

       연금술사는 내가 이 물건들을 하루도 걸리지 않고 모아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멍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늘어진 물건들을 보던 녀석은 이내 하나하나 그것들이 진짜인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다만 저 모든 것은 진품이었다. 내가 직접 때려잡아 모은 것인데 어찌 가짜가 섞여 있을까.

       

       연금술사는 하나를 확인하고 감탄하기를 반복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더니 너무도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평생을 살아도 하나 보기 힘든 물건들이 이 자리에 모여 있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어.”

       “무슨 헛소리냐. 샴푸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그대는 진짜 이런 귀품들로 샴푸 따위를 만들 생각인가? 이것들이라면 더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언급했지만 그 중에 그 어떤 것도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이 이야기한 것은 대부분 내 손으로도 이룰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왜 그런 일을 하는 데에 도구의 힘을 빌려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구나.

       

       그보다는 늑늑이의 털을 말끔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은가.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연금술사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 진짜 미친년처럼 보네.

       – 엌ㅋㅋㅋㅋ

       – 다이아몬드 원석 들고 와서 개목걸이 만들어달라는 느낌인가?

       – 그리고 나서 이걸로 장식품 만들라 그러니까 난 그런 거 없이도 아름다운데 왜 그래야 하냐 그러는 거임.

       – 찐 미친년이네.

       

       모아온 물건들로 무얼 만들지는 결국 의뢰자인 내가 결정내리는 것이었다.

       

       “만들라그러면 만들어 와라. 네 놈의 입에서 제발 만들게 해달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꼴을 보고 싶으냐?”

       

       연금술사놈이 만류하는 것이 짜증나서 반쯤 협박하듯 이야기를 했더니 그제야 연금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싶단 얼굴로 샴푸를 만들어오겠다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불안해 보였다.

       

       “혹여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재료를 가지고 도주한다면.”

       “내가 그럴 것 같으냐?! 연금술사에겐 연금술사의 자존심이 있다!”

       

       그런 내 걱정을 받은 연금술사는 모함에 잔뜩 성이 나서 고함을 내지르더니 발소리를 쿵쿵 내며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안에서 여러 우당탕거리는 소리를 낸 후에 돌아온 연금술사는 내 앞에 분홍빛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내려놓았다.

       

       “숲의 지배자의 마법저항을 뚫을 샴푸다. 적당한 강물에 던져 넣어서 씻긴 후에 이걸로 거품을 낸 다음 세 번에 걸쳐 씻어내면 된다.”

       “효과는 확실하겠지?”

       “당연!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흐음. 이걸로 씻기면 된다 그거지? 늑늑이의 덩치가 덩치라 녀석을 씻기는 것도 일이겠군.

       

       그래도 그 녀석의 털이 보송보송 보들보들해질 수 있다면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지.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탈 때에 느낄 그 촉감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수고했다. 여기 의뢰비다.”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준 보답으로 금화를 내밀었지만 녀석은 그를 순수히 받지 않았다.

       

       무어냐. 어째서 받지 않는 것이지?

       

       “저기. 그러니까. 이 샴푸를 만들어 내는 데 대부분을 쓰긴 했지만 재료가 조금 남기는 했거든.”

       

       연금술사는 우물쭈물거리면서 자기 사정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놈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녀석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남은 재료들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다?”

       “내가 그런 파렴치한 녀석으로 보이는가!”

       

       흥? 당연히 그런 부탁이라 생각했다만. 어차피 이제 그 물건들은 본인에게 무가치한 것이라 줄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고.

       

       “물론 그것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럼.”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써먹진 않을 것이다! 그 부산물을 그대에게 제공하마!”

       “…필요 없는데?”

       

       그대가 무슨 물건을 만들 생각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어떤 것도 본인에게는 짐 덩어리일 따름이다.

       

       그 어떤 물건도 본인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잖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대는 자신의 손으로 산을 부술 수 있는가?!”

       “가능하지.”

       

       얼마 전에도 한 번 하고 오는 길이다.

       

       “용의 비늘을 꿰뚫을 수 있는가!”

       “물론.”

       

       검으로 베는 거야 별 일 아니고 혈도를 폭주시킨다면이야 손으로 박살내는 것도 간단하지.

       

       “물 위를 걸을 수 있는가!”

       “된다니까.”

       

       그건 참으로 쉽지.

       

       “하늘을 날 수 있는가!”

       “그래. 된대도.”

       

       본인을 허공답보조차 하지 못하는 하수로 보이느냐? 이래 뵈도 가뿐히 천하제일인이라 불릴 수 있는 몸이다.

       

       “거짓말마라! 그걸 다 할 수 있는 게 인간일 리가 없다! 네 놈은 유희를 나온 드래곤이기라도 한 것이냐!”

       

       – ㅋㅋㅋㅋ

       – 근데 진짜 거짓말 아닌데.

       – 갈! 감히 화령님을 드래곤 따위랑 비교 하다니! 무엄하다!

       – 그치. 화령하고 비교하면 드래곤은 별 거 아니지.

       – 드래곤 그거 대충 베면 죽는 잡몹 아닌가?

       

       소리를 치는 연금술사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샜다.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대가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다 본인의 경지로 이룰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니라.

       

       “쓰잘데기 없는 걸 줄 바에야 그냥 네가 다 가져가라. 본인에겐 필요가 없으니.”

       “그럴 수 없다니까!”

       

       왜 이리 고집이 강한 것이냐. 준다면 그냥 받아라.

       

       자꾸 본인을 성가시게 한다면 네 놈의 목을 쳐서 기절시키고 소매에 집어넣고서 떠나갈 수밖에 없으니까.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걸 실행할까 생각하던 중 좋은 생각이 났다.

       

       보통 연금술사라는 족속들은 손재주가 좋지 않던가? 적어도 본인이 얼핏 들은 바에 따르면 그랬던 것 같은데.

       

       “이봐. 자네 물건 만드는 건 잘하나?”

       “물론이지! 연금술사의 기본은 스스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그럼 말이야. 내가 설계도를 준다면 그럴 듯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나?”

       “응? 가능하지. 설계가 엄청 괴상하지 않다면이야.”

       “좋아. 거래를 하자고. 내가 모아 온 물건들을 그대에게 건네주는 대신에 그대는 내게 한 물건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곰방대가 손에 들어오는 구나.

       

       *

       

       곰방대라는 물건의 설계와 용도를 이야기해 주었더니 연금술사는 너무 단순한 물건을 부탁한다며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내 요구를 거절하진 않았다. 내가 가지고 온 여러 물건의 부산물이 그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순순히 곰방대를 만들어주는 대신 그 곳에 이런저런 장치들을 박아 넣었다. 단순한 곰방대를 만드는 걸로는 자신이 만족할 수 없다면서.

       

       “우선은 담뱃잎을 넣으면 자동으로 불을 붙여주는 장치랑…”

       

       대충 본인이 이해한 바에 따르면 곰방대에 포함된 기능은 자동으로 불을 붙여주는 것.

       

       때가 타지 않게 항시 청결을 유지하는 것.

       

       담배 냄새가 배기지 않도록 자연스레 환기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부가적인 기능이 존재했다.

       

       본인으로써는 무척이나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곰방대를 피울 때에 존재하던 여러 귀찮은 점들을 모두 다 해결해주는 마법 같은 물건이니까. 실제로 마법이 부여되어 있기도 하고.

       

       연금술사는 그걸로도 모자라 본인에게 질이 좋은 담뱃잎까지 쥐어주고 나서야 만족했다는 듯 나를 보내 주었다.

       

       그 후 녀석의 거처에서 빠져나와 늑늑이에게 올라탄 나는 흔들리는 등 위에서 곰방대를 꺼내 들었다.

       

       어디 보자. 우선 곰방대에 담뱃잎을 넣고 나서 그를 입에 문후에 끝을 살짝 두드리면.

       

       “오오.”

       

       담배에 불이 붙었다. 그를 입에 물고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리자 입 안에 연한 향이 남았다.

       

       좋군.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야.

       

       – 지금 쓰레드 들어와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데?

       – 이래서 골초는…

       – 담배피는 강한 여자. 헤으응.

       

       내 뒤로 흘러가는 연기를 구경하고 있자니 어느새 늑늑이를 씻기기 위한 강에 도착하긴 했다만. 음.

       

       “강물의 폭이 너무 좁구나.”

       

       내가 데리고 다니는 것이 어지간한 짐승이었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허나 늑늑이는 어지간하다라는 단어와는 저만치 떨어져 있는 녀석인지라 이걸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랄 듯싶어.

       

       “늑늑아. 아래로 내려가면서 살펴보자꾸나.”

       “왕!”

       

       허허. 울부짖는 것이 우렁차구나. 네놈도 폭신폭신 보슬보슬한 늑대가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냐?

       

       강줄기를 따라 아래로 향하고 있자니 이런저런 사람들과 마주하게 됐다.

       

       대개의 사람들은 늑늑이의 모습을 보자마자 저만치 멀리로 도주했고, 설령 늑늑이를 사냥할 마음을 먹더라도 본인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는 살려달라 빌려 떠나갔다.

       

       그러다 보니 본인은 그 어떤 전투도 거치지 않을 수 있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은 사람들 안 털어요?]

       

       “빼앗을 이유가 없어서 말이다.”

       

       피피가 이야기를 하길 지난 번 별뚝 측에서 가져다 준 것이면 이틀 동안은 자원을 캘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러니 굳이 나약한 자들을 괴롭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이 분 약탈 즐기는 거 아니었음?

       –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 자비롭다니. 천마답지 않아.

       

       “대체 네놈들 마음 속의 천마란 어떤 존재인 것이냐.”

       

       천마란 만마의 지배자이자 억압하는 하늘을 부수는 자다. 어디 도적 떼의 수장이나 천인공노할 범죄자가 아니란 말이다.

       

       물론 본인의 생애에서 후자의 비율이 높기는 했으나 그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생일뿐이다.

       

       천마의 생은 범죄와 관련이 없다! 아마도!

       

       대충 이런 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보았지만 시청자들은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한다며 비웃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놈탱이들 같으니라고.

       

       “이쯤되면 늑늑이를 씻기기에 충분하겠군.”

       

       늑늑이의 등 위에서 내린 나는 손가락으로 강을 가리켰다.

       

       “입수.”

       

       허나 늑늑이는 물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망설였다.

       

       무어냐. 물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야? 네 놈이 고양이과더냐?

       

       “입수.”

       

       들어가라.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집어 넣어줄 테니.

       

       늑늑이는 본인과 물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눈을 꾹 감고는 물 안으로 몸을 집어 던졌다. 물의 공포와 본인의 공포 중에서 본인의 공포가 더 커다랬던 것이다.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튀겼지만 그 어떤 것도 본인에게 닿지 못했다. 그 정도야 가뿐히 피할 수 있으니까.

       

       늑늑이는 털이 젖은 채로 내 눈치를 봤다. 당장에라도 나오고 싶다는 듯.

       

       “적어도 2분은 뒹굴고 있거라.”

       “끼잉…”

       “끼잉은 무슨 끼잉이냐. 투정부리지 마라. 다 널 위한 것이다.”

       

       *

       

       “자. 다들 모였죠?”

       

       배민황이 그리 이야기를 하며 좌중을 둘러보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쓰레드에서 하나의 팀을 이끄는 이들이었다.

       

       본래라면 서로를 약탈하고 사냥하고 적대해야 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압도적이며 절대적인데다 그들을 위협하는 재앙을 상대하기 위해서.

       

       “쓰레드 스트리머 서버 ‘제 1차 화령님 레이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은 화령에게 굴복하는 대신 화령을 쓰러트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버 레이드가 시작됩니다.

    보스의 이름은 화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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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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