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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7

   “지금 웃을 때야!”

     

   그런 두 사람을 다그친 것은 바이오렌이였다.

     

   그녀는 화가 가득한 얼굴로 둘을 노려보더니 이내 거의 다 부서져 가는 결계를 살폈다.

     

   “이대로라면 엄마가 쳐둔 결계의 공간 사이에 영원히 갇히게 생겼다고!”

     

   확실히 지금은 마냥 웃을 때가 아니었다.

   크라슈는 웃음을 거두고, 바이오렌을 돌아봤다.

     

   “바이오렌, 힘은 회수했냐.”

   “……아슬하게 어떻게든. 하지만 절반뿐이야.”

     

   바이오렌은 여러 고난을 겪고, 이제는 완전히 지워져 버린 버드나무를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절반의 힘은.’

     

   지옥선녀가 가져간 버드나무 나뭇가지에 담겨 있다는 소리인가.

     

   크라슈는 혀를 찼다.

   이쪽도 만반의 준비를 해왔건만, 익시온 쪽도 마찬가지로 준비를 해왔었다.

     

   ‘지옥선녀는 힘을 빼앗는 쪽이었나.’

     

   기어코, 절반의 힘을 가져간 게 그 증거였다.

     

   “그거면 됐어.”

     

   크라슈는 우선, 뒷일은 묻어 두기로 했다.

   지금은 당장 급한 걸 해결 하는 게 우선이었다.

     

   “바이오렌, 이 결계 나갈 수 있겠냐?”

   “……안 그래도 아까부터 하려고 하고 있었어. 그런데.”

     

   대답하는 바이오렌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이상해. 내 결계술이 제대로 발동을 하지가 않아. 자꾸 힘을 쓰려하면 무력화되는 느낌이야.”

     

   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결계사의 결계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결계술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까와 달라진 점.

   그건 한 개밖에 없었다.

     

   “설마 조금 전에 흡수한 기문 때문 아니야?”

     

   바이오렌의 고유 특성 기문.

     

   절반뿐이라고 하더라도 바이오렌의 특성은 세계 침식이 지닌 힘 자체를 안정화하고 있었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바이오렌의 결계술 발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바이오렌은 이 특성이 있는 채 결계술을 발동시켜 본 적이 없다.

   능력의 기초 사용 방식이 달라지니, 그것이 도리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아.”

     

   바이오렌도 거기에 생각이 닿은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즉, 그녀는 한동안 결계술의 방법을 다시 쌓아 올려야 제대로 결계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파각!

     

   바이오렌이 점점 더 급격히 깨져 가고 있는 결계를 다급히 보았다.

   이래서는 결계의 균열을 막을 수가 없다.

     

   그녀의 눈에 초조함이 서린 순간 크라슈가 입을 열었다.

     

   “바이오렌, 그거 내가 받아 가도 되겠냐.”

     

   다음 말을 듣고, 바이오렌이 의아한 표정으로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그때, 내가 네 몸에 쳐졌던 결계를 받아 간 거 기억하지.”

     

   바이오렌이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그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바이오렌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크라슈, 네가 그걸 받아 가면.”

     

   익시온이 가져간 바이오렌의 특성은 절반뿐이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바이오렌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지만, 만약 부족하다면 다시금 빼앗으러 올 것이다.

     

   그러한 특성을 크라슈가 받아 간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지만 익시온은 더욱더 크라슈를 집중적으로 노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크라슈에게 큰 짐을 안겨 주는 게 되는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오렌을 바라보았다.

     

   “난 원래도 익시온 놈들에게는 최우선으로 노려야 할 대상이야.”

     

   하물며 이번에는 그들에게 확고한 위험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익시온은 정말 앞으로 죽자고 덤벼들 테지.

     

   거기에 조금 더 짐이 얹어지는 걸로 문제 될 거 없었다.

     

   “맡겨봐. 내가 그놈들에게 당할 일은 기필코 없으니까.”

   “…….”

     

   크라슈를 조용히 바라보던 바이오렌은 이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이내 그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하니 때렸다.

     

   아프다.

     

   “……가져가. 망할 놈아.”

     

   크라슈가 입에 미소를 그렸다.

   그거면 됐다.

     

   크라슈의 손아귀에 블랙 후드의 빛이 터져 나왔다.

     

   [ 대상 ‘바이오렌 제블람’ ]

     

   곧이어 바이오렌이 지니고 있던 그녀의 고유 특성이 크라슈에게 넘어왔다.

     

   바이오렌의 특성은 넘어오자마자 크라슈의 몸 깊숙하게 흡수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방금까지 날뛰던 열기가 차츰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열기의 바탕은 세계 침식과 아우라다.

   그러한 열기의 폭주조차 바이오렌의 특성은 안정화하는 것이었다.

     

   ‘이거라면.’

     

   유리 대포라 한들 한 발만 쏘고, 부서지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뜻밖의 성과였다.

   동시에 익시온이 왜 죽자고 덤벼들며 바이오렌의 특성을 원했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이거라면 세계 침식의 신을 창조하는 데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역시 절반도 빼앗겨서는 안 되었는데.’

     

   크라슈는 아쉬운 기분을 느끼면서도 바이오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조용히 한차례 숨을 내뱉더니 푸른색의 눈을 선명히 빛냈다.

     

   “준비해.”

     

   그녀가 손을 듦에 따라 사방에 결계술의 진이 겹쳐가며 그려졌다.

     

   “빠져나갈 테니까.”

     

   결계술의 대가가 힘쓸 시간이었다.

     

     

   * * *

     

     

   천상사강

   패황

   글라이시스 락테아

     

   그녀를 일컫는 말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세계 침식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미친년.

   세계 침식자를 가장 증오하는 자.

   천상사강 중 가장 오래 산 노괴 등.

     

   여러 가지 악명으로 불리고 있는 그녀에게 좋은 수식언은 딱히 붙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녀는 세계 침식자를 상대로는 절대 꺾이지 않는다.

     

   “후우.”

     

   기다랗게 숨을 내쉰 글라이시스의 발아래에서 새까만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그녀의 목에 새겨진 얕은 상처를 따라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곳은 본래 방금까지 산이 있던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 산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궤멸 되어 있었다.

     

   운석이 떨어져 산을 통째로 지워버렸다고 해도 이해할 만큼.

   땅은 황무지가 되어 있었고, 초목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앞에 근육질의 팔을 여실히 드러낸 한 남자가 킁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따라 흐른 코피가 바닥에 몇 방울 흩뿌려졌다.

     

   한 대 타격을 허용한 탓에 붉은색으로 물든 콧등을 손으로 짓누른 이는 몸이 온통 백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

   거기에 아래로 늘어질 정도로 커다란 두 귀는 그가 인간이 아님을 가리켰다.

     

   야수왕

   베르도

     

   세계 침식자 중 단순 파괴력 하나만큼은 최강이라 일컫는 백원족의 사내.

   그의 몸에서 스파크를 튀며 터져 나오는 백색의 번개는 그가 지닌 힘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고작해야 단둘이서 산 하나를 초토화시켜 버린 둘은 조용히 노려보고 있었다.

     

   산을 이 꼴로 만들었음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직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베르도도 글라이시스도 각 진영의 최강자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니 둘 다 틈을 조금도 보이지 않은 결과, 싸움이 이렇게 길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싸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고자 다시금 이빨을 드러내려는 순간이었다.

     

   자욱한 연기가 전장을 메꾸기 시작했다.

     

   이미 앞서 겪어 본 적 있는 글라이시스가 눈썹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연기를 다루는 세계 침식자 연마의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연마는 일부러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채 아까부터 글라이시스를 지속해서 괴롭혔다.

   연마를 먼저 없애 버리고 싶어도 베르도가 정면에서 달려드니 방법이 없는 마당.

     

   그녀가 조용히 그림자를 다시금 꿈틀거리며 움직이던 순간.

   그녀의 예민한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고?”

   “예, 그러니 빠지라는 연락……다.”

     

   연기로 가려 일부러 소리를 차단했는지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글라이시스는 그들이 후퇴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시원찮은 것들이, 자기 세계에서 도망치더니 여기에서도 도망치는 게냐? 천성이 도망자 아니랄까 봐!”

     

   그녀의 도발 섞인 말에도 연마의 연기는 그칠 줄 몰랐다.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글라이시스였다.

     

   그녀의 그림자가 일대를 뒤덮으며 치솟아 올랐다.

   세상 전체를 그림자로 감싸 버리기라도 하듯 뒤덮은 그림자는 그대로 해일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베르도가 있던 자리는 물론 연마까지 노린 대규모 공격이다.

   그러나 그림자가 지나친 자리,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둘 다 대화를 마친 즉시 빠진 것이었다.

     

   “……늙었군.”

     

   글라이시스가 짜증을 부리면서 품을 뒤졌다.

   그러고는 이내 시가 하나를 꺼내 베어 물더니 불을 붙였다.

     

   옛날이었다면 악착같이 쫓아가 끝장을 봤을 텐데.

   몸과 의지가 따라가지를 못한다.

     

   ‘이러니 다들 후대에 맡기는 거겠지.’

     

   그들을 향한 증오도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오래전, 세계 침식자에 의해 첫째 아들을 잃었을 때.

   세계 침식자란 세계 침식자는 전부 죽이고자 세상을 향해 부르짖었건만.

   이제는 증오마저도 나이가 들어가며 힘을 잃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괜찮다.

   증오의 사슬은 자신의 자식들이 이어줄 테니까.

     

   자신의 자식에게까지 내린 증오의 사슬은 어쩌면 저주와도 같았지만.

   그녀는 자식에게까지 물려주지 않고서는 눈감을 수 없었다.

     

   “늙는 게 참으로 싫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식에게까지 넘겨줘야 한다니.

   삶의 염증을 느낀 표정과 함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직 쉴 시간이 없었다.

     

   “젊은 놈들 죽게 둬서 쓰나.”

     

   결계 속으로 들어간 세계 침식자 놈들을 미처 붙잡지 못했다.

     

   크라슈의 수준을 언뜻 엿본 만큼 그가 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들어가기 전에 일부러 힘을 노출 시켜 맞서게 해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세계 침식자들은 늘 변수를 창출하는 이들이니까.

     

   ‘나사가 죄다 풀려 버린 놈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턱이 있나.’

     

   그녀는 시가를 문 채로 바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크라슈가 들어갔던 결계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쿠왕!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글라이시스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흑염에 둘러싸인 세 사람이 공중으로 치솟고 있었다.

     

   박살 낸 결계 속을 빠져나온 그들은 금세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멋지게 착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신창이인 그들의 꼴을 보니 그건 불가능할 듯싶었다.

     

   “나원, 노부를 고생이나 시키고.”

     

   오랜만에 거칠게 싸워서 그런지 여기저기 쑤시건만.

     

   그녀는 자기 허리를 두드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치솟아 오른 그림자가 세 사람을 차례로 받아내었다.

     

   간신히 추락을 면한 세 사람이 그림자를 미끄럼 타듯 내려왔다.

   그러고는 이내 글라이시스의 앞에 굴러 떨어졌다.

     

   멀리서 볼 때도 짐작했지만, 크라슈는 특히나 꼴이 엉망이었다.

   자체 재생력을 갖춘 모양이나 내상까지 회복하기에는 재생력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글라이시스는 시가를 입에서 떼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크라슈에게 물었다.

     

   “세계 침식자는 어쨌느냐.”

     

   이 꼴을 보고도 괜찮냐는 물음이 아니라 세계 침식자를 먼저 묻는 건 참으로 그녀다웠다.

   크라슈는 그녀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가볍게 목을 두둑 풀었다.

     

   “거하게 한 방 먹여줬습니다.”

     

   진짜 한 방으로 끝장내 버렸으니까.

     

   그 대답을 들은 글라이시스는 입가에 씨익하니 미소를 거닐었다.

     

   “그거면 됐다.”

     

   글라이시스는 크라슈와 나머지 둘을 그림자로 휘감고는 몸을 돌렸다.

     

   “네가 가장 가야 할 곳을 노부에게 말해라.”

   “제블람으로 부탁드립니다.”

     

   크라슈는 서서히 의식이 끊기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은 채 대답했다.

   제블람으로 향한다면 마황이 바로 라헬른 아카데미로 보내줄 수 있다.

     

   또 성녀에게 신세를 지게 되겠으나 그게 늘 최선의 수였다.

     

   “꽉 잡아라.”

     

   산 하나를 초토화한 글라이시스의 그림자가 파도처럼 치솟아 오르며 이내 세 사람을 데리고 제블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크라슈는 크라슈를 어떻게든 부축하려고 옆에 있는 바이오렌이 보였다.

     

   “바이오렌, 네 어머니 쪽은 우리 예상이 맞는 거 같다.”

     

   크라슈의 말을 들은 바이오렌이 잠시 침묵했다.

   크라슈의 말은 곧 결계사가 세계 침식자에게 당했다는 소리였다.

     

   “바보같이 구해달라는 말 할 생각 없어.”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결계에서 했던 말과 같았다.

     

   “크라슈, 넌 앞으로도 줄곧 익시온과 맞설 거지.”

   “그래.”

   “혹여나 또 그놈들이 엄마를 거들먹거리면 말해. 딸내미 버리고 간 엄마는 구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의 어머니인 결계사로 인해 크라슈가 위험에 처하기를 그녀는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 혹여나 인질극을 벌인다면 확실히 전하라고 바이오렌은 말하였다.

     

   바이오렌의 말을 들은 크라슈는 앞을 보았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구할 수 있다면 무조건 구할 거다.”

     

   그 말을 들은 바이오렌은 마음대로 하라는 듯 헛웃음을 흘릴 뿐, 별말 하지 않았다.

     

   저 멀리,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볕에는 서서히 더위가 조금씩 물들어 갔다.

     

   곧 크라슈의 16살, 여름이 다가올 거란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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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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