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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8

       

       시간이 흘러, 시험이 어느덧 후반부로 이어지고 있을 무렵.

       

       “오라버니?”

       

       비비는 들려 온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며 반응했다.

       

       잠깐 다녀오겠다며 자신을 두고 간 인간이, 이제야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도 안 오길래, 오죽하면 자기가 직접 찾으러 나설 즈음이었는데….

       마침 돌아온 것이다.

       

       다만, 비비는 비의진의 모습을 보고 사뭇 놀라야 했다.

       

       “뭐야, 오라버니 왜 그래요?”

       

       돌아온 비의진의 느낌이 묘했기 때문이다.

       

       “설마, 다쳤어요?”

       “다치긴, 그럴 리가.”

       

       비의진의 모습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저 인간이 다쳤다고?’

       

       그럴 수가 있나?

       

       충격에 휩싸인 듯 비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한다.

       

       절벽으로 굴러떨어져도, 말짱하게 돌아올 것 같은 인간이.

       저렇게 지친 듯 돌아오니, 안 놀랄 수가.

       

       “…무슨…. 적색 마물이라도 만난 거예요?”

       

       비비의 말에 비의진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린다.

       

       “지금 시대에 그런 걸 어디서 보겠느냐.”

       “아니, 그런 게 아닌 이상…. 이럴 수 없는데?”

       

       비비는 신기하다는 듯 비의진의 몸을 여기저기 눌러본다.

       

       “…그만 누르거라.”

       “아파요? 여기도 아파요?”

       

       어쩐지 모르게 신이 난 듯한 비비를 뒤로하고.

       비의진이 한숨을 뱉어냈다.

       

       ‘적색 마물이라.’

       

       얼추 비슷하긴 했다.

       

       적색 마물이든, 구양천이든. 

       둘 다 붉은색이라는 걸 떠올리면 비슷하기는 했으니 말이다.

       

       정말.

       마물처럼 얼마나 난폭하던지.

       

       덕분에 한쪽 팔이 부러지고.

       처음 맞은 공격에 갈비뼈가 나가버렸다.

       

       ‘이렇게 다쳐본 게 얼마 만이던가.’

       

       육신이 어려진 이후 육체가 안정화 될 때까지.

       툭 치면 부서질까 애지중지 지켜가던 몸이었거늘.

       

       ‘하지만, 그렇기에 역시 그놈 뿐이야.’

       

       붙어보니 더 확신이 들었다.

       

       보이는 경지나 재능에 비하면, 박투술이 부족한 것과.

       어쩐지 숨기는 것 같은 움직임을 뒤로하고.

       

       놈, 구양천에겐 본능적인 감각이 있었다.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박는 것 같기는 했다만.’

       

       마냥 올곧게 부딪혀봐야 답이 없다는 걸 바로 알았는지.

       

       어디 하나 버릴 각오로 들러붙더라.

       

       ‘그 나이에 그 수준이면, 오만 할만도 한데 말이야.’

       

       기록 같은 건 모르겠으나.

       

       그 나이에 절정이라 하면, 어떻게 봐선 최연소일지 모른다.

       

       하물며 가장 빨리 닿은 정도가 아니라.

       그 나이 위. 

       한참이나 올라가도.

       

       구양천에게 비빌만한 무인은 후기지수쪽에 존재치 않을 지경이거늘.

       녀석의 눈에는 오만함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되려.

       

       자신이 더 약함을 알고.

       파고들 곳을 찾는 눈빛.

       

       ‘기묘하다.’

       

       자신이 힘을 죽이는 건 충분히 하고 있었음에도.

       

       거친 몸놀림에 비해.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마치, 비의진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이 말이다.

       

       ‘심지어 약았기까지 했지.’

       

       몇 번의 합으로. 

       구양천은 비의진이 자신의 육체를 손상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그렇기에 더욱, 팔이고 다리고 잡히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에도.

       더 악착같이 들이댄 것이다.

       

       ‘…괴물 같은 녀석.’

       

       치가 떨린다.

       

       구양천이 속에 내상을 입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귀한 육체에 손상을 입히는 안 되는 상황이기에.

       비의진은 최대한 절제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비의진은 팔과 가슴을 내어줌으로써.

       구양천을 겨우 제압할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비무행을 치를 당시만 해도, 꼭 저렇게 싸웠었는데 말이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당장 죽을 자리라는 듯이.

       

       ‘좋구나.’

       

       만족스럽다.

       

       싸워보니 자신과 같은 반로환동은 아니었다.

       확신한다.

       

       보기만 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녀석의 육체는 잘 세공된 보석이었다.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니.

       

       더욱 놓쳐서는 안 되겠지.

       

       ‘준비해야겠는데.’

       

       약조한 내기가 있으니.

       

       근 시일내로 준비해야 했다. 

       이 꼴로는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아.”

       “왜 그러세요?”

       “그러고 보니 전해주는 걸 깜빡했군.”

       

       비의진이 품에서 서찰을 하나 꺼낸다.

       

       구양천에게 전해줬어야 하는 서찰이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다.

       

       ‘늙어서 그런지, 자주 깜빡깜빡하는 느낌이구나.’

       

       육체가 어려지며 기억력이 부쩍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걸 보니 마냥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서찰을 맡긴 이는 개방의 흙 너구리.

       

       자신에 대해 알아보러 왔다는 것을 붙잡아 써먹고 있었다.

       

       ‘적당히 묻어버리려고 했는데.’

       

       치워버리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유능해서 굴리는 중이었다.

       

       말을 잘 듣기도 하니, 쓸만했다.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하여, 이번 부탁을 비의진이 들어주는 것이기도 했다.

       

       ‘뭐라 쓰여있을까.’

       

       궁금하던 참에 서찰을 펼친다.

       

       남의 서찰을 보면 안 된다는 상식쯤이야.

       상관없는 인간이었다.

       

       -진룡 대협께.

       

       예의바르게 시작한 서찰의 시작은.

       

       -이 개새끼야.

       

       두 번째 줄에서 귀신같이 무너진다.

       

       “…응?”

       

       비의진은 순간 자신이 잘못 본 줄 알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내가 지금 어떤 꼴인 줄 알아…? 이 시팔러마. 양심이 있으면 구하러는 와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서찰까지 보냈는데…!

       

       -썩을 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시팔, 거지가 겨울에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긴 시벌…. 배가 고프겠지! 이 썩을 놈아.

       

       -내가 기억해둔다. 내가 너 꼭….

       

       파삭.

       

       서찰을 읽어내려가던 비의진이 서찰을 구겨 대충 멀리 던져 버렸다.

       

       ‘안 전해주길 잘했군.’

       

       전해줬으면 다소 곤란했으리라.

       비의진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요? 뭔데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넘어갈…. 그만 좀 찌르거라.”

       “아파요? 오라버니, 여기 아파요? 아프구나? 아프…. 끼야악!”

       

       결국, 비의진의 주먹이 비비의 정수리를 한껏 갈구고 나서야.

       비비의 장난이 멈출 수 있었다.

       

       “끄에엥….”

       

       비비가 주저앉아 제 정수리를 열심히 쓰다듬고 있을 무렵.

       

       ‘생각해보니.’

       

       서찰을 구기며 떠올린 게 있다.

       

       구양천은 왜 자신을 흙 너구리에게 알아보라고 했을까.

       이 또한 물어보려고 했던 것인데.

       

       비의진이 깜빡한 부분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시간은 많으니까.

       

       자신에게 남는 것은 시간이었다.

       무공을 완성 시킬 수 없는, 무의미한 시간 말이다.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입관할 거예요?”

       

       비비의 말에 비의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싶어서였다.

       

       “나한테는, 저번에 시험만 보고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잖아요. 입관까지는 안 할거라고.”

       “내가 그랬나.”

       “네. 이번에는 내가 죽어도 안 된다다면서….”

       “음.”

       

       자신이 했을 법한 말인 걸 보면, 맞을 것이다.

       

       시험이 있다면, 적당히 떨어진 다음 돌아갈 예정이었다.

       

       정확히는.

       진룡이라는 존재.

       

       그놈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그저 그런 놈이었다면.

       구태여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괜찮다.”

       “어 정말요?”

       

       비의진의 말에 비비가 놀란 듯이 반응한다.

       제 오라비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

       

       비의진은 살짝 웃으며 답하고.

       

       곧바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쯧.”

       

       어지간히 강하게 쳤는지.

       웃자마자 가슴쪽에 고통이 사무친다.

       

       아무래도 다친 곳이 나을 때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푸슉!

       

       허공으로 몇 발의 화살이 쏘아진다.

       

       불꽃이 둘린 화살은 허공을 향해 빠르게 올라가더니.

       

       팡!

       

       그대로 불꽃을 터트리며 짤막하게 흔적을 남겼다.

       

       불꽃을 확인한 후기지수들이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해가 저문 동시에 터진 불꽃은.

       

       시험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이에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억울함에 소리를 내질렀으나.

       

       무엇이 되었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신룡관 입관을 위한 삼차 시험이.

       

       해가 저뭄과 동시에 끝이 난 것이다.

       

       

       

       

       

       ******************

       

       

       

       

       먹구름이 가득 낀 밤하늘 아래.

       파도가 매몰차게 치는 곳 위.

       

       외딴 섬 하나가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저주받은 섬이라며 가까이 가지 않는 곳이며.

       가려고 해도 거친 파도에 휩쓸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섬이었다.

       

       섬 안쪽은 마물들로 득실 거렸고.

       그뿐 아니라.

       

       사나운 기운을 지닌 이들이 주변에 보초를 서며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리고 그 섬의 중심에는.

       

       거대한 처소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끼익.

       

       한 사내가 소리를 내면서 걸어간다.

       

       불 하나 비치지 않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고 있다.

       

       걸음을 옮기던 사내가.

       

       뚝.

       

       이내 한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세운다.

       

       드르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발을 내디디니.

       문 안쪽에는 한 노인이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태주.”

       

       사내의 목소리에.

       그제야 노인이 천천히 눈을 뜬다.

       

       색이 바랜 것 같은 불길한 눈동자였다.

       

       “보냈던 이의 기척이 끊어졌습니다.”

       “그렇구나.”

       

       사내의 말에 노인은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이다.

       그 반응이 못내 사내는 거슬렸지만.

       

       티를 내지는 못했다.

       

       원래 그런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사내는 다른 본론을 꺼내들었다.

       

       “…다른 보고를 확인하니, 검존의 후예가 신룡관으로 향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호오.”

       

       그제야, 노인의 눈이 빛나며 반응을 내비친다.

       직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 핏덩이가, 거짓을 고한 것은 아닌 모양이구나.”

       

       노인의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오른다.

       제 아비와 세가 모르게 똬리를 트고 있는 어린 뱀.

       

       떡잎부터 보이는 것이 커다란 어둠이 될 게 보여.

       손을 들어주었건만.

       

       생각보다 유용하게 쓰임을 내비치고 있었다.

       

       “효군이, 이 멍청한 친구야. 숨고 살 거라면 흔적을 내비치지 말았어야지.”

       

       끌끌, 노인이 마른 목소리로 연신 웃음을 내뱉는다.

       무엇이 그리 즐거워 웃는지.

       

       사내는 알 수 없었다.

       

       “정녕, 때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뿌드드득.

       

       말을 내뱉으며 노인이 몸을 일으킨다.

       왜소하게만 보였던 노인이 몸을 일으키니.

       

       숨어있던 육중한 몸이 정체를 드러냈다.

       

       “신룡관이라….”

       

       명가의 핏덩이들이 잔뜩 모인 집합소.

       

       나쁘지 않다.

       

       “이 흑룡검의 부활을 알리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구나.”

       

       노인이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자.

       

       쿠구구구….

       

       몸에서 터져 나온 투기와 살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지독한 기운에 처소 전체가 울리는 수준이었다.

       

       그 기운에 사내가 호흡을 막은 채 겨우 신음만 뱉고 있을 무렵.

       

       노인이 사내에게 말한다.

       

       “마침, 거기에 독왕(毒王)의 혈육도 있다고 하였지.”

       “예…. 독봉(毒鳳)이라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독봉, 잘됐구나.”

       

       당문에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만독불침의 가능성.

       아직은 어리다 하였으나.

       

       더 자라기 전에 ‘채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마침 기회가 왔으니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한 노인은 사내에게 명했다.

       

       “궁주에게 전하거라.”

       

       이 섬 어딘가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인물에게.

       말을 전하라고 말이다.

       

       “의뢰는 의뢰이고, 집세는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사내가 말을 끝으로 다급히 밖으로 나가자.

       노인이 한 번 더 끌끌 웃음을 흘리고는 창가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는.

       

       멀찍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밤하늘에 먹구름은 여전했으나.

       틈새로 달빛이 스치듯 보인다.

       

       지끈.

       

       달을 보고 있자니.

       

       흉터가 있는 곳이 시린 느낌이다.

       달빛이 보이는 밤이면 항상 그랬다.

       

       밤이 되면 눈을 감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었으니.

       

       노인은 그날 밤 보았던 검무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쓰라린 상처를 쓰다듬는다.

       

       “끌끌….”

       

       언제쯤.

       이 흉터의 고통이 사라질까.

       

       아마,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겨울바람을 한참이나 느끼던 노인은.

       달빛이 다시금 먹구름에 가려지는 것을 보고서야.

       

       멈추었던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

       

       

       

       

       

       시험이 끝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객잔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더럽게 힘드네.”

       

       육신이 상당히 지쳐버렸다.

       

       내상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했는데.

       패존과 드잡이질을 한 탓이었다.

       

       객잔으로 터덜터덜하게 돌아오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무연이 나타나 날 부축한다.

       그걸 보고 내가 자못 놀란 눈을 해야 했다.

       

       “무연, 안 돌아갔어?”

       

       내 물음에 무연이 살짝 웃으며 대답한다.

       

       “내일 돌아갈 겁니다.”

       “오늘 돌아가도 됐는데.”

       “마지막 시험까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설마 내가 떨어지겠어? 뭘 그런 걸 걱정해.”

       

       신룡관의 입관할 할 경우.

       호위를 데려갈 수도 없을뿐더러.

       

       무연은 세가, 구선문 쪽에서 할 일이 있다 들었는데.

       

       실상 하남까지 오는 것도, 무연의 반 억지였지.

       

       ‘내가 그냥 오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야.’

       

       내일 돌아간다라.

       그말에 문득 내가 반응한다.

       

       “갈 때 저 덜떨이도 같이 데려가는 건 어때?”

       “하하….”

       

       내가 손끝으로 어딘가 가르치며 말하니.

       무연이 머쓱하게 웃는다.

       

       손끝은 구절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본인을 지목했다는 걸 아는지 엎드려 있던 구절엽이 움찔하며 일어난다.

       

       “…저 합격 했습니다….”

       “아슬아슬했다며.”

       “누가 띠를 가져가지만 않았어도…. 아슬아슬 할 일 없었습니다.”

       

       구절엽이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듣기로는 화살이 쏘아지기 직전에 겨우 마지막 띠를 구했다고 하는데.

       

       사실 좀 다행이었다.

       

       ‘내가 몸 상태가 작살이 나는 바람에, 띠를 돌려주러 못 갈 뻔했으니까.’

       

       본래라면 돌려주려고 했던 띠도.

       내 상태가 상태인지라 주러 갈 수가 없었으니.

       

       혼자의 힘으로 탈락하지 않고 위기를 이겨낸 게 다행이었다.

       

       저러고 탈락했으면, 아무리 나라도 양심이 좀 찔렸을 테니까.

       

       참고로 구연서도 합격했다.

       오자마자 지쳐서 방으로 들어가 자고 있다고 했던가.

       

       ‘다른 애들은.’

       

       힐끔 살피니.

       다들 상태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 모양.

       

       모용희아는 평소의 꾸미고 다니던 모습은 어디가고.

       다소 초췌해진 몰골이었으며.

       

       나만 오면 방방 뛰어오던 당소열은.

       탁상에 이마를 박은 채 졸고 있었다.

       

       ‘왜 저래?’

       

       갈 때만 해도. 이 정도는 가뿐하게 넘어갈 거라며.

       자신만만 하더니.

       

       꼴이 이상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쟤네가 저렇게 처져있을 정도면 뭐라도 있었기는 한 모양이다.

       

       그나마 멀쩡한 건 남궁비아 뿐이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닌 가운데 남궁비아는 고요하게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안 자고 있다는 정도.

       

       ‘…위설아는. 오지 않은 건가?’

       

       아무래도 위설아는 자신의 숙소로 가 있는 모양이다.

       

       그게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이곳에 없다고 하니, 묘하게 서운한 느낌이었다.

       

       “도련님.”

       “응?”

       “한데…. 이분은…?”

       

       무연이 내 등 뒤를 가리키며 묻는다.

       

       “아”

       

       아차.

       잠깐 잊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내 뒤에서 덜덜 떨고 있는 녀석을 잡아다 끄집어냈다.

       

       이놈 때문에, 띠를 더 구하느라 얼마나 귀찮았던지.

       

       “인사해.”

       “아그….”

       

       쟤는 뭔가 싶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니.

       철지선의 떨림이 조금 더 커지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뭐라고 소개하지?

       

       “음.”

       

       잠깐 고민하고선 말로 뱉어냈다.

       

       “새로 사귄 친구야.”

       

       대충 그렇게 말하면 되겠지.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말하니.

       

       “…!”

       “친구…?”

       “공자님이 사귄 친구요…?”

       

       일행들의 눈초리가 변한다.

       

       특히 철지선을 보는 눈이 이상하다.

       

       마치.

       

       ‘어쩌다가….’

       ‘불쌍해….’

       

       같은 눈빛들이다.

       와중에 구절엽이 가장 가관이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철지선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도 전해질 정도였으니.

       

       ‘도망쳐…!’

       

       눈빛을 마주한 철지선이 돌돌 눈알을 굴리는 게 보인다.

       

       뭐지 시발.

       왜 다들 이런 반응인데?

       

       상당히 억울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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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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