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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8

       가슴에 총상 한 방. 찰리가 흘린 피의 양을 생각하면 그가 살아날 확률은 없었다. 원더스타인의 힘이라면 그를 고칠 수 있겠지만, 그의 성격상 절대 그를 멀쩡하게 되돌려줄 리 없었다. 그는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에게 관대한 인물이 아니었다.

         

       현재 석상이 되어버린 단원인 ‘메리사’의 경우도 그랬다. 그녀는 서커스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원더스타인의 행적을 비판하며 그와 말싸움을 벌이고 그를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는 단원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로 한 계약 때문에 그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꼴로 만들어 버렸다.

         

       서커스 그랑프리가 시작된 이후로 엘라는 몇 번이나 그에게 그녀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녀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예테린푸르크에 와서 ‘기억을 잃은 엘라’가 부탁했을 때도 그는 그것을 거부했다. 오히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대꾸하기까지 했다.

         

       “그녀를 되돌려줬다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누가 압니까? 차라리 죽이는 게 나을 수도 있죠.”

         

       그는 평소처럼 웃는 표정 그대로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기억을 잃은 엘라가 그에게 공포심을 느꼈던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그녀는 “그,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당신을 죽이려 들었으니까……. 그, 그냥 저렇게 두자.” 따위의 말로 얼버무렸다. 그의 다정한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상황인데도 한창 그에게 눈이 멀어있을 때라 그녀는 그냥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엘라 양, 여기 당신의 친구입니다. 이름이 찰리라고 했던가요?”

         

       그 남자가 이제 친구의 몸뚱어리를 자신에게 들어 보이고 있었다. 다 죽어가던 찰리의 안색이 어느새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가슴에 난 총상 역시 깔끔하게 메꿔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보고 기뻐할 수 없었다.

         

       “저는 이 남자를 미스테릭서라고 불렀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정말 당신 친구인 줄은 몰랐어요. 어쨌든 대충 위급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물론 완전히 고치려면 좀 더 손을 봐야겠지만요.”

         

       촉수들이 찰리의 몸을 한 바퀴 감아 돌았다. 엘라는 그 장면을 보고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찰리를 어떻게 만들까? 메리사처럼 돌덩이로? 아니, 그건 그나마 ‘단원’이라서 내린 관대한 처분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그에게 당했던 다른 피해자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온갖 기괴한 꼴로 개조당하는 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절망감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에, 엘라……싸, 싸워. 이, 이놈을 죽여…….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찰리 역시 그가 자신을 인질로 쓰려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촉수 하나가 그의 가슴을 꽉 죄자 그는 신음을 흘리며 말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언제든지 그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 그것은 엘라의 저항 의지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두 팔로 몸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 안 돼. 그, 그러지 마……. 차, 찰리를 풀어줘…….”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 풀어 드릴 겁니다. 하지만……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요?”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무엇을 하면 되냐고 되물으면 사신을 다시 병에 집어넣으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러나 그의 질문에 엘라가 이어서 보인 반응은 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미처 그가 말리기도 전에 손으로 땅을 짚고 고개를 푹 숙였다.

         

       “미, 미안……내, 내가 잘못했어……. 그, 그러니 찰리는 건드리지 말아줘…….”

         

       엘라가 자신에게 빌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충격에 빠져 멍하니 엎드린 그녀를 바라봤다. 상대가 누구든 언제나 당당하던 그녀였다. 아무리 어려운 과업을 두고도 항상 자신감 넘치던 그녀였다.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겁먹는 법이 없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애걸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미 한계까지 치달았던 엘라의 정신력은 찰리가 원더스타인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상상하던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차라리 그녀가 아까 그를 맹렬하게 몰아붙이던 때에 그가 이런 협박을 했다면, 그녀는 무시하고 그를 공격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가로막는 레이나를 때려눕히고, 끝내 마야를 쏴버리기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찰리까지 또 죽게 내버려 두라는 선택을 감히 할 수 없었다. 아니, 차라리 죽으면 다행이지 그의 손에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노리개가 되는 꼴만은 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친구를 그의 손아귀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제발……부탁이야……. 이, 이렇게 빌게, 응? 찰리를……무사히 보내줘…….”

         

       원더스타인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 솔직히 지금까지 그녀가 자신에게 삐딱하게 나올 때마다 아쉬움을 느낀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굴종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았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사신을 병에 다시 불러들이세요.”

       “으, 응, 알았어…….”

       “쳇, 인간 놈 하나 붙잡혔다고…….”

         

       캇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그녀의 명령에 따라 다시 병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병을 품속에 갈무리하고는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그를 돌아봤다.

         

       “이, 이러면 된 거지? 이, 이제 찰리를 풀어줄 거야?”

       “그전에……당신의 말……. 당신이 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다시 원래대로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를 오해한 엘라가 한 층 더 겁먹은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기, 기분 나빴어? 마, 맞지? 내가 부단장이고 그쪽이 단장인데……. 미, 미안……아, 앞으로 반말하지 않을게. 아, 아니……않을게요! 조, 존댓말도 꼬박꼬박 쓸게요……. 투덜대지도 불평하지도 않을게요. 그, 그러니 제발……제발…… 치, 친구들을 무사히 보내주세요……. 찰리도……미키도……나머지 애들도요…….”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닙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은 없다고요.”

       “네! 네! 그, 그렇게 해주세요! 다, 단장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정말이에요! 뭐든지 다 할게요!”

         

       원더스타인은 자신에게 매달리며 사정하는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가 그녀가 자신에게 안달내는 모습을 보며 즐기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찰리가 그랬다. 그는 당장이라도 원더스타인을 향해 달려들 기세로 눈을 부라리며 몸을 들썩였다.

         

       “이……개, 개자식…….”

         

       원더스타인은 그를 향해 촉수를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그러나 여기서 찰리에게 화풀이를 해봤자 오해만 더 깊어질 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 엘라는 불안한 눈으로 그와 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화를 가라앉히며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엘라 양, 제가 바라는 건 평소대로 저를 대하는 겁니다. 이런 건 바라지 않아요.”

         

       그러나 그의 그런 말조차 그녀에게 제대로 진심이 닿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그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 그래? 평소처럼? 무, 물론 가능하지!”

         

       그녀는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려 보이며 소리쳤다.

         

       “저, 정말이야! 앞으로 진짜 잘할게!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응? 응? 그, 그러니까 다, 다들 무사히 보내주는 거지?”

         

       엘라가 어색함을 넘어 광기마저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원더스타인은 사람의 웃음이 이렇게 애처로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는 속으로 탄식을 길게 내뱉었다. 그가 의도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찰리를 고쳐주는 대가로 그녀와 다시 계약을 이어 가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친구의 목숨을 붙잡고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그게 딱 3개월 전, 그녀가 기억하는 ‘악당 원더스타인’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나타난 결과는 그가 의도한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맛이 너무 썼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쓰라림을 느끼는 것은 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엘라를 저 악마 놈에게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했는데, 자신이 오히려 그 족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입을 막고 있는 촉수를 재빨리 물어뜯었다. 물컹한 살이 찢겨나가면서 불쾌한 냄새의 먹물같이 검은 피가 입 안으로 쏟아졌다. 그는 그것들을 퉤퉤 내뱉고는 소리쳤다.

         

       “몬테크리스토!”

         

       그것은 그가 키우는 푸른 털 원숭이의 이름이었다. 그는 만일 자신이 원더스타인을 제압하지 못할 것을 대비하여 미리 원숭이에게 명령을 내려두었다.

         

       “우끼끽!”

         

       제단 근처 기둥 위에 몸을 숨기고 있던 원숭이가 스위치를 당겼다. 찰리가 레카체프에서 들은 수업 중에는 폭죽 제조와 불놀이도 있었다. 그는 거기서 배운 기술을 활용하여 이곳에 상대를 매몰시킬 함정을 설치해두었다.

         

       쿠구궁.

       원더스타인과 캇피의 전투 때문에 중심부에 설치해둔 폭탄들의 발파 장치는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석실 외곽의 폭탄들은 멀쩡했다. 한 차례 크게 공동이 흔들리면서 먼지구름이 내부를 휩쓸었다.

         

       원더스타인은 촉수 몇 개가 폭발에 찢겨나가며 찰리가 결박을 풀고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엘라의 몸을 붙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현재 찰리의 상태로는 걷는 것도 힘들겠지만, 숨겨둔 총 같은 게 있을지도 몰랐다. 이판사판식으로 자신을 향해 날린 총에 그녀가 맞을 수도 있었다.

         

       “찰리! 이거 놔! 이 악마 자식!”

         

       엘라는 자신을 붙드는 원더스타인의 팔을 물어뜯으려 들면서까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는 인질을 놓치자마자 대뜸 돌변하는 그녀의 태도가 우스우면서도 반가웠다. 그는 그녀를 단단히 붙들고는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 안 있어 먼지가 가라앉고 공동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석실의 벽들 곳곳이 무너져 토사가 쏟아져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천장이 가라앉거나 한 곳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폭발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가 촉수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무사했다.

         

       찰리가 서 있는 곳은 제단 아래 무너진 틈새였다. 그곳에서는 석실 전체를 울릴 정도로 큰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지하수가 흐르는 곳이 분명했다.

       그는 피가 뚝뚝 흐르는 몸으로 제단을 붙잡고 서서 원더스타인을 노려봤다.

         

       “하아, 하아, 다, 당신은…… 날 볼모로……크윽, 그녀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하겠지…….”

         

       원더스타인은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지 눈치챘다. 가장 가까이 있는 그림자에서 섀바인의 촉수를 일으켜서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그가 서 있는 곳 근처에는 그림자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성역이 있는 장소에 흩뿌려지는 빛 알갱이들이 근처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 꼴을 지켜볼 바에……크윽, 난 죽겠다!”

       “안 돼, 찰리! 찰리!”

         

       엘라 역시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신을 붙들고 있는 원더스타인의 팔을 주먹으로 쾅쾅 치며 친구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붙든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엘라……부디 이러는 날 용서해줘…….”

       “안 돼! 그, 그러지 마!”

         

       찰리는 그 말을 남기고 지하수가 흐르는 심연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둠은 순식간에 그의 몸을 집어 삼켜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거칠게 흐르는 물소리뿐이었다.

         

       “아아, 아아아아!”

         

       엘라는 손톱이 부러지고 손가락이 꺾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땅을 기어서라도 그곳을 향해 가려고 했다. 원더스타인은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그녀의 몸을 꽉 누르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사람을 생각하세요.”

         

       그는 턱으로 석실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촉수에 둘둘 감싸인 채 눈을 감고 있는 10대 초반의 소년이 있었다. 찰리의 일행 중 하나인 미키였다.

         

       엘라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가 곧 원망 가득한 눈으로 원더스타인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당신!”

         

       그는 고개를 끄덕여 자신이 그녀를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원망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자신은 별로 대단한 희생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원더스타인이 지금까지 쌓은 악업에 티스푼 하나 분량만큼 추가될 뿐이었다.

         

       엘라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그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 피가 솟았다. 그의 몸은 사신과 싸우면서 상당히 약해진 상태였다. 엘라가 휘두른 칼도 충분히 들어갔다. 그녀는 사람의 몸을 꿰뚫는 감각에 흠칫 놀라 손을 멈췄지만,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재차 칼을 휘둘렀다.

         

       “나쁜 새끼! 나쁜 새끼! 나쁜 새끼…….”

         

       그녀가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그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그것을 묵묵히 받아냈다.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오해가 더 늘어나고 말았다. 비록 더 진전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그녀와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게 수십 번 칼을 찔러넣은 엘라는 그래도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허탈함을 느끼고는 손에서 칼을 놓았다. 피에 범벅이 된 단검이 바닥을 뒹굴었다. 그제야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몸을 풀어주었고,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찰리가 추락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시 그곳에 뛰어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혹시나 남긴 자취가 있는지 그곳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아아.”

         

       그녀는 짐승같은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상실감에 전신이 떨려왔다.

         

       “아아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그녀의 삶을 통틀어 그녀에게 그런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두 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할아버지는 이곳에 없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남은 한 명이 바로 옆에 있었다.

         

       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바지 끄트머리를 붙잡고 말했다.

         

       “……안아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요구에 그는 놀랐다. 차라리 죽어달라는 요구를 받았더라면 이렇게 당황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뭐라고요?”

       “부탁이야.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당신에겐 어떤 위로도 듣고 싶지 않아. 당신은 악마야. 나쁜 놈이고. 개새끼니까. 그러니까……그러니까……그냥 입 닥치고……닥치고 그냥 나를 안아줘. 부탁이야.”

         

       그녀는 그의 허리를 붙잡고 서더니 그를 향해 몸을 기댔다. 엘라는 그의 가슴이 자신이 휘두른 칼로 인해 온통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잠시 기분 좋게 킥킥 웃으며 그것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헤집었다. 그는 상처가 들쑤셔지는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펐다.

       

       “쓰다듬어 줘.”

         

       그는 충실히 그녀의 요구에 따랐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토, 토닥거려 줘.”

         

       그는 이번에도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녀는 그가 등을 두드려 줄 때마다 입에서 흐느낌을 흘렸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져 나와 울음이 되었다.

         

       “으아아아, 흑, 미안, 미안, 찰리……미안해……으아아.”

         

       그녀는 그렇게 지쳐서 기절할 때까지 그에게 안겨 울고 또 울었다.

       너무나 증오스러운 남자의 품 안에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는데 분량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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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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