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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8

       

       

       

       

       

       298화. 고양이는 먀ㅡ하고 운다. ( 3 )

       

       

       

       

       

       “꺄아아아아아아!”

       

       셀리나의 새된 비명이 퍼지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경계를 서고 있던 성기사들이 즉시 창칼을 쥐고 달려왔으며, 임시 본부에 있던 이스칼도 바람처럼 뛰쳐나왔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235번 천막! 235번 천막이다!”

       

       “실제 상황! 실제 상황이다! 얼타지 말고 빠릿하게 움직여!”

       

       “천막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반복합니다! 긴급 상황이니 천막 안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병력들.

       이윽고 비명이 들려온 천막을 젖히고 뛰어 들어갔다.

       

       “움직이지마! 모두 엎드려!”

       

       “돌입해라, 돌입!”

       

       “셀리나!”

       

       천막에 들이닥친 성기사들과 이스칼의 몸이 우뚝 굳었다.

       

       그들은 천막의 장막을 들추고, 그 너머의 풍경을 엿보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오오. 내 삶의 빛.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영혼. 나의 심장! 그대를 이제야 만났음이 너무 원망스럽군!”

       

       “키히, 샤아앗… 챠키야아앗.”

       

       쪽. 쪽. 쪽. 쪽.

       

       끈적하고 뜨겁게 얽힌, 열락에 사로잡힌 두 존재만이 있을 뿐.

       

       “…..”

       

       “…그, 으음….”

       

       “…..어서 세, 셀리나 님을 챙겨…!”

       

       “예, 옙!”

       

       그들은 기절한 셀리나를 챙긴 다음 도망친 듯 천막을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본 거지…?”

       

       “전능하신 여섯 번째 신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나를 보호하소서…”

       

       성기사와 이스칼은 쉼없이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마음의 준비 없이 맞닥뜨린 풍경을 소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늘의 저편에 비스듬하게 걸려있던 태양이 조금 움직이며 그림자가 살짝 길어졌다.

       

       문제의 235번 천박에서 한 사내가 머쓱하게 웃으며 나왔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사내다.

       

       “하하… 저 때문에 소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거 참. 정말 죄송합니다요 나리들.”

       

       “아, 아니. 우리는 괜찮네.”

       

       235번 천막에서 나온 사내의 이름은 스케아르. 멀리 떨어진 외딴 농촌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자네는 그… 어인과 이제 정식으로 만나기로 한 건가?”

       

       “예에. 이거 참 부끄럽지만… 사실 어인의 초상화를 처음 봤을 때부터 하루 종일 머릿속에 생각나고 그랬지 뭡니까?”

       

       “그, 그런가?”

       

       “뭐. 막상 마주하니까 떨려서 제대로 말도 못 했지만 말이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갑자기 마음속에서 용기가 막 샘 솟는거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저는 운명의 상대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정말 신기하고 은혜로운 일입니다!”

       

       “…아, 그. 그렇군. 여섯 신의 은총이 그대들에게 깃들기를 바라겠네.”

       

       “축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으리! 그렇지 않아도 작은 비늘과 이 도시에 정착하기로 얘기한 참이었습니다요.”

       

       “작은 비늘…? 혹시 그 어인 말인가?”

       

       “예. 맞습니다요. 헤헤. 애칭입죠.”

       

       이스칼은 떨리는 시선을 애써 처리했다.

       

       이 사내,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어인의 초상화를 보고 진심으로 반해서 멀리 떨어진 농촌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 아닌가.

       

       광인 짓을 실제로 하면 실제 광인이다.

       

       “아, 아아! 나는 그, 급한 일이 있어 이만 그만 가보겠네! 그, 그대들은 부디 백년해로하며 오래도록 행복하시게!”

       

       “어이쿠. 살펴가십쇼 나으리!”

       

       살짝 두려워진 이스칼은 황급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린 무언가를 엿본 기분이다.

       

       비늘박이 사내에게서 도망친 이스칼은 셀리나가 치료받고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천막을 밀고 들어가자 침상에 앉아 있는 셀리나가 보였다. 곧장 일어났는지 얼굴이 조금 창백하다.

       

       “셀리나. 몸은 좀 어떤가?”

       

       “아, 자기… 소, 속이 조금 이상한 것 말고는 멀쩡해.”

       

       “…바람이라도 쐬는 것이 좋겠군.”

       

       둘은 잠시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침묵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참 난감했던 까닭이다.

       

       “…..아까 그 사내. 기억하나?”

       

       “그걸 어떻게 잊겠어. 내 평생 꿈에서 나오게 생겼는데.”

       

       “흠, 크흠. 스케아르라고 하는 사내인데, 어인과 마음이 잘 통해서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했다는군.”

       

       “당연히 그래야지. 내 앞에서 둘이서 막 물고 빨고, 혓바닥이 무슨 뱀처럼 왔다 갔다 아주 그냥…”

       

       “…”

       

       “…”

       

       “그대도 참 고생이 많군.”

       

       “하아. 내가 이러고 살아.”

       

       그들이 준비한 맞선의 기념비적인 첫 연인의 탄생이었다.

       

       

       

       ***

       

       

       

       대규모 맞선에 참여한 남성은 총 516명.

       그중에서 첫 만남에서 어인과 정식으로 교제에 성공한 이는 18명.

       

       퍼리우스 후작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수확에 크게 기뻐했다.

       

       “아주 좋은 일입니다! 첫 만남으로 교제에 성공한 이들이 무려 18명이라니! 이건 정말 신기하군요. 인간끼리의 맞선에서도 첫 만남에 교제를 결정하지는 않을 터인데.”

       

       “뭔가 이유가 있겠죠. 서로 운명의 상대였을지도 모르고요.”

       

       바쁘게 서류를 확인하던 셀리나가 그리 말했다.

       

       “아무튼. 이제 그 어인 18명은 해주가 가능하겠네요. 첫 만남에 교제할 정도면 어지간히 뜨거운 사랑일 텐데.”

       

       “흠. 그것이…”

       

       퍼리우스 후작이 애매하게 말을 흘리며 애꿎은 콧수염을 만졌다.

       그는 뭔가 말하기 곤란한 것이 있을 때면, 이렇게 말을 흐리며 콧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18명 중에서 헤어진 사람이라도 있어요?”

       

       “그것은 아니고, 허. 이게 참. 예상하지도 못한 문제입니다만…”

       

       결국 총책임자인 셀리나가 알아야 할 사항.

       퍼리우스 후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18명의 연인 중에서… 저주를 풀어서 상대를 인어로 만들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예?!”

       

       멍하니 듣던 셀리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미친 소리지?

       진심으로, 단 한 번도 예상하거나 생각해 본 적 없는 이유였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외형은 결국 껍데기에 불과하고 저주를 푼다는 것은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고…”

       

       “그, 그게 도대체 무슨 미친 소리인가요! 인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준 것 맞아요?!”

       

       “맞습니다.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해주를 거부해요?”

       

       “예. 아주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저주를 푸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털썩.

       

       오늘만 몇 번이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걸까. 멍하니 의자에 걸터앉아 고개를 꺾어 천장을 바라보는 셀리나.

       

       그녀는 천막 너머의 하늘을 보고 싶었다.

       푸르고 넓게 펼쳐진, 저 드넓은 하늘을 보고 싶구나…

       

       “…하아…”

       

       잠시 눈을 가리며 깊게 한숨을 쉰 셀리나.

       온 세상이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엿같은 세상아!’

       

       어쩐 일로 일이 술술 잘 풀리는가 싶더니 금세 이 모양이다. 이제는 화도 안 난다.

       

       다섯 일족은 각 종족의 저주를 풀면 성지로 향할 수 있다.

       그래서 해주가 중요한 것이다.

       

       수인족은 피가 굉장히 옅어져서 애초부터 저주가 없었고, 오크들은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상에 머물기를 선택했다.

       

       특수한 경우인 두 종족을 제외한다면, 엘프와 밤의 일족은 모두 성지로 이주했다.

       

       ‘아니. 애초부터 저주에 걸려있으면 되게 힘들지 않나? 저번에 엘프가 하는 말 들어보니까 매일매일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저주는 주박이고, 족쇄였으며 삶을 속박하는 사슬이다.

       매 순간순간의 시간을 고통으로 점칠하는 끔찍한 주박.

       

       어인들은 그러한 순간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했단 말인가?

       상대방과의 진실된 사랑을 위해서?

       

       ‘…이해하기 어렵네.’

       

       뒷골목을 전전하는 도둑고양이 셀리나.

       그녀는 어인들의 결정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또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그러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듣기로는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고, 시야에는 상대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나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사랑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와 사랑에 빠질까?

       

       ‘내가 이스칼한테 느끼는 감정은 사랑… 인가?’

       

       이스칼을 처음에 어쩌다가 만났더라?

       

       분명히 몰래 돌아다니는 자신을 이스칼이 발견해서 미행했었지. 맞아 그랬어.

       그때 퍼리우스 후작한테 장물을 팔아넘기기로 했었지.

       

       돌연 찾아온 추억의 향기에 물씬 젖은 셀리나는 한참이나 과거를 떠올렸다.

       

       방울처럼 퐁퐁 솟아나는 여러 기억의 장면은 즐거운 것도, 힘든 것도, 떠올리기 싫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맞아. 이스칼은 향기가 되게 좋았어.’

       

       이스칼에게서 풍기는 그 묘하게 달짝지근하고 중독되는 향기.

       막 수인족의 피를 각성한 셀리나에게는 참 유혹적인 향이었다.

       

       지금이야 제법 익숙해져서 참을 수 있지만.

       그때에는 이스칼의 향을 하루 종일 맡고 싶어서 그야말로 발정 난 암고양이처럼 굴었다. 괜히 프리가 공녀랑 기 싸움도 하고.

       

       지금은…

       옆에 있어도 그냥 기분 좋은 향기에 그치는 수준이다.

       

       “하아ㅡ”

       

       셀리나는 멍하니 자신의 손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고아로 자라며 뒷골목을 전전하던 인생.

       사랑 같은 달콤한 놀이를 할 시간에 행인의 지갑을 하나라도 더 훔치는 것이 중요한 어린 시절이었다.

       

       몸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더러운 놈들은 자주 있었지만, 으레 그렇든 따가운 맛을 보면 알아서 물러났다.

       

       내가 이스칼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사랑인가?

       아니면 그냥 친한 친구의 감정? …어쩌면 소유욕을 느끼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을 쉬이 셀리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간 이런 생각에 잠길 여유가 없었던 까닭도 있을 것이다.

       

       어려서는 제국의 뒷골목을 헤맸고, 커서는 곧장 만신전에서 서류의 산을 파헤쳤으니.

       

       “사랑… 인가.”

       

       “…”

       

       퍼리우스 후작은 생각에 잠긴 셀리나를 보며 조용히 천막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천막의 입구에 서서 찾아오는 이들을 돌려보냈다.

       

       그는 상사의 기분을 읽을 줄 아는 훌륭한 부하였다.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셀레나 님.”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는 건, 사랑에 빠진 이의 특권이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HAL…! 남한이 보유한 비대칭 전략 무기…!! 어인들의 순수한 사랑이 그에 비벼질 정도라니… 조금 슬프군요…!! 그래도 이제 어인카스는 나오지 않을(아마도)겁니다…!! 이는 마치 흑마법과도 같은 것…!! 방사능처럼… 사용자와 피해자 모두를 피폭시키는 마력이 있기 때문… 쿨럭!

    – ‘비공개후원자’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록 그 내용은 노벨피아의 후원창이 다 담을 수 없는 사랑으로 가득하여… 오히려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보입니다..!! 코인과 함께 실려온 독자님의 거대한 사랑과 응원이…!! 감히 제가 헤아리기 힘든 이 마음이…!! 응원과 관심, 그리고 사랑…!! 똑똑히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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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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