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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8

       화령은 겨우 이틀남짓한 시간 만에 쓰레드 스트리머 서버에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차지했다.

       

       그 방법도 무척이나 단순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 자체로 재앙이었으니까.

       

       스트리머 서버의 주최자인 배민황은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화령은 결코 자신의 힘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수한 게임에서 활약하며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지녔으며 자신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었던 화령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었다.

       

       실제로 화령은 그녀가 할만한 행동을 하고 다녔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털이 부드러울 것 같단 이유로 보스 중 하나를 복속시키고,

       

       도박에서 큰돈을 벌고,

       

       애완견의 털을 부드럽게 만들겠다는 터무니없는 사유로 보스 레이드를 하고,

       

       자신의 주변을 건드린 자에게 참혹한 처벌을 내리고.

       

       이 모든 일들을 혼자, 그것도 맨손으로 이루어 냈다는 것은 상식에서 저만치 벗어난 일이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한다면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쓰레드의 일상이었다.

       

       그러니 배민황은 화령을 따로 제지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그녀의 기행이 문제가 됐다면 자신이 직접 자제를 하고 다녀달라 이야기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곳에서 레이드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스트리머 서버에서 팀장을 맡는 이들 대부분이 모인 레이드 회의가 성립된 이유는 무엇이냐.

       

       이는 아주 단순하고도 인간다운 이유였다. 그 편이 재밌을 것 같으니까.

       

       생각해보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방송에서 플레이하건, 방송을 끄고 플레이하건 간에 쓰레드를 오랫동안 플레이 해 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 곳에 존재하던 보스들을 수도 없이 잡아 보았고 사람들 간의 투쟁도 지겹도록 겪어 보았다.

       

       질려간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쓰레드라는 게임이 지닌 특유의 재미가 너무도 뛰어나 이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인물들 사이에 화령이라는 컨텐츠가 떨어진 것이다.

       

       그들이 여태까지 겪어보았던 그 어떤 적보다 강대한 보스가!

       

       심지어 그 보스는 이름이 들어가기만 하면 조회수를 폭증시키는 마이튜브의 치트키이기도 했다.

       

       스트리머의 입장에 서 있는 그들이 어찌 이 기회를 놓칠까!

       

       여러 방면에서 동기부여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회의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의욕으로 가득했다.

       

       도저히 24시간 중 20시간 정도를 쓰레드에 때려 박은 미친놈들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선 이번 스트리머 서버 특수 보스가 지닌 무력부터 확인합시다.”

       

       그 가운데에 선 배민황은 무덤덤한 어투로 여태까지 화령이 벌인 여러 가지 일들을 읊어주었다.

       

       한 때 결코 공략할 수 없으리라 여겨졌던 재앙인 거인을 주먹으로 일격에 쓰러트린 일.

       

       쓰레드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증오의 대상인 드래곤을 농락하며 쳐죽인 일.

       

       숲의 지배자를 살기만으로 찍어 눌러 자신의 애완동물 삼은 일.

       

       이외에도 과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밤낮을 지새워가며 공략해야 했던 대상들이 초견에 박살났다는 이야기에 웅성임이 커졌다.

       

       그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저어. 이번 보스가 밸붕인 건 알겠는데요. 정확한 스펙은 어떻게 되죠?”

       “음. 대충 숲의 지배자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고, 거인을 날려버릴 정도로 근력이 강한데다가, 여러 괴상한 기술을 쓰시고, 거기에 인간형이라 크기가 작아서 공격하기도 어렵고.”

       “우와…”

       “거기에다 암묵적인 룰도 무시할 수 있죠.”

       

       레이드 보스에게는 공략의 재미를 위한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탱커가 무슨 개짓거리를 하건 무시하고 힐러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같은 것 말이다.

       

       허나 화령은 그것들을 모두 무시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화령은 플레이어지 AI가 아니니까.

       

       “…그거 공략할 수 있는 거 맞아요?”

       

       배민황이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이런 말을 꺼냈다.

       

       어이가 없다는 생각에 실소처럼 새어나온 발언이 현 상황을 요약하고 있었다.

       

       레이드를 준비하는 건 좋다. 근데 그런 괴물 같은 상대를 공략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

       

       거기에 배민황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레이드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레이드에 성공한다면 화령이라는 규격 외의 괴물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업적을 이룰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화제성이나 방송적 재미는 제대로 잡을 수 있을 테니 이득.

       

       설령 졸전으로 끝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욕을 좀 먹을 뿐 손해 볼 것은 없다.

       

       “그래도 성공하는 쪽이 저희한테 더 재밌을 테니까 최선을 다해보자고요. 우선은 전략부터 짭시다.”

       

       배민황의 전두지휘하에 시작된 회의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열기를 드높였다.

       

       그러는 와중에 누구도 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을 다구리 치는 게 맞냐는 이야기를 꺼내는 이는 없었다.

       

       상대는 화령이었으니까.

       

       *

       

       “이것도 일이군.”

       

       연금술사가 만들어준 샴푸로 늑늑이의 털에 거품을 내는 것은 꽤 수고로운 작업이었다.

       

       문제는 여럿이 있었다.

       

       일단 늑늑이의 덩치가 크다는 것.

       

       코끼리를 이빨로 물어뜯을 수 있을듯한 이 녀석의 덩치는 손으로 주물주물 한다고 한 두 시간 안에 끝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늑늑이가 씻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샴푸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싫은 것인지 녀석은 내 눈치를 보며 도주할 틈을 찾았다.

       

       물론 그 때마다 본인이 경고를 했기에 늑늑이는 얌전히 내 말을 따라야 했다.

       

       이외에도 늑늑이의 털이 너무 억세다거나, 씻어도 씻어도 녀석의 검은 때가 사라지질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기는 했으나 결국 그는 시간을 얼마나 들이느냐의 문제였다.

       

       고생 끝에 샴푸질을 끝낸 나는 다시금 늑늑이에게 입수를 명령했다.

       

       긴 시간 고생을 한 끝에 체념을 해버린 것일까.

       

       처음에는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하던 녀석이었으나 이번에는 터덜터덜 물 안으로 들어가서는 뒹굴며 샴푸를 씻어내려 했다.

       

       “잠깐.”

       “왕?”

       “기다려라.”

       

       처음에 물에 입수시킬 적에야 어차피 더러웠으니 흙바닥을 뒹굴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만 지금은 아니잖으냐.

       

       그 고생을 해가며 꼼꼼이 샴푸질을 해놨거늘 흙이 묻으면 내 눈에도 흙이 들어가는 심정일 터.

       

       “내 씻겨 주마.”

       

       – 동물애호가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가능해?]

       

       늑늑이를 씻기겠다 선언을 하자마자 후원이 날아들었다.

       

       덩치가 큰 늑늑이를 사람의 손으로 씻기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미겠지.

       

       으음.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곳은 현대처럼 여러 편리한 도구가 없으니 몸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거든.

       

       본인이 지닌 것을 활용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난 내 몸을 젖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니 도술을 활용하자꾸나. 세상의 위에 그림을 그렸다.

       

       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루에게 처음으로 배웠던 녀석.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숙련이 된 상태이니 사용을 하는 데에 아무런 불편함도 없지.

       

       그림이 그려짐과 동시에 늑늑이의 주변에 있던 강물이 떠오르더니 늑늑이를 향해서 내리 꽂혔다.

       

       정상과는 거리가 먼 형상에 늑늑이가 놀라서 도망치려 했지만 그 움직임을 살기로 짓눌러 막았다.

       

       “어허. 가만 있으라 했을 터인데?”

       “끼잉! 끼이잉!”

       “참아라. 숲의 지배자라는 녀석이 이 정도도 못 견뎌서야 어쩌자는 것이냐.”

       

       – 동물학대다.

       – 늑늑이 불쌍해.

       – 강물에 샴푸 떠내려가는 것 봨ㅋㅋㅋ

       – 검은 물 겁나 많이 나오넼ㅋㅋ

       – 환경오염인데 저거.

       – 애완동물 씻기는 힐링방송 나름 괜찮네.

       – 힐?링?

       – 아무리 봐도 킬링 아냐?

       – 나중에 바루 상대로도 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한참 동안 늑늑이에게 물을 쏟아 붇고 있자니 저 멀리서 내 쪽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피피였다. 두 발로 뛰어 여기까지 온 녀석은 내 옆에 도착하자마자 가쁜 숨을 다스렸다.

       

       “화…령님…”

       “일단 숨부터 다스려라. 그래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도 못할 터.”

       

       얼마가 지나 간신히 평온을 되찾은 피피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적당한 이동수단을 구해오지 그랬느냐. 돈도 많은데.”

       “이 근처까지는 그렇게 왔는데요. 늑늑이가 무서워서 그런가 여기까진 못 오더라고요.”

       

       허어. 동물들도 참 겁이 많구나. 이 귀여운 아이의 어디가 무서워서 그러는 것인지.

       

       “그래서 무슨 일이더냐?”

       “아. 그게.”

       

       피피가 전해준 이야기는 이러했다.

       

       현 쓰레드 스트리머 서버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합을 했다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본인. 현 쓰레드의 세상에서 최강의 지위를 거머쥔 본인을 모두의 힘을 합쳐 쓰러트릴 생각이라는 것이다.

       

       “재밌구나.”

       “재미요?! 백에 달하는 사람이 다구리를 치는 건데요?!”

       “무의 기본도 모르는 것들이 아무리 뭉친다 한들 본인을 쓰러트릴 수 있을 듯 싶으냐.”

       

       전쟁에서 수가 중요한 요소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허나 압도적인 차이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 할지어니.

       

       저들의 수가 아무리 많다 한들 본인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으리라.

       

       “그런…가요?”

       “그런 거다.”

       

       으음. 척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군.

       

       과거에는 꽤나 많이 겪어 보았다만서 정파를 박살내고 관군을 무너트린 후부터는 그 누구도 본인을 건드리지 않았던지라.

       

       저들이 얼마나 본인을 재밌게 해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군.

       

       부디 진심을 담아 본인을 쳐죽이려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늑늑이에게 물을 쏟아도 더러운 것이 흘러나오지 않는 때가 찾아왔다.

       

       도술을 쓰는 것을 멈추었더니 털이 축 늘어져서 억울해보이는 늑늑이가 내 눈치를 살폈다.

       

       “나와도 된다.”

       

       내가 말을 하기 무섭게 녀석이 바깥으로 뛰쳐나와서는 제 털을 흔들며 물을 털어냈다.

       

       녀석의 덩치가 덩치라 그런가 털어내는 물의 양조차도 무척이나 많았다.

       

       본인이야 별 어려움 없이 그를 피해냈지만 내 옆에 서 있던 피피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물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다 거기에 연속해서 얻어맞고는 바닥에 널부러졌다.

       

       털이 축 늘어진 채 끼잉거리는 늑늑이와 그 옆에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피피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재밌는 장면이기는 한데 말이다.

       

       “아해들아. 늑늑이의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리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들여야 할까.”

       

       – 어…

       – 와. 씨. 엄두가 안 난다.

       – 하루 바깥에 내놓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 존나 커다란 드라이기가 있어도 하루로는 안 될 것 같은데.

       – 드래곤이 브레스 쏘는 옆에 놔두면 되지 않을까?

       – 늑대구이 만들려고 그럼?

       – 일단 단시간에는 불가능하겠네요.

       

       “으음. 이것 참.”

       

       늑늑이의 보송보송하고 향기로운 털을 즐기고 싶었다마는 자꾸 내 앞에 걸림돌이 생겨나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그마한 강아지 털을 말리는 것도 힘든데 코끼리보다 큰 거대 늑대?

    어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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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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