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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8

    <298 – 경매가 끝나지 않아>

     

    다른 학생들이 각자의 약점상품을 회수하기에 급급한 것과 달리, 즈앙은 아무런 긴장감도 없었다.

     

    “즈앙은 내일 경매에 참여할거야?”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라며.”

    “으으. 이러면 불리한데.”

    “뭐가 불리해?”

    “무인도경매는 기존 경매상품 외에도 참가자마다 개인상품이 하나씩 추가되거든.”

     

    요컨대 마지막 경매품이 나오기까지 버텨야 하는 일수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렇게 들으니 오크노디가 2명씩 팀을 짜도록 유도하고 탈락을 방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지막 날에 사고 싶은 상품이 나오는구나?”

    “응. 원래라면 아직 여유가 있을 시기였는데 교수님이 급발진해서 섬이 이렇게 됐으니…”

     

    실시간으로 마나가 흩어지며 끝에서부터 냉기가 약해지며 녹아내리는 얼음기둥이나 안에서부터 금속구조가 헐거워져 파도에 뚝뚝 떨어져나가는 지면들.

    이런 무인도에서는 아무리 생존력이 강한 암살자라도 오래 버티기에 힘들다.

     

    “쟈각쟈각쟈각”

    “쟈각쟈각”

     

    집게발을 딱딱거리며 몰려드는 바다게 몬스터들도 무인도의 포식자 블루메탈쥐들이 사라지자 슬금슬금 간을 보며 무인도에 발을 콕콕 들이대고 있다.

    늦어도 내일 아침, 빠르면 오늘 밤부터는 몬스터와도 경쟁하면서 버텨야 한다.

     

    ‘까짓것 버티지 뭐.’

     

    즈앙은 칠일차에 도전했다.

    밤새 섬에 오른 게들이 기어이 즈앙을 노리고도 덤벼들었지만 그녀는 이미 허접한 작은 게보다 훨씬 큰 자이언트킹크랩을 쫓아내는 법도 알고 있다.

     

    “무오옹!”

     

    자이언트킹크랩도 움찔거리다가 물러나는 울음소리를 작은 게들이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신기하네. 오크노디한테 배운 기술을 이렇게 써먹다니. 평생 써먹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에서 배웠던 야간에 습격에 당하지 않고 잘 자는 법도, 밤중에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는 방법도 전부 통했다.

    세상사 모름지기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뜬구름 잡는 말도 이런 일을 겪어보니 참 신기하다.

     

    시간이 흘러 칠일차의 정오.

    익숙한 자이언트킹크랩들이 해저 어디선가부터 기어 올라왔다.

     

    “무오오옹!”

    “무오오오옹!”

     

    오크노디와 함께 문어처럼 두 팔을 흐느적거리며 높은 발성으로 힘차게 소리를 지르니 자이언트킹크랩들이 경매장 주변에 옹기종기 포진했다.

    조나의 눈치를 보는지 밖으로 한 걸음만 나와도 덮칠 기세다.

     

    “무인도 경매 일곱 번째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상품은 <도둑잡기>입니다.”

     

    상품으로 나온 것은 마나보드.

    특별한 조작이나 기능사용에 이용되는 일종의 고급양피지나 계기판으로 구시대의 마나스크롤의 응용판에 가까운 물건이다.

    그만큼 효능과 효과범위는 일반적인 스크롤보다 훨씬 강력하고 넓다.

     

    “경매 시작가는 25만 포인트. 시가는 25만씩 올리겠습니다. 입찰에 참여하실 분 있습니까?”

     

    즈앙은 솔직하게 물었다.

     

    “오크노디. 저거 살 거야?”

    “음~ 딱히 살 이유는 없지? 십대도둑의 위치 같은 건 이미 알고 있고.”

    “…정말로?”

    “응. 전에 브론즈 교수님이 즈앙의 스승님은 목숨도둑이라고 했었지? 목숨도둑은 제국의 지하대수로에 숨어있다는 것도 알아!”

     

    재단의 지식인가.

    대륙 각지의 유력자나 유의해야 할 강자에 대한 정보를 빠삭하게 아는 이유는 재단에서 주입한 상식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즈앙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도둑잡기 마나보드의 사용법은 얼추 예상이 갔다.

    마나보드에 찾고자 하는 도둑의 이름을 적으면 자세한 소재지가 마나보드 위에 떠오르거나 기입되는 방식이리라.

    십대도둑 중 하나를 찾는 방식으로도 쓰일 수 있지만 훗날 목숨도둑의 제자인 즈앙을 찾아내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

    어느 모로 생각해도 즈앙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해도 좋을 물건이었다.

     

    “칠일차 경매상품 <도둑잡기>는 즈앙 참가자에게 25만 승선포인트로 낙찰되었습니다.”

     

    즈앙은 목에 매고 있던 보호의스카프를 풀러 마나보드에 칭칭 감았다.

    소녀의 연약한 급소를 지키기 위해 스승이 남겨준 스카프는 목만큼이나 귀중한 물건을 지킨다는 점에서 스승의 유지를 훌륭하게 이어가고 있다.

     

    “돌아갈거야?”

    “상품도 샀으니까.”

    “먼저 가서 놀고 있어!”

     

    오크노디의 약점상품은 뭐가 나올까.

    분명 변변찮은 녀석이 나오겠지.

    즈앙은 가벼운 마음으로 크루즈선으로 향하는 배에 탑승했다.

    자이언트킹크랩들이 아쉬운 마음에 배 주변을 맴돌다가 수면 위로 번지는 전기충격 주문에 화들짝 놀라 파바밧 흩어졌다.

     

    ‘며칠이나 기다려야할까?’

     

    오크노디가 없는 크루즈선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굉장히 지루할 텐데.

    포인트도 의미가 사라졌으니 대충 인적 없는 곳에 짱박혀서 시간이나 보낼까.

    마나보드를 품에 끌어안고 크루즈선에 돌아온 즈앙은 빠르게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안 돼. 냉각수가 얼어버리면 기계실이 망가져버려. 빙결마법만은 제발 참아줘!”

    “기계가 파손되어 수리비를 물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반란에 협력해.”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재단에게 반기를 드는 행위가 훨씬 더 위험한 거 아니냐고.”

    “멍청아. 우리 역할은 기계실을 지키는 거지 반란을 막는 게 아니야. 반란에 참여하지 않아도 설비가 고장 나면 평생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마법으로 승무원을 협박하는 학생들과 눈물을 흘리며 굴복하는 승무원들.

     

    “난 너희 같은 겁쟁이와는 달라. 고작해야 아카데미의 1학년 따위에게 재단승무원의 무서움을 보여…”

     

    용기 있게 나섰던 승무원은 달려 나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걷어차여서 복도 바닥을 굴렀다.

    로브를 걷고 얼굴을 드러낸 여학생의 얼굴에 승무원들의 동요는 더욱 커졌다.

     

    “저 특징적인 오렌지색 머리카락은 분명 용사 이슈타르의 머리색이었을 텐데!?”

     

    자신만 아는 오만한 용사 이슈타르.

    어째서인지 그녀가 반항하는 승무원들을 제압하며 선상반란을 돕고 있었다.

    단정한 용모의 인상을 크게 일그러뜨리는 독심으로 똘똘 뭉친 표정.

    그것이 같은 학생이 아닌 승무원에게 향하자 이토록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정녕 얼마 전까지 동급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던 용사가 맞는 걸까.

    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주제에 재단의 승무원들은 왜 저리 줘패고 있는 걸까.

    흥미진진한 광경 앞에서 즈앙은 깨달았다.

    오크노디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 *

     

     

    재단의 간부 <안라게의 사도>는 자신이 꿈이라도 꾸고 있는지 의심했다.

    개떼처럼 몰려든 학생들을 막아야 할 승무원들은 도리어 저쪽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하나씩 둘씩 차츰 줄어들던 승무원들이 어느새 적에게 포섭되었음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

    지젤(981기 입학)

    아카데미 1년생, 모험학부 지망생

    현직 암상인

    경매상품 <혁명군의 보급상인에 대한 정보>의 구매자

    ━━━

     

    평범한 학생으로 위장했지만 그 실체는 삼대거악 중 하나인 혁명가의 지원자.

    그래봤자 아직은 1학년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한 번 지휘권을 붙잡으니 엄청난 속도로 전황을 뒤집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따로 물자를 숨겨둔 선내보급거점마다 동방검객이 들이닥쳐 보급을 거덜 내니 재단 측 승무원들의 이탈만 점점 가속했다.

     

    “놔라.”

    “안 됩니다. 지금 나가시면 조타실과 함장실이 모두 넘어갑니다!”

    “놓지 않으면 손을 뜯어먹어주마.”

     

    수석항해사는 사색이 되어 안라게의 사도를 붙잡았던 손을 놓았다.

    안라게의 사도는 여러 인격이 한 몸에 깃든 군령체.

    평화주의자 포셉의 인격을 몰아내고 수면 위로 부상한 인육포식자 구스타브의 인격이 며칠간 계속되었지만 그 또한 다음 인격의 부상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겁을 모르는 것들에게 인육포식자의 인격은 약해. 분하지만 다음 인격에게 몸을 내어줄 수밖에.”

     

    구스타브는 인격의 전환을 허락했다.

    눈을 까뒤집고 경련을 일으키던 그의 기세가 놀랍도록 차갑게 가라앉았다.

    곤두섰던 머리카락이 스스로 가라앉고 어정쩡한 걸음걸이와 정련되지 못한 감각이 한 자루의 칼처럼 날카롭게 가다듬어졌다.

     

    “실례지만 어느 인격이 깨어나셨습니까…?”

    “용사후보생 케이.”

     

    수석항해사는 생각했다.

    오크노디의 친구들은 정말 운이 없다고.

    안라게의 사도가 지닌 인격 중에서도 수위권에 속하는 실력자의 인격이 당첨되었다.

     

    “맵핑.”

     

    지시를 받은 수석항해사가 화들짝 놀라 급히 마나보드를 조작했다.

    승선카드에 연결된 마나좌표가 조타실의 계기판 위로 떠올랐다.

     

    “분류.”

     

    케이의 지적에 수많은 좌표 사이에서도 현 상황에 가장 필요한 학생들의 좌표가 떠올랐다.

     

    “링크.”

    “연동시켰습니다.”

     

    안라게의 사도의 머릿속에 심은 마나칩으로 정보가 전송되었다.

    이에 케이의 시야 한편으로 학생들의 위치정보가 마치 미니맵처럼 떠올랐다.

    크루즈선을 지키는 자.

    재단의 빚을 갚기 위해 발이 묶인 사도.

    타락한 군령체가 제 목적을 다하기 위해 강제당한 족쇄이자 방어에 최적화된 미니맵 능력은 과연 쓸모가 있었다.

     

    “…너, 정말로 인간이 맞나?”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제어실에 들이닥친 케이.

    그의 검이 아이린이 보강해둔 빙벽을 일검에 갈라버리는 광경을 보자마자 싱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조우했음을 깨달았다.

    오크노디가 돌아오기 전까지 바깥의 일은 용사나 아이린에게 전부 떠넘기고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며 수련이나 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골라라. 베일지, 항복할지.”

    “…항복하겠다.”

     

    그는 생각했다.

    오크노디만 오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철저한 오판이었다.

    오크노디는 개판이 난 무인도에서 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독종이었다.

    그리고 안라게의 사도의 새로운 메인 인격으로 부상한 케이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존재였다.

     

    “인질로 잡은 우리를 어쩔 속셈이지?”

    “승무원과 인질교환을 할지도 몰라.”

    “난 승무원 스무 명이랑 바뀔 거야.”

    “왜?”

    “존나 강하니까. 너는 세 명이면 잘 쳐준 거겠지.”

    “하. 웃기고 있네. 케이님 이 새끼 밤에 코고니까 몸값 50% 깎아주세요.”

    “야 그걸 왜 말해! 그러는 너는 피 보기가 무섭다고 사슴 앞에서 쭈뼛거리다가 뿔에 치여서 날아간 썰도 있으면서!”

     

    싱 이후로 습격을 당한 학생들의 긴장감 없는 대화에 케이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마라. 너희는 모두 일인분의 가치만을 지니고 있다. 그 가치는 코를 골거나 사냥감을 잘 못 죽인다고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헐. 대박… 나 방금 반한 것 같아.”

    “재단에서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결함이 있거나 강약의 차이가 있어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동등하다는 뜻인가요?”

     

    케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희는 모두 이 저주받은 크루즈선에 묶인 내 영혼을 빼내기 위한 의식용 제물이다.”

    “?”

    “안라게의 사도의 몸에 묶인 영혼의 수만큼 학생을 모아 제물로 바치고 영혼을 교환해 빠져나갈 계획이지.”

    “??”

    “가장 훌륭한 검객의 몸은 내 것이니 나머지 몸은 얼마나 하찮아도 상관없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차별 없는 ‘위험해’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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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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