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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항상 루크를 기분좋게 깨워주던 새소리마저 줄어들어버린 어느 가을 날 아침.

    바람이 창틀을 때리는 소리가 거세고,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면 곧장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겨울이 올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각, 루크의 방에서는 한껏 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흐읍…….”

     

    물론, 그 소리를 내는 당사자는 루크였다.

    그 이유인 즉, 사과를 깎아온 예르나의 덕분에 ‘국제 마법 경시대회’에 대해서 상기하게 된 루크가 뒤늦게 아카데미에 가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하필이면 교복이 작아져서 쉽게 착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옷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루크가 커진 것이리라.

     

    -찰칵.

     

    “후우…….”

     

    마침내 교복의 재킷의 단추를 여미는데 성공한 루크는 마침내 들이킨 숨을 내쉬었다.

     

    사실 한번 급격한 성장을 겪는 바람에 교복을 수선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

    덕분에 셔츠나 조끼, 치마등의 교복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재킷이었다.

    재킷에는 아무런 수선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슴이나 허리가 조여서 숨을 쉬는 것이 불편하였다.

    어차피 추위를 참는 것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으니 불편하다면 그냥 벗어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었지만, 루크는 그리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춘추복으로 등교해도 교칙위반이 아니었으니 그래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짐에 따라 교복의 규칙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루크는 생각했다.

     

    ‘재킷도 미리 수선을 맡겼어야 했는데…….’

     

    재킷이 현재의 자신이 입기에 작을 거란 사실을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루크는 굳이 재킷의 수선을 맡기지 않았었다.

    그 이유란 굉장히 단순했는데, 루크는 처음부터 이 교복을 그렇게 오랫동안 입을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조기졸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자신은 1년 안에 바로 아카데미를 졸업할 계획이고, 그렇게 되면 어차피 교복은 더 이상 입지 않을 옷을 수선할 필요도 없을 테니 굳이 돈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루크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크가 여기서 간과한 것은 바로 자신의 성장세.

     

    ‘서클’인 자신은 서클이 높아질수록 성장한다.

    서클의 향상은 벌써 5번이나 겪은 상황이니만큼, 이제는 확실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게다가 3~4cm의 성장은 사실 그냥 지나치기도 어려울 정도로 체감이 컸다.

     

    처음 성장폭을 계산해 본 결과로는 1서클당 1살의 성장 정도였다.

    아마 처음 눈을 뜬 당시 사람들이 자신을 10살로 알게 된 것도, 자신이 과거 10서클인 존재였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5서클인 현재, 자신의 육신은 과거의 서클인 10서클을 더해 15세가 되어야 했지만 신장만큼은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지금은 신체 밸런스의 붕괴가 자신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어 그리 보이지는 않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육신을 이룬 소재들의 밸런스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곧바로 신장까지 15세의 몸으로 보이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바로 신장 외의 성장이다.

    으레 성장기의 여자아이들이 겪는 상황이 루크에게도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눈에 띄게 부풀기 시작한 가슴 때문에 속옷도 새로 샀을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로 현재 루크가 느끼는 압박감도 대부분 가슴에서 전해지고 있었고…….

     

    “역시……. 작은 것 같군.”

     

    루크의 중얼거림에, 루크의 가방을 들고 있던 리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마침내 인격이 거의 형성된 ‘케이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의 의견에 동의. 본 객체의 눈에도 그러한 경향이 보이고 있음.”

     

    케이트는 리브와는 달리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가 있었다.

    리브는 처음부터 전투용 리빙아머로 제작된 특수목적 골렘인 탓에 당시의 마석기술의 한계로 리브에게 음성 대화문 조합과 출력기능까지 고려할 수는 없었고, 지금은 또 그것에 맞춰 인격 자체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상태이지만,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부터 설계된 케이트는 딱히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케이트가 말했다.

     

    “해당 문제에 관해 본 객체의 제안.”

    “응?”

    “질량의 증가로 옷이 작아졌다면 해결책은 두가지. 첫번째, 당신의 몸을 줄이는 것. 두번째, 당신의 옷을 늘리는 것.”

    “……뭐?”

     

    루크는 케이트는 아직 언어에 대한 인격이 완전히 형성되진 않아서 상대의 고민에 기계적인 대답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어쩐지 얄미운 느낌에 케이트를 잠시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케이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본 객체에게 제안이 있음?”

     

    케이트는 정말 이유를 모르는 것일까?

    루크는 대답했다.

     

    “케이트, 방금 질량의 증가라고 했는데, 나는 살이 찐 게 아니다. 성장한게지. 그 부분은 명확히 하자꾸나.”

     

    자신은 단순히 살이 쪄서 옷을 못 입게 된 것이 아니었다.

    몸매의 관리도 자기관리의 일부분이라, ‘살이 쪘다’는 식의 그러한 지적에는 루크도 솔직히 불쾌감이 들었다.

     

    게다가 몸을 줄이던가, 옷을 늘리라니?

    그건 꽤나 모욕적인 언사가 아닌가.

     

    자신이 그 해결책을 떠올리지도 못 할 정도로 바보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역시 아직 미완성이라서 단어선택 부분에서 적절하지 못한 듯하다.

    이것은 후에 고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케이트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 본 객체, 차이를 이해할 수 없음. 두 경우 모두 질량의 증가는 동일. 따라서 본 객체, 둘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 이해할 수 없음.”

    “……아.”

     

    케이트의 대답에 루크는 이마를 짚었다.

    그래, 사실 이게 마법사였다.

     

    케이트는 처음부터 완벽한 전사로 설계된 리브와는 달리, 완벽한 마법사의 인격을 의식에 반영했기 때문에 감성의 영역은 리브에 비하면 ‘아주’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원래 마법사라는 작자들은 대부분 이런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단어가 지닌 감성의 미묘한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보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

    아마 자신도 옛 마법사의 인격을 여전히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면 고작 그런 단어 하나에 연연하지 않았으리라.

     

    “…….”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불쾌함’이 느껴졌었다.

     

    왜일까?

     

    사실 그 이유는 명료했다.

     

    자신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100년을 살 동안 감정을 잘 모르던 마법사의 서클에서, 일반적인 감성을 지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말이다.

     

    돌연 자신의 내적인 변화가 실감된 루크는 케이트에게서 눈빛을 거두고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미안하다, 레니에, 케일, 그리고 모두들…….”

     

    그들을 포함해 마법사가 아닌 모든 이들에게 당시의 루크를 대신하여 사과를 건네고 싶을 정도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

     

    약간의 고민 끝에, 루크는 그냥 재킷의 단추를 채우지 않기로 타협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차피 수선을 미뤘던 재킷 뿐이고, 복장단속이 있는 교문만 넘기면 바로 벗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아, 다음부터는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사소한 작업을 뒤로 미루지 말아야겠구나…….”

     

    루크는 한숨을 쉬며 한탄했다.

    여태껏 작고 사소한 일을 뒤로 미뤘다가 이 정도로 곤란한 일이 생긴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계절이 바뀌어 옷장 깊숙히 들어간 재킷을 꺼내 수선을 맡기러 가는 작업은 기타 마법연구나 리치의 아티팩트와 몸 조사, 케이트의 인격작업, 아린세이아의 리빙아머 보수등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고 귀찮은데다 재미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문제가 생기지 않은 이유는, 자신을 대신해 남들이 그동안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않고 기억 저편으로 치워두었던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한번 과거의 존재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보니 레니에가 왜 서클을 금지시켰는지 알 것 같기도 하군.’

     

    그것은 마법을 만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레니에의 투쟁임과 동시에, 어쩌면 당시의 마법사들이 자신의 연구를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모습이 꼴사나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낮과 밤의 별자리의 연속성을 밝혀내겠다면서 하늘을 한동안 밤으로 고정시켜 버리는 바람에 인근 농부들의 농사를 망친다던지, 마나의 순환을 연구하겠다며 마나의 근원인 숲을 몰래 불사른 뒤, 복구에 얼마나 걸리는지를 기록한다던지…….

     

    루크도 만약 레니에나 케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 미묘하고 사소한 ‘감정’의 편린이라도 깨닫지 않았더라면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영향을 주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니까.

     

    물론 그러한 선대들의 연구가 있었기에 지금의 마법기술이 존재할 수도 있는 법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재 사회에서 그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실행할 수도 있는 존재들이 바로 서클을 지닌 마법사이니만큼, 한 국가를 넘어 물질계를 다스리게 된 새로운 신인 레니에의 입장에서는 뛰어난 개인에게 모든 무력과 힘이 집중되는 서클방식 대신에 더 안전한데다 더 공평하고 더 흥미로운 발전된 마법체계의 필요성이 느껴졌을 것이다.

     

    타인에게 공감할 감정이 없는 서클을 지닌 마법사들은 대체로 예측이 잘 되지 않는 존재이니 말이다.

     

    서클마법이 거의 사라진 지금은 적어도 낮잠을 자다가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이유로 돌연 미친짓을 하는 대마법사는 없지 않나.

     

    물론 그건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 때 자신은 그저 권한을 빌려줬을 뿐이고, 어떤 의지도 지니고 있지 않았으니까.

     

    “…….”

     

    뭐, 아무튼 그건 그 때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현재다.

    무릇 사람은 뒤를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법.

    지금은 앞을 향해 나아갈 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통탄스럽도다!

    벌써 다음화가 300화네요…! 또 300화 특집 과거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된건가…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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