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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요정의 선물을 받은 이제순은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행동했다.

         

       “흐흐흐, 이제 나는 최고야. 최고라고…!”

         

       그는 수첩을 가지고 있을 때처럼 오만해졌다.

       동료들이 발로 뛰고 귀동냥해서 정보를 얻어오는 것을 하잘것없는 짓이라며 위에서 깔보는 시선으로 내려다보았고, 선배들이 인맥을 이용해서 정보를 얻는 것을 볼 때마다 곧 저 인맥을 모조리 빼앗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며 탐욕을 보였다.

         

       이러한 이제순의 모습은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이제순이라는 인간은 자신을 감추는 것에 있어 더없이 서툰 인간이었기에, 그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얼굴에 다른 사람을 깔보고 다닌다는 것이 그대로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마구 깔보는 것이 눈에 보였음에도, 다른 사람들은 이제순에게 쓴소리하지 못했다.

         

       『 호, 호, 호. 배우 A양이 현재 세 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하는데? 청순한 이미지 때문에 첫사랑 영화들에 단골로 캐스팅되는 배우인데, 이거 참 놀랍구먼! 』

       『 더 대단한 이야기도 있어! 가수 C양 있지? 무려 두 집 동거한다고 하더군. 응? 잘못 말한 거 아니냐고? 아니 진짜야. 두 집 동거. 방송 일정을 핑계로 교묘하게 조작해서 번갈아 가면서 동거를 하는 모양이라고! 이거 정말 대단하지 않나! 게다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거 아무도 냄새를 못 맡았다고 해. 이거 터지면 좀 시끄러울 것 같지 않아? 』

       『 그리고 네가 옛날에 기사를 썼던 정훈상 있지? 집에 틀어박혀서 술만 퍼마시고 있다고 해. 근데 어디서 난 건지 비싼 술만 처먹고 있다고 하는데…. 좀 특이하지? 』

       『 어이쿠, 요새 뜨고 있는 예능인 T 있지? 손버릇이 좀 나쁘네? 아니 타짜 같은 게 아니야. 불법 도박도 아니고 원정 도박도 아니고. 손버릇이 나쁘다는 게 뭐냐? 이놈 도벽 기질이 있어요. 동료가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거 슬쩍하는 건 기본이고,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슬쩍 훔쳐서 주머니에 집어넣는 게 습관이네? 이놈 돈도 많은데 이 짓 하는 게 참 그러네. 듣자 하니 물건 훔치는 게 성공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주 가관이야 가관. 』

         

       그에게 함부로 입을 놀리기에는 이제순이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다.

         

       『 독점) 배우 A양, 세 다리 발각. 』

       『 독점) 배우 A양의 팜므파탈, 과연 세 다리로 끝인가? 』

       『 익명의 제보자 “A양이요? 세 다리라…. 솔직히 더 있을 것 같아요.” 』

         

       이제순은 주물이 흘리는 정보를 이용해 수많은 기사를 썼다.

         

       『 모두를 경악하게 한 두 집 동거? 다른 두 집에서 나오는 한 여자의 정체는?! 』

       『 속보) 가수 C양, 두 집 동거. 놀랍게도 동거인들은 C양의 바람 인식 못해….』

       『 두 집 동거의 비밀은 치밀한 계획과 연기 실력? 누리꾼 “저런 연기 가지고 왜 드라마에서는 발연기를?” 』

       『 가수 C양 동거인, 둘 다 취재 거부. 그 이유는…?』

         

       그 기사들은 하나하나가 특종이라고 불릴법한 것이었으며, 터져 나올 때마다 대한민국을 진동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게다가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정보가 튀어나오는 마법의 맷돌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기사를 쓰고, 쓰고, 또 썼다. 그 덕분에 어느샌가 이제순은 연예부에서 절대로 기분을 상하게 해서도, 사이가 나빠져서도 안 되는 권력의 중심이 되었다.

         

       선후배니, 기수니 하는 것?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저 정도로 규격 외의 능력을 보여주면 그런 게 무슨 소용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특종을 미친 듯이 뽑아내는 놈이 있는데, 그런 거에 트집을 잡으면서 이제순에게 잔소리를 퍼붓거나 기합을 줄 기자는….

         

       적어도 연예부에는 없었다.

         

       대신에 그들은 이제순에게 비굴하게라도 다가가서 친분을 가지려고 했으며, 친분을 이용해서 그가 정보를 뽑아내는 비밀을 캐내려고 발악했다. 때로는 술을 먹여서 그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에 대해 알아내고자 했으며, 어떤 사람은 선물을 주면서 쓸만한 정보가 있다면 하나 달라며 거래 아닌 거래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제순은 원하는 대로 연예부에서 날아올랐다.

         

       수첩의 소모 이후에 있었던 잠시간의 부진은 그저 환상이었다는 듯.

       신발이 주는 정보를 이용해 끊임없이, 끊임없이 그는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사회부에서 일하게 된 이제순이라고 합니다.”

         

       그는 금의환향하는 것에 성공했다.

         

       사회부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온갖 인맥을 만들고,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사회부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끊임없이 피력하고.

         

       그 끈질긴 노력 끝에, 그는 다시 사회부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연예부로 좌천되었을 때는 그저 꿈밖에 꾸지 못했던 그의 고향.

       근본 없는 곳이라는 소리나 듣는 연예부가 아니라, 적자나 적통 소리를 들으며 대우받을 수 있는 그곳.

         

       그가 그토록 원했던 곳에 도착했다.

         

       “앞으로도 계속 큰 거 터뜨릴 테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 올해도 이상 기후 징조…. 작년보다 확연히 빠른 유해 곤충의 등장. 』

       『 꽃매미 유충 대량 발생. 포도 농가 울상. 농민들 정부에 원망. 』

       『 흉작이 예상됨에도 손을 놓고 있는 정부…. 농민들의 원성 높아져. 』

       『 농작물을 망치는 행위, FTA 개정 협상과 관련이 있나? 』

         

       “끌끌끌.”

         

       진성은 신문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제대로 날뛰고 있구나.”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기사.

       해로운 짐승에 대한 내용, FTA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 늑장 대응하는 정부에 대해 성토하는 내용….

         

       그 내용들은 하나같이 사회 카테고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였으며, 제각기 비슷하면서도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기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 이제순 기자. 』

         

       저 기사 모두, 이제순이 쓴 것이라는 것이다.

         

       ‘사회부로 가서도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뛸 줄 알았더니, 연예부에 있을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구나. 차근차근 포위망을 좁히며 먹이를 잡는 모습이라.’

         

       기사들은 하나같이 공격적이었으며, 약자를 방패와 수단으로 삼아 정부를 후려치며 정부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사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면 그 칼끝이 방향성을 띠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FTA,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치인.

         

       정치인 정중오를 노리고 있었다.

         

       ‘좋구나 좋아.’

         

       이제순은 영리했다.

         

       그냥 터뜨려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연예부 때와는 다르게,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해야 하는 사회부의 특성을 재빨리 이해한 것이다.

       그는 그냥 막무가내로 터뜨려서 소란을 일으키는 대신, 딱딱한 과일을 돌려서 깎아 속살을 꺼내는 것처럼 자그마한 것으로 정치인을 공격해 방어막을 벗기고, 충분히 무력화되었을 때 기사를 터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절대로 작지 않으리라.

         

       절대로 말이다.

         

       그냥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은 연예인을 공격하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권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훨씬 손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질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파급력은 진성 역시 바라마지 않는 것이었다.

         

       ‘시선을 끌어주는 이가 있으니 이렇게 편하도다.’

         

       이제순이 권력을 들쑤실수록 힘을 가진 이들의 시선은 이제순이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 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고, 진성은 그 수혜를 입어 자유롭게 대한민국을 누빌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다.

         

       진성은 기사 끝에 있는 ‘이제순 기자’라는 글자를 흐뭇하게 지켜보고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그리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스락.

         

       그가 일어나자 쌓였던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무게에 눌려 바스러지며 소리를 내었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스산한 바람이 그를 지나쳤다.

         

       그는 그 바람을 맛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저 멀리서 빛을 발하고 있는 도시의 풍경.

         

       노란 가로등이 성냥불처럼 타오르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이리저리 스쳐 지나가며 점멸하는 반딧불이처럼 움직인다.

       너무 멀어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잘 보이지 않되 그들이 손에 품고 있는 스마트폰의 불빛은 불똥처럼 튀었다가 사라지며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렸고,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하늘에서는 별빛이 반짝이며 흐르고 있었다.

       반짝이는 불똥들은 모여 끈적한 점액에 갇히기라도 한 듯 느릿하게 하늘에서 흘러갔으며, 소란스러운 도시를 지나쳐 진성이 위치한 적막한 산을 향해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그 모습을 불티를 먹은 뱀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실례일 것인가.

         

       새까만 어둠이 가득한 깊은 산중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자. 천체가 어지러워 서로가 빛을 뿜어 눈을 가리는 형국이니 삿된 것이 활동하기 좋은 시간이요, 자시를 막 넘어 귀기와 음기가 충만하니 나무가 한껏 차가워져 있겠다.”

         

       저벅.

       바스락.

         

       진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벌레가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람 행세를 하는 것 같은 역겨움을 가지고 있었다.

         

       “자아. 나무야, 나무야. 세월을 머금은 나무야. 세 아름에 십수 장의 높이를 가진 나무야. 이름을 붙여줄 터이니 생명을 머금은 삿된 존재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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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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