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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이야, 우리 회사 건물도 크네.”

        

        

        

        SSM 본사.

        

        하늘을 향해 높다랗게 뻗어올라간 건물이 눈 앞에 있었다. 드물게도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겨울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이 건물 유리창에 맞닿으며 시리도록 빛났다. 따가운 햇살과는 다르게 날씨는 근래 가장 춥긴 했지만. 얼굴을 때리는 칼바람의 강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 나 – 다이스가 있었다. 전혀 오랜만에 보지 않는 건물이었다. 1월달에 들어서면서 하루에 한 번씩 보던 신사옥 외관은 이젠 하나도 멋있지 않았고, 그저 일거리를 그득그득 품고 있는 일 보따리 같은 느낌밖엔 들지 않았다.

        

        아무튼, 이 즈음 되면 내가 왜 이곳에 와있는지를 적당히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또 일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일이었다.

        

        방송 출연이 아니라, 타 팀을 만나러 오기 위함이었다.

        

        

        

       “어으, 추워라.”

        

        

        

        그러나 건물 안은 추위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달콤한 라벤더 향과 함께 따스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날이 무진장 춥다고 해서 어그부츠를 신고 왔는데, 건물 난방이 이렇게 빵빵해서야 불과 몇 분도 안 되어 땀이 날 것 같았다.

        

        조금 안쪽으로 걸어 의자에 앉은 후, 빵빵한 털모자와 목에 두른 목도리를 벗어 한쪽에 잘 놔두고는 가방 안에서 지퍼백에 보관 중이었던 신발을 따로 꺼낸다. 어그부츠와 털모자, 목도리는 가방 안에 수납시키니 한결 몸이 가벼워진 듯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정리를 하는 사이에도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신다.

        

        

        

       “아, 예린 씨! 오늘도 오셨네요.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저어기 폴른 팀에서 한 번 미팅하자고 해서 왔죠. 잘 지내셨나요?”

        

       “저희야 항상 로비에서 출입인원 관리만 하니 큰 일은 없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짐 수납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알고 계시죠?”

        

       “네. 좀 많이 와봤거든요.”

        

        

        

        마치 공항 게이트랑 비슷하게 생긴 센서 게이트가 나를 반겼다. 한참 전부터 예전처럼 사원증 등을 찍고 들어가는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게이트를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스캔이 완료되어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쪽으로 들어가면 외부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곳들이 나온다. 가령 휴게실이라거나 구내식당, 디저트 가게나 그 외 등등. 가끔씩 외부 공개가 되면 응접실의 역할도 겸하는지라 시설이 좋아, 주로 공인들이나 연예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기 참 쉬운 공간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아직 미팅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잠시 카페에서 간식과 핫초코를 하나 주문한 – 일단은 나도 SSM 사원이었기에 시설 이용 50% 할인이 적용되었다 – 나는 또다시 TV에 간간히 얼굴을 비추는 한 남성 그룹과 마주치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

        

       “요즘 잘 지내셨슴까!”

        

       “아니, 무슨 인사가 그래요.”

        

        

        

        이분들 이름이 뭐더라. 그룹명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했던 다크 존 모의 전투에서 전부 벌집핏자를 만들어줬던 건 선명하게 기억나는 아이러니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들 명찰에 그룹 이름과 활동명을 큼지막하게 써붙이고 다닌 터라 모르는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는 척에 성공했다. 물론 그 외에도 요즘 토크쇼에 자주 출연하면서, 내가 SSM 소속 남성 그룹 혹은 걸그룹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티나지 않도록 나름 조금씩 공부 아닌 공부를 하기도 했고.

        

        아무튼, 이들은 스크림에서 뚜까맞은 이후로 나에게 굉장히 깍듯이 예의를 표하는 그룹이기도 했다.

        

        

        

       “어, 그러니까…사실 여러분들이 요즘에 무슨 활동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새해에는 모든 일들이 바라는 대로 다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대화 주제 드리프트 솜씨가 예술이시네요.”

        

       “보통 이 즈음이면 다들 유어스페이스로 신년 인사 준비하고, 행사 돌거나 개인 트레이닝 받는다는 것밖에 몰라서, 어쩔 수가 없네요.”

        

       “하하, 저희 쪽이 다 그렇죠.”

        

        

        

        그러더니 부스럭.

        

        도대체 어디서 꺼낸 건지는 몰라도 CD가 튀어나온다.

        

        

        

       “저희 시그널 50 새 앨범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야야, 얘 좀 말려봐. 얘는 무슨 만나는 분들마다 전부 CD를 드리네. 뭔가 다단계 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소매넣기도 이 정도면 예술의 경지다, 진짜.”

        

        

        

        …아이돌이라는 건 대체 뭘까.

        

        아무튼 그렇게 느닷없는 미니 토크쇼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이로 인해 대략 40분 정도 남은 미팅 전 빈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도 있었다 – 물론 막바지로 갈수록 좀 심하게 알차진 경향이 있어서, 하마터면 엘리베이터를 놓칠 뻔했다.

        

        심지어는 스태프 한 분이 브이로그 형식으로 편집해서 공식 채널에 올려도 되냐길래 나중에 결과물을 보고 승낙 혹은 거절 사인을 주겠다고 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나도 이곳의 사원이고 저쪽 남성 그룹 역시도 그러했으니, 나는 몰라도 저쪽이 유명세를 조금 더 얻는 건 일종의 상부상조가 아닐까. 대략 그런 느낌이다.

        

        

        여하간 그런 미묘한 결과를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슈웅 하는 느낌과 함께 고속 엘리베이터가 30층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리하여 문이 열리자 세련된 복도와 근무 장소가 나타났다. 항상 프로그램 촬영 부스나 이런저런 녹화실이 있는 곳만 싸돌아다녀서 그런지, 다크 존 타 프로팀이 있는 곳에 와보는 건…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래서인지 꽤나 생소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왜 SSM Entertainment 내의 게임 섹션이 완전히 따로 분리되지 않은 것도 조금 의아하긴 한데, 최대 1년 내로 성수동 근처에 SSM 산하 모든 팀을 통합하여 게임 분야만을 관리하는 건물에 몰아넣는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샌가 도착했다.

        

        

        

       ───삑!

        

        

        

        그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방금 지나온 곳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건물 안에 또다른 작은 건물이 하나 더 들어서있는 느낌. 하지만 내가 온 곳이기도 한 강남 언저리에 있는 에이펙스 프레데터 팀의 사옥과 얼추 비슷한 맥락의 인테리어였다. 실로 프로게이머라면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 하는 느낌대로 디자인된 곳이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문을 열자, 많은 이들이 박수와 함께 나를 반겼다.

        

        

        

       “야야, 다이스 선배님 오셨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요즘 인사 메타는 이런 느낌인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해본 적 없는 학년 놀이와 선배 놀이 같은 걸 왜 여기서….

        

        면면을 천천히 훑어봤다. 지난 번에도 느낀 거긴 하지만, 확실히 다크 존 PVP 종목들은 애시당초 서로 교집합을 형성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아예 모르는 이들이 있지는 않았다. 다들 한 번쯤 에이펙스 프레데터에 연습 경기를 하러 온 경험도 있을 거고.

        

        물론 나는 없다. 나중에 들어보니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들은 굳이 이것저것 경험시켜가며 종목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더라. 자화자찬으로 빠진 것 같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어.

        

        

        여하간, 오늘 이곳으로 온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말은 길지 않겠지만, 일단 피드백은 잔뜩 준비해왔으니 다들 긴장하고 있으세요.”

        

        

        

        임시 코치.

        

        저어기 홍제동에서 잘 쉬고 있는 뱀꼬리마냥, 오늘 내 가슴팍에 붙여진 딱지는 그런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는 않아도 불가능한 인사이동은 아니었다. 특히나 폴른은 에이펙스 프레데터에서처럼 경기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고…사실 비중만 따지면 스킬 사용 비중이 AP보다도 훨씬 높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본래라면 폴른 팀에게서 스킬 운용법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 조금 더 정합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했다. 또 그 뱀꼬리 때문이지 뭐겠어.

        

        요컨대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스킬을 들고 너무 날뛴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겐 안타깝게도 그 사람에게 배워온 게 좀 많기 때문에, 이들 역시도 그만큼 갈궈질 예정이었다.

        

        

        

       -쿵!

        

        

        

       “…에?”

        

       “백과사전인가요?”

        

       “스킬 운용법이랑 피드백 모음집이에요. 전부 정독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최소 300매 이상을 자랑하는 종이뭉치 네 개의 내용은 각각 전부 달랐다.

        

        게다가 애시당초 폴른은 에이펙스 프레데터의 맵 일부분을 잘라와서 맵으로 삼아 이뤄지는 모드였기 때문에, 내가 해줄 이야기는 많고도 많았다.

        

        은퇴한 유진 씨를 뒤로 하고, 남겨진 이들이 해야만 하는 후배 양성.

        

        

        

       “감당하지 못할 트레이닝은 없고, 넘지 못할 한계는 없습니다.”

        

       “이야, 역시 성과급으로 15억 받은 사람은 달라.”

        

       “저 도망가도 될까요?”

        

       “문 닫으세요. 커리큘럼 시작합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내 바쁜 신년은, 그리고 이번 년도의 수많은 대회 준비는 이렇게 시작을 맞았다.

        

        

        

        

        

        

        

        

        

        

        

        

        

        

        한편,

        

        

        

       “유진 님, 지난 번에 했던 원칩 챌린지 영상이 편집이 끝났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

        

       “나중에요. 조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 맞다.”

        

        

        

        유진은 간만에 채널 관리로 매우 바쁜 상태였다.

        

        

        

        

        

        

        

        

        

        

        

        

        

        

        

        

        

        

        

        

        

       “아으.”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일에 몰두할 때 더 많은 신경과 주의를 쏟으며, 그로 인해 생겨나는 정신적인 피로는 평소보다도 크다 –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현재진행형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허공에 띄워진 십수 개의 창들이 어서 할 일을 끝마치란 듯 연신 깜빡이는 중이었다.

        

       이카루스 기어를 만지작만지작. 하지만 이 또한 만능은 아니다. 평소에 다루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카루스 기어를 다루는 것이었기 때문에 작업 진전 속도는 일반적인 때보다도 느리다.

        

        간만에 이상한 방향으로 머리를 써서 그런지 당이 땡겼다. 언제나 그렇듯 특제 유진 쉐이크를 한 잔 제조한 뒤 테이블에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깊숙히 파묻고는 잠시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게 뭔가 하니,

        

        

        

       “…유어스페이스 운영은 딱히 내 체질이 아닌가봐….”

        

        

        

        바로 그 말대로, 나는 현재 채널을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며 조금 더 효율적이면서도 괜찮은 형태로 분할하고 있었다.

        

        요컨대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 현재 내 이름으로 된 채널은 하나인데, 편집자만 9명 가량이다보니 하루에도 최소 한두 개씩 업로드 예정인 영상들이 쌓여갔다. 그렇다고 이를 그냥 들어오는 대로 업로드하게 된다면, 아마 내 채널은…일종의 새 영상 과포화 상태가 될 것이었다.

        

        그걸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현재 유어스페이스 채널 관리진 측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채널 분리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었다. 만든 지 꼴랑 반 년도 안 된 채널인데 영상이 수천 개 단위로 쌓여버리니 재생목록을 통한 분리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었기에.

        

        

        채널은 대략 세 개로 분리될 예정이었다. 하나는 게임, 하나는 일상,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풀영상 다시보기.

        

        사실 이 중 그나마 가장 고민이 되는 건 게임 채널이었다. 이를 평범하게 운영할지, 아니면 게임 채널을 한 번 더 쪼갤지…이유는 간단했다. 다크 존 자체도 무지막지하게 방대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그렇다고 내가 그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PVP와 PVE로만 쪼개자니 앞으로 내가 계속 다크 존을 할지도 살짝 미지수인 부분이 있었고, 설령 그렇게 되면 하모니한테 추천을 받아서 간혹 플레이하는 똥겜들을 올릴 만한 공간이 애매해지는 셈이었다.

        

        일상 채널에 그런 괴상한 게임 편집 영상을 함께 올리는 것도 고려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쪽 영상 역시도 간혹 다크 존 영상보다도 훨씬 포텐이 크게 터지는 경우가 간혹 존재했다.

        

        

        

       “아, 내가 이런 걸 왜 고민하고 있어야 하나….”

        

        

        

        실로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실직고하자면 파이널 챔피언십 전부터 끝내놓아야만 했었던 일이긴 했지만, 그 사실은 현재의 내게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확실한 건,

        

        

        

       ‘일단 인커젼 미션부터 마무리해야 손댈 수 있을 것 같은데.’

        

        

        

        기껏 분리해놨다가 나중에 다크 존을 안 하기라도 하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하여 확실한 것만 먼저 정리를 해놓는다. 풀영상 업로드 채널과 일상 채널은 반드시 만들어져야만 했고, 해당 카테고리에 맞는 영상들은 이미 그쪽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 부분은 불과 몇 시간 전 공지도 했었고.

        

        그렇다면 여기서 단 하나의 의문만이 남는다.

        

        

        

       ‘나는 다크 존을 계속 할 것인가?’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인디언포인트 침입 미션이 끝난 후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깔끔하게 끝난다고 해서 게임을 그만두는 건 아니고, 반대로 엉망진창으로 끝났을 때 게임을 계속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잠시 고민하다가 연락처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지난 번 이카루스 본사 지하에서 만났던 인원들의 번호가 표기되어 있었다. 물론 표기 번호는 단 한 차례도 고정되지 않은 채 무작위적인 숫자를 토해내는 중이었지만.

        

        통화는 성공적이었고, 비프음이 울려퍼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 즈음 연락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상하고 있던 그 어떤 안부의 말로도 시작하지 않으시네요.”

        

        

        

        그 말대로, 대화의 시작은 그 어떤 예상조차 비껴내버릴 정도로 기이한 방향을 향해 튀어나갔다.

        

        여하간 이들이 누군가 하니, 나를 이 세계로 되돌려보내준 장본인이자 지난 번 이카루스 본사 지하에서 만났던 이들이기도 했다. 어쩌면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암시적 말투로 시작한 이유는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건 그렇고, 이렇게 빨리 연결이 될 줄 몰랐다. 비프음을 들으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던 계획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야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미사여구를 붙일 이유는 없겠지.

        

        다이렉트로 질문을 던졌다.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미션이 끝나면 어떻게 되죠?”

        

        

        

        물론 지난 번에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해당 미션 이후 생겨나는 인커젼 미션들은 내가 ‘있었던’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그 말.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상당히 두루뭉술한 답변이긴 했다. 게다가 언젠가 로건과 로렌티나, 오웬스를 비롯한 여러 기억자들에게 물어본 결과에 의하면 – 그들 역시도 내 장례식을 치뤄준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까지는 잘 모른다고 했었으니.

        

        요컨대 내가 질문하고 싶은 건 바로 이거였다.

        

        

        

       “제가 없는 세계는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나요?”

        

        

        

        그리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는 내가 일종의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세계는 각기 다른 시간적 흐름을 가집니다. 지난 번에도 얼추 암시되었듯 두 세계는 완전히 동기화된 게 아니고, 이는 시간 흐름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분들은…제 장례식 이후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유진 씨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없죠.”

        

        

        

        다르게 말하면, 그 시간은 아직 ‘없는’ 것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궁금,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변. 그리고 세간에서는 그러한 답변을 ‘예측’ 혹은 ‘추측’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아직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 씨가 인커젼 미션을 해결해나감에 따라, 과거에 당신이 ‘있었던’ 곳에는 피드백이 확실히 생겨나고 있을 겁니다.”

        

       “결국 아직은 예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군요.”

        

       “그렇죠. ‘아직’은.”

        

        

        

        아직은.

        

        그 말을 듣고 큭큭 웃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빨리 미션에 돌입해야 할 이유가 생겼군요.”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이 긍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통화는 끝났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이번 주 주말을 기다리는 사람은 시청자 뿐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ICARUS Operator List]

        

        

       -[Ablan Pletcher // Status : Active]

        

       -[Adrian Sirtus // Status : KIA]

        

       -[Anthony Owens // Status : Active]

        

       -[Becua Kinsca // Status : Rogue]

        

       -[Bechellan Craig // Status : Active]

        

       -[Charles E. Virgil // Status : Patient]

        

       -[Daniel Mohime // Status : 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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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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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gene Lee // Status : MIA…………….]

        

       ->Reboot.

        

       ->Adjusting……….

        

       .

        

       

        

       .

        

       -[Eugene Lee // Status : <Return to Home>]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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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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