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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탐문은 계속되었다.

       

        위프는 저택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을 하나하나 붙잡으며 탐문을 시작했다.

        대체로 물어보는 것은 ‘유언장’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의 일과, 가주가 죽었던 상황에 대한 질문.

       

        “……했어요.”

       

        “그렇군요.”

       

        대충 중요한 질문들을 다 들은 것일까?

        위프는 소중히 여기는 펜을 휘리릭 돌리곤, 들고 있던 수첩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탐문에 도움을 준 사용인에게 모자를 벗으며 인사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레이디?”

       

        “어머. 레이디라뇨. 오호호호!”

       

        위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인간 여성 사용인.

        말로는 레이디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에게선 기쁨과 우월감에 대한 감정이 느껴졌다.

        ……기분은 좋은가 보군.

       

        “지금 일하러 가시는 겁니까?”

       

        “네. 막내 아가씨가 돌아오셔서, 빨랫감이 늘었거든요.”

       

        “빨래의 양이 생각보다 많군요?”

       

        “네. 주인마님과 아가씨가 하루에도 여러 번 옷을 갈아입으시니까요.”

       

        위프와 여성 사용인은 하하 호호 웃음을 터뜨리며 잡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짧게 대화를 나눈 후 사용인을 보낸 위프가 나에게 다가왔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었던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단서가 별로 없는데?”

       

        “유언장 찾기는 잘되어가는 것이냐?”

       

        “글쎄?”

       

        위프가 수첩을 꺼내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의 수첩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으나, 그것은 그저 정보에 불과할 뿐.

        심지어 대부분의 정보는 비슷한 것 같았다.

       

        “딱 이거다 싶은 단서는 없더라고.”

       

        “그런가?”

       

        위프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나 역시 그의 옆에 앉자, 그는 모자를 벗고 머리를 벅벅 긁적거리기 시작했다.

       

        “열쇠는 헤이즈 부인이 가지고 있었고, 그 열쇠를 준 사람은 그 금고에 유언장을 넣어 두었을 가주야. 금고 안에 유언장 이외의 다른 물건은 없었다고 하고, 유언장이 파손된 흔적도 없어.”

       

        “흠.”

       

        “범인이 헤이즈 부인에게서 열쇠를 훔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그 열쇠는 부인이 씻을 때도 잘 때도 몸에 간직하고 있었다고 하니까.”

       

        심지어 그 열쇠는 복제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가능은 하지만…… 복제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광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상 금고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어.”

       

        “흠…… 억지로 금고를 열 수도 있지 않으냐?”

       

        “그것도 생각해 보기는 했는데…….”

       

        위프가 손가락으로 자기 턱과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문지르더니, 이내 나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그 금고는 에스테빈 회사의 제품이야. 20년 전에 개발되었던, 폴리베이 211 모델이지.”

       

        “그래.”

       

        참고로 나는 금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 내 시선에, 위프는 한숨과 함께 설명을 이어나갔다.

       

        “20년 전에 딱 50대만 제작된 한정 모델이야. 그리고 그 금고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열쇠 없이 금고를 오픈하려는 순간 자동으로 잠긴다는 것이지.”

       

        그 ‘폴리베이 211 모델’이라는 금고의 내부에는, 특수한 ‘증기 에너지’로 작동되는 ‘증기압 실린더’가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달에서 떨어진 ‘월석’으로 만들어진 열쇠 없이 금고를 열려는 순간, 그 ‘증기압 실린더’가 작동하며 금고를 단단히 잠가버린다고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대포로 쏘아도 열리지 않을 정도의 견고한 쇳덩어리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못 열어.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말이야.”

       

        “호오. 나도 못 여는 것이냐?”

       

        “……넌 예외고.”

       

        거기까지 설명한 위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든, 이런 사정 덕분에 조사엔 진척이 없네. 헤이즈 부인 이외엔 열 수 없는 금고의 내부에서 사라진 유언장. 그런데 정작 유언장을 꺼낼 수 있는 헤이즈 부인이 유언장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하다니?”

       

        “넌 헤이즈 부인을 의심하고 있구나.”

       

        “……눈치챘어?”

       

        위프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헤이즈 부인 이외엔 열 수 없는 금고. 그리고 금고 속 내용물을 훔칠 이유가 없는 헤이즈 부인. 이런 모순된 상황에선, 우선 ‘동기’보다는 ‘누가 할 수 있는가’부터 확인해야지.”

       

        그렇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그 금고의 문을 열고 유언장에 손을 댈 수 있는 인물은 헤이즈 부인 단 하나다.

        하지만 그녀는 유언장에 손을 댈 이유가 전혀 없는 인물이기에, 지금껏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하지만 위프는 생각을 달리한 것이다.

        그 일을 한 ‘이유’를 생각하기보단, 그보다 먼저 ‘누가 그 일할 수 있는가’부터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이들 중, 결국 금고 속 유언장에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헤이즈 부인뿐이다.

       

        “그래서 다른 인간들에게, 헤이즈가 사람들의 일을 물었던 것이냐?”

       

        “오. 이제 그런 쪽 눈치도 제법 늘었는데?”

       

        위프가 나를 놀리듯이 말한다.

        물론 나는 그런 위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지만 말이다.

        귀여운 녀석.

       

        “……내가 잘못했어.”

       

        “응?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갑자기 사과하는 위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위프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보면 알겠지만, 나는 전형적인 탐정의 모습으로 탐정이 할 만한 행동을 했지.”

       

        위프는 진지한 모습으로 ‘유언장이 사라진 사실을 알아챈 날의 일’과, ‘가주가 죽던 날의 일’을 인간들에게 탐문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끝났을 때는, 미소와 함께 가벼운 태도로 지나가듯 헤이즈가의 사람들에 관하여 물었다.

        인간들의 긴장이 풀린 순간, 가벼운 질문으로 그들에게 의심받지 않는 형태로 정보를 긁어모으기 위해서겠지.

       

        다른 인간들은 그가 ‘유언장’에 관련된 정보를 모은다고 생각했겠으나, 사실 그가 모으고 있었던 정보는 헤이즈 부인과 그녀의 주변 관계에 대한 정보였다.

        사교성이 좋은 그만의 능력이었다.

       

        “일단 몇 가지 정보는 모았어.”

       

        빨랫거리가 많다 =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 사치가 심하다.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지. 지금이 고딕 시대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잘 모르지만, 위프의 말에 따르면 옛날 인간들은 옷을 자주 갈아입는 것으로 자기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날’의 일이다.

        지금은 옷을 자주 갈아입는 것으로 자기 ‘부’를 과시하는 문화 따위는 없다고 한다.

       

        “결국 뭔가가 있어. 아직은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흠.”

       

        그 외에도 몇 가지 수상한 점을 잡았다며, 위프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감이 가득한 미소였다.

       

        “좋아. 계속해서 탐문 수사를 진행해 보자고!”

       

        “그러지.”

       

        그렇게 우리는 다시 탐문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            *            *

       

       

        – 오.

        – 슬슬 본격적인 탐정 소설 느낌임

        – 가즈아!

        – 올. 처음엔 좀 그랬는데, 이젠 좀 탐정 같음.

        – ㅋㅋㅋㅋㅋㅋㅋ

        – 방정 맞은 탐정 캐릭터는 또 처음이넼ㅋㅋㅋㅋ

        – 살인 또 일어나지는 않나요?

       

        잠시 말을 멈추고 음료수를 마시는 사이, 채팅창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이번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이런 것을 추리 장르라고 하던가?’

       

        천룡안을 통해 ‘정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장르였다.

        들어 본 적은 몇 번 있지만, 딱히 관심이 없어서 직접 확인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료수를 꿀꺽꿀꺽 마시고.

        잠시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정리할 시간을 가진다.

        동시에 나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 그런데 그쪽 세계에는 마법 같은 것은 없었나요?

        – 스팀 펑크라고는 하는데, 스팀 펑크같은 물건은 안 나오네

        – ㅎㄷㄷ

        – 그냥 산업시대 영국 보는 느낌임.

        – 뭔가 이 능력 같은 것은 없나요?

       

        “마법이라…….”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딱히…… 마법이나 마법과 비슷하게 보이는 능력은 없었구나.”

       

        – 아아아…

        – 아쉽…

        – 하긴. 추리물에 마법 같은 거 나오면 재미가 좀 떨어지긴 함.

        – ㅋㅋㅋㅋㅋㅋ

        – 쬐끔 아쉽다.

        – 그런데 보통 라나님은 여기서 드리프트 하시지 않으시던가?

       

        “대신 증기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로봇이나, 개조 인간 같은 것들은 있었던 것 같은데…….”

       

        – 그럼 그렇지!

        – 아닠ㅋㅋㅋ

        – 아핰ㅋㅋㅋㅋㅋㅋ

        – 역시 라나님이야! 우릴 실망시키지 않지!

        – 스팀 펑크 로봇!

        – 스팀펑트 개조 인간!!!

        – 캬아아아아!! 주모오오오!!

       

        내 말에 채팅창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정신이 없는 놈들이로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니, 호들갑 떨지 말거라.”

       

        – 아아아아아아!

        – 왜요?

        – 갸아아악!!

        – 아니, 잔뜩 기대하게 만드시고선!!

        – 이건 라나님이 잘못했다!

        – 나

        – 사람 기대하게 만드시고… 이렇게 유기라니!

        – 나

        – 락!

        – 락

        – 나

        – 락

        – 락.

        – 나

       

        “시끄럽다 이놈들!”

       

        나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한 번 무시한 채,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뭔가가 있어.”

       

        며칠간 헤이즈가의 저택, 그리고 근처 마을을 돌아다니며 탐문 수사를 한 위프가 그런 결론을 내렸다.

        나는 과자를 먹으며 물었다.

       

        “뭔가 찾았느냐?”

       

        “그래.”

       

        그렇게 말한 위프는, 스팀 파이프를 뻑뻑 피워대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헤이즈가의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말이야, 이상하더란 말이지?”

       

        “무엇이?”

       

        “헤이즈 부인과 아돌프씨는, 사실상 정적 관계야. 어느 한쪽만이 죽은 가주의 전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어.”

       

        “그렇겠지.”

       

        “그런데 둘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단 말이지?”

       

        위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코와 입에서 매운맛, 매운향의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상식적으로 둘은 유산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이잖아? 실제로 헤이즈 부인도 그렇게 말했고 말이야.”

       

        “그렇지.”

       

        “그런데 왜 안 싸워? 왜 아직도 조용해?”

       

        위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는 밀가루로 만들고, 겉에 꿀을 입힌 과자를 씹으며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 원래 이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 확률은 엄청 낮겠지.”

       

        “음…… 그건 그렇지.”

       

        “이번 일이 그런 일이야.”

       

        그렇군.

        위프의 말에, 나는 이해했다.

        드래곤인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위프처럼 화들짝 놀랄 정도의 일이었던 모양이다.

       

        “이해할 수가 없어.”

       

        “옴뇸뇸.”

       

        위프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과자를 먹었다.

        이 저택에서 일하는 요리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과자를 잘 만드는구나.

       

        그렇게 위프의 기행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단숨에 옷차림을 정돈한 위프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한스 집사를 맞이했다.

        한스 집사는 미소를 지으며 위프에게 말했다.

       

        “위프님. 주인마님께서 찾으십니다.”

       

        “알겠습니다.”

       

        위프는 여유로운 몸짓으로, 하지만 두 눈에선 ‘긴장감’을 한가득 담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들도 추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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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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