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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늑늑이를 씻기는 일은 한 두 번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이 녀석이 하도 야생에서 오래 살아온 까닭인지 씻겨도 씻겨도 검은 때가 계속해서 나왔던 것이다.

       

       그나마 중간에 합류한 피피가 도움을 주어 혼자 할 때보다야 훨씬 나아졌지만 고된 일이라는 게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끝에 늑늑이를 씻기는 것을 끝마치고 성으로 돌아왔을 때 엔리가 돌아왔다.

       

       수면을 취하고 와서 그런가 힘이 넘치는 녀석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달려오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화령 씨! 레이드 온다면서요?!”

       “소식이 너무 늦구나.”

       

       이미 다 지난 일을 가지고서 그리 호들갑을 떨어대면 내가 어찌 반응을 해주겠느냐.

       

       “그냥 레이드도 아니고 서버 레이드라고요! 그렇게 태연 할 때가!”

       “하아. 엔리. 그래서 내가 질 듯 싶으냐?”

       “당연… 어. 어? 음. 어라?”

       

       내 이야기를 들은 엔리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이 생각하기에도 본인이 질 것 같지는 않은 게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본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엔리다.

       

       본인이 해 온 여러 일을 눈으로 새겨 온 녀석이 본인의 패배를 짐작할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는 되었고 나무 나르는 것이나 도와라.”

       

       어제 늑늑이를 씻기던 중 고민이 떠올라 여러모로 대화를 나누어보았지만 그 끝에 나온 결론은 시간을 들이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단 거였다.

       

       [급하게 털을 말리려고 하다간 오히려 털을 망칠 수 있어요.]

       

       동물애호가라는 이름을 단 녀석의 조언이 큰 영향을 끼쳤다.

       

       복슬거리는 것을 빨리 즐기고 싶다는 본인의 탐욕이 늑늑이의 털을 망칠 수 있다니!

       

       큰 충격을 받은 본인은 장인의 심정으로 느긋하고 확실하게 늑늑이의 털을 말리기로 결심했다.

       

       거대한 모닥불을 만든 후 적당히 떨어진 곳에 늑늑이를 대기시켰다.

       

       자신을 구워먹으리라 생각한 것일까. 처음에는 불안에 떨던 늑늑이였으나 모닥불의 온기가 여태까지 한 고생의 피로를 녹이는 것을 견디지 못한 듯 이내 바닥에 엎드려서는 수면을 취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도자기를 굽는 걸 기다리듯 늑늑이의 털이 마르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

       

       “우선 이번 레이드의 대전제는 최대한 근접전을 피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철저한 준비를 한다 한들 화령님을 상대로는 무의미 할 테니까요.”

       

       반 화령 연합 측에서 지닌 이점은 숫자고 이 숫자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분명 근접전이다.

       

       허나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예외였다.

       

       상대방은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 그들이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들 상대방은 거기에 당황하기는커녕 그 수를 가뿐히 박살낼 것이 분명했다.

       

       맨 손으로 거인의 머리와 함께 산을 날려버리는 사람이다. 백 명에 달하는 군세를 날려버리는 것이 어려울 리가 없다.

       

       “그러니 저희는 화령님의 전장에 들어가주지 않을 겁니다.”

       

       화령이 경이로울 정도로 강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래봐야 그녀는 인간. 플레이어다.

       

       불을 뿜지도 못하고, 혜성을 떨어트리지도 못하며, 수많은 마법을 난사하지도 못한다.

       

       그녀의 강점은 경이에 다다른 무공일지어니.

       

       그 무공을 사용할 거리를 주지 않는다면 그 강점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터.

       

       “화력전. 스트리머 서버에 존재하는 모든 유저들이 연합했기에 가능한 압도적인 화력을 이용해 화령님을 뭉개버립시다”

       

       이것이 반화령 연합이 회의 끝에 다다른 결론이었다.

       

       화령이 주먹을 내지를 틈조차 주지 않고 압도적인 화력으로 뭉개 버리는 것.

       

       그녀의 강점이 근거리에서 드러난다면 애초에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채 상대를 박살내는 것.

       

       최소한 재기불능에 가까울 정도로 만들어 승리를 거머쥐는 것!

       

       “자. 여러분! 파밍합시다! 파밍! 어중간한 준비로는 안 돼요! 섬을 가라앉힐 생각을 해야 합니다! 화령님은 잠시 틈을 내어주는 순간 저희를 박살낼 테니까요!”

       

       반 화령 연합의 수장은 배민황은 그리 소리를 치며 각 파티마다 할당량을 정해 주었다.

       

       *

       

       흐음. 겉으로 보기에는 늑늑이의 털이 완전히 마른 것처럼 보인다마는 그 속은 어떨는지.

       

       기다림은 견디지 못한 나는 드르렁대며 잠을 청하고 있는 늑늑이의 털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오오.

       

       오오오오!

       

       손이 털에 닿은 순간 보드라움이라는 단어가 그 위를 감쌌다.

       

       복슬복슬. 보들보들. 거기에 향취까지 좋다니.

       

       완벽하군. 이 품 안으로 뛰어들어서 그대로 잠을 청하고 싶을 지경이야.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늑늑이의 털을 더 즐기기 위해 손을 뻗던 나는 그 속의 축축함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완전히 마른 게 아니란 말이더냐?!

       

       으으. 이래서야 본인이 바라는 것을 즐길 수 없지 않은가.

       

       모닥불에 나무를 집어넣으면서 많은 상상을 했었다.

       

       늑늑이의 보들보들한 털과 육구를 매만지면서 행복을 느낀다거나,

       

       녀석의 등을 침대 삼아 그 포근한 털에 안겨 수면을 취한다거나,

       

       녀석의 이마를 마구잡이로 뒤엎는다거나!

       

       물론 그러한 일들을 작금도 즐길 수는 있겠지. 어찌되었든 늑늑이의 털이 대부분 마른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허나 그는 완벽한 행복이 아니다.

       

       본인이 어중간하게 타협을 하기 위해 여태까지 기다렸다고 생각을 하느냐?!

       

       그렇지 않다! 본인이 노리는 것은 언제나 최선일지어니!

       

       이 정도로는…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

       

       “조금 더 기다려야겠군.”

       

       *

       

       “C팀! 준비 끝났습니까?!”

       “예. 연쇄 폭발의 스크롤 준비 완료입니다.”

       “F팀! 메테오 스크롤은?!”

       “준비 완료니까 빨리 시작하면 안 될까요. 저 지금 졸려서 뒤질 거 같은데.”

       “I팀! 마력석은…”

       “준비 됐어요! 출발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배민황은 이후로도 여러 사람들을 확인하며 레이드를 위한 준비에 빠진 것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다른 게임에서도 여러 번 공대장을 맡아 보았던 그의 지휘에는 어색함이 없었다.

       

       그 끝에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그는 탁자에서 일어나 간이로 지어둔 회의실 바깥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이번 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무수히 많은 스트리머들의 모습이 있었다.

       

       백에 달하는 스트리머들의 모습은 일종의 군세나 마찬가지였다.

       

       본래 쓰레드의 세상이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연합이 화령이라는 재앙 앞에서 뭉쳤으니. 배민황은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이거 지던 이기던 방송각은 확실히 잡히겠네.

       

       “여러분!”

       

       그래도 역시 진 병신보다는 이긴 병신이 낫지. 암.

       

       “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하세요!”

       

       *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제는 마르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보내 준 후원을 확인한 나는 피피가 하는 성의 건설을 돕다가 늑늑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지금이라면 털이 마르지 않았을까.

       

       절반 이상이 말랐다 판단한 순간으로부터 꽤 긴 시간이 흘렀으니 분명.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피피에게 양해를 구하고 늑늑이 쪽으로 향했다.

       

       숲의 지배자로서의 위엄은 어디다 내다버린 것인지. 모닥불의 온기에 녹아내린 녀석은 바닥에 들러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도 고개를 땅에 붙이고 있던 녀석은 귀를 까딱거리며 꼬리를 흔드는 걸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 짧은 사이에 야생의 본능을 내버리고 애완견이 되었구나.

       

       그래도 말이다. 꼬리 흔드는 건 살살해 줄 수 없느냐? 네가 꼬리를 휘두르는 것 때문에 모닥불이 나무 채로 날아가려 하지 않으냐.

       

       헥헥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새어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민 나는 포근하게 손길을 받아내는 늑늑이의 털을 보고는 경악했다.

       

       이… 이 무슨 살인적인 부드러움인가!

       

       이것은 본인이 여태까지 느껴 보았던 그 어느 털보다도 부드럽구나!

       

       사람에게 보드라움을 선사하기 위해 현대의 기술로 만들어진 인형보다도 포근하다니!

       

       아니다. 아직은 감탄할 때가 아니야.

       

       괜히 호들갑을 떨다간 또 다시 저번처럼 실망을 하게 될 터.

       

       내 탐욕스러운 얼굴에 늑늑이의 얼굴에 살짝 공포가 서렸다.

       

       무얼. 걱정하지 말거라. 딱히 나쁜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대의 털이 확실히 말랐는지를 확인하려는 것뿐이다.

       

       시청자들도 그를 원하고 있느니라.

       

       속을. 속을 보자꾸나.

       

       팔을 깊숙이 뻗은 나는 자그마한 불쾌감도 없이 복슬함만을 선사하는 늑늑이의 털에 빠지고 말았다.

       

       아아. 행복하구나.

       

       동물 특유의 온기. 부들복슬부슬한 털. 기분 좋은 향취. 저 뒤에서 흔들리는 꼬리의 소리.

       

       본인이 바라는 이상의 풍경이 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아니.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다.

       

       기나긴 기다림의 끝에 본인이 바라는 이상향에 도달했거늘 이것으로 만족하고 끝을 낼 것이냐?!

       

       그래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본인의 욕망을 드러낼 시간일 터이니!

       

       혀를 끊어내는 심정으로 늑늑이의 털에서 손을 빼낸 나는 뒤로 물러나서는 늑늑이의 등 위로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자아. 가겠다. 늑늑아. 본인을 받아낼 준비를 하거라.

       

       지금 이 순간 본인은 천국에 도달…

       

       “쯧. 정취를 모르는 빌어먹을 작자들이구나.”

       

       저 멀리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발을 멈췄다.

       

       그 숫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무리 혹은 군대라 불러 마땅할 수였다.

       

       아마 저들이 본인을 잡아 죽이기 위해 모인 이들이겠지.

       

       하아.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구나.

       

       본인을 쓰러트리고서 모여든 것은 좋다. 허나 그것도 상황과 때를 보고서 해야지.

       

       기나긴 기다림의 끝에 간신히 본인이 행복에 도달하려는 이 순간에 오면 어쩌자는 것이냐.

       

       도전자의 입장에 섰다면 당연히 도전하는 이에 대한 경의를 보여야 할 터이거늘!

       

       나이도 먹을대로 먹은 것들이 예의라는 것을 어디에 내버린 것인지.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나셨어요?]

       

       “살짝은.”

       

       – 표정 개 살벌해.

       – 찐텐 올라오신 거 같은데.

       – 반 화령 연합에 조의를…

       

       투덜거림을 참을 수가 없어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연기를 피워 올렸다.

       

       뒤늦게 저들의 기척을 느낀 늑늑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꼬리를 치켜 세운 채 적의를 드러내는 녀석은 썩 믿음직스러웠으나 이 곳은 녀석의 전장이 아니었다.

       

       “늑늑아. 잠시 다른 곳으로 가있거라.”

       “왕?”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늑늑이가 고갤 저었다.

       

       자신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냐? 하하. 그것 참 대견하군.

       

       평상시라면 내 그를 허락할 터이다마는 지금은 아니 되느니라.

       

       “본인이 내지르는 여파에 그대가 얽혀선 안 되지 않겠느냐.”

       

       본인이 걱정하는 것은 저들에게 네가 당하는 것이 아니다. 내 싸움에 얽혀 그대의 털이 잘못되는 것이지.

       

       내가 그리 이야기를 하자 영특한 늑늑이는 순식간에 상황파악을 하고는 등을 돌렸다.

       

       – 동물애호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도망치면 어떡하죠?]

       

       “괜찮다. 저 놈의 기척은 이미 기억해 두었으니.”

       

       나중에 돌아오지 않더라도 따라가면 그만이니라.

       

       떠나가는 늑늑이의 등을 보며 곰방대를 물기 무섭게 적대자들이 있는 곳에서 거대한 흐름이 몰아쳤다.

       

       이윽고 드높은 하늘의 구름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 가운데에서 거대한 돌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운석인가? 푸흐. 시작부터 화려하군. 저게 그대로 떨어졌다가는 이 일대가 초토화 될 터.

       

       좋다. 본인을 쓰러트리기 위해 저만한 준비를 했으니 본인도 저에 어울려 주어야겠지.

       

       언젠가 피피가 주었던 검을 뽑아든 후 그를 위로 치켜들었다.

       

       본인은 과거 태양을 떨어트리던 검사를 보았다.

       

       과거의 난 그것이 한 검사가 도달한 경지의 끝이라 생각을 했다마는 아니었다.

       

       설마 그것이 무공과 도술의 결합일 줄이야.

       

       도술에 관해 아는 것이 없던 본인이 어찌 알아채겠는가.

       

       허나 지금은 다르다.

       

       본인은 검사가 쓰던 검술의 끝을 알고, 녀석이 쓰던 도술의 끝을 알았다.

       

       그 두 개를 결합하는 방법 또한.

       

       위를 올려다본다.

       

       갈라진 하늘을 본다.

       

       본인에게로 떨어지고 있는 운석을 본다.

       

       그 너머에 자리 잡은 태양을 본다.

       

       그리고는 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있던 구름이 반으로 갈라졌고,

       

       떨어지던 운석이 베여 나가 방향을 잃고 중력을 따라 추락하기 시작했으며,

       

       그 끝에 서 있던 태양이 베여나감에 따라 세상에 어둠이 드리웠다.

       

       “자아. 어디 한 번 놀아보자꾸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양이블리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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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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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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