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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사자단의 교실 안.

     

   크라슈와 아서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이 다가와서인지 조금씩 온기를 품은 바람이 창문과 커튼을 두드렸다.

     

   두 사람은 그러한 바람 소리 속에서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크라슈는 현재의 아서가 대체 어느 시간선까지 이어진 건지 잘 몰랐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눈앞에 아서는 내가 알던 아서는 아니라는 것.’

     

   아벨라가 원하는 아서를 완성했다면 세계 침식의 신을 창조하려는 이유가 없었다.

   즉, 눈앞에 있는 아서는 그녀를 기준으로 부합한 조건이었다는 것.

     

   ‘시간선이라는 건 특정한 좌표를 집어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벨라가 만들던 시간 마법에서 자주 나오던 말이었다.

     

   시간선이라는 건 지금 당장 크라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는다로도 두 갈래로 갈린다.

     

   한 개인이 부여할 수 있는 시간선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 세계에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이 바꿔나가는 시간선 속에서 아벨라가 가장 원하는 시간선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한을 들여다본다 한들 거기에는 끝도 없는 숫자가 나열되어 있을 뿐.

   아벨라가 원하는 숫자는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니 아벨라는 아서에게 최대한 자신이 알던 것과 비슷한 시간선의 아서를 부여했을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다.

     

   아벨라는 분개했을 것이다.

     

   현재의 아서를 만나자마자 그가 자신이 알던 아서라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닫고, 크게 절망했고.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큰 시간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실패했다.

     

   ‘테라시우스는 시간 마법의 흔적이 여럿 보였다고 했었어.’

     

   그렇다면 아벨라는 분명 현재의 아서에게 반복적으로 시간 마법을 발동시켰을 터.

   그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현재의 아서가 짊어져야만 했을 것이다.

     

   시간 마법이란 대상자에게 강제로 시간선의 기억을 주입 시키는 마법이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아서의 정신력은 수도 없이 깎여 나가 그를 좀먹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아서는 과연 정상적인 상태일까.

   크라슈는 솔직하게 말해 장담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니 눈앞에 아서란 인물에 관해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넌 또 그런 눈으로 날 보는군.”

     

   그 순간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아서였다.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는 살짝 눈을 찡그렸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는 자신은 지금의 크라슈를 가리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이어졌을 무수히 많은 시간선 속에 있을 또 다른 자신.

     

   아서는 지금 자신과 기억 속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다.

     

   “내 눈매가 워낙 나빠서 자주 오해받아.”

   “그런 이야기가 아닌 것 정도는 알 텐데.”

     

   크라슈는 기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빙빙 돌리는 것도 짜증 나서 못 하겠다.

     

   이쪽은 참을성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러니 크라슈는 단도직입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아서, 너 아벨라에게 시간 마법을 부여받았지.”

     

   크라슈는 이제는 더 이상 회귀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지금쯤 되면 이전 세계를 아는 모든 이들이 크라슈의 회귀를 짐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웬만한 위험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크라슈는 강해졌다.

   크라슈가 이제 정면으로 위험에 맞서야 하는 시점이었다.

     

   “정답이다.”

     

   아서도 더는 정보를 숨기는 것보다는 이야기하는 게 더 얻을 것이 많을 거라 판단했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네가 내가 알던 아서가 아니란 것도 확실하네.”

     

   크라슈는 아서의 앞에서 처음으로 회귀의 사실을 인정했다.

   더불어 그의 회귀를 빼앗았다는 사실 또한 동시에 인정한 것이었다.

     

   크라슈의 말을 들은 아서는 한차례 자신의 입가를 손등으로 눌렀다.

   웃음을 가릴 때 아서에게 종종 나오고 하던 버릇이었다.

     

   손등 너머 웃음을 가린 아서는 크라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네가 회귀를 빼앗아 갈 때 마지막에 나는 어땠지?”

   “끝까지 재수 없었어.”

   “재수 없다라.”

     

   아서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어째선가 싱글벙글 웃었다.

     

   “그랬겠지. 네가 마주한 나는 분명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자포자기 상태였을 테니까.”

     

   아서는 크라슈에게 회귀를 빼앗겼다.

   그것이 말하는 바가 무슨 뜻인지는 아서가 제일 잘 알았다.

     

   “네 블랙 후드의 조건을 모두 무시할 정도로 나는 회귀를 버리고 싶었단 거겠지.”

     

   그 말을 듣자 크라슈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네가 본 시간선 중에 내가 네 회귀를 훔치려 했던 적이 있었냐?”

     

   크라슈가 회귀하던 아서를 향해 손을 들며 블랙 후드를 사용하던 그 날.

   아서는 크라슈의 블랙 후드를 알고 있음에도 별다른 조처하지 않고, 크라슈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가 마음먹는다면 블랙 후드를 사용하는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아서는 그러지 않았고, 결국 블랙 후드에 회귀를 빼앗겼다.

     

   그것은 어쩌면 은연중에 회귀를 빼앗길 리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정답이야.”

     

   아서는 크라슈의 말에 골든벨을 울려 주었다.

     

   “크라슈, 넌 내 회귀를 빼앗으려 한 적 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은 세계지만, 그곳에서 넌 내 회귀를 빼앗으려 했고, 실패했다.”

     

   곧이어 크라슈는 아서의 눈동자에 깊은 증오심이 서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콰직-

     

   그의 증오심은 곧 아서의 힘의 분출로 이어졌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살기가 유리창의 금을 가게 했다.

     

   그 정도로 아서에게 깃든 증오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한 증오를 정면에서 받으면서도 크라슈는 의문이었다.

     

   아서가 이토록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은 난생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회귀를 알려주었던 네가 내 회귀를 훔치려 했었다.”

     

   그리고 다음 말을 들은 순간 크라슈가 굳었다.

     

   “……뭐?”

   “지금의 너는 알 수 없겠지.”

     

   아서는 측은한 눈동자로 크라슈를 응시했다.

     

   “그거 알고 있나? 사람의 인간성이라는 건 본인이 아는 것 이상으로 더러울 수도 있다는 거.”

     

   크라슈는 아서의 눈에 비치는 자신이 생각보다 더 끔찍한 존재로 비치고 있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보다도 아서가 말했던 말이 크라슈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유일하게 회귀를 알려주었던 게 나라고?’

     

   그건 분명 아서의 무수한 시간선 중 하나였을 것이다.

     

   ‘회귀를 알려줬다는 건.’

     

   그건 곧 아서가 크라슈를 신뢰했다는 것일 테고.

     

   ‘회귀를 훔치려 했다는 건.’

     

   크라슈가 아서를 배신했다는 소리였다.

     

   크라슈는 아서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초리를 떠올렸다.

   크라슈를 바라보는 아서는 늘 그에게 아무런 믿음조차 주지 않는 눈빛을 취했다.

     

   크라슈는 그 눈빛이 늘 의문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종종 그런 눈빛을 보이긴 했지만, 아서는 유달리 크라슈에게 더 심했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그냥 자신을 아서가 반푼이나 저주 받이 취급하고 있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아서는 이미 자신에게 배신당한 걸지도 모른다.

     

   지금의 크라슈는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아서에게 회귀가 있다고 한들 그것을 훔치려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크라슈는 이미 회귀를 겪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회귀하기 전의 크라슈였다면 어땠을까?

     

   크라슈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 또한 과거를 살아오며 수없이 많이 과거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 때가 있었으니까.

     

   “……언제냐.”

     

   그러니 크라슈가 물었다.

   자신이 배신한 시점은 대체 언제냐고 말이다.

     

   “언제냐고?”

   “내가 네 회귀를 빼앗으려고 한 시점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냐고.”

     

   아서는 천천히 웃음을 흘렸다.

     

   “그걸 내가 알 리가 없지 않나? 넌 내 손에 죽었으니까.”

     

   죽은 이는 말이 없는 법이다.

   아서는 크라슈에게 그리 말했다.

     

   “그저, 크라슈, 넌 회귀를 필요로 했고, 나를 배신했다. 그거면 충분한 이야기다.”

     

   아서의 눈에 깃든 증오와 배신감이 어떤 의미인지 크라슈는 깨달았다.

   그리고 왜 아서가 줄곧 자신에게 신뢰를 보이지 않았는지 또한 말이다.

     

   ‘……왜 끝까지 나를 데려가지 않았는지 이제 확실히 알겠네.’

     

   이미 한 번 배신한 크라슈가 과연 아서를 두 번이라고 배신하지 않을까.

   크라슈는 아서가 왜 자신에게만은 회귀의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일까.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 한편이 편안해졌다.

     

   아서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모든 이유를 이제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궁금했던 걸 묻기로 했다.

     

   “그럼 그 세 명에게 회귀를 알려주고, 회귀까지 데려온 이유는 뭐였냐.”

     

   시그린 에파니아, 아벨라, 메리 다이아나.

   이 셋은 분명 능력만큼은 천재라는 이름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인 심성이 뒤틀려 있다.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변수 덩어리 그 자체가 바로 세 명이었다.

     

   지금만 보아도 그 답은 고스란히 나온다.

     

   메리는 나라에서 버려진 뒤 완전히 몰락해 크라슈만 숭상하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

   시그린은 자신의 모자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 버려 끝내 제국으로 도망가 버렸다.

   아벨라는 세계 침식의 신을 창조시켜 아서를 되찾고자 각지에 똥이란 똥은 다 뿌리고 있다.

     

   이런 세 사람과 아서가 구태여 회귀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 질문을 들은 아서의 눈에는 여전히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한결같이 한 면만 보는 너다워.”

   “그 셋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단 거냐?”

   “반대다.”

     

   아서는 딱히 숨길 이유 없다는 듯이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

     

   “그 셋은 세계를 멸망시키는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허?”

     

   크라슈의 두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예상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메리는 멍청한 이가 무력과 권력을 지녔을 때 어떤 방향성을 보여주는지의 대표 격이었다.

   무위와 신분만큼은 높이 산 그녀는 그대로 성장해 이후 최전방 최흉 전선의 총대장이 된다.

     

   그녀 개인의 무력은 분명 뛰어났다. 단신으로 최흉을 막을 정도였지.

   그러나 지휘에서만큼은 그녀는 최악의 지휘관이었다. 그녀는 최전방 최흉 전선의 90%를 잘못된 지휘로 궤멸시켰다.”

     

   그리고 아서는 크라슈에게 현실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시그린은 제국을 멸망시키는 주역이다.

     

   그녀는 1황자가 황제 자리에 오르자, 황제 자리를 위해 1황자와 2황자 자기 여동생까지 전부 죽인 뒤 살생에 눈을 떠 제국을 멸망시킨다.

     

   하지만 제국이 멸망한 뒤로도 그녀는 자신을 제국의 황제라 칭하며 약탈자로 변모해 수많은 이들을 학살한다.”

     

   아서는 주입된 기억 속을 뒤지며 스산히 웃었다.

     

   “아벨라는 마법에다가 세계를 팔아넘겼다.

   그녀의 마법의 재능은 끝이 없었고, 그것이 도리어 세계를 위협하는 것이 되는 건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황 테라시우스는 마법 연구를 위해 불필요한 감정과 기억을 절개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인간성은 남겨뒀다.

   반면에 아벨라는 자신의 마법을 위해 그러한 인간성마저 절개했다.

     

   이후 그녀는 멈추지 않고 마법의 끝에 도달한 뒤, 자신의 마법의 진리를 증명하고자 세계 전체를 대가로 비쳤다.”

     

   셋이 만들어낸 세계의 멸망.

   그것을 아서는 자신의 두 눈에 똑똑히 새겨뒀었다.

     

   “그러나 딱 하나,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크라슈는 아서의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셋에게 연인이 생겼을 때다.”

     

   아서가 셋을 데리고 회귀했던 이유.

   그것은 또 다른 멸망의 뿌리를 끊어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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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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