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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 낸 것은 좋은데, 이걸 어떻게 전세계에 흩뿌리지?

       

       마음 같아선 한곳에 잔뜩 끼얹고 내팽겨치고 싶지만, 그래선 전세계에 제대로 퍼지지 않을 것 같고. 음….

       

       뭐, 시간도 많고 하니까 일단 두고보면 되려나? 안되면 나중에 또 방법을 찾고.

       

       나는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내가 태어난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음…. 걸어다니기 귀찮네. 묘하게 다리가 굵어서 인간일때와 달리 걸어다니기가 불편하다.

       

       등에 날개가 달려있긴 하지만, 이걸로 날 수 있으려나?

       

       하지만 드래곤인데 날지 못하는 드래곤은 공룡과 다르지 않은거 아닐까?

       

       나는 내 등에 매달린 자그마한 날개를 바라보았다.

       

       인간일때에는 등을 본다거나 하는게 불가능했겠지만, 드래곤이 되어버린 덕분에 목이 길어 등을 볼 수 있는건 또 오묘하네.

       

       내 등에 달린 자그마한 날개. 영 미덥지 못한 크기의 날개였지만, 지금으로선 이 날개라도 써보는 수 밖에.

       

       나는 코의 끄트머리로 날개를 툭툭 건드리며 그 부분의 감각을 기억하려 노력했다.

       

       등의 날개뼈 부근에 있는 무언가가 닿는 느낌. 인간일때와는 달리 뭔가 기묘한 신체부위의 느낌.

       

       코 끝으로 툭툭 닿으며 움직이는 느낌을 최대한 머리속에 새겨넣은 후, 나는 그 느낌을 재현하려 등쪽을 움직였다.

       

       원래는 없었던 부위라서 움직이는게 상당히 힘들었지만, 약간씩 움직이다보니 묘하게 요령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음, 아. 이렇게인가. 등쪽의 무언가를 열심히 움직이니 자그마한 날개가 파닥거리며 움직인다.

       

       하지만 이걸로 날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음….

       

       그렇게 고민하던 순간.

       

       

       ✉️

       

       

       시야의 오른쪽 아래에서 편지봉투 모양이 튀어나왔다.

       

       

       ┌───────────────────────────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감상은 어때?

       │아직 없는게 많아서 많이 부족하긴 할거야.

       │하지만 걱정말라고! 내가 최대한 도와줄테니!

       │

       │참고로 그곳에는 마력도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야.

       │지금은 마력의 농도가 옅지만, 점점 짙어질 예정이지.

       │시간이 지나 마력이 짙어지고 어느정도 체계가 잡히면

       │마법도 쓸 수 있을거야.

       │

       │물론 드래곤인 네 육체는 그 마력을 본능 레벨에서

       │다룰 수 있을테지만.

       │커다란 덩치의 드래곤이 자그마한 날개로 마음대로

       │날 수 있는건 마력의 힘으로 날아오르는거지!

       │물론, 브레스도 뿜을 수 있을테니 한번 해봐!

       │네 입에서 무엇이 나올지 기대되는걸.

       │

       │그 외에 네가 만들지 못할 정도로 자그마한 생태계는

       │내가 준비했으니까 걱정말라고!

       │이거 내가 너무 많이 챙겨줘서 네 할일이 없지 않나 싶네!

       │

       │그래도 이 세계는 너를 위한 세계니까.

       │마음대로 즐겨!

       └───────────────────────────

       

       

       하이고, 그것 참 고맙네요!

       

       마력이 있든 말든, 그런걸 느끼지도 못하는데 무슨 쓸모여!

       

       본능 레벨에서 쓸 수 있다더니! 있는지도 모르겠잖아!!!

       

       어! 막! 이렇게! 날개짓하면 마력을 받아서 날아오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렇게! 이렇게! 몸이 위로 떠올라서 점점 날아오르는…. 날아오르는….

       

       어? 나, 날고있다…?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뭐여 이거! 그냥 날개짓했는데 뭔가 굉장히 바람이 나오는데요?! 몸이 떠오르는데요?!

       

       뭐임? 이거 뭐임??? 뭔가 막 난다! 날아!!! 난다!!!! 나 날고있다!!!!

       

       점점 몸이 높이 떠오른다. 오오! 신기해! 날개짓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것으로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날거나, 좌로 우로 선회도 가능하구만! 뭔가 굉장해! 신기해! 재밌어!

       

       점점 날아오르는 높이가 높아지는데도 비행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굉장해! 이거 재밌네!!

       

       근데 좀 등쪽이 뻐근한게 피곤해진다. 으음.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근육이 충분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날개쪽 근육이 익숙치 않아서 힘든건가?

       

       

       그 순간.

       

       

       날개가 있는 부근의 근육이 아파! 아파앗!!! 쥐, 쥐가 났다!!! 끄아아앙!!!!

       

       떠, 떨어진다!!! 꽤 높은데! 지금 높이 꽤 높은데!!! 여기서 떨어지면 큰일인데!!! 날개쪽 근육이 아파서 날갯짓도 못하겠어!!! 나 죽는다!!! 나 살려!!!!

       

       

       콰아아앙!!!

       

       

       그렇게 나는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땅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부딪혔는데도 몸은 전혀 아프지 않다는 점일까.

       

       아니, 아프지만! 쥐가 난 날개쪽이 아프지만!!! 팔이 짧아서 날개쪽 근육을 주무르지도 못하지만!!!!

       

       

       그렇게 구덩이 안에서 한참을 버둥거린 끝에야, 날개쪽의 통증이 조금씩 사라졌다.

       

       으으. 엄청 아팠어. 두번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탓일까? 아니면 원래 없었던 부위라서 그런걸까? 아무튼 날개에 쥐가 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는…. 날개짓 하기 전에 스트레칭이라도 좀 하고 해야겠네.

       

       그나마 몸뚱이 자체는 무척이나 튼튼한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던건 다행일까.

       

       지금 내 키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일때의 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대충 3층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어졌는데도 상처 하나 없었던거니까. 몸뚱이의 튼튼함 하나는 확실히 증명된 셈이었다.

       

       아무튼,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지.

       

       

       나는 다시 한번 날개를 움직여 날아올랐다.

       

       이번에는 무언가 희미한 기운이 날개를 감싸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마력인걸까? 공기 중에 희미하게 스며들어 있는 이 기운이?

       

       자세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지만,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르다 보니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아직은 농도가 옅어서 이걸로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마법도 쓸 수 있으려나?

       

       뭔가 조금 미래가 기대되는걸. 응.

       

       그렇게 나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태어나라! 생명이여!”

       

       

       내가 만들어낸 모든 생물의 조상이 될 생물들을 전세계에 뿌리고 다니는 것이었다.

       

       약간의 충격 흡수 기능도 넣었으니까,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괜찮을 생물들을 이 세상 곳곳에 흩뿌려놓는다.

       

       충격 흡수 기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묘하게 몸뚱이가 말랑하고 부드러워진건 사소한 일.

       

       거기에 자가분열 기능도 넣고, 다른 개체와 교류하여 자식을 만드는 기능도 넣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넣고, 에너지 연소를 위해 공기를 흡수하는 기능도 넣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능력도 넣다보니….

       

       

       아, 이거 슬라임이다.

       

       

       아니, 의도한건 아니지만! 완전히 슬라임이잖아!!!

       

       게다가 자그마한 것들을 몸으로 감싸서 섭식하고! 너무 큰건 못삼키고! 땅의 이끼나 나뭇잎 같은 것들을 삼키고!

       

       음…. 뭐, 딱히 상관 없나. 어차피 드래곤도 있고 마력도 있는 판타지 세계관인데. 슬라임이 있어서 나쁠게 뭐가 있겠어?

       

       오히려 슬라임이 오물이나 쓰레기를 삼켜서 분해하는 기능을 추가했으니, 환경적으로 이득이 아닐까.

       

       거기에 슬라임의 점액이나 죽어버린 슬라임의 몸뚱이가 토양의 비료가 되는 기능도 추가하고.

       

       그렇게 먹이사슬의 최하단에서 바로 위에 존재할 생물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인류가 탄생하게 된 근원은 무엇인가?

       

       생명의 여신을 모시는 생명교단에서는 생명의 여신이 이 세상에 모든 생명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옳지 않다.

       

       수십년간의 연구 결과, 제국대학의 교수인 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 슬라임이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슬라임! 그것이 바로 모든 생물의 근원인 것이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슬라임 화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 제국대학의 어느 고생물학과 교수의 발표.

       

        – 이 교수는 해당 발표를 한 이후 생명교단을 비롯한 만신전에게서 이단선포를 받고 실종되었다.

       

        – 교수의 실종에 제국의 수호룡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진위여부는 불투명하다.

       

       

       – – – – – – – – – – – – – – – – – – – – 

       

       

       전세계에 슬라임을 흩뿌렸다.

       

       그리고 그런 슬라임을 구경하는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니, 지역마다 슬라임의 변화 과정이 다르단 말이지.

       

       그리고 비슷한 환경의 다른 지역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진화도 거치고 있고 말이야.

       

       예를 들어 비슷한 늪 지역 두 곳을 비교하면, 한 곳은 슬라임이 진흙의 점액을 품은 진흙 슬라임이 되고, 다른 곳에서는 늪 속에서 썩은 것을 모아 독을 생성하는 독 슬라임으로 변했으니까 말이야.

       

       그 외에도 얼음이 가득한 환경에서는 얼음처럼 딱딱한 얼음 슬라임도 나오고, 화산지역에서는 불이 타오르고 있는 용암 슬라임도 나오고.

       

       나뭇잎을 먹고 나뭇잎같은 것을 만들어내 의태하는 슬라임. 광석을 먹고 흡수해 광석처럼 변하는 슬라임 등등. 슬라임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물에 들어가는 슬라임은 보통은 농도 차이로 인한 삼투압 때문인지 물에 녹아 사라졌지만, 때때로 물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슬라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로 신기하게도, 물에 적응한 슬라임은 체표면을 변화시켜서 체액을 빼앗기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단일세포였던 슬라임이 스스로 분열하여 더 단단한 체표면을 만드는 것으로, 체내의 수분을 지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신 표면이 변하는 바람에 먹이인 미생물을 쉽사리 흡수하지 못해 먹이를 먹기 위한 입과 같은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고.

       

       좀 더 능동적인 움직임을 위해 지느러미처럼 보이는 것도 만들기 시작했으며.

       

       물 속이라 제대로 된 호흡이 불가능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물 속의 산소…? 산소가 있는것 맞나? 아무튼 물 속에 있는 산소같은 무언가를 흡수하는, 아가미와 비슷한 기관도 만들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슬라임은 물고기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 과학적(?)일지도 모르는 부분은 대부분 야매입니다.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뇌피셜(?)로 굴러가니 실제로는 이렇고 저렇고 말하셔도 저는 몰?루라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애초에 드래곤이 있고 마력이 있는 시점에서 비현실적이지만!!

    그리고 슬라임을 예견하신 분은… 끼에에엒!!!

    아주 소심한 서프라이즈가…!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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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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