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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인간들이란 참 신기하다.

        나도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희미해지다 못해 잊혀진 오래된 과거일 뿐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이라는 것을 바라보며 신기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 ㄱㅇㅇ

        – ㄹㅇㅋㅋ

        – 용님! 왜 이름이 멸천룡인가요?

        – 진짜 드래곤이예요?

        – 오팬무?

        – 미친놈들아! 이상한 글 쓰지 말라고!

        – 진짜로 홍대 거리에서 고기 구워 먹는 거 구경하셨나요?

       

        “음…….”

       

        고작 익명이라는 가면 하나만으로, 그렇게 두려워하던 나에게 여러 감정을 내비치는 인간들의 모습이 어찌 신기하지 않을까?

       

        ‘나 역시 과거에는 이랬던 것일까?’

       

        지금은 잊어버린 인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다 입을 열었다.

       

        “일단…… 이것부터 이야기해야 하겠구나.”

       

        분명히 방송이라는 것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운드가 비워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방송인이 방송을 얼마나 잘 이끄는지도 중요하다고 하였다.

       

        비록 이틀 전에는 처음 해 보는 방송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이론과 다른 점도 있어서 조금 흐지부지하게 되었지만…… 오늘의 방송도 그렇게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오늘은 그것을 해 보자.

       

        “나는 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본단다. 그러니 내 방송을 시청하는 그대들이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보자꾸나.”

       

        – 첫…… 방송?

        – 우횻! 첫 경험 킷타!

        – 어질어질하네…….

        – 미친놈들아! 자극하지 말라고!

       

        댓글을 바라보니 대체로 두 가지의 감정이 느껴졌다.

       

        하나는 오로지 흥미를 바라는 감정.

        다른 하나는 내가 분노하지 않을지 두려워하는 감정.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를 조작해 ‘메모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켰다.

       

        – 메모장?

        – 몬스터가…… 컴퓨터를 조작한다고?!

        – 인간 세상의 끝이 도래했다!

       

        “무얼. 컴퓨터라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사용하는 것 정도라면 쉬운 일이 아니더냐.”

       

        시답지 않은 말에 대답해주며 메모장 위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한국어가…… 그랬지.

       

        “우선, 실감 나지는 않겠지만 나에게 너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단다.”

       

        나는 인간들과 소통하기 위해 이렇게 방송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인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내가 원했던 목적과 달라진다.

       

        “방송하고 있는 동안 나는 멸천룡 그랑 라그나가 아닌, 그저 평범한 방송인인 멸천룡 그랑 라그나인 것이다.”

       

        – 전혀 펑범하지 않는데요?

        – 이것이…… 평범?

        – 어떤 평범한 방송인이 홍대 거리에 황금 뿌리고 갑니까?

        – 지금 홍대 광장에 황금 주워 먹겠다고 모여든 사람들 봄?

       

        음…… 역시 소통이라는 것은 힘들구나.

       

        “어쨌든 다소 짓궂은 농담 정도는 해도 괜찮단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한 나쁜 말들도 나에겐 그다지 신경 쓰이는 말은 아니었고 말이다.”

       

        – 정말로요?

        – 욕한 사람도 있던 것 같던데…….

        – ㄹㅇ임?

       

        “음…… 그래. 이렇게 생각해 보거라. 너희의 앞에 개미들이 모여서 말하는 것이다.”

       

        인간보다 한참 작은 개미 몇 마리가 쫑알쫑알 거린다.

        어떤 인간은 귀찮다고 무시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개미가 말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개미가 어떤 말을 하든 신기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기분과 비슷하겠지. 너희들이 나에게 나쁜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시선에서는 그저 신기하거나 우스울 뿐이란다.”

       

        – 내가…… 개미 이하?

        – 개미는 친구라도 있는데…….

        – 어쩐지 내가 하찮아지는 기분이야…….

        – ㄹㅇㅋㅋ

       

        말은 시무룩한 느낌으로 쓰여졌지만, 천룡안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들은 재미, 흥미, 이해 등의 감정들이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표현하는 말이 다르다니…… 이런 것 역시 소통의 재미 중 하나겠지.

       

        “허나 선은 지켜 주길 바라는구나. 너희들과 소통하는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방송인인 멸천룡 그랑 라그나란다.”

       

        만일 방송인인 내가 아니라 드래곤인 나를 직접 모욕하거나 한다면…….

       

        “그때는 엘더 드래곤인 나의 명예를 모독했다고 판단하고 직접 징치하겠다.”

       

        – ㅎㄷㄷ

        – 모두 키보드에서 손 떼!

        – 이건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느껴지는 감정은 재미, 흥미…….

        내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익명의 가면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해 말하지만,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있다고 안심하지는 말거라. 나의 눈은 그런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진실한 너희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 헐?

        – 설마

        – ㄹㅇㅋㅋ

        – 진짜인가요?

       

        그제야 감정에 변화가 좀 생긴다.

        하지만 아직 믿고 있는 이들이 적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한 번 시범을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흠…… 그렇다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미미의발수건’이라는 아이야.”

       

        – 네!

       

        아바타의 눈이 아닌, 본체의 감고 있던 눈을 뜬다.

        진정한 천룡안이 아다만티움을 꿰뚫고, 컴퓨터 속 익명이라는 가면을 지나쳐, 공간을 뛰어넘어 그의 진짜 모습을 보여 준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은…… 최강 PC방? 그곳의 32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 자리에 앉아 있구나.”

       

        내 말이 끝나자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펄떡 뛰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며 추가로 말을 한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는 없단다.”

       

        내 말이 방송을 나가자마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장소를 뛰쳐나갔다.

       

        “음…… 요금은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 진짠가?

        – 에이~ 거짓말이…… 겠지?

        – 요즘은 PC방 선불 결제라서 상관없음.

        – 진짜로 다 보임?

        – 저 지금 뭐하는지 보이나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나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죄를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니 말이다. 그리고 ‘일산돈’아. 옆에서 동생이 울려고 하는데 괜찮은 것이냐?”

       

        – 진짠가 본데?

        – 드래곤이라는 것은 도대체…….

        – 이게…… 드래곤?

        – 와. 진짜 욕 함부로 했다가는 드래곤 영접하는 거임?

        – 이 글은 저희집 고양이가 쓰고 있습니다 판사님.

        – 그런데 이분께 걸리면 판사가 아니라 바로 염라대왕에게 보내지는 거 아닐까?

       

        조금 무겁게 경고하긴 했지만, 다행히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실은, 인간들과 소통하고 싶은 내가 저렇게 무서운 경고하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하지만 지금 미리 경고를 해 두지 않는다면, 다음번에는 분명 그 일이 크게 부풀어서 다가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때문에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감수하고 경고를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상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지금 내 방송을 보는 인간들은 직접 나를 마주치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에서 자신감을, 그리고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소통이 성립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구나.’

       

        미소를 지으며 다음 규칙을 설정한다.

       

        분명히 성공한 방송인이 되기 위해서는, 댓글 창의 수질 관리라는 것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들었다.

        조사해 보니 다른 인간들은 ‘매니저’라는 직책을 두어 선을 넘는 글들을 지우거나, 혹은 선을 넘는 시청자를 내쫓는 등의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난 그럴 필요가 없단다.”

       

        – ?

        – 왜용?

        – 이것이 드래곤의 패기!

        – ㄹㅇㅋㅋ

       

        수많은 물음표들이 올라온다.

        그들의 호기심의 감정을 바라보며, 나는 채팅창 규칙 항목을 작정했다.

       

        [이 방송에서 채팅을 칠 때, 자신의 판단과 사회적인 도덕관념으로 선을 넘는 글은 쓰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이 맹세를 어길시, 저는 24시간 동안 저는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자. 다 되었단다.”

       

        – ?

        – 아, 뭐지?

        – 뭐임 이거?

       

        채팅을 치려고 할 때 나오는 안내문이 변경되었다.

        제대로 적용이 된 것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하겠다. 어제, 홍대 거리라는 곳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던 인간들을 혹시 기억하느냐?”

       

        – ‘진짜’들이었음.

        – 그게 진짜 광기지.

        – 드래곤이 튀어나와도, 공약은 지킨다!

        – ㅋㅋㅋㅋㅋㅋ

       

        “알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그들이 원해서 그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란다.”

       

        이틀 전, 나는 홍대 거리에 나오겠다는 시정자들과 약속을 나누었다.

        나는 본신의 모습으로 홍대 거리에 나오고, 다른 이들은 내가 그 자리에 나왔을 때 함께 나와서 무언가 하겠다고.

       

        “비록 그 아이들은 그냥 농담, 혹은 장난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란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약속하겠느냐?’라는 말에 ‘네’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드래곤인 나와 ‘약속’을 해버리고만 것이다.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그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보아야 하겠구나.”

       

        때문에 그들은 원하지 않아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몸은 공포에 질려 덜덜 떨더라도 내 앞에 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맹약이 지금 여기서 또 이루어진다.

        방금 내가 쓴 채팅 규칙.

        채팅을 처음 쓰려는 사람의 앞에 나타나고, 그 채팅창을 닫기 위해서는 그 아래에 존재하는 ‘예, 알겠습니다.’라는 버튼을 클릭해야만 한다.

       

        “즉, 너희가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우리 사이에는 맹약이 맺어졌다는 것이란다.”

       

        – 헐?

        – ㄹㅇ?

        – 에?

        – ???

        – 혼또?

       

        당황해하는 시청자들.

        그들의 당황의 감정이 얼마나 선명한지, 아바타인 지금의 내 눈으로도 너무 잘 보일 정도다.

       

        “걱정 말거라. 내가 정한 규칙대로, 너희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너무 나쁜 말이거나, 혹은 사회적인 도덕관념에 위배되지 않는 글만 쓰지 않으면 되니까 말이다.”

       

        – 그럼 나쁜 말 쓰면 진짜로 하루 동안 진실만 사용하게 되나요?

       

        “그래. 너희의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진실만을 말해야 한단다.”

       

        – 그게 벌칙인가?

        – 그럼 방에서 혼자 야한 거 보다가 엄마가 들어왔을 때 진실만 말해야 한다는 거 아님?

        – ?! 미친?

        – 헐.

        – 판사님. 전 나쁜 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 아! ㄹㅇㅋㅋ 만 치라고!

       

        “후훗.”

       

        허둥지둥하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매니저 따위는 필요 없는, 그저 드래곤 파워!

    Ilham Senjaya님. 오늘도 고기길만 걷길 바랍니다냥!

    그리고 판나님! 후원 감사합니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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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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