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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조용히 골목을 빠져나온 나는 그 길로 낭인객잔으로 전력질주했다.

        

       콰앙!!

        

       객잔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낭인들이 일제히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남정네들의 시선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다. 객잔의 문턱을 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안도의 한숨인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헐떡임인지는 모르겠군.

        

       “호 형, 오늘은 도박이 좀 안 풀린 모양이오?”

        

       “바람처럼 달려오는 경공의 고절함이 전설의 대도 무영신풍 빰치더군.”

        

       “그래 오늘은 어디 도박장을 기웃거리다가 이렇게 도망쳐 오셨소?”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낭인들이 낄낄거렸다. 무림천하 인생이 8년이고 이미 낭인이 된 지 7년. 두루두루 얼굴을 익힌 낭인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난 이 낭인객잔에서 캐릭터가 아주 확고하다.

        

       도박에 미친 놈. 돈 벌어다가 다 도박장에 꼴아박는 놈.

        

       그리고 도박을 지지리도 못해서 이 객잔에서 도박을 하고 하고 하다가 맨날 잃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바깥에 나가서 도박을 하는 꼴통.

        

       아마 이 정도가 이 낭인객잔에서 살아가는 낭인들이 인식하는 호천안일 것이다.

        

       남자들의 사회에서는 취미에 미쳐가지고 병신 짓 하는 머저리들이야말로 친해지고 싶은 대상 1순위.

        

       도박에 미쳐가지고 맨날 전재산을 꼬라박는 나 호천안은 사실 남자들 사이에서는 호감 0티어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낭인놈들이 오늘 내가 고생한 썰을 안주삼아 한 잔 하고 싶었는지 이놈저놈이고 모여든다.

        

       “여일예 떴다.”

        

       나를 놀리면서 한 마디씩 하던 낭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간신히 떨쳐내긴 했는데 그 뒤에 그 미친년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다들 전파하고 나가지 말라고.”

        

       “허, 그 살귀가 또…”

        

       “천운이 따랐구려.”

        

       내 어깨를 두들겨 주는 낭인들을 헤치고 객잔 중앙까지 나아갔다. 그곳에는 중년 미부가 있었는데 이 낭인객잔의 주인인 유사연.

        

       이름 답게 무척 사연이 많은 인물이다.

        

       물론 그런 기구한 사연과는 별개로 사천에서 낭인을 상대로 하는 모든 서비스업을 독점하고 있는 인물이므로 독점 권력을 휘둘러 낭인들의 등골을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여자이기도 하다.

        

       진짜 얼마나 밉상이면 여자의 몸으로 이 사천에서 홀로 낭인객잔을 차리게 된 기구한 사연을 게임 속에서 얻은 지식으로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수가 되면 때려주고 싶은 사람 1순위다.

        

       “아유, 땀좀 봐. 술?”

        

       “그걸로.”

        

       이 미개한 중원무림에서는 술이 아닌 음료는 죄다 따뜻한 것이 기본.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고집한 상남자인 나로써는 땀을 뻘뻘 흘리는 지금 상황에서 뜨끈한 차를 마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폭거였다.

        

       시원한 술 한사발을 넘기고 나자 일단은 시원했다. 일단은.

        

       “그래 여일예가 나타났다고?”

        

       “그렇소. 어떻게 떨어뜨리긴 했지만 그 뒤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조심해야 할 듯 하군.”

        

       “하여간 그 미친 분쇄기 진짜. 치워버릴 수도 없고.”

        

       사천낭인들의 실질적 수장이자 이 낭인객잔을 운영하고 있는 유사연의 입장에서 여일예 만큼이나 골치 아픈 사람이 없을 것이다. 멀쩡하게 돈 잘 벌고 다니던 낭인의 팔다리를 분질러 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병신을 만들어 은퇴까지 시키기 십상이니.

        

       먹고 자고 싸고 마시고의 대부분을 낭인객잔에서 해결하는 사천낭인들이다.

        

       낭인의 수가 줄어들고 낭인의 경제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은 곧 유사연의 수익감소로 이어진다는 말과 동일했으니까.

        

       여일예가 또 낭인을 해 먹는다는 소식에 유사연의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젠 깨달음까지 얻어서 낭인객잔에서 감당 가능할지 모르겠네. 그녀가 초절정에 올랐다면 지금 낭인객잔에 있는 낭인들 중에서 그녀 상대가 될 법한 사람이 있나 몰라.

        

       유사연도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짚었지만 사실 뾰족한 수는 없다. 직접적으로 손을 댄다는 건 말도 안되고 그렇다고 항의를 하자니 중원무림 전역에 이름을 떨치는 구파일방의 일원에게 어디 객잔주 정도의 항의가 먹히겠어.

        

       “아무튼 나는 전달했소.”

        

       “아니 이봐 호천안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 달랑 설명해주고 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 나도 뭘 알아야 대책을 마련하지.”

        

       유사연은 날 붙잡고 상황을 좀 더 캐묻고 싶어했지만 딱히 해 줄 말도 없었다. 사실 이 세계는 게임이고 난 10년이나 이 게임을 한 썩은물이라서 할짓도 없이 공개카톡방에서 캐릭터 깨달음이나 외우고 앉아 있다가 환생트럭 배송대상으로 선정되어 호천안이 되었다가 여일예를 마주쳐 깨달음을 줬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깨달음을 줬다는 소리를 했다가는 유사연이 날 잡아 죽일지 모를 일이다.

        

       “미안하지만 내가 여일예의 최중요 표적이 된 것 같아서 말이야. 나도 살 길을 찾아야 해서 긴 이야기는 힘들겠군. 가봐야 할 곳이 있어.”

        

       “…그래 좋아. 혹시 모르니 행선지 정도는 알아두자고.”

        

       유사연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혹은 이 낭인객잔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혹여나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뭐 행선지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지.

        

       “어디에 있을 건지 말해줘.”

        

       “도박장.”

        

       유사연이 날 쓰레기 보듯이 쳐다봤다.

        

       왜. 뭐. 왜.

        

       *** ***

        

       도귀는 스스로 사천제일의 도박사라고 말하고 다녔다.

        

       어린 날 도박판에서 잔기술을 쓰다가 한쪽 귀가 잘리고 말았지만 그 뒤로도 악다구니를 써 가면서 도박판에서 버티길 십오 년. 크고 작은 도박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스스로 사천제일도박사임을 칭하는 도귀에게 수많은 도박사들이 도전장을 날렸지만 모두 개털이 되어 떠나갈 뿐.

        

       홀로 손기술을 연습하고 있던 도귀의 처소에 누군가 들어왔다.

        

       “호, 여긴 어쩔 일로 오셨는가.”

        

       도귀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영상루의 관리인인 장이였다.

        

       사천 제일의 도박장이 어디인가? 하면 대부분의 도박사는 영상루를 꼽는다. 사람이 많이 방문하는 사천의 기루는 여럿 있지만 영상루만큼 도박에 친화적이고 도박에 진심인 기루는 없다.

        

       우선 기루의 주인인 사채용부터가 도박사 출신이며 도박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대형 도박장이라면 당연히 도박판에 수작을 벌인다.

        

       영상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영상루는 기계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도박사의 손기술만을 고집하며 손님의 주머니를 턴다. 그렇기에 영상루는 영업 이후 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었다. 물리적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니 증거도 없고 또 진정한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그런 기술 역시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영상루의 관리인이 어쩌다가 직접 방문까지 했는가?

        

       영상루의 관리인이라는 단어만 보면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장이는 영상루에서 일하는 기녀들 어깨들 도박사들 점소이들까지 합쳐서 손짓 하나로 수백 명을 부리고 호통 한 번으로 그런 이들을 몇 명이나 해고해도 아무 문제 없을 힘을 가졌다.

        

       손짓 하나로 도박사 수십을 오라가라 할 수 있는 장이가 직접 도귀의 처소에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도귀는 큰 건의 냄새를 맡았다.

        

       “별건 없지만 어서 앉으시지요.”

        

       도귀가 손짓으로 자리를 가르켰지만 장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도귀는 의아했지만 곧 장이가 허리를 절반으로 꺾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놈입니다. 루주님.”

        

       ‘루주?’

        

       하룻밤에 황금 천 냥이 넘는 돈이 오간다는 영상루의 주인 사채용이 일개 도박사를 만나러 나왔다고? 직접?

        

       “네가 도귀란 놈이냐?”

        

       “그렇습니다만. 어쩐 일이신지?”

        

       “너 이 자식!”

        

       장이가 당장 멱살이라도 잡고 무릎을 꿇릴 듯이 튀어 나왔지만 사채용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마음에 드는군. 도박사의 눈이야.”

        

       장이에게는 손쉽게 굽혀졌던 도귀의 허리는 사채용을 상대로는 뻣뻣했다. 장이는 그냥 관리인이었지만 사채용은 도박사였으니까. 사천제일, 아니 내심으로는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하는 도귀는 절대 도박사를 상대로는 굽힐 생각이 없었다.

        

       “사천제일의 도박사라고 해서 찾아왔다. 일 하나 맡기고 싶은데.”

        

       “거 얼마나 급하시길래 이 밤중에 찾아오셨소.”

        

       “황금 백 냥을 주지.”

        

       도귀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오늘 밤. 한 놈을 털어먹는다면 황금 백 냥에 그 놈이 딴 돈의 절반까지 다 너한테 주마.”

        

       도귀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도귀는 가난한 농부의 다섯째 아들이었는데 3대가 합쳐 가족이 무려 스무 명이었다. 스무 명이 일 년 농사 지은 쌀을 다 팔고 나면 딱 황금 1냥이 손에 떨어졌다.

        

       그런데 하룻밤에 백 냥? 그것도 그 놈의 돈까지 준다고?

        

       “무슨 일인지 설명을 들어야겠소.”

        

       “당연하지. 호천안이라는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개자식이 있다. 기루에 드나든지는 몇 년 된 자식인데 지금까지는 한 번도 돈을 딴 적이 없었지. 도박은 심상치 않게 하는 놈이었는데 항상 돈을 따도 마지막에는 술 한 병 살 돈만 남기고 다 털고 나가길래 여태껏 내버려 두었다.”

        

       사채용이 말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듯이 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그 개자식이 갑자기 오늘 미쳐가지고 내 기루의 모든 도박사들을 털고 있다고! 한놈도! 빠짐없이! 다! 그 자식이 지금 딴 돈만 금 백냥이 넘어!”

        

       도박사는 도박장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단순하게 호구를 털어 먹는 것은 도박사가 하는 일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도박사들의 주요 임무는 사람들이 도박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연출해 그날 도박장에 있는 사람들이 도박에 불타오르게 만들거나 큰손들에게 적절한 패배와 승리를 공급하며 도박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든가..

        

       혹은 운 좋게 너무 커다란 승리를 가져와 도박장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이들을 털어먹는다던가. 진상을 빠르게 털어 내쫒아 도박장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등.

        

       도박사가 도박장에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니 도박장에서는 전문도박사를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 전문도박사들의 도박자금은 어디서 나오는가.

        

       당연히 기루의 주인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미친 놈인가.’

        

       손님과 손님이 붙어서 누가 돈을 따던 도박장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술을 팔고 패의 환전 수수료를 챙기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도박사와 손님이 붙어서 도박사가 돈을 잃는 것은 그대로 도박장의 손해로 이어진다.

        

       도박사를 골라서 털어먹는다는 것은 기루를 습격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다.

        

       습격이나 도박사의 돈을 따는 것이나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기루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니까.

        

       “내 그 개자식을 무사를 시켜 없애버리고 싶은데 말이야! 그 미친 자식이 순수하게 도박 기술로만 승부하는데 내 도박사로서 자존심이 그걸 용납치를 않아!”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채용의 눈빛에 도귀는 침을 삼켰다.

        

       “돈은 네가 다 가져도 좋다. 그 새끼만 확실하게 털어! 빈털터리가 되어서 기루를 나서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도귀는 고민했지만 이미 결론을 내려져 있었다.

        

       도귀는 오래전부터 이런 큰 한판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겠소.”

        

       “좋아 대신 너도 명심해야 할 거다.”

        

       사채용은 도귀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만약 그 자식을 털지 못한다면 너는 남은 그 한쪽 귀와 손모가지로 내 분노를 달래줘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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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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