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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저격.

         

        게임 스트리밍을 하는 방송인과 큐를 동시에 잡아서, 방송에 피해를 끼치는 악질적인 행위.

         

       아크 역시 나름 경력있는 3년차 스트리머로서, 저격이라면 이골이 나있었다. 어느 정도는 유쾌하게 넘기고, 어느 정도는 무시하며- 또 어떨 때는, 적절히 회피할 정도로.

       

       그럼에도, 약 6개월여 전부터 그녀에게 들러붙은 ‘아따먹’은, 아크가 그간 겪어본 다양한 이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고- 동시에, 애증의 존재이기도 했다.

       

       비매너 행위는 하지 않는다. 플레이를 보면, 방플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먼저 아크가 아는 체를 하기 전엔 인사를 하지도 않을 정도로, 방송에 출연할 욕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큐가 잡히면 무조건, 반드시 도적을 칼픽하고-

       

       상대팀이 되었을 때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녀의 마법사만을 노린 채 파고든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그리 당하며 부서지는 멘탈의 틈바구니로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조롱은 덤이었다. ‘이 사람 직업이 시체인가요’나, ‘속보) 아따먹 또 아크 따먹음’ 따위의 채팅에는 이제 긁히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애증의 존재인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아따먹의 반복된 암살로 멘탈이 나간 채 울부짖으며 머리를 쥐어뜯은 영상이 지튜브 쇼츠에서 알고리즘을 타며 떡상했던 것.

         

        성장이 정체된 채 1년째 천명에서 2천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아크의 방송이, 단숨에 소위 ‘중견기업’으로 도약하여 평균 4천명에 안착하게 된 계기였다.

          

       그리 생각하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니지. 일단 아이디부터가 악질이잖아. 진짜 민심만 아니었으면 고소를…….’

         

       그러나, 지금은 시답잖은 회상에 빠질 타이밍이 아니었다. 머리를 가볍게 털며 복잡한 생각을 흩어버린 아크는 심호흡을 하며 껐던 캠을 다시 켰다.

         

        지튜브 구독자와 트위트 시청자 모두 떡상한 계기가 되었던, 수 개월째 악연이 지속된 악질 저격러가 직접 계정을 공개해가며 접촉한 상황.

         

        ‘이건 무조건 지튭각이다.’

       

       

       

        이런 걸 허투루 넘기면 스트리머라고 할 수 없었다.

         

        * * * * *

         

        《아, 이거, 아. 아.》

         

        『ㅋㅋㅋㅋㅋ아크 왜 고장났냐』

        『나라도 고장난다 ㄹㅇㅋㅋㅋㅋㅋ』

        『아니 누가 인증한다고 계정을 통으로 넘기냐고 ㅋㅋㅋㅋㅋㅋㅋ』

        『정상인이면 5개월동안 저격을 하겠음?』

        

        와삭.

         

        3조각 남은 치킨을 한 입 베어물었다. 바삭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풍미의 육즙이 입으로 흘러들어왔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캠도 켰으니 VR기기부터 빨리 착용했으면 좋겠는데.

         

        이러다간 큐를 돌릴 때 즈음엔 치킨이 다 떨어질지도 모른다. 모처럼 아이디까지 공유했는데.

         

       그렇게 둘 순 없지.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방금 들어왔는데 이 분 왜 게임 안 하시나요】

         

        《아니 도네이션 아이디로 너인거 다 뜨는데 뭘 태연하게 그딴 걸 묻고 있어 이 악질 저격러 새끼야!!》

         

        『아 ㅋㅋㅋ』

        『저것도 아따먹이었음?』

        『온 세상이 아따먹이다… 온 세상이 아따먹이다… 온 세상이 아따먹이다… 온 세상이 아따먹이다… 온 세상이 아따먹이다…』

         

        《아니, 야. 아따먹……시발, 아이디도 부르기 싫네. 너 고소당하기 싫으면 당장 디스코스 들어와라. 너는 그 추잡한 아이디만으로도 통매음 걸리는 거 알지?》

         

        『ㄹㅇ ㅋㅋㅋㅋ』

        『여자 스트리머한테 따먹은 좀 그렇긴 해 ㅋㅋㅋㅋㅋ』

        『맞아 아크도 여?자는 여?자인데』

        『아직도 고소 안 당한게 더 신기하긴 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상을 팍 쓰며 으름장을 놓는 아크. 채팅창도 대부분 호응하는 분위기다.

         

        “으음…….”

         

        다들 게임 더 보고 싶지 않은가?

         

        평소엔 아크가 저스트 채팅 – 게임을 하지 않고, 캠 화면 등만 띄워둔 채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 – 을 할 기미만 보여도 난리가 났었는데.

         

        『디스코스 들어가면 게임 하시나요?』

         

        《진짜 미친놈인가 이거…….》

         

        『나악귘ㅋㅋㅋㅋㅋㅋ』

        『아따먹 ㄹㅇ 진성 나오나충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승급전이 얼마나 보고 싶은 거냐고 ㅋㅋㅋㅋㅋ』

         

        한숨을 푹 내쉰 아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오케이, 너 디스코스 당장 들어오면 오늘 최소 2판은 돌린다. 대신 안 들어오면 내일 아침에 바로 변호사 사무실부터 찾아갈 거니까 알아서 해. 니 도네이션 이메일로 주소 보냈다.》

         

        2 판이라.

         

        나오나 한 판에 평균 15분이 걸리니까, 2판이면……조금 애매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더 늦어지는 것보다는 낫겠지.

         

        결단을 내리자마자, 서둘러 디스코스 설치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며 이메일에 로그인했다.

         

        이어폰에서는 물기어린 아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와 여러분 저 진짜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진짜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ㄹㅇ ㅋㅋㅋㅋ』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엇어 힘들다 진짜』

        『따지고 싶은데 뭐부터 따져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장난 아크면 개추 일단 나부터』

        『ㄱㅊ』

        『ㄱㅊ』

        『같은 팀에서 8연 도적 트롤하고 상대 팀에서 4연 도적 캐리해서 12연패 박게 만든 건 레전드긴 했어』

        『50분 게임 거의 다 이겼는데 뒤에서 튀어나온 아따먹한테 헥사킬당해서 진게 더 레전드 아니었음?』

        『걍 트롤하면서 스트리머 살살 긁는 악질 새낀데 뭔 레전드 타령이야』

        『?그래서 아따먹은 트롤해도 마스턴데 님 티어가?』

        『누가봐도 안 들키게 슬금슬금 핵 쓰는 새낀데 ㅋㅋㅋㅋ 핵쟁이 티어가 뭔 상관?』

        『-브실골은 볼 수 없는 채팅입니다-』

         

        채팅창이 슬슬 지튜브에 올리기 부적절한 방향으로 불이 나기 시작하는 기미를 느꼈는지, 아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아니. 뭐가 레전드였나가 중요한게 아니에요. 이놈 덜미를 드디어 잡았으니, 탈탈 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세요.》

         

       『ㄹㅇ 아따먹 대체 무슨 깡으로 신상 노출한거지 ㅋㅋㅋㅋ 바로 고소 가자』

        『저런 놈들은 진짜 경찰서 가야 정신차림』

         

        흐트러져가던 채팅창이 다시 집중되었다. 채팅창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네. 역시, 4번째로 좋아하는 스트리머 다운 실력이다.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디스코스 채팅방 링크를 클릭하고……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다녀오면 큐 돌리고 있겠지.

         

        * *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채팅방에 입장하였습니다.]

         

        드디어 올라온 입장 안내 메시지를 보며, 아크는 가슴이 빠르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지튜브 각이 나올 것이 기대되어서인지, 아니면 드디어 악질 저격러한테 철퇴를 내리칠 기회가 생겨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무렴 어떠랴. 굳이 구별할 것도 없었다.

         

       빠릿하게 돌아가는 두뇌는, 시작부터 고압적으로 내리 찍는 1안과, 신사적으로 대하며 반응을 보다가 타이밍을 노려 일갈하며 참교육에 돌입하는 2안 중 후자가 더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못 먹을 수가 없는 밥상이다.

       

       아크는 최대한 여유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쪽 입술을 슬쩍 말아올리며 입을 열었다.

         

        “와……진짜 이런 날이 오네. 님 저랑 얘기 좀 합시다. 하는 거 봐서 고소할지 안 할지 정할 테니까 잘 생각해요.”

         

        『솔직히 아따먹 목소리 좀 궁금하긴 했음』

        『걍 찐따일 거 같은데 뭐가 궁금해』

         

        “일단. 님 대체 몇 살이에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기대감에 가득 찬 건 아크만이 아니었다. 알고보면 잼민이 아니냐, 의외로 늙은 백수일 수도 있다, 보나마나 찐따여서 말도 못하는 거다……다양한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기를 잠시. 

         

        “야.”

       

       

       계속하여 이어지는 침묵에는, 과연 채팅창의 반응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아따먹님?”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크를 조롱하는 방향으로.

         

        “아니 왜 접속만 해 놓고 말이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크야 또 속냐!』

        『너 화내는 거 보는게 인생의 낙인 놈일 텐데 뭘 기대했냐』

        『두 번 속으면 누구 탓이다?』

        『아 ㅋㅋㅋ 이쯤되면 피해자 잘못이 맞지ㅋㅋㅋ』

       『아따먹 승! 아따먹 승! 아따먹 승! 아따먹 승! 아따먹 승! 』

       『감 다 뒤』

       

         

        시청자들마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 평정심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럴 거면 대체 디스코스 채팅방에는 왜 들어온 건지. 근 5분 간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아따먹에게, 더는 참지 못하고 다시금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드디어 기다리던 메시지가 올라왔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큐.]

         

        『큐.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악귀 진짜 미친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나오나는 질병겜이 맞다』

        『아크 또 스턴걸렸는뎈ㅋㅋㅋㅋㅋㅋㅋ』

         

        10초 가량 멍하니 디스코스 채팅방 화면을 바라보던 아크는, 방송 채팅이 불 나듯이 올라오는 걸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니, 야. 아니, 아. 아!!! 무슨……. 그래. 알겠어요. 일단 마이크부터 키세요. 마이크 키면 큐 돌릴게요.”

         

       그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대답은 없었다.

         

        “마이크 키는 중……이죠?”

         

        『그럴리가 있냐 ㅋㅋㅋㅋㅋ』

        『지튜브각 개같이 멸망하는거 느끼고 있는 아크면 ㄱㅊ』

        『ㄱㅊ』

        『ㄱㅊ』

       『아크아크야…아따먹에게 또 먹혔구나…』

         

        “님 지금 정신 못 차리는 거 같은데, 제가 지금 진짜 내일 바로 고소장부터 넣으려던 거 참고 있는 거거든요?”

         

        이를 빠득빠득 갈며 내뱉은 협박. 화난 연기를 한다는 계획은 저 멀리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리 담긴 분노를 감지한 걸까. 드디어, 두 번째 답변이 돌아왔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건 내일 일이자나요]

       

       

       기대한 답변은, 결코 아니었지만.

        

        “……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큐.]

         

        『ㅈㄴ 단호하네 ㅋㅋㅋㅋㅋ』

        『 저런 놈이랑 정상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아크가 더 나쁜 거 아님?』

        『ㄹㅇㅋㅋㅋ』

         

        ‘또라이일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보통 또라이가 아닌 거 같은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아크는 손을 뻗어, VR 장비를 다시 착용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통매음: 통신매채이용음란죄의 준말. 통상 게임에서의 성적인 언행은 이 법에 의해 처벌된다.

    이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습니다. 테러리스트가 협상할 생각이 없거든요.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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