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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눈을 굴리고 있으려니 점원이 한숨과 함께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리곤 어느 화면을 키더니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여기X 말X 하XX요.”

       

       거기에 말을 하라고?

       

       [한국어를 배우려면 어디에 가야 할까요.]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스마트 폰이 음성을 인식했다.

       

       맞다. 음성인식 기능이란 게 있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XXX….”

       [외국인이시니. 한국어학당에 가면 되지 않을까요?]

       [어학당이요?]

       [대학에서 외국인분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입니다. 이 근처라면 성아대어학당이 제일 가깝겠네요.]

       

       중국어 페이지도 있으니 검색해보라는 점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처음으로 대화한 사람이 친절한 사람이여서 다행이야.

       

       스마트 폰을 꺼내 성아대어학당에 관해 알아보았다. 음성인식기능 덕분에 한글을 쓰지 않고도 검색을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건가. 한글을 아예 모르는 상태라도 입학은 가능한 모양이고. 학비는 한 학기에 2백만원.

       

       돈이나 시간 같은 건 문제가 없다만 내가 조건이 되나 모르겠군. 난 어디까지나 신분을 받았을 뿐 이 세계의 ‘백아라’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니까.

       

       의무교육이란 게 있으니 고등학교는 졸업했겠지.

       

       근데 백아라가 외국인인가? 한국 신분증이 떡 하니 있는데?

       

       잘은 모르겠다만 일단 어학당에 가보자. 되면 좋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일상생활이 불편할 뿐 급한 것도 아니니.

       

       고민을 떨쳐내고 눈앞의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귀한 것들이 나를 기다리게 두어선 안 되지.

       

       점원은 집게와 포크. 그리고 앞 접시를 같이 주었지만 난 그걸 사용하지 않았다. 자고로 치킨이란 손으로 뜯어야 제 맛인 법.

       

       역시 처음은 다리겠지. 닭의 다리를 나 홀로 취할 수 있다니. 참으로 사치스럽구나.

       

       방금 막 튀긴 치킨은 기름의 온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뜨겁다며 호들갑을 떨었을 테지만 불구덩이 안에서도 생활할 수 있는 나로선 적당한 온도에 불과했다.

       

       내 손에 들린 금빛 자태를 감상하다 긴 숨과 함께 한 입을 베어 물었다.

       

       “으음!”

       

       제일 먼저 느껴진 것은 튀김옷의 식감이었다. 입을 움직일 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입 안에 진동했다. 그 다음은 짜고도 고소한, 향신료를 조금도 아끼지 않은 폭력적인 맛이었다.

       

       황송하다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맛에 감격하던 중 튀김옷 안에 숨겨져 있던 닭의 살이 이빨에 닿았다.

       

       부드럽게 씹히는 것은 물론. 씹자마자 터져 나오는 육즙은 입 안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버렸다.

       

       경이로웠다. 전생의 나는 이런 음식을 매일 먹고 살았었구나.

       

       정신을 차리니 두툼했던 닭다리는 말끔한 골로 변해 있었다.

       

       어릴 적 천마신교에서 교육받을 무렵 이런 식으로 먹었다면 품위가 없다며 한 소리를 들었겠지. 허나 지금은 나에게 딴지를 걸 이는 아무도 없다.

       

       몇 개의 조각을 작탄(嚼呑)공으로 해치우고 나니 기름의 느끼함이 올라왔다. 물론 아직 배는 차지 않았다만 이래서야 최상의 맛을 즐기지 못해.

       

       그 때 상 위에 있는 검은 음료가 눈에 띄었다.

       

       콜라! 내 어찌 저걸 잊고 있었을까.

       

       병의 뚜껑을 따니 청량한 소리가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

       

       아아. 이 탄산의 소리는 음유시인의 노랫소리보다 매혹적이구나.

       

       신이 나선 컵에다 음료를 붓던 중 비명이 새 나왔다. 차오르는 탄산 거품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난 컵에서 삐져나오는 검은 색 물결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컵을 입에 댔다.

       

       입 안에서 톡톡 튀어대는 탄산 특유의 청량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싫은 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습격에 놀랐을 뿐.

       

       적응이 되고 나니 콜라의 맛이 즐거웠다. 시원하고. 달고. 톡톡 거리는 이 맛은 사람을 중독 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제 입가십도 했으니 다시 치킨을 뜯어볼까.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마리 중 어느 하나도 제 살이 붙은 채로는 떠나지 못할 것이다.

       

       

       *

       

       어학원에 입학하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쉬이 풀렸다.

       

       내가 지원하려 했던 성아대어학당의 입학 담당자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이였다. 덕택에 입학을 문의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다.

       

       여러가질 알아보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백아라의 두 부모 중 하나는 중국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었다. 덕택에 백아라는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 온 것으로 처리되어서 어학원에 지원하는 데 필요한 요건은 모두 충족되어 있었다.

       

       [마침 학기 시작하기 직전이었는데! 상황이 좋네요. 바로 지원하시겠어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난 바로 어학원에 등록했다.

       

       그 후. 어학원 입학까지 남은 시간동안 나는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넷의 바다는 경이로울 정도로 넓었다.

       

       무림에선 현인을 찾아가야 들을 수 있을 법한 지혜나. 주막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이들의 인생 이야기. 삶에 관한 소리들을 모두 그 곳에서 접할 수 있었으니.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내가 현대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엔 인터넷만한 것이 없었다.

       

       다소 왜곡된 정보들도 있기는 했지만 나에겐 전생의 지식이 있었다. 흐려지긴 했으나 헛소리와 제대로 된 것을 구별하는 덴 충분한 도움이 됐지.

       

       덕택에 난 빠르게 현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헤엄을 배운 이가 수십 년이 흐른 후에도 헤엄을 칠 수 있는 것처럼. 현대에 태어나 현대에 자랐던 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학원에 입학하기 전 날엔 무려 내 손으로 직접 배달어플을 조작해 음식을 시키는 데도 성공했으니 그야말로 현대인이 다 되었다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난 어학원에 들어갈 때 자신만만했다. 한 때 모국어로 사용했던 것이니 금방 예전의 실력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의 오만이 박살나는 데는.

       

       

       “모두 다 알아들으셨죠?”

       ““예!””

       

       며칠이면 충분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누구나 아는 기억. 니은. 같은 것을 배웠으니까. 그쯤이야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글자를 읽는 방법을 배울 때는 좀 헤맸다만 거기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어찌저찌 따라갈 수는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상이 되니 머리가 아팠다.

       

       어학원에 있는 이들은 거의 다 서국에서 온 이들이었다. 나와 같은 동양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수업의 설명은 대개 서국의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영어로 사과를 어떻게 쓰는 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 교사가 하는 설명은 내게 짐승의 언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조금도 알아먹질 못하겠단 소리였다.

       

       내 오성이 부족하다 여긴 적은 없었는데. 그건 내게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이었구나. 최소한의 이해도 불가능하다면 배움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어.

       

       강의를 해 준 교사에게는 미안하다만 아무래도 오늘은 교무실에 찾아가 그녀를 괴롭혀야 할 듯 싶었다. 물음표로 가득 찬 교재를 들고 계속 수업을 들을 순 없는 노릇이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사가 지식을 전수하는 데 적극적이란 사실이었다. 무림의 사람들 마냥 고민하는 것조차 깨달음의 일부라는 헛소리를 했다면 그냥 다 집어 쳤을 것이다.

       

       허나 언제까지고 교사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이러한 고충도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혼자서 앓아봐야 답은 나오지 않으니.

       

       교재를 챙기고 교무실로 향하던 중 복도 한 쪽에서 다투는 이들을 발견했다.

       

       어느 쪽이건 서국의 사람이라는 것 같았지만 한 쪽은 티셔츠 위로 티가 날 정도로 근육을 키운 남성이었고, 다른 한 쪽은 말라비틀어질 것처럼 얇은 팔다리를 지닌 여성이었다.

       

       둘이 대화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보아도 싫어하는 여인네를 남성이 억압하는 모습이었다. 사정을 듣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그 내용을 알 순 없었다.

       

       저들의 대화는

       

       “XXXX”

       “XXXX”

       

       서방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과거 모국어였던 한국어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마당에 저 말을 어찌 알아들을까.

       

       거. 녀석들. 한국에 왔으면 한국어로 싸우란 말이다. 정 다른 말을 하고 싶다면 중화의 언어로 하고.

       

       남성의 덩치 때문일까.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은 다툼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며 지나가 버렸다. 그럴수록 둘의 목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남자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 더 건드리면 휘두르겠구만.

       

       서로의 사정이 어찌되는지는 모르겠다만 폭력은 안 되지. 무림에서도 힘없는 여인을 해하는 놈팽이는 사람 취급을 못 받았는데. 현대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툼을 말리려 근처에 다가간 순간 남자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쯧. 성질이 더러운 놈이구나.

       

       앞으로 나서며 남자의 주먹을 가로챘다. 주먹은 가벼웠다. 천마신교의 꼬마아이도 이보단 힘이 좋을 것이야.

       

       [진정하게. 아무리 화가 났다한들 주먹을 가벼이 휘둘러서야 되겠나.]

       

       내 말에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 표정은 내가 익히 아는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라고 생각하는 걸 테지.

       

       요즘 들어 내가 자주 짓던 표정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아. 이 말을 어떻게 한국어로 바꾸어야 한담.

       

       애초에 이 놈도 한국어를 배우러 온 입장일 텐데 한국어로 바꿔 말한다해서 알아듣기나 할까.

       

       되었다. 이 이상 생각하기도 귀찮다. 내가 왜 서국의 머저리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한단 말인가.

       

       주먹을 걷어내며 남자의 혈 몇 군데를 찔렀다. 그러자 남자가 중심을 잃은 탑처럼 기우뚱 넘어졌다.

       

       남자는 당혹스런 얼굴로 일어나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헛손질을 할 뿐이었다.

       

       저 상태로 십 분 정도는 옴짝달싹 못할 것이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 오른 열도 식겠지.

       

       “괜찮아요?”

       

       고갤 돌려 여성에게 물으니 그녀가 딱따구리마냥 고갤 끄덕였다. 많이 놀랐던 모양이야.

       

       “저기. 저 남자 다친 건가요?”

       

       와. 이 여자 한국어가 유창하네.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왜 돈과 시간을 투자해가며 어학당에 입학한 걸까.

       

       “달라. 외상없습니다.”

       

       이 곳은 무림이 아니다. 무림에서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간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손속을 조절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백아라씨. 맞죠?”

       “맞습니다. 그.”

       

       여성은 초면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수업에 적극적인 사람이라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허나 생각나는 건 얼굴 만이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입술을 달짝이자 여성이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엔리 스콧입니다. 아라 씨랑 같은 반이에요.”

       “에닐?”

       “엔리에요.”

       “엔리.”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된 발음을 내뱉으니 엔리가 미소를 지었다. 이거야. 양인의 이름은 영 어렵구나.

       

       “도와주신 보답을 하고 싶은데. 커피 좋아하시나요?”

       “아니요.”

       

       난 쓴 걸 싫어한다. 예전에 마교에서 억지로 먹이던 환단이 떠올라서.

       

       그것들의 맛없음은 평범하지 않았다. 하날 먹으면 쓴 맛이 며칠 동안 입 안에 맴돌았지. 입맛이 며칠 동안 가출하는 경험은 결코 좋은 추억이 아니었다.

       

       “그. 그으런가요.”

       

       거절을 하려 한 건 아니었는데. 오해를 사버렸군. 난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뒤에다 말을 덧붙였다.

       

       “단 건 좋아해요.”

       

       그러자 엔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엔 제대로 썼겠죠? 대체 왜 저는 {}를 []로 본 걸까요. 부끄럽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뒤늦게라도 고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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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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