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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신기한 네모난 무언가가 파밧하고 튀어나왔다.

         

        순간 놀라서 소리칠 뻔 했지만,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상태창.

         

        나는 조용히 그걸 살펴보았다.

         

        특징이라던가.

         

        특성이라던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독심?’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가?

         

        잘 모르겠다.

         

        더 아래로 내려가자 알 수 없는 게 더 있었다.

         

        근력, 민첩, 지력, 정신력.

         

        얘네는 뭘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마력…?’

         

        마법이라는 뜻인가?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총평: 말할 가치가 없습니다! 쓰레기입니다!]

         

        이건 정말로 뭘까.

         

        나보고 쓰레기라고 했다.

         

        쓰레기.

         

        내 성격을 말하는 걸까?

         

        아니 아니야.

         

        상황 상 따져봤을 때 지금 내 전체적인 능력이 쓰레기라는 것 같다.

         

        감옥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처맞기만 해서 그런가.

         

        뭔가 형편 없어 보였다.

         

        다들 어떨려나?

         

        그리 의문을 가질 때였다.

         

        [특성 ‘독심’을 발동합니다.]

         

        찌릿-!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내 뇌에 이상한 정보들이 마구 흘러 들어왔다.

         

        [이게 내 능력치인가… 제법 준수하네.]

         

        [와, 총평 살벌하네.]

         

        [여긴 이세계가 맞는건가?]

         

        [또 시작인가…]

         

        “으윽.”

         

        정지.

         

        정지.

         

        정지!

         

        [특성 ‘독심’의 발동이 취소됩니다.]

         

        깨질 것 같은 머리가 다시 괜찮아졌다.

         

        굉장히 아팠지만, 그래도 하나 알게 된 건 있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씩만 해야지…’

         

        너무 아파서 자주 못 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쿵!!

         

        커다랗게 올라와 있는 회색빛 벽 쪽에서.

         

        쿵!

         

        큰 소리가 들려왔다.

         

        쿵!

         

        무언가 강하게 부딪혀 대는 소리.

         

        쿵!

         

        그 소리에 모두들 하던 걸 멈추고 전방의 벽을 쳐다보았다.

         

        쿵!

         

        그렇게 잠시 뒤 떠오르는 하나의 창.

         

        [곧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몬스터 웨이브까지 2분 59초.]

         

        쿵!

         

        떠오른 창 위로 카운트 다운이 점점 떨어졌다.

         

        쿵!

         

        어어?

         

        그니까 3분 뒤에 괴물들이 들어온다는 건가?

         

        어떻게, 어떻게 하지?

         

        나는 싸울 줄 모르는데.

         

        다같이 맨몸으로 싸워야 하나?

         

        “다, 다들 ‘무기’라고 외쳐봐요!! 방금 제가 검을 받았어요!!”

         

        혼란스러운 와중, 한 남자가 검을 치켜들고 외쳤다.

         

        그의 말을 필두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무기’를 외쳤다.

         

        그리고.

         

        “우왓!”

         

        “왓!”

         

        “억!”

         

        그들의 눈앞에는 다양한 무기가 짠하고 나타났다.

         

        검, 활, 단검부터 시작해서 도끼, 망치같은 흉악한 무기들까지.

         

        나도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외쳤다.

         

        “무, 무기…!”

         

        뿅 하고 떠오른 작은 칼.

         

        나는 공중에서 그것을 잡지 못해 바닥에 떨어뜨렸다.

         

        땡그랑!

         

        유일하게.

         

        나만 그 무기를 잡지 못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선이.

         

        집중되었다.

         

        “으… 으윽…”

         

        거북한 시선이 다들 나를 향해 있었다.

         

        “와… 저걸 놓친 거야?”

         

        “얼마나 신체 능력이 딸리면…”

         

        “어…? 저기 저 사람 그 새끼 아니에요?”

         

        “네? 누구요?”

         

        “이 설이요!! 분명히 얼굴 봤어요!”

         

        “그 천하의 개새끼 말하는 겁니까?”

         

        “네! 그 새끼요! 분명 인터넷에 20대 때 사진 올라와 있다고요!”

         

        “뭐? 이 설이 있어?”

         

        “잘못 본 거 아닙니까?”

         

        “맞네!! 저기 발찌 차고 있는 거!!”

         

        나를.

         

        다들.

         

        나를 알아봤다.

         

        한 사람의 말이 연쇄적으로 풍파를 일으키며 전체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를 향한 혐오의 시선과 욕설이 내 목을 옥죄었다.

         

        ‘노, 놓치지 말걸…!’

         

        왜 놓쳐서 이 사단이 나게 만들었을까.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이 나에게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주변의 어린아이들을 다들 뒤로 숨기며 나에게 적대감을 표했다.

         

        아, 안 되는데.

         

        곧 괴물 온다는데.

         

        이러다가 다들 다칠 텐데.

         

        나는 그 걱정뿐이었다.

         

        혐오의 시선은 익숙하다.

         

        숨 막히는 그 느낌도 익숙하다.

         

        지금 나는 오로지, 괴물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잘 모르겠다.

         

        그리 혼란스러워 할 때였다.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읇…!”

         

        퍽!

         

        얼굴에 직격 당하는 강한 주먹.

         

        나는 꼴사납게 뒤로 넘어졌다.

         

        동시에.

         

        스릉.

         

        칼을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 씹새끼, 인간 만도 못한 짐승 새끼 내가 쳐 죽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나를 때렸던 남자가 검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주륵.

         

        코에서 뭔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양쪽이 얼얼한 것이 둘 다 터진 것 같았다.

         

        “이 씨발 새끼야 그렇게 사니까 좋았냐?”

         

        어.

         

        어.

         

        다가온다.

         

        버둥버둥.

         

        나는 뒤로 바닥을 기어 꼴사납게 도망치려고 했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왔다.

         

        남자는 계속해서 다가왔다.

         

        어.

         

        어.

         

        나 진짜 죽이려는 건가?

         

        어.

         

        어.

         

        아플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어, 어어… 어…!”

         

        남자가 칼을 치켜 들었다.

         

        마치 처형을 하는 것 같은 모양새.

         

        어.

         

        어.

         

        “그냥 지금 뒤져라.”

         

        남자가 칼을 내려 찍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플 것 같았다.

         

        .

        .

        .

         

        어.

         

        어?

         

        뭐야 왜 안 아프지?

         

        눈을 뜨자 머리를 붉은 색으로 염색한 것 같은 여자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지금 저희 다 죽게 생겼는데 왜 여기서 힘을 빼요.”

         

        “비켜 나는 이 개새끼를 꼭 죽여야겠으니까!”

         

        “곧 있으면 몬스터가 몰려와요. 여기서 굳이 싸울 필요가 있나요?”

         

        “이 새끼만 죽이면 될 일이다!”

         

        “지금, 다 같이 협력해야 하는데 왜 귀중한 인력을 낭비해요.”

         

        “하, 인력? 저 새끼는 짐만 된다에 내 손목을 걸지.”

         

        “음… 그러면 이건 어때요.”

         

        “뭘?”

         

        “그냥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음?”

         

        “왜 이런 끔찍한 범죄자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거에요. 끝까지 고통 받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흐음…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일단 다같이 막고 나서 처우를 결정하자고요. 이 사람을 처분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이곳의 아이들과 여성 분들은 무서워 하실 테니까요. 처분은 반드시 필요하죠.”

         

        “그럼?”

         

        “일단 지금은 다 같이 괴물들을 막을 준비부터 하자고요. 괴물들을 막은 뒤에 고통스럽게 죽이던 말던 다 같이 결정해요. 다들 동의 하시죠?”

         

        여자가 주위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조용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용히 내뱉어진 누군가의 동의로.

         

        “너무 편하게 해주면 안 될 것 같아요… 저런 악마는 끝까지 고통 받아야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두가 하나씩 물타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 결과가 이런데 아직도 죽일 마음이 드세요?”

         

        “끄응… 확실히, 당신 말이 맞는 것 같군.”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자, 다들 작전부터 세우자고요! 일단 어린 아이들과 여성 분들은 뒤로…”

         

        이야기가 순식간에 흘러가 정신이 없었다.

         

        사실 뇌가 멍해져서 제대로 들은 것도 없었다.

         

        그나마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저 여자가 나를 도와줬다는 것이다.

         

        음… 착한 사람인가?

         

        여자는 생각보다 많이 똑똑하고 용감해 보였다.

         

        아니 애초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똑똑해 보였다.

         

        뭐 하나 제대로 배운 게 없어서 그런가.

         

        저들이 하는 행동이 나는 굉장히 옳다고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공부에 제대로 손도 못 대보고 이후에는 감옥에서 썩느라 제대로 된 배움을 경험하지 못했던 나였기에, 나는 나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들에게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뭐든.

         

        나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 사람들의 말도 들어야겠다.

         

        “일어나 씹새끼야.”

         

        주위에서 젊은 학생들이 내 몸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씨발, 얼 타는 거 봐라. 얼른 칼 들어.”

         

        “네, 네!”

         

        그들이 하는 명령에 나는 빠릿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 저 새끼 일부러 저러는 건가?”

         

        “몰라, 근데 씨발 키는 뒤지게 작네. 여기 있는 여자들보다 더 작은 듯?”

         

        언제 친해진 건지 모를 남자들은 서로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긴장감에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나는 죽을 뻔 했을 뿐더러.

         

        ‘괴물… 괴, 괴물…!’

         

        곧 괴물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야. 너 여기서 도망치면 뒤진다.”

         

        “네, 넷!”

         

        “아, 그리고 저기 여자랑 애들 있는 곳도 쳐다보면 진짜 뒤진다.”

         

        “넵!”

         

        나는 내 귀 옆에 대고 그리 말하는 남자에게 대답을 하며 단검을 고쳐 쥐었다.

         

        식칼과는 또 다른 느낌.

         

        처음 느껴보는 무기의 감각이 많이 어색했으나, 시간은 애석하게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몬스터 입장까지 29초.]

         

        긴장에 침이 꿀꺽 삼켜지고 온몸이 수축 되었다.

         

        쿵!

         

        쿵!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굉음이 곧 우리가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 주는 듯 했다.

         

        나는 정면을 바라봤다.

         

        남자 남자 남자 남자.

         

        모두 20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앳된 학생들이었다.

         

        다들 긴장하고 있는 것들이 표정에서 드러났지만, 모두가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래.

         

        이 사람들도 싸우려고 하는데 내가 무서워해서 되겠어.

         

        나는 그리 생각하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몬스터 입장까지 3초.]

         

        [몬스터 입장까지 2초.]

         

        [몬스터 입장까지 1초.]

         

        [문이 열립니다.]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

         

        그 뒤는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지금 몸으로 겪고 있으니까 잘 아는 건가.

         

        정신없이 괴물이 쏟아져 나왔고, 최선두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다치거나 도망쳤다.

         

        괴물들이 달려들고, 남녀 차별 없이 사람들을 죽여 댔다.

         

        사람들이 도망친다.

         

        몇몇은 싸우려고 무기를 휘둘렀지만, 다들 죽거나 다쳤다.

         

        무서웠다.

         

        무서운데.

         

        도망가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

         

        잔인한 학살이 이어졌다.

         

        나도 최대한 피하느라 바빴다.

         

        “다들 도망치지 마세요!!”

         

        한 여자가 외쳤다.

         

        그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굉장히 예쁜 여자.

         

        그 여자는 연예인을 해도 될 정도로 예뻤다.

         

        그 여자는 검을 굉장히 잘 썼다.

         

        자기 상체만 한 장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다른 남자들과 함께 모여있는 아이들을 지켜냈다.

         

        그녀의 칼에 괴물이 하나둘씩 죽어갔다.

       

       

       

        문제는.

         

        달려드는 괴물들은 하나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계속.

         

        계속 사람들이 죽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흩어졌다.

         

       뒤쪽의 커다락 회색벽에는 공간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공간으로 도망쳤다.

         

        나도 도망쳐야 하나.

         

        나보고 도망치면 죽는다고 했던 남자는 개처럼 생긴 괴물에게 잡아먹혔다.

         

        나는 도망쳐도 됐다.

         

        근데.

         

        근데.

         

        “살려주세요…”

         

        혼자 괴물 사이에서 살아 남아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혼돈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있는 게 기특했지만, 그 아이에게는 괴물이 달려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무서웠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멍청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본능이 시킨 대로 했다.

         

        “흐읍!”

         

        “꺅!”

         

        “크에렉!!!”

         

        나는 그 여자아이를 온 힘을 다해 덮쳐 괴물을 피해냈다.

         

        천운이었다.

         

        괴물이 꼴사납게 굴러 떨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가, 가자! 얼른…!!!”

         

        혼돈이 더욱 깊어졌다.

         

        그 혼돈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이 아이 뿐이었다.

         

        꼭 살리고 싶었다.

         

        다행히, 이 아이는 똑똑헀다.

         

        내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는 아이.

         

        나는 그 아이와 함께 벽 사이의 공간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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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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