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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3. 나의 둥지

       

       

       6개월.

       내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겨우 돌아왔네.”

       

       나는 거지 같은 꼴로 철문에 붙은 세월의 흔적을 확인했다.

       종이들이 가로등에 들러붙은 나방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돌아오면 고지서를 다 찢겠다고 다짐했는데…”

       

       드래곤의 둥지는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것과 다름이 없다.

       돈이 늘어난 건 아니니까.

       그렇기에, 저 철문에 덕지덕지 붙은 고지서를 찢을 수 없다.

       

       “골동품이라도 들고 왔으면. 저 고지서를 다 뜯을 수 있었으려나. 아니, 이런 생각을 해도 이미 늦었나.”

       

       후회를 해봤지만 이미 늦은 몸.

       나는 고지서를 건들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열쇠를 꺼내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때였다.

       

       타다다닥-

       

       “이하준-!!”

       

       저 어두운 복도의 저편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뺨에 칼자국이 나 있는 험악한 얼굴의 소유자.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조, 좆됐다…!’

       

       익숙한 패턴이다.

       항상 내가 문을 열려고 할 때면 저 깡패 새끼가 등장했다.

       

       ‘가장 피하고 싶었는데… 하필 오늘 마주치냐…’

       

       개같은.

       나는 열쇠를 찾기 위해 재빠르게 주머니를 휘저었다.

       만약 저 녀석에게 잡히게 되면, 그 이후의 일은 내 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여, 열쇠! 찾았다!”

       “이하준!! 너 이 개새끼가!!”

       “아 씨, 미치겠네. 왜 안 들어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 그런가.

       구멍에 먼지가 쌓인 건지, 열쇠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지체될 수록 녀석은 나와 가까워 지고 있다.

       

       “하아, 이미 늦었나.”

       

       어쩔 수 없네.

       아무래도 정면 돌파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게 열심히 뛰어온 아저씨를 최대한 태연하게 손을 들어 맞이했다.

       

       “오랜만이야, 아저씨. 잘 지냈어?”

       

       내 친근한 태도와 달리, 아저씨의 태도는 강경했다.

       

       “잘 지내? 여전히 반말이나 찍 싸는 싸가지 없는 새끼. 돈을 빌려 처먹어 놓고 6달 만에 나타나서 하는 말이 그게 맞냐?”

       “크흠, 아니기는 해.”

       

       일단 여유롭게 반응하기는 했는데.

       몸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멈출 생각이 없다.

       

       몸에 각인된 공포.

       

       이제 곧 일어날 일을 내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채업자 아저씨는 험악한 표정으로 내 몰골을 위 아래로 흝어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너 꼴이 그게 뭐냐? 그지 아니랄까봐 그지 같이 하고 있네. 대체 6달 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냐? 설마 내 돈 안 갚고 도박이라도 했냐?”

       “…도박 안 했어. 그리고, 도망을 치려고 했던 것도 아니야. 잠깐 일이 생겨서 다른 곳을 다녀왔을 뿐이라고.”

       “가족도 없는 놈이 6달 동안 자리를 비울 일이 생겨?”

       “가뜩이나 가족도 없어서 서러운데 의심까지 하네. 나 10년 동안 도망 안 쳤잖아. 내 말 못 믿어, 아저씨?”

       “…10년 동안 돈을 안 갚는 새끼의 말은 못 믿지.”

       

       역시 쉽게 넘기기는 힘들겠네.

       

       사채업자 구봉구.

       노총각 40대.

       험악한 얼굴에 건장한 체격.

       

       ‘그리고 대머리.’

       

       항상 검은 정장을 입고 나 같은 약자의 이자를 주식으로 먹는 포식자다.

       오랜만에 봐도 혈색이 건강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를 잃고 바닥에 내 앉았던 13살 때, 녀석에게 돈을 빌린 이후 지금까지 갚지 못해 이어진 질긴 악연이다.

       

       “어이, 이하준.”

       

       구봉구는 내 뺨을 툭툭-치며 물었다.

       

       “잠수를 탄 건 그렇다 치고. 돈은 있냐?”

       “…”

       “설마 6달 동안 잠수를 쳐 타 놓고. 돈이 없다는 개소리는 안 하겠지? 남은 돈 5000에 불어난 이자 2000. 내가 월에 100씩 천천히 갚으라고 하지 않았냐. 근데 왜 어른 말을 안 듣냐. 이 자식아.”

       “…”

       

       이래서 드래곤의 둥지를 찾을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고 한 건데.

       드래곤의 둥지를 찾아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젠장.’

       

       6개월 만에 두들겨 맞는 거라 더 아프겠지.

       나는 바닥에 누워 10년 동안 녀석에게 두들겨 맞으며 터득한 일명 ‘콩벌레’ 자세를 취했다.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몸으로 떼우는 수밖에.

       

       “나 돈 없어. 때려 그냥.”

       “하아… 이 쌍놈 새끼가…”

       

       이후.

       구봉구는 평소처럼. 

       이제는 습관처럼 나를 구타했다.

       주로 발을 사용해서.

       

       퍽- 퍽-

       

       “돈을-! 빌렸으면-! 갚으란-! 말이야-! 이 새끼야-!! 왜-! 사람 피곤하게-! 갚지를 않냐고-!!”

       “…”

       “아무것도 없는-! 부모도 없는-! 애새끼한테-! 돈을 빌려준게-! 잘못이지-! 시발-!”

       

       내가 거지꼴을 하고 있어서 그럴까.

       6개월이라는 잠수 시간치고는 구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는 좆같은 심정은 시간과 상관없이 여전했다.

       

       “도장을 찍고 빌렸으면-!! 갚아야 할 거 아니야-! 이 새끼야-!!”

       “…”

       “하아, 다음 달에도 또 올 테니까. 돈 제대로 준비해놔. 없으면 더 쳐맞을 줄 알아. 알겠어?!”

       “콜록… 어…”

       

       구봉구는 내 앞에 어떤 물건 하나를 던졌다.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 눈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아… 거지 같네…”

       

       온몸에 쓰라린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통증이 심한 건.

       괜시리 맞지도 않은 새끼손가락이었다.

       

       

       ***

       

       

       “쓰읍… 아파 죽겠네… 나이를 먹고도 힘은 또 왜 저렇게 좋은 거야…?”

       

       이제는 지겨운 저 얼굴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걸까.

       

       ‘일단 그 전에 돈을 먼저 갚아야 하지만.’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친 부위에 파스를 붙였다.

       내 돈으로 산 건 아니고, 구봉구가 던져두고 간 파스였다.

       

       “병 주고 약 줄 거면… 병을 주지를 말든가… 저게 뭐 하는 짓이야…? 지 머리처럼 생각이 없나… 아오, 아파 죽겠네…”

       

       나는 파스를 다 붙이고는 뻐근 한 몸을 움직여 배낭에 있던 물건들을 꺼냈다.

       먼지가 쌓인 바닥에 내 고생의 흔적들이 떨어졌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드래곤의 알을 조심스럽게 꺼내 바닥에 놓았다.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포X몬 같네.”

       

       내가 어린 시절에 어린이처럼 있었을 때.

       많이 하곤 했었지.

       주로 불꽃 타입의 빨간색과 물 타입의 파란색이 인기가 많았다.

       풀 타입의 초록색은…

       

       “쓰레기였지. 아무것도 모르고 고르는 피해자랑 굳이 쓰레기를 고르는 변태들만 사용했던.”

       

       지금 생각해보니 추억이다.

       차원문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내 추억들이 모두 산산조각 나긴 했지만.

       그건 그렇고.

       

       “얘네를 어떻게 하지? 온도에 상관없이 가만히 두면 부화하려나.”

       

       바닥에 내려두고 시간이 지나니, 알의 크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몸 만한 크기의 거대한 알이 원룸을 가득 채웠다.

       가뜩이나 좁은데 움직이기 불편하다.

       

       ‘흠…’

       

       나의 마음 속에서 자그마한 불만이 피어날 정도로.

       파스로 가려놓은, 욱씬거리는 시퍼런 멍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드래곤의 알을 팔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얻어 맞는 일이 생기지 않을 텐데?’

       

       솔직히 말해서.

       

       ‘약속하긴 했지만 이제 드래곤은 없잖아…?’

       

       약속을 지킬 사람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게 아닐까?

       

       ‘드래곤의 알을 팔면 돈도 나올 테고, 아까처럼 개같이 맞지 않아도 되잖아.’

       

       집 앞에 붙어있는 고지서도 다 떼어낼 수 있다.

       구봉구에게 빌린 원금과 이자까지 다 갚을 수 있다.

       

       ‘그것 뿐이겠어?’

       

       남은 돈으로 이 거지 같은 월세에서 벗어나는 거다.

       

       지하가 아닌, 반지하.

       반지하가 아닌, 지상.

       지상이 아닌, 고층.

       

       세상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드래곤의 알을 팔게 되면, 나는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다.

       

       ‘눈 한 번만 딱 감고 팔자.’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 내가 드래곤의 알을 키울 때인가?

       이 거지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는게 우선이다.

       

       “약속은 미안하다, 드래곤. 그렇게 됐다.”

       

       나는 당장 알을 팔기 위해 구식 핸드폰을 열어 판매 중개 사이트 ‘다팡’을 확인했다.

       핸드폰 요금은 연체되었기에 대충 옆집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그리고, 곧바로 글 작성하기를 눌렀다.

       

       [드래곤의 알팝니다.]

       [이거 거짓말 아님. 진짜임. 사진으로 인증 가능. 드래곤의 둥지에서 드래곤의 알 발견했음. 팔고 싶은데 얼마면 가능? 100억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음.]

       

       “흠…”

       

       이제 작성 완료를 누르면 된다.

       누르기만 하면 중개 업체에서 인증 과정을 거친 후에 경매를 통해 드래곤의 알을 판매.

       그리고, 나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 이 거지 같은 현실에서 탈출한다.

       음지에 살던 거지가 양지로 나와 부자가 되는 자수성가 이야기.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그런 대단한 이야기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전부 거짓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라는 사실을.

       나는 겉보기에만 좋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겉보기에 좋은 삶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딸깍-

       

       그렇기에, 나는 글 작성을 취소했다.

       

       “내 목숨을 살려줬는데. 약속까지 안 지키면 그게 사람이겠어. 내가 아무리 쓰레기장에 살고 있다 해도, 그 정도 쓰레기는 아니야.”

       

       구봉구한테 빌린 돈도 착실하게 갚고 있다가, 답이 안 나와서 인생을 건 도박을 좀 했을 뿐이지.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잠깐 눈이 돌아가서 고민하긴 했지만.’

       

       나는 솔직히 살짝 남은 미련을 아예 끊어내기 위해 구식 핸드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아니, 누르려고 했다.

       

       내 시야에 어느 한 광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잠깐, 이거 좀 좋아 보이는데. 일반인도 이 검을 쥐면 영웅만큼 강해진다고? 나도 이것만 있으면…”

       

       TV에 나오고, 억대 연봉을 쓸어 담고 있는 영웅.

       각 세계적으로 열풍적인 인기를 쓸어 담고 있는 영웅.

       괴물들을 손쉽게 썰어버릴 수 있는 영웅.

       차원문을 닫고 다니는 영웅.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깔볼 수 없는 영웅.

       

       ‘기나긴 모멸과 핍박의 시간에서 벗어나는 거다…’

       

       꿀꺽-

       나는 군침을 삼키며 고민을 해보았다.

       

       ‘그냥 알 팔아버릴까? 눈 딱 한 번만 감을까?’

       

       결국 사람은 돈의 앞에서 노예로 변하게 되는 걸까.

       하지만, 돈이 없다면 사람답게 살 수도 없다.

       지금 내 몸을 뒤엎은 파스가 그를 반증한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까…! 아, 아니지…! 약속이 뭐가 중요해…! 그 전에 내가 사람답게 사는게 중요하지…! 막말로 나중에 돈을 모아서 알을 사면 되는 거 아니겠어…?!”

       

       팔자. 아니, 팔면 안 돼.

       팔까? 아니, 팔지 말자.

       팔자! 그럴- 아니, 팔지 않아.

       

       내 안에서 수많은 나 자신들이 싸운다.

       죽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아주 거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꿈틀-

       

       그런 내부총질을 하고 있던 사이, 내 앞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인기척에 나는 고개를 들어 드래곤의 알을 쳐다봤다.

       

       쩌적-

       

       “어어?”

       

       가만히 있던 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알의 판매에 대한 고민을 내 머리에서 지웠다.

       처음부터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는 당황하며 금이 가기 시작하는 알의 근처에서 허둥댔다.

       

       “ㅁ, 뭘 어떻게 해야 되지? 인터넷에 검색해야 되나?! X튜브는 모르는게 없는데? 한 번 검색해봐야 되나?!”

       

       내가 허둥대는 사이, 알은 혼자 균열을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 녀석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드래곤은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었나.”

       

       성체가 될 때까지 약간의 보호만이 필요할 뿐.

       드래곤은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녀석의 말이 맞겠지. 여기서 내가 뭘 하려고 할 수록. 더 안 좋아질 거야.”

       

       그 말을 떠올린 나는 안심하며 바닥에 앉았다.

       이제는 가만히 드래곤의 알을 구경할 뿐이다.

       

       쩌적- 쩌적-

       

       금이 가던 알은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드래곤의 모습이 살짝 보였다.

       파충류.

       특히 도마뱀과 닮은 모습.

       거대한 알에 맞게 내 몸만한 크기의 녀석들은 갈라진 껍질의 틈 사이를 기어나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데. 알에서 태어난 애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부모라고 여긴다 했나?’

       

       각인이니 뭐니 했던 것 같았는데.

       얘네도 알에서 태어났으니 나를 부모라고 여기려나.

       나는 가장 먼저 튀어나온 빨간 드래곤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어이.”

       “…”

       “내가 너희들의 아빠다.”

       “샤아아악-!!”

       

       그와 동시에 빨간 도마뱀이 내 손을 물었다.

       

       아그작-

       

       “아악!!”

       “샤아악-!!”

       “이, 이 아빠도 못 알아보네?!”

       “샤아악-!!”

       “벌써 패륜을 저질러?!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너희를 들고 왔는데!!”

       “샤아악-!!!”

       

       드래곤의 알을 줍지 말고, 골동품이나 주워 올 걸.

       환불하고 싶네.

       

       “아오, 내 손가락…!”

       

       아무래도 드래곤과 친하게 지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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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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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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