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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질주.

         

        이제야 스킬 다운 스킬을 얻었다.

         

        사실 질주도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니었다.

         

        달리기 비슷한 거니까.

         

        그러나 꼬리 자르기랑 비교하면 몇 배나 나았다.

         

        「질주 LV1」

        바람의 기운이 시전자의 몸에 깃듭니다.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소모 MP 2

         

        스킬 설명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냥 빨리 달립니다. 이런 게 아니라, 바람의 기운이 몸에 깃듭니다라니.

         

        내가 누구?

         

        질주의 주인 그린 게코 LV2 아니던가.

         

        웃음이 나왔다.

         

        “게게겍!”

         

        포효 아닌 포효를 하며 질주라는 스킬을 곱씹었다.

         

        바람의 기운이라. 어디 판타지에서 나올 거 같은 설명이다.

         

        설명은 기깔나긴 한데, 글로는 무슨 효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HP와 MP도 회복되었으니, 새로 얻은 스킬의 성능을 테스트할 때였다.

         

        ‘질주!’

         

        [바람의 기운이 몸에 깃듭니다.]

         

        오.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꼬리 자르기를 사용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꼬리가 잘리면서 무게가 가벼워진 영향이 컸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꼬리가 붙어 있다. 말 그대로 오직 속도만 증가한 거다.

         

        파바밧!

         

        전력 질주를 해봤다. 속도가 빨라진 게 확실히 체감됐다. 적어도 2배는 빨라진 기분이었다.

         

        물론 이 정도 속도는 전에도 경험해 본 것이다. 꼬리 자르기 2중첩으로도 이 속도는 낼 수 있다.

         

        질주의 효과가 이게 다였으면 실망했을 거다. 그러나 질주와 꼬리 자르기가 중첩이 된다면?

         

        나는 최속의 게코 도마뱀이 되고 말 거다.

         

        ‘꼬리 자르기’

         

        몸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

         

        꼬리 자르기 2연이다.

         

        스스로가 감당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쌔앵.

         

        가지 끝에서 끝으로 가는 데 단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바람의 기운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꼈다.

         

        이 정도면 오비랍토르랑 달리기 시합을 해도 이기는 거 아냐?

         

        MP가 4나 소모됐지만, 아깝지 않았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MP를 수급하는 방법을 찾았으니까.

         

        네필라 어쩌고.

         

        딱 기다려.

         

         

        *

         

         

        【그린 게코 LV6】

        HP: 24/24

        MP: 10/10

         

        사상 최강의 게코 도마뱀이 탄생하고 말았다.

         

        네필라 쥐라시카와 혈투를 벌인 끝에 나는 슈퍼 게코 도마뱀이 되고 말았다.

         

        그 녀석을 쓰러트린 건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정면에서 놈과 맞붙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건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놈의 거미줄은 나와 상극이라,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나는 허망하게 죽고 말 거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성장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칼리그람마 LV3】

         

        거미의 먹이를 전부 훔쳐냈다.

         

        양심의 가책이 조금 들긴 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차가운 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내 피는 차가운걸.

         

        그래도 굶어 죽진 않을 거다. 먹이 하나를 훔칠 때마다 꼬리를 하나씩 던져줬으니까.

         

        꼬리에 살이 통통하게 올랐으니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른다.

         

        곤충의 미묘한 맛보단 통통한 도마뱀 꼬리 고기가 더 맛있지 않겠나.

         

        내 꼬리를 한 번 먹어볼까.

         

        나는 고개를 가로질렀다.

         

        내 꼬리가 맛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나도 모르게 우로보로스가 되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게코 도마뱀이 우로보로스는 무슨.

         

        자의식 과잉인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하루도 안 지났는데 6레벨이라는 쾌거를 이뤘으니 말이다. 사실 이게 대단한 건지, 평범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해, 스스로를 칭찬하기로 했다.

         

        혹시 모르잖나. 긍정적인 사고를 했다고 스킬을 쥐어 줄 수도 있다.

         

        …그런 건 없는 거 같다.

         

        6레벨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는 동안 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포식의 효과로 배를 채울 때뿐만 아니라, 적을 죽일 때도 경험치가 올랐다.

         

        아직 숨이 붙은 나비를 한입 물었을 때 레벨이 올랐다.

         

        먹이를 잡아먹어서 경험치를 얻는 건 보너스의 느낌이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HP와 MP가 회복된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실험해 봤고, 배가 적당히 찬 상황에서 아주 천천히 회복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뭐가 됐든 입에 넣어야 했다.

         

        그래야 강해질 수 있다.

         

        강해져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에는 말 그대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나무 밑으로 내려가진 않았지만, 몰래 몸을 숨기며 관찰한 게 있었다.

         

        이 세계에는 공룡이 넘쳐 났다.

         

        온순해 보이는 초식 공룡은 물론이고 무리를 지어 사냥하고 다니는 랩터도 볼 수 있었다. 그런 괴물들 사이에서 도마뱀의 몸으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마뱀의 몸에서 벗어나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방법은 찾지 못했다.

         

        태어나길 게코 도마뱀으로 태어난 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꾸준히 레벨을 올린다면 저 괴물들 틈에서 몰래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은 될 수 있을 거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킬】

        「꼬리 자르기LV6」「벽 타기 LV3」「차가운 피 LV2」「포식 LV1」「야생의 눈 LV1」「꼬리 자르기 LV1」「질주 LV2」「은밀 LV2」

        __________________________

         

        현재 내 스킬창은 2레벨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스킬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레벨이 올랐고 발걸음 소리를 줄이며 거미줄에 접근하는 걸 반복하니 은밀이라는 스킬이 생겼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 먹이를 사냥하면 자연스럽게 더 강해질 수 있다.

         

        강해지는 방법을 알았으니, 그걸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를 내가 다 먹어버렸다는 거.

         

        저 거미를 잡아볼까 생각했지만 금방 관뒀다. 일대일로는 내가 이길 상대가 아니었고 저 거미가 있어야 앞으로도 나한테 음식이 배송될 거 아니던가.

         

        나는 다른 먹잇감을 찾기로 했다.

         

        저 거미가 이 나무의 주인은 아니었다.

         

        고작 가지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뿐.

         

        그 말인즉, 다른 곳에 저것과 비슷한 수준의 생명체가 있을 거라는 거다.

         

        나는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기는 게 아니다.

         

        걸었다.

         

        두 발로 서고 꼬리를 이용해 땅을 짚으니 그럭저럭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딱히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구태여 찾아본다면,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거?

         

        내 덩치를 좀 더 크게 보이게 만들어 천적을 도망치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거 같다.

         

        사실 그런 효과를 기대한 것보단, 아직 인간이었다는 정체성에서 나온 행동이긴 하지만.

         

        나는 두 번째 가지로 이동했다.

         

        먼저 온 손님은 없었다.

         

        내 육안으로 봤을 땐 말이다.

         

        【아카시아 진딧물 LV1】

         

        【아카시아 진딧물 LV1】

         

        【아카시아 진딧물 LV1】

         

        【아카시아 진딧물 LV1】

         

        야생의 눈으로 보자,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워낙 작아 놓칠 뻔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카시아 진딧물】

         

        1mm 정도의 작은 벌레로 식물의 진액을 빨아 먹는 대표적인 해충입니다.

       전투력은 전무한 벌레로, 진액을 소화하고 남은 물질로 단물을 만들어내 개미와 공생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

         

        진딧물.

         

        아카시아 진딧물이면 이 나무가 아카시아라는 걸까?

         

        그래 보이진 않는데.

         

        진딧물이라면 대표적인 최약체 아니던가.

         

        첫 상대가 진딧물이라니, 너무 김이 빠졌다.

         

        꼬리 자르기를 쓸 필요도 없었다.

         

        학살의 시간이었다.

         

        와앙.

         

        한 번에 대여섯 마리의 진딧물이 내 혀에 감겼다.

         

        크기가 작아 감질났다.

         

        그렇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톡 터지는 식감에 단맛이 났다. 레벨을 올리려는 목적 말고도 식감과 맛 때문에라도 이 녀석을 잡아야 할 거 같았다.

         

        진딧물들이 호다닥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를 보고 도망치는 모습에 왠지 모를 전능감이 느껴졌다.

         

        나도 저 녀석들에겐 한 마리의 공룡이 아닐까.

         

        그린 게코 사우루스의 혀를 늘어트려 놈들을 쓸어 담았다.

         

        물 반 고기 반, 아니 풀 반 진딧물 반이었다.

         

        입안 가득 채워지는 달콤한 맛을 즐겼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먹어도 배가 채워지지 않는데.

         

        한 천 마리는 먹어야 겨우 레벨이 오를 거 같았다.

         

        영양분은 충분하겠지만, 나는 고작 영양분을 섭취하려고 이 녀석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와앙.

         

        그렇게 벌벌 떠는 진딧물들을 마구 잡아먹은 나는 살짝 부족한 배를 두드렸다.

         

        나뭇잎 하나에 진딧물들이 몰려 있었다.

         

        그걸 마무리 하기 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이걸 먹는다고 레벨 업이 되는 건 아니다.

         

        내일을 위해 투자하자.

         

        나는 이빨로 나뭇잎을 끊었다.

         

        꼬리 위에 나뭇잎을 얹고 네필라 쥐라시카의 둥지로 향했다.

         

        “게게겍.”

         

        일부러 소리를 내니, 거미가 바싹 긴장한 모양새로 등장했다.

         

        눈이 좋지 않은 생물이지만 내가 있는 위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키에엑!”

         

        화가 났는지 양팔을 휘둘렀다.

         

        내가 너무 많이 훔쳐 먹어서 그런가.

         

        하긴, 나라도 화가 났을 거다.

         

        나는 들고 온 진딧물들을 거미줄에 살포시 붙여놨다.

         

        “키엑!”

         

        그리고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저 거미가 내 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으니까.

         

        금세 진딧물이 있는 곳까지 온 거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케엑?”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다리를 휘적인 녀석은 내가 건넨 진딧물을 툭툭 건드렸다.

       

       진딧물은 이미 죽은 상태라 거미줄로 묶을 필요도 없었다. 내 눈치를 한 번 살핀 놈은 허겁지겁 진딧물을 먹기 시작했다.

         

        내게는 부족한 양이지만, 오직 생존을 위해 먹는다면 저 정도의 진딧물로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진딧물은 설탕 덩어리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놈이 다 먹을 즈음에 나뭇잎에 붙어 있는 진딧물을 추가로 던져줬다.

         

        “히엑!”

         

        울음소리가 조금 귀여워진 거 같다는 건 내 착각일까.

         

        그래, 많이 먹으렴.

         

        많이 먹고 힘내야 질 좋은 벌레들을 훔쳐 가지.

         

         

        *

         

         

        밤이 찾아왔다.

         

        이제 잘 시간이다.

         

        그런데 몸이 좀 으슬으슬하네.

         

        나뭇잎을 대충 떼서, 둥지를 만들었다.

         

        그래도 춥긴 했지만 이제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닌 거 같다.

         

        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난 치명적인 걸 간과하고 말았다.

         

        바로 게코 도마뱀은 눈을 감지 못한다는 것.

         

        눈꺼풀이 없으니 감고 싶어도 감을 수가 없었다.

         

        야생의 도마뱀들이 그렇듯 눈을 뜨고 자야 하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렇게 자본 적이 있어야지.

         

        나는 입으로 열심히 나뭇잎을 물어뜯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나뭇잎을 내 눈 위에 붙이듯 올려놨다.

         

        좋아, 이제 보이지 않는군.

         

        드디어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

       

       잠이 안 온다.

         

        왜지?

         

        설마 게코 도마뱀은 야행성이라도 됐던 건가.

         

        그러면 낮에 활동한 나는 뭐지.

         

        아무리 야행성이라고 해도, 지금은 숙면을 해줘야 할 때다.

         

        지금 같이 안전할 때 자야지.

         

        랩터 한 마리, 랩터 두 마리.

         

       양 대신 공룡을 세기로 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랩터 여섯 마리, 티라노 한 마리.

         

        …이제 배부른 티라노 한 마리.

         

        의식의 흐름이 그렇게 흘러갔다.

         

        티라노… 메카 티라노….

         

        어느샌가 상상 속의 티라노는 골든 메카 티라노로 진화했다.

         

        그 위엄 넘치는 자태를 자세히 보기 위해 눈에 힘을 준 순간이었다.

         

        골든 메카 티라노의 야광 브레스가 아닌, 다른 이상하게 보였다.

         

        【아카시아 불개미 LV1】

         

        평범한 개미잖아.

         

       그린 게코 LV. 6 형님 자는 거 방해 하지 말고 가라.

         

        【아카시아 불개미 LV1】

         

        【아카시아 불개미 LV1】

         

        【아카시아 불개미 LV1】

         

        【아카시아 불개미 LV1】

         

        【아카시아 불개미 LV1】

         

        그렇게 넘길 때가 아니었다.

         

        개미는 군단이었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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