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누가 봐도 그곳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스튜디오엔믹스’라는 드라마 제작사의 주가 그래프만 봐도 그러한 경향을 띠고 있었다.

         

       한때는 시청률을 국밥처럼 뽑아냈던 국민 제작사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저 그런 곳이 되어버린 제작사.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요즘 드라마 시장이 대체로 하락장 추세인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 이해가 안 되는 억즙감성, 흐름을 깨는 PPL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또한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다른 제작사들과 마찬가지로 몰락 수순을 밟게 될 게 뻔했던 스튜디오엔믹스는 현 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서둘러 파악했다.

         

       일단 가장 원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의 연속부터.

         

       이것은 모든 제작사가 그렇듯 계약으로 묶인 시나리오 작가가 계속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였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깨부숴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뜻.

         

       이 때문에 스튜디오엔믹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급하게 공모전을 열었다.

         

         

         

         

       한편……

       그런 스튜디오엔믹스의 어느 사무실 안.

         

         

       “나 PD님. 너무 열심히 보고 계시는 거 아닙니까?”

       “막내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이거 못 찾아내면 진짜 끝이잖냐.”

         

         

       기획제작 1팀의 총책임자 나영진 PD는 아침에 출근한 순간부터 뚫어지게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 쌓인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잔만 이미 수십 개.

       

       컨텐츠운영 팀이나 기획제작 2팀, 인사담당 팀의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 공모전에 지원한 작품이 400개는 넘어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뭐, 그중에서 괜찮은 내용이 포함된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가 문제겠지.”

         

         

       기획제작 1팀의 막내 조용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지만, 나영진은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

         

       400개의 어중간한 작품보다 1개의 특별한 작품을 찾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목적이었다.

         

       그래도 공모전이 시작된 지 5일 만에 400개의 작품이 지원했다는 것은 막내의 말대로 제법 뜻깊은 일이긴 했다.

         

       드라마 시장이 하락장인 만큼 각본가들 역시 점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추세여서 요즘은 그닥 선호되지 않은 직업이었다.

         

       스튜디오엔믹스에 소속되어 있던 여럿 스토리 작가들 역시 대부분 계약을 해지한 상태인 것만 봐도 지금 드라마 시장이 얼마나 암울한지 알려주고 있었다.

         

         

       “어쨌든 막내야 번듯한 직장 잃기 싫으면 최대한 제출된 모든 대본을 꼼꼼하게 읽어봐라.”

       “걱정하지 마시죠. 이미 오늘 하루만 20개 정도 되는 분들을 확정 탈락시켰습니다.”

         

         

       조용석이 살벌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것을 본 나영진이 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제출자들의 대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

         

         

       그때 곧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대본을 확인하고 있던 조용석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문제 있냐?”

       “예. 공모전에 참가하신 분 중에서 유일하게 한 분, 제출 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분이 계십니다.”

       “어느 부분을 어겼는데?”

       “원래 작가 이름 서명란에 본명을 써야 하는데 이분은 특이하게 「927」이라는 가명을 썼습니다.”

       “……그것도 뭔가 이상하군.”

         

         

       원래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작품에 오르기를 강하게 원하는 작자들이다.

       그것이 작가 지망생이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

         

         

       “일단은 양식을 어겼으니 탈락이겠지만, 예의상 대본 정도는 한번 읽어봐라.”

       “아, 확실히 맞는 얘기군요.”

         

         

       조용석이 태평하게 웃으며 양식을 어긴 제출자의 대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조용석의 행동에 나영진이 곧바로 의아함을 느꼈다.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막내의 모니터 화면은 그 대본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나 PD님!”

         

         

       그때 조용석이 다급히 옆에 있던 나영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평소 냉정함과 여유가 유일한 장점이었던 막내가 갑자기 호들갑을 떠니 나영진 역시 덩달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젠데?”

       “……도저히 말로는 설명 못 하겠습니다. 그냥 한번 읽어 보시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조용석이 마치 강요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비키자 나영진은 하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양식을 어긴 참가자의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

       

       일단 제목부터가 특이했지만, 더욱 참신한 것은 스토리였다.

         

       환생……?

       설마 불교에서 쓰이는 개념을 드라마에 연결할 생각을 한 건가?

         

       그것도 그리움이라는 소재와 접목시켜 스토리가 묘하게 흥미진진했고, 덕분에 주연 인물인 ‘겨울’과 ‘하온’의 과거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배로 증폭될 정도였다.

         

       거기에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생동감이 넘치는 주연들의 대사였다.

         

       이렇게 글만 읽고 있어도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말투, 감정, 그들이 서 있는 배경까지 자연스레 상상하게 했다.

         

       하지만 설레는 기분도 잠시, 나영진은 대본의 스크롤이 끝까지 내려간 것을 보며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막내야 왜 우리가 글자 수 제한을 했을까.”

       “동감합니다. 제출된 양식이 대충 4화 분량인데 벌써부터 저 뒷 내용이 궁금할 정도입니다.”

         

         

       조용석이 나지막하게 내뱉는 말에 나영진이 격하게 공감했다.

         

         

       “나 PD님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공모전의 목적을 다 이룬 것 같습니다.”

       “그래, 동감이다. 일단 내가 국장님에게 한번 말해보마.”

         

         

       그렇게 나영진은 다급히 문제의 대본을 A4용지에 프린트해서 스튜디오엔믹스 본사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국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

         

         

       대본을 손에 쥔 스튜디오엔믹스 박용오 국장의 손이 격하게 진동했다.

         

       수십 년 동안 드라마를 제작했지만 이 정도로 재밌는 대본은 진심으로 처음이었다.

         

       아니, 그냥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저절로 힐링이 되는 그런 감동적인 대본이었다.

         

       솔직히 누구 머릿속에서 갑자기 이런 대본이 튀어나왔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

         

       박용오 국장의 머리 회전은 빨랐다. 이미 이 대본을 드라마화했을 때의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일단 이건 작가가 제작사의 사정까지 생각해줬는지 제작비가 상당히 저렴했다.

       이 대본의 주 배경은 카페.

       즉, 대부분이 하나의 세트에서만 촬영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웅장해지고 화려한 연출을 할 필요도 없었다. 원래 그런 판타지스러운 연출을 하려면 CG를 덕지덕지 붙여야 하기에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이 대본은 재미와 감동, 제작비 이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완벽한 대본이라는 뜻.

         

       순간 박용오 국장의 입가에 미소가 씨익 지어졌다. 그는 눈앞에 서 있는 나영진에게 다급히 물었다.

         

         

       “영진아 이거 누가 쓴 거냐?”

       “아직 작가님이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 이번 공모전에 제출된 대본입니다.”

       “이번 공모전 참가자 작품이라고? 허허, 말도 안 되는 괴물이 갑자기 나타나셨구만. 일단 이분 당장 내 앞으로 데리고 와. 서둘러 계약 진행하게.”

         

         

       박용오는 생각했다.

         

       ……이건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

         

       당연히 이름을 날린 작가가 저런 대작을 공모전에 제출할 리가 없었다. 그냥 담당 PD한테 다가가서 대충 신작이라고 슬쩍 보여주기만 하면 순식간에 드라마화될 정도의 스토리인데 귀찮게 왜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렇다면 이 대본을 쓴 작가는 암흑기가 찾아온 드라마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작가라는 뜻.

         

       박용오는 그런 귀중한 원석을 놓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너무 성급하신 것 아닙니까?”

       “아서라, 긴말 필요 없다. 너도 대본을 읽어 봤으면 대충 느꼈을 거 아니야? 이건 그냥 대충 만들어도 대박 난다.”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목표로 잡고, 내일 중으로 그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완벽하군.”

         

         

       든든한 나영진의 계획에 박용오 국장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나영진은 제출된 양식에 적힌 전화번호를 확인한 다음 전화를 걸었다.

         

       뚜우우우.

         

         

       ─연결하신 분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

         

         

       하지만 상대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소리에 나영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이후로 거의 30분 주기로 통화를 걸어봤지만 어째선지 전화기는 계속 꺼져 있었다.

         

       설마 번호를 잘못 보낸 건가 의심이 생겨 메일로도 연락을 보내봤지만 역시나 답장은 없었다.

         

       나영진은 점점 초조해졌지만, 어차피 그에게 남은 방법은 상대방의 전화기가 켜지기를 기도하면서 계속 통화를 걸어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3시 30분쯤 되었을까…….

         

         

       뚜루루루루─

         

         

       5시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통화 연결음이 들렸다.

         

       그 소리에 거의 반포기 상태였던 나영진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휴대폰을 붙잡았다.

         

         

       “제발 받아라!!!”

         

         

       그의 간절함 바람이 통했는지 단번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하지만 나영진은 곧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어딘가 어색한 저음의 목소리.

       

       마치 아직 변성기가 다 지나가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영진은 머릿속에서 의문을 지우고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래! 목소리가 조금 특이하신 분일 수도 있지.’라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엔믹스 기획제작 1팀의 나영진 PD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저희가 진행하는 공모전에 「927」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하셨나요?”

         

       ─아…… 공모전. 네. 제가 그 「927」 맞아요. 혹시 뭔가 잘못됐나요?

         

       “아, 너무 잘 돼서 문제죠. 저희 국장님이 작가님의 대본을 읽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당장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셔 서요. 혹시 내일 시간 되시나요?”

         

       ─……다짜고짜 만남을 요구한다고? 혹시 신종 보이스피싱이나 막 19금 그런 거 아니죠?

         

       “하하. 지금이라도 작가님 앞으로 찾아가 명함이라도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위치 찍어주시면 당장 가겠습니다.”

         

       ─아, 굳이 그러실 필요까진 없고 일단은 믿을게요. 어쨌든 제 대본이 마음에 드셨다는 거죠?

         

       “네. 그것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야, 서은우! 시험도 어제 끝났는데 피시방 기?

         

         

       순간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에 나영진의 눈이 커졌다.

         

       그가 놀란 이유에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몇 가지 들렸기 때문이었다.

         

       서은우?

       

       눈치 빠른 나영진은 대충 이 석자가 927 작가의 본명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시험이 끝났으니 피시방을 가자는 말이었다.

         

       덕분에 나영진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부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터무니없는 생각이 틀리기를 기도하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927 작가님. 정말 실례지만 혹시 나이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아…… 나이요?

         

         

       나영진의 질문을 들은 상대방은 뭔가 고민이라도 하듯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허나, 잠시 뒤 약간 뜸들이는 말투로 겨우 대답했다.

         

         

       ─15살이요.

         

         

       처음에 나영진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재차 다시 확인해보니 추가로 중학교 2학년이라는 확인 사살까지 덧붙여서 들을 수 있었다.

         

         

       “하하하……. 상당히 영~하시네요.”

         

         

       결국 나영진은 모든 게 현실임을 자각하고 체념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작가님께서 15살이시란다.

       

       그것도 근로기준법에 제한이 되는 중2.

       

       만약 이 사실을 국장님이 알게 된다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시지 않을까 싶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