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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녘.

       늦게까지 운영하는 술집은 아직도 문을 닫지 않았으며, 그나마 농민들만이 슬금슬금 일어나 농장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후욱, 후욱!

         

       쿵, 쿠웅.

         

       그러나 시간에 맞지 않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둔탁한 파공성이 거리를 울렸고, 누군가는 말이 달리는 게 아닐까 싶은 착시마저 느꼈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달리는 이에게서 들리는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한데.

         

       “기사님, 오늘도 달리십니까?”

       “참 성실하기도 하십니다.”

       “힘내십쇼!”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게 일상인 농민들은, 나름 잠기운이 남아 있는 노곤함을 날려 보내주는 어느 사내의 격렬함을 향해 응원의 성원을 보냈다.

       아무리 부지런할지언정,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다 보면 그것이 곧 정신적인 고단함이 되기 일쑤인데, 그러한 정신적 고단함과 지루함을 없애주는 사내의 모습은 농민들에게 큰 즐거움이자 자극이었다.

         

       특히.

         

       “어머나, 남사스러워라.”

       “눈이나 가리고 말하지?”

       “우리 남편도 저랬으면 좀 좋아, 호호.”

       “…저게 사람이여 짐승이여.”

         

       아낙네들은 눈을 가리는 척하면서도 볼 건 다 보듯 반쯤 헐벗은 사내를 곁눈질하며 삶의 활력소를 제대로 얻는 중이었다.

       반대로 남성들 같은 경우는 남자의 몸을 부럽게 쳐다보며 큰 자극을 얻을 때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좋은 현상이 아닐까 싶었다.

         

       “후욱, 후욱…!”

         

       남자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농민들에게 눈 인사를 건넬 뿐, 다정다감하게 대하진 않았다.

       이는 남자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진지하게 운동에 임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대응할 겨를이 없는 거였다.

       농민들도 이를 알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고, 도리어.

         

       “나중에 이거나 좀 드십쇼!”

         

       휙! 하고 던져지는 사과 하나.

       남성은 이를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가볍게 캐치했고, 그는 손을 흔들었다.

       고마움의 표시였다.

         

       사과를 던진 농민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참, 사람 재밌어.”

       “기사 나리가 성 외곽에 사는 것도 참 보기 드물긴 하지.”

       “그것도 그래, 흐흐.”

         

       3년, 3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으며 달리는 사내를 보며 응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목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될 사람이 분명해.”

         

       농민은 굳게 믿었다.

         

         

         

       “-내가 진짜. 이번 해에는 반드시 사직서 내고 만다!”

         

       아삭!

         

       남성, 아니 이한은 사과를 크게 베어 물며 오늘도 자신에게 기합을 넣었다.

       목표는 퇴직.

         

       은퇴가 마려운 그였다.

         

       * * *

         

       이한은 오늘도 달렸다.

       그냥 달리는 게 아니다.

       목표는 20km 완주였고, 1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빨리 달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안정적으로, 또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1시간을 달리는 게 기준이었고, 그의 팔목과 발목 등에는 모래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하나당 정확히 10kg.

       몸에 더해지는 부담감을 늘리는 것이고, 가끔은 갑옷을 입고 뛰기도 한다.

         

       쿠웅, 쿠웅.

         

       이 때문인지 몸이 움직일 때마다 땅울림이 크게 났고, 부담도 배로 늘었으나 그는 무게의 부담을 신경 쓰는 대신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뛰는 것이 끝났을 뿐, 아직 남은 것은 많다.

         

       “후욱.”

         

       공터 한 편에 자리 잡은 철봉.

       이한은 철봉을 잡고 그대로.

         

       “흐읍!”

         

       풀업.

       일명 턱걸이. 자세를 바로 한 채 쉼 없이 오르고 내려가길 반복했다.

       상완이두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이밖에도 무수한 근육들이 자극되며 움찔거렸고, 근육의 움직임을 미세 단위로 느낄 수 있도록 집중력을 높였다.

         

       내가 쓰는 몸이고, 내 몸 안에 근육이다.

         

       근육이 어찌 쓰이고, 어떨 때 더 강한 자극을 받으며, 이를 어찌 활용할지를 궁리하고 또 궁리해야지, 마냥 힘만 키워선 안 될 노릇이다.

         

       ‘그 괴물처럼 콤마 단위로 움직이진 못해도, 그 양반의 일격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몸을 만들면 그만이다!’

         

       목표가 있는 이상 궁리를 멈춰선 안 되는 법.

       어느 순간 다리 사이에 20kg 모래주머니를 끼우고, 그밖에 등에도 30kg을 맨 상태에서 다시금 올라가니 더욱 큰 자극과 근육의 떨림도 극적으로 느껴졌다.

         

       꾸드드득.

         

       비명을 지를 리 없는 철봉이었지만, 무려 한 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고강도 풀업 앞에서 철봉도 휘청거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닌가? 너무 힘을 줘서 휘려고 하는 건가?

         

       “…힘도 적당히 줘야지, 원.”

         

       본인이 생각해도 좀 무식하게 힘을 준 게 아닐까 싶었고. 이한은 슬며시 힘을 풀며 땅으로 내려왔다.

       무려 90분간 이어진 풀업 운동을 마치자, 그의 몸에선 땀이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며 열기가 치솟은 듯했다.

       땀은 웅덩이를 이루었으며, 온몸의 근육은 극한까지 쥐여 짜져 부들부들 떨린다.

         

       쉼 없이 뛰고, 쉼 없이 몸을 조여 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무리 기사라 할지라도 과격한 운동으로 몸에 큰 부담이 올지도 모를 터.

         

       “끄으으응!”

         

       그러한 이한은 스트레칭을 몇 번 하는 것으로 몸을 풀어줄 뿐, 딱히 몸을 쉬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곧장 마당에 널브러진 통나무를 바벨처럼 어깨에 메는 것이 아니겠는가.

       100kg 통나무를 어깨에 멘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었지만, 이한은 한 술 더 떠서 자세를 낮추었다.

         

       스쿼트.

       하체 근력을 단련하는 데 이만한 운동은 없지만, 이 정도로 괴로운 운동도 따로 없다.

       앉은 자세를 유지했다가 몸을 일으키길 반복.

       어느 순간 허벅지가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이 밀려들어왔지만, 멈추진 않았다.

       풀업을 할 때도 그랬지만, 이한은 근력 운동을 유산소 하듯이 했고, 유산소 운동도 근력운동 하듯이 해버렸다.

       그야말로 무식한, 전문가가 봤다면 몸을 파괴하려고 작정한 무모한 방식이었다.

         

       쿠웅!

         

       70분 동안 이어진 가혹한 고문과 같은 스쿼트가 끝나며 이한은 통나무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마음 같아선 막 던지고 싶지만, 이게 부서지면 또 비슷한 걸 구하려고 발품을 팔아야하니 당장의 개운함보단 이성을 되찾아야만 했다.

         

       “커헉!”

         

       순간 기침을 하자 쇠맛이 났다.

       내상이 생긴 것이다.

       무리하다 못해 미친 훈련이었으니, 사실 다치지 않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어느 명문 기사 가문도 이 정도로 무식하게 훈련시키진 않는다.

       도리어 항상 전문 치유사나 사제를 대기시켜놓거나, 가문의 비법인 약물 등으로 상처 회복과 몸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가서 훈련을 시키지.

         

       사실상 이한이 하는 운동은 훈련을 방자한 자기고문이 아닐 수 없다.

       몸을 상하게 하는 자해활동.

       무식? 그냥 미친 거였다.

       하지만 이는 이한이 정말 미쳤거나 생각이 없어서 이만한 훈련을 수행한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회복력 하나는 진짜 트롤 같네.”

         

       믿는 구석이 있기에 미친 짓을 한 것이지.

         

       이한은 갑작스레 배낭 안에 있던 음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사제를 찾아갈 생각은 안 하고, 무작정 음식물을 밀어 넣는 행위.

         

       우물우물.

         

       그는 정말 열심히 저작운동을 했다.

       음식물을 삼키듯이 먹는 게 아니라, 잘게 분해하듯 먹으며 음식물 속 영양분을 모조리 다 흡수할 생각으로.

         

       그가 섭취한 음식물을 이러했다.

       닭고기 1kg(물론 껍질은 모두 벗겨내고 물에다 삶은 거다). 브로콜리와 견과류. 감자와 양배추 등을 삶고 찐 것 등.

         

       건강식 중 건강식.

         

       맛은 물론 없다.

       소금이나 조미료 등은 최소한만 넣었으니까. 그냥 건강하려고 먹는 것이지, 딱히 맛으로 먹는 건 아니었다.

       허나 음식에는 조미료 대신 귀하기 짝이 없는 회복 물약이라도 뿌려진 것처럼 이한의 몸을.

         

       꾸득, 꾸드득.

         

       회복시켰다.

         

       어느 순간 근육의 떨림도 사라지고, 새파랗게 질려 있던 얼굴도 핏기가 감돌았으며.

       겉으로 나타난 건 아니지만, 시큰거리던 무릎과 터질 것 같은 내상 또한 단숨에 치유된 것이다.

       그 회복력은 마치 어느 공포스러운 마물의 회복력을 떠올리게 할 따름이다.

       숲속의 공포 식인귀라 불리기도 하는 마물.

         

       트롤.

         

       그러한 괴물의 회복력을 말이다.

       그리고 이는 정확했다.

       과거 어느 주문쟁이에게 잡혀 무수한 실험을 통해 갖게 된 마물의 인자 중 하나가 다름 아닌 트롤이었으니까.

       물론 목이 잘리거나 팔이 잘려도 붙거나 재생하는 트롤 정도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영양분 섭취를 통한 빠른 치유 회복능력과 튼튼한 맷집 정도가 그가 가진 능력에 전부였지.

         

       뭐, 만약 헬창 같은 이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의 능력을 부러워하다 못해 시기했으리라.

       영양분을 섭취하면 그것이 빠르게 몸 안으로 흡수된다는 뜻이니까.

       영양분의 흡수가 곧장 이루어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외상과 내상이 생기더라도 그걸 곧장 회복할 수 있으니 몸을 만드는 데는 최고의 능력임이 분명했다.

         

       “후우우우…!”

         

       이한은 체력을 비롯하여 아픈 고통 등이 모두 회복 및 치유된 것을 확인하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그동안.

         

       스르릉.

         

       휭! 휘이잉!

         

       그는 검을 휘둘렀다.

         

       왕국 기본 검법.

       여덟 개의 방위를 차례대로 베어가는 기초적인 검법이었고, 어린아이라도 익힐 수 있을 기술이리라.

       이한도 이제 눈을 감고도 펼칠 수 있는 검법이었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을 테지만. 이한은 조금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검이 나아가는 방향과 검 끝을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검을 어떻게 휘두르지, 또한 제 검을 쓰는 몸은 어떤 식으로 힘을 사용하고, 더욱 큰 힘과 파괴력, 민첩함 등을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그는 무수한 고민과 함께 검법을 차례대로 펼치며, 더욱 발전할 방도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검, 단순한 롱소드에 불과한 검은 어느 기점부터 바람을 찢을 정도로 빠르고도 날카로워졌다.

       나중에는 바람 가르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지며, 검날에서 비춰지는 은빛의 선만이 가까스로 검이 움직인다는 것을 인식시켜줄 정도로 빨라졌다.

         

       픽, 피익!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땅에는 칼자국이 새겨졌다.

       그리고 마지막.

         

       콰아아앙!

         

       강하게 바닥을 찍으며 온몸의 힘을 모두 모아 검을 휘둘렀을 때, 흙바닥은 폭발한 것처럼 작은 웅덩이 모양의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후두두둑.

         

       충격파로 인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흙과 돌조각이 몸을 훑으며 그를 더럽혔다.

         

       허나 그럼에도.

         

       “…이것보다 더 강하게 휘두를 순 없나?”

         

       그는 여전히 만족을 모르는 듯, 인상을 찡그릴 따름이었다.

         

       퇴직의 길은 멀고도 험한 법이었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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