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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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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딜은 산더미 같은 양피지 더미를 읽어내리며 종일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점심과 저녁을 챙겨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 청소야 틈틈이 하다 보니 어느새 다 끝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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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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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어느 정도 할 일이 다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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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깨어났던 침대에 축 늘어지며 가볍게 하품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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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잠들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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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를 바로하곤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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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기 전에 원작 내용을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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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기 전에 읽었던 덕분에 소설 내용은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소설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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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마왕이 마계의 문을 열고 인간 세계에 나타났다. 신은 인간들이 몰살당할 것을 알고 정의로운 인간에게 신의 힘을 내려 용사로 지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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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는 동료와 함께 마왕과 싸우고 이겼다! 여기까진 동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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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행하는 클리셰대로 동료들이 용사를 배신하고 -.. 용사는 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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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부터는 꽤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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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으로 돌아간 동료들은 용사가 얻어야 할 모든 명예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들이 죽였던 마왕이 사실은 마왕이 아니라 사대천왕 중 최약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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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나타난 마왕이 왕국으로 쳐들어오고, 이를 알게 된 이스케니아의 국왕은 용사파티에게 마왕을 쓰러뜨려 달라 난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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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셰대로 용사를 개 무시하고 있던 용사파티는 콧대를 세우면 도전했다가 그대로 잡혀 고문당하다 죽임당한다. 왕은 뒤늦게 신을 찾아 신전을 찾아가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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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히 내가 선택한 용사를 죽여놓고 이제 와 도와달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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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과 용사파티가 손을 잡고 용사를 죽인 걸 알고 있던 신은 바로 인간들을 손절한다. 이에 왕은 곧바로 마왕에게 머리를 박고 충성을 맹세했다. 이후 이스케니아는 마왕의 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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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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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죽어버린 용사에게 사실은 딸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갓난아기 시절에 이스케니아에 흘러들어왔고 어린 나이에 흑마법사에게 실험체로 팔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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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여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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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실험을 당한 용사의 딸은 미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사가 흑마법사의 실험실에 침투해 그녀를 구해주게 된다. 용사의 딸 아이리스는 혼자 도망치지 않고 다른 실험체들도 함께 구해준다. 그녀는 정말 자비롭게도 쓰레기인 관리자 리안까지 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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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같이 탈출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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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올 아이리스에게 최대한 잘해주고 제국까지 함께하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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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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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을 슥슥 문지르며 몸을 작게 떨었다. 소설 속 리안의 최후가 떠오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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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한 놈처럼 머리카락 색 믿고 나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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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리안은 아이리스와 똑같은 하얀 머리카락을 앞세워 자신이 아이리스의 친오빠라는 구라를 친다. 하필 아이리스와 리안이 공작가에 도착했을 때 아이리스의 어머니인 가주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그의 거짓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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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의 권력을 맛본 리안은 아이리스만 사라지면 이 모든 게 자신의 것이라 생각해 아이리스를 죽이고자 몇번이고 위협한다. 이에 겁을 먹은 아이리스가 공작가에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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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뒤늦게 돌아온 가주에게 고문당하다가 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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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시간 찾아 헤매던 딸이 리안 때문에 실종되었으니 화가 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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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제국까지만 같이 가는 거야. 그 이후에는 -…숲 같은데 들어가서 살까? 귀농해 보고 싶었으니까…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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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한 생각을 하며 헤실헤실 웃고 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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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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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뭔 일이지? 라는 생각하기 무섭게 몸 주인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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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노예 상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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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집 안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노예 상인을 상대하는 건 허락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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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은 적당한 수준의 흑마법사였던 탓에 그다지 큰 거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 제대로 된 간수조차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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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지하 감옥이 열리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1층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흑마법사가 자리 잡은 곳은 뒷골목 깊숙한 곳이라 안전한 곳까지 도망치기는 요원하지만, 도망칠 수는 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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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막기 위해 흑마법사는 1층 문에 마법을 걸어뒀다. 마법진을 일정한 방향대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문을 열 수 없게 만들었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터지는 마법진까지 그려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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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이 뻔히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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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오딜에게 신용 받는 리안 조차도 문을 열 수는 없었다. 아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오딜은 더 이상 리안의 시중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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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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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이 내려가 문을 열어줬는지 뭔가 옮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 쪽에 다가가 귀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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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되겠지?”
    “크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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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라면 목소리를 높여가며 흥정을 했을 두사람이 가볍게 거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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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아이리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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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이 노예 상인이 만족스러워 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부른 노예라면 그럴 듯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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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첫인사는 뭐라고 하지? 안녕하세요 아가씨? 잠깐, 아이리스는 자기 신분을 모르잖아?! 그럼 뭐라고 하지? 안녕 아이리스? 아니 초면이니까 안녕? 아무리 그래도 아가씨인데 반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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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통해 봤던 아이리스를 직접 마주할 거라 생각하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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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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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렇듯 노예를 들여놓기 위해 오딜이 리안을 찾았다. 나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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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들을 새 감옥에 옮겨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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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이자 오딜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가 버렸다. 나는 좁은 철창에 갇힌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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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혀엉.”
    “쉬,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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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창 안에는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가 껴안은 채 경계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멍한 표정으로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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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이 아이들! 아이리스의 친구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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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이곳에서 도망칠 때 함께했던 세 명이었다. 내 시선이 부둥켜 안고 있는 형제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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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둘이 남자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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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였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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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내 그 생각은 가볍게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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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착각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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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철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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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너희가 지낼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 나와. 소란을 일으키면 오딜님께서 내려오실 수 있으니까 최대한 조용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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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문을 열어주자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가 주춤거리며 일어나 천천히 감옥 밖으로 나왔다. 형, 노아의 시선이 문 쪽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감옥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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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에 마법이 걸려있어서 어차피 못 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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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동생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나는 바닥에 늘어져 있는 여자아이를 들어 올렸다. 아이는 인형처럼 흐느적거리며 내 품에 안겼다. 눈동자의 동공이 풀려있고 입가에 침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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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 수인이라서 진정제를 투여한 거 같은데…너무 많이 투여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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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수인이라고 해도 어린아이에게 너무 많은 약을 투여한 것 같아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대로 쉬게 해주고 싶지만, 괜히 내버려 뒀다가 오딜의 눈에 띄면 바로 실험실로 끌려갈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품에 안고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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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내려가는 게 좋을 거야. 오딜님께 걸리면 바로 실험실로 끌려갈 수 있거든.”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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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며 도망갈 구멍을 찾던 노아가 주춤주춤 계단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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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나한테 노예를 다루는 인장이 있으니까 그만 머뭇거리고 내려가 줄래? 강제로 끌고 가고 싶진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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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에 노아와 그의 동생 네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내 손목 안쪽에는 노예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노예를 일일이 관리하기 귀찮았던 오딜이 새겨준 인장이었다. 그만큼 리안은 오딜에게 신뢰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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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 인장으로 내린 명령을 어길 경우 노예는 끔찍한 고통에 거품을 물며 기절하게 된다. 두 아이는 그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본 적이 있는 몸을 덜덜 떨며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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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안쪽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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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배정된 감옥은 다른 아이들이 갇혀있는 감옥 바로 옆이었다. 감옥과 감옥은 창살이 아닌 벽으로 나뉘어 있어 얼굴을 마주하긴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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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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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슨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가 여자아이를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포를 가져와 가볍게 털어준 후 아이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머리를 가볍게 정돈해 준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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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형은 여기 살아?”
    “…! 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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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는 리안의 다정한 모습에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예상치 못한 네로의 행동에 노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네로를 깊게 끌어안으며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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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여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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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볍게 네로의 말에 대답해주며 감옥 문 쪽으로 향했다. 선선히 대답해 줄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기에,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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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휴, 귀여워라. 진짜 조그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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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네로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고양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양이상의 얼굴, 커다란 눈동자가 정말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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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라도 구워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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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감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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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문을 잠그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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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 잠금장치 제대로 유지되는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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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세계에서 잠금장치는 가느다란 쇠 막대 두 개 꽂고 흔들면 열리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순간 호기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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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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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감옥을 빠져나가면서도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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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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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문 따는 실력이 아니었다. 개그 세계의 법칙이 아직도 적용되는지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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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한번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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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으로 끓이던 수프의 불을 끄고 주방 서랍을 열어 쇠막대 두 개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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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너무 오랜시간 개그 세계에서 살아온 탓에 주변 상황이 평범한 건지 아닌지 긴가 민가한 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사랑입니다( *ฅ́˘ฅ̀*)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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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딜은 산더미 같은 양피지 더미를 읽어내리며 종일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점심과 저녁을 챙겨주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 청소야 틈틈이 하다 보니 어느새 다 끝나있었다.

털썩.

“후우, 어느 정도 할 일이 다 끝났네.”

내가 깨어났던 침대에 축 늘어지며 가볍게 하품을 흘렸다.

“아, 잠들면 안 되지.”

자세를 바로하곤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늦기 전에 원작 내용을 기억해보자.’

잠들기 전에 읽었던 덕분에 소설 내용은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소설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어느 날 마왕이 마계의 문을 열고 인간 세계에 나타났다. 신은 인간들이 몰살당할 것을 알고 정의로운 인간에게 신의 힘을 내려 용사로 지목하였다.

용사는 동료와 함께 마왕과 싸우고 이겼다! 여기까진 동화의 이야기.

‘요즘 유행하는 클리셰대로 동료들이 용사를 배신하고 -.. 용사는 죽었지.’

그 다음 부터는 꽤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졌다.

성으로 돌아간 동료들은 용사가 얻어야 할 모든 명예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들이 죽였던 마왕이 사실은 마왕이 아니라 사대천왕 중 최약체였던 것이다!

뒤늦게 나타난 마왕이 왕국으로 쳐들어오고, 이를 알게 된 이스케니아의 국왕은 용사파티에게 마왕을 쓰러뜨려 달라 난리를 친다.

클리셰대로 용사를 개 무시하고 있던 용사파티는 콧대를 세우면 도전했다가 그대로 잡혀 고문당하다 죽임당한다. 왕은 뒤늦게 신을 찾아 신전을 찾아가 빌었다.

[ 감히 내가 선택한 용사를 죽여놓고 이제 와 도와달라고? ]

왕과 용사파티가 손을 잡고 용사를 죽인 걸 알고 있던 신은 바로 인간들을 손절한다. 이에 왕은 곧바로 마왕에게 머리를 박고 충성을 맹세했다. 이후 이스케니아는 마왕의 땅이 되었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지.’

이미 죽어버린 용사에게 사실은 딸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갓난아기 시절에 이스케니아에 흘러들어왔고 어린 나이에 흑마법사에게 실험체로 팔려 간다.

‘그게 여기고.’

끔찍한 실험을 당한 용사의 딸은 미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사가 흑마법사의 실험실에 침투해 그녀를 구해주게 된다. 용사의 딸 아이리스는 혼자 도망치지 않고 다른 실험체들도 함께 구해준다. 그녀는 정말 자비롭게도 쓰레기인 관리자 리안까지 구해준다.

‘그때 같이 탈출하면 되겠네.’

이곳에 올 아이리스에게 최대한 잘해주고 제국까지 함께하면 될 터였다.

‘공작가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지.’

팔을 슥슥 문지르며 몸을 작게 떨었다. 소설 속 리안의 최후가 떠오른 탓이었다.

‘멍청한 놈처럼 머리카락 색 믿고 나대지 말자.’

관리자 리안은 아이리스와 똑같은 하얀 머리카락을 앞세워 자신이 아이리스의 친오빠라는 구라를 친다. 하필 아이리스와 리안이 공작가에 도착했을 때 아이리스의 어머니인 가주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그의 거짓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공작가의 권력을 맛본 리안은 아이리스만 사라지면 이 모든 게 자신의 것이라 생각해 아이리스를 죽이고자 몇번이고 위협한다. 이에 겁을 먹은 아이리스가 공작가에서 도망친다.

‘리안은 뒤늦게 돌아온 가주에게 고문당하다가 죽었지…’

오랜시간 찾아 헤매던 딸이 리안 때문에 실종되었으니 화가 날 만했다.

‘딱 제국까지만 같이 가는 거야. 그 이후에는 -…숲 같은데 들어가서 살까? 귀농해 보고 싶었으니까…딱인데?’

태평한 생각을 하며 헤실헤실 웃고 있던 그때.

쿵쿵!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뭔 일이지? 라는 생각하기 무섭게 몸 주인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아, 노예 상인이구나.’

리안이 집 안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노예 상인을 상대하는 건 허락받지 못했다.

오딜은 적당한 수준의 흑마법사였던 탓에 그다지 큰 거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 제대로 된 간수조차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탓에 지하 감옥이 열리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1층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흑마법사가 자리 잡은 곳은 뒷골목 깊숙한 곳이라 안전한 곳까지 도망치기는 요원하지만, 도망칠 수는 있다는 말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흑마법사는 1층 문에 마법을 걸어뒀다. 마법진을 일정한 방향대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문을 열 수 없게 만들었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터지는 마법진까지 그려뒀다.

‘인성이 뻔히 보이지.’

그 탓에 오딜에게 신용 받는 리안 조차도 문을 열 수는 없었다. 아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오딜은 더 이상 리안의 시중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덜컹,쿵!

오딜이 내려가 문을 열어줬는지 뭔가 옮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 쪽에 다가가 귀를 붙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크흠, 뭐.”

평소라면 목소리를 높여가며 흥정을 했을 두사람이 가볍게 거래를 끝냈다.

‘설마 아이리스인가?’

오딜이 노예 상인이 만족스러워 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부른 노예라면 그럴 듯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처,첫인사는 뭐라고 하지? 안녕하세요 아가씨? 잠깐, 아이리스는 자기 신분을 모르잖아?! 그럼 뭐라고 하지? 안녕 아이리스? 아니 초면이니까 안녕? 아무리 그래도 아가씨인데 반말은…’

소설을 통해 봤던 아이리스를 직접 마주할 거라 생각하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리안!”

“예!”

언제나 그렇듯 노예를 들여놓기 위해 오딜이 리안을 찾았다. 나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이 녀석들을 새 감옥에 옮겨놔.”

“네!”

내가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이자 오딜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가 버렸다. 나는 좁은 철창에 갇힌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혀,혀엉.”

“쉬,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철창 안에는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가 껴안은 채 경계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멍한 표정으로 늘어져 있었다.

‘헉…이 아이들! 아이리스의 친구들이잖아!’

아이리스가 이곳에서 도망칠 때 함께했던 세 명이었다. 내 시선이 부둥켜 안고 있는 형제를 향했다.

‘저 둘이 남자였나..?’

여자였던 것 같은데?

이내 그 생각은 가볍게 털어냈다.

‘내가 착각했을 수도 있지.’

그리 생각하며 철창을 열었다.

“자, 너희가 지낼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 나와. 소란을 일으키면 오딜님께서 내려오실 수 있으니까 최대한 조용히 하고.”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문을 열어주자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가 주춤거리며 일어나 천천히 감옥 밖으로 나왔다. 형, 노아의 시선이 문 쪽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감옥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문에 마법이 걸려있어서 어차피 못 나가.”

“…!”

노아가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동생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나는 바닥에 늘어져 있는 여자아이를 들어 올렸다. 아이는 인형처럼 흐느적거리며 내 품에 안겼다. 눈동자의 동공이 풀려있고 입가에 침이 흘러내렸다.

‘늑대 수인이라서 진정제를 투여한 거 같은데…너무 많이 투여했네.’

아무리 수인이라고 해도 어린아이에게 너무 많은 약을 투여한 것 같아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대로 쉬게 해주고 싶지만, 괜히 내버려 뒀다가 오딜의 눈에 띄면 바로 실험실로 끌려갈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품에 안고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향했다.

“빨리 내려가는 게 좋을 거야. 오딜님께 걸리면 바로 실험실로 끌려갈 수 있거든.”

“읏…!”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며 도망갈 구멍을 찾던 노아가 주춤주춤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아, 나한테 노예를 다루는 인장이 있으니까 그만 머뭇거리고 내려가 줄래? 강제로 끌고 가고 싶진 않거든.”

내 말에 노아와 그의 동생 네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내 손목 안쪽에는 노예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노예를 일일이 관리하기 귀찮았던 오딜이 새겨준 인장이었다. 그만큼 리안은 오딜에게 신뢰받고 있었다.

노예 인장으로 내린 명령을 어길 경우 노예는 끔찍한 고통에 거품을 물며 기절하게 된다. 두 아이는 그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본 적이 있는 몸을 덜덜 떨며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저 안쪽으로 들어가.”

그들이 배정된 감옥은 다른 아이들이 갇혀있는 감옥 바로 옆이었다. 감옥과 감옥은 창살이 아닌 벽으로 나뉘어 있어 얼굴을 마주하긴 힘들 것이다.

끼이익.

녹슨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가 여자아이를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포를 가져와 가볍게 털어준 후 아이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머리를 가볍게 정돈해 준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혀,형은 여기 살아?”

“…! 네로!”

네로는 리안의 다정한 모습에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예상치 못한 네로의 행동에 노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네로를 깊게 끌어안으며 뒷걸음질 쳤다.

“맞아, 여기 살아.”

나는 가볍게 네로의 말에 대답해주며 감옥 문 쪽으로 향했다. 선선히 대답해 줄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기에,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아휴, 귀여워라. 진짜 조그만하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네로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고양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양이상의 얼굴, 커다란 눈동자가 정말 귀여웠다.

‘쿠키라도 구워줘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감옥을 나왔다.

철컥, 문을 잠그며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잠금장치 제대로 유지되는 거 맞나?’

원래 세계에서 잠금장치는 가느다란 쇠 막대 두 개 꽂고 흔들면 열리는 장치였기 때문이다. 순간 호기심이 들었다.

텁,턱.

지하감옥을 빠져나가면서도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문 따는 실력이 아니었다. 개그 세계의 법칙이 아직도 적용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 한번 확인해보자.’

저녁으로 끓이던 수프의 불을 끄고 주방 서랍을 열어 쇠막대 두 개를 챙겼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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