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

   

    “허억…! 허억…!”

   

    춘봉이 숨을 헐떡이며 뇌까렸다.

   

    “이…, 허억…! 이 새끼…!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아니…! 케헥…! 처음 해보는데 나보고…! 허억…! 어쩌라고…!”

   

    서준이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아니, 이건 언제 챙겼데?”

    “다 인마 새끼야, 응? 튈 때 잘 집어왔지.”

   

    타들어가는 목구멍의 상황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만두를 쑤셔넣었다.

   

    “아…, 섹스.”

   

    그래, 이거지. 밀가루 덩어리 따위와는 다른 이 황홀한 맛. 고기의 감칠맛이 입안에서 춤춘다는 표현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해했다.

   

    “와…. 그 상황에 고기 만두를 집어왔어? 그거 안쪽에 있어서 쉽지 않은데.”

    “그럼. 나를 뭘로 보고.”

   

    그래도 무인이 된 덕분일까? 기가 온몸을 순환하며 빠르게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느낌이다.

   

    느낌상으로는 이대로 삼십 분은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랄 옘병 아주 그냥. 이제 막 입문한 새끼가 뭐 얼마나 대단한 걸 배웠다고.”

    “아니, 진짜라니까?”

   

    춘봉이 이 새끼, 이걸 안 믿네? 농담이 아니라 체력이 훨씬 좋아졌다.

   

    서준이 툴툴거리자 춘봉이 비웃으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예예 그러시겠죠. 일단 삼재검법이나 제대로 배우고 말하세요.”

    “하…, 새끼 이거. 어떻게 증명해줄 수도 없고.”

   

    일단 집이라고 부르고 있는 반쯤 무너진 건물 언저리에 돌아와 손에 레어 나뭇가지를 쥐었다.

   

    무림에 떨어지고 난 뒤 춘봉이와 만나 삶이 아주 팍팍하지만은 않았던 탓일까? 그동안 할 게 없어서 심심해 죽는 줄 알았는데, 이 상황에 무공은 난데없이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삼재검법의 형은 진짜 뭣도 없어. 세로베기, 가로베기, 찌르기가 끝이야.”

   

    춘봉이 시범을 보였다. 말 그대로 세로베기, 가로베기, 찌르기였다.

   

    하지만 뭔가 자세가 멋들어진 것이 이놈이 뭘 배우긴 했구나 티가 날 정도였다.

   

    “삼재검법이 하도 사람들한테 많이 풀려서 지역마다 이름은 좀 다른데, 보통은 태산압정, 횡소천군, 선인지로라고 많이들 불러. 간단하게 천, 지, 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춘봉이 손에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까딱이며 서준을 재촉했다.

   

    “이제 해봐. 어려울 건 없지?”

    “암요. 별거 아니지.”

   

    세로베기.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듯이 베면 되는 거 아닌가. 

   

    나뭇가지를 꽉 움켜쥔 서준이 그대로 나뭇가지를 내리쳤다.

   

    쐐액-!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어떠냐. 이 몸의 솜씨가.”

    “너 이 새끼, 몸 쓰는 재주는 별로 없구만?”

   

    춘봉이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와 자세를 잡아줬다. 검의 파지법부터 발을 딛는 법, 팔을 내리는 방법, 시선의 처리 등등.

   

    검 한 번 휘두르는 데 의외로 배워야 할 것들이 태산이었다.

   

    “오.”

   

    그런데 이리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꼬맹이의 정수리가 눈앞에서 휙휙 흔들린다.

   

    “와, 치사한 놈. 니 혼자 뭘로 씻었냐?”

    “무, 뭐…? 왜 또 개소리야?”

    “이리 와봐 인마. 너 왜 좋은 냄새 나. 이딴 데서 그따위 물에다 샴푸도 안 썼는데 이런 냄새가 날 수가 없는데?”

    “히이익…!”

   

    붙잡으려 손을 뻗자 춘봉이 기겁하며 손에 쥔 나뭇가지를 빠르게 휘둘렀다.

   

    “어억…!”

   

    가까스로 피한 서준이 호다닥 물러나 나뭇가지를 겨눴다. 숨 막히는 대치 상황. 선수는 얼굴을 붉힌 춘봉이의 차지였다.

   

    “뒤져, 이 남색가 새끼!”

    “이 새끼가 뭐라고!?”

   

    그런 모욕은 참을 수 없다. 서준이 마주 달려들었다.

   

    대련 비스무리한 무언가는 십 분간 이어졌다.

   

   

    *

   

   

    “아이고 나 죽네….”

    “흥, 까불고 있어.”

   

    온몸이 욱신거린다. 춘봉이 이 새끼. 별로 빠르진 않은데 그래도 나름 무림 현지인이라 그런지 검빨이 다르다.

   

    그래도 힘이 약해서 망정이지, 힘까지 셌으면 어디 한두 군데 부러졌으리라.

   

    “근데 너….”

   

    춘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준을 노려봤다.

   

    “아까 왜 멈췄어?”

   

    나름 깔끔한 태산압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가 실린 제대로 된 일격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직 초식의 형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놈이 제멋대로 기를 움직이다니.

   

    심지어 아직 심법의 구결만 알려주고 기의 순환 방법은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럼 그걸 그대로 내리찍냐? 애새끼 머리 찍어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뭐라는 거야. 지도 애면서.”

   

    흥, 콧방귀를 뀐 춘봉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너는 기공 쪽이 맞겠다. 그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기공?”

   

    나름 무협 좀 읽은 놈이라 뭔지는 안다. 하지만 원래 세계에서의 지식이 이곳에서도 통할까? 

   

    어설프게 아는 건 모르는 것만도 못 할 때가 많다. 그냥 아무것도 모른다는 마인드로 처음부터 알아가는 게 낫겠지.

   

    “그게 뭔데?”

    “말 그대로 기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무공이야. 음…, 뭐라 해야 될까. 사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무공보다 주술에 가까운 종류라 해야 되나.”

   

    춘봉이 손을 휙휙 움직이며 설명했다.

   

    “막 이렇게 손에서 불이 나가거나, 얼음이 나가거나, 아니면 강기로 형태를 빚어서 다루거나 그런 거야.”

    “오…. 마법사.”

    “…그런 양놈들 잡학이랑은 달라. 애초에 무공이라니까? 기공도 기본적으로는 몸을 단련해야 돼.”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발언을 한 춘봉이가 쯧쯧 혀를 찼다.

   

    “됐으니까 잠이나 자자.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피곤해 죽겠네.”

   

   

    *

   

   

    며칠이 지났다. 

   

    춘봉으로부터 삼재심법과 삼재검법을 전수받아 이 정도면 나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낸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한 끼 식사를 위해 여정을 나섰다.

   

    “얼굴 안 보이게 조심해. 이제 너도 얼굴이 꽤 팔려서 상인들이 알아볼 거야.”

    “하! 내가 누구?”

   

    서준이 우두둑 몸을 풀었다.

   

    “아임 MUGONG 고수.”

    “지랄 진짜.”

   

    서준은 여느 때처럼 춘봉이의 투정을 무시하며 사람들 사이로 녹아들었다.

   

    무공을 배우며 스스로의 몸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원래의 몸에서 어려지기만 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

   

    말 그대로 지금 모습이 원래 세계에서 자신이 어렸을 적 모습 그대로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적었다는 소리다. 

   

    첫 날 범죄자 친구들에게 배때지가 따였을 때, 만약 그때 이런 몸이 아니라 원래 어른의 신체 그대로였다면 피했을지도 모르지.

   

    물론 의미 없는 가정이었다. 덕분이라 해야 될지는 몰라도 춘봉이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날, 서준은 무림 고수로 다시 태어났다.

   

    ‘비기, 음식 뽀리기.’

   

    마침 띨띨해 보이는 사내 하나가 꼬치를 손에 들고 멍을 때리길래 슬쩍했다.

   

    이제는 남이 먹던 음식을 먹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 정도면 호화로운 식사지.

   

    그렇게 만두 두 개와 꼬치 둘, 야무지게 빙탕호로까지 두 개 훔쳐서 슬쩍 골목으로 빠졌다.

   

    ‘이제 돌이킬 수 없나.’

   

    나 이서준, 극악무도한 범죄의 길로 들어서고 만 것이다.

   

    혼자 사색에 젖어있자 주위를 경계하던 춘봉이 호다닥 다가왔다.

   

    “이야, 새끼 이거 일취월장했네. 도둑질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그거 칭찬이냐?”

    “나름?”

    “고마운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춘봉이의 입에 만두를 밀어넣자 그가 야금야금 만두를 갉아먹는다.

   

    “와, 고기 만두!”

   

    그렇다. 나 이서준의 도둑질 솜씨는 기어코 춘봉 선생의 실력을 넘어서고 만 것이다. 이제 안쪽에 놓여있는 고기 만두 뽀리는 것쯤은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너 나중에 무림에서 신투神偸로 이름 좀 날리고 그러는 거 아니냐?”

    “그때가 되면 잊지 않으마.”

    “이건 칭찬 아닌데 등신아.”

    “내놔 그럼 새끼야.”

   

    반쯤 먹은 만두를 뺏어가려 하자 춘봉이가 기를 쓰고 버텼다.

   

    “줬다 뺏는 게 어딨어!”

    “허허, 여기 있지요.”

    “안 줘! 못 줘!”

   

    하지만 아직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미 꼬치는 춘봉이의 손에 들려줬지만, 빙탕호로는 넘겨주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아직 보여주지도 않았다.

   

    “놈! 이걸 봐라.”

    “허억…! 그, 그건…!”

   

    겉에 설탕인지 뭔지를 굳힌 과일. 그냥 탕후루다.

   

    하지만 한 끼 식사를 도둑질로 마련하는 이들에게 있어 이런 간식거리는 그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치!

   

    춘봉이의 눈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갖고 싶지 않나?”

    “크윽…. 원하는 게 뭐지?”

    “큭큭, 고개를 조아려라. 그리하면 내 빙탕호로 하나를 네게 선사하마.”

   

    지랄을 떨며 집으로 향하던 그때였다.

   

    “어이쿠!”

   

    모퉁이를 도는데 때마침 튀어나온 누군가와 몸이 부딪혔다.

   

    “아악…! 안돼…! 내 빙탕호로가!”

   

    춘봉이가 절규했다. 빙탕호로가 땅에 떨어져 흙투성이가 돼버리고 만 것이다.

   

    잽싸게 달려나간 춘봉이가 빙탕호로에 묻은 흙을 조심스레 털어냈다.

   

    “야, 이거 흙은 별로 안 묻…, 뭐야.”

   

    서준은 지금 빙탕호로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몸이 부딪힌 사내. 그리고 그 뒤편에 있는 사내가 하나 더.

   

    “오호, 이놈 살아있었네? 목숨줄도 질기구만.”

   

    예의 그 범죄자 친구들이었다. 서준은 슬쩍 눈을 굴리다 운좋게 굴러다니던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 정도면 레어, 아니, 유니크?’

   

    나쁘지 않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다르니까.

   

    서준이 눈을 부라렸다.

   

    “내 배때지의 원수를 갚겠다!”

   

    쐐액-! 뚝-

   

    기습적으로 휘두른 나뭇가지가 도에 막혔다. 당연하게도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어라?”

   

    이걸 막는다고?

   

   

   

   

   

   

   

    

   

   

   

   

   

   

   

   

   

   

   

   

   

   

   

   

   

   

   

다음화 보기


           


Martial Arts Ain’t That Big of a Deal

Martial Arts Ain’t That Big of a Deal

무공 뭐 별거 없더라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fell into a phony martial world. But they say martial arts are so hard? Hmm… is that all there is to it?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