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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긴 회랑을 따라 걷는다.

         

       연회 때문일까? 평소에 회랑 곳곳마다 있던 병사들이 오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경호부대에 오늘 같은 날은 좀 쉬라고 널널하게 배치한 것도 있다.

         

       그렇게 최소한의 병사들을 지나 황궁에 방문한 귀빈들이 머무는 귀빈관에 도착했다.

         

       이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병사.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대공을 암살하려는 미친 사람은 많이 없을 테니.

         

       발로랑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기 때문도 있다.

         

       그렇게 서서히 우리가 머무는 층으로 걸어간다.

         

       붉은 카펫이 깔린 회랑.

         

       창문 밖에는 짙은 어둠이요.

         

       왼편에는 밝은 등불이 복도를 비춘다.

         

       이제 왼쪽으로 돌기만 하면 대공의 방이 나올 거다.

         

       “모두… 여기서 대기하십시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모두 멈춘다.

         

       “제가 신호를 보낼 때까지…”

         

       손가락으로 문을 하나 가리키며 말한다.

         

       “잠시 저기에 숨으시지요.”

         

       현재 내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이는 용병들.

         

       그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방에 들어간 걸 보고 대공의 방을 향해 걸어간다.

         

       대공의 방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 두 명이 보인다.

         

       그들을 보며 내가 반갑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오… 다들 미안하네. 교대조가 조금 늦어진다고 하네.”

         

       일부러 다음 교대조에게 한 시간 뒤에 오도록 배정했다.

         

       그러니… 그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경비병들이 피곤하다는 듯 말한다.

         

       “공자님! 아무리 연회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다들 너무합니다.”

         

       “그러게, 우리도 귀족 영애들이랑 놀고 싶은데.”

         

       창으로 바닥을 톡톡 치며 불만을 토로하는 병사들에게 내가 말한다.

         

       “하하… 그러면 우선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먼저 가서 조금 놀다가 오게나.”

         

       내 말에 정말이냐는 듯…

         

       “공자님 정말입니까?”

         

       그 말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이네 어차피 15분 정도 늦어진다고 했거든.”

         

       내 말에 선임으로 보이는 남자가 괜찮다는 말투로 말한다.

         

       “30분이면… 그냥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런… 이러면 낭패인데.

         

       불안한 내 마음을 최대한 숨기며 농담하듯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네. 그 까다로운 귀족 영애들과 놀려면 지금이라도 꾸미고 가야 할 게 아니겠는가?”

         

       내가 최대한 능청스럽게 말하지만 선임이 미안하다는 듯 말한다.

         

       “그런 건 아닌데… 공자님이 저희보다 훨씬 바쁘시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다행히 내 행동을 어색하게 느낀 게 아니라 나에게 미안한 마음에 사양하는 걸까?

         

       그러면 다행이다.

         

       그 말을 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됐네. 자네들이 우리 가문에 헌신한 게 얼마인데. 내가 명령하겠네. 잠시 그대들의 일을 하고 있을 테니 연회를 즐기고 일찍 자게나.”

         

       내 말에 겸연쩍은 표정과 밝은 표정이 섞인 경비병이 말한다.

         

       “그… 그렇게 까지 말씀하신다면…”

         

       “에잇 이안님! 왜 그러십니까? 그… 그러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후훗… 귀족 영애들과 좋은 하루 되게나.”

         

       무어라 말하려는 선임을 이끌고 가는 후임이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호루라기를 건네준다.

         

       “그럼 감사합니다! 데비앙님!”

         

       그들이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가는 걸 바라본다.

         

       우선… 경비병들은 보냈고…

         

       그렇게 경비병이 돌아간 걸 확인하고 바로 옆에 있는 내방의 문을 열며 말한다.

         

       “준비는 다 됐습니다.”

         

       비장한 얼굴의 용병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대공의 방문 앞에 서서.

         

       -똑똑!

         

       “누군가.”

         

       발로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입니다.”

         

       “…꼴 보기 싫다.”

         

       명백한 축객령이지만 미리 준비 해뒀던 말을 꺼낸다.

         

       “대공 전하. 긴급한 일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그게… 누가 들으면 안 될 일 같아서…”

         

       내가 최대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대공이 말한다.

         

       “별거 아닌 일이면 경을 칠 것이다! 들어와라!”

         

       그 말에 내가 용병들에게 손가락으로 벽에 숨으라는 손짓을 한다.

         

       “어서 들어오라 하지 않았나?”

         

       발로랑의 재촉.

         

       그사이에 벽에 기대어 문 안쪽에서 보이지 않게 숨은 용병들을 보고 방문을 연다.

         

       화려한 소파에 앉아 있는 발로랑.

         

       그는 휴식을 방해받아 기분 나쁘다는 듯 나에게 쏘듯 말한다..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조금 전에 황궁에 숨어들려던 마족 숭배자를 잡았습니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없지만 발로랑의 정신을 분산시키기 위한 기만.

         

       내 말에 발로랑이 그럴 리 없다는 듯 말한다.

         

       -쿵!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들이 어떤 자들인데?”

         

       그 말에 내가 차분하게 답한다.

         

       “심문하던 도중에… 대공 전하께 보여 드릴 게 있다고 해서… 제가 숨겨서 가져왔습니다.”

         

       내 말에 눈썹을 찡그리며 발로랑이 말한다.

         

       “그게 무엇이냐!, 냉큼 가져와라.”

         

       그 말에 내가 품에서 흰 천으로 쌓인 무언가를 꺼낸다.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대공에게 다가간다.

         

       천천히 한 발짝 두 발짝…

         

       발로랑한테 접근할수록 심장이 두근거린다.

         

       -두근… 두근…

         

       미칠듯한 떨림.

         

       진정해… 한번…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돼…

         

       그렇게 내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발로랑의 앞에 도착한다.

         

       그리고…

         

       -스륵! 푹!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튄다.

         

       “으아악!”

         

       “죽어라! 이 개새끼야!”

         

       원래 목을 찌르려 했지만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발로랑이 몸을 뒤로 빼 발로랑의 어깨를 찔렀다.

         

       “이… 이런 미친 자식을 보았나!”

         

       발로랑이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나를 발로…

         

       -퍽!

         

       “으윽!”

         

       강력한 발차기에 내가 땅에 뒹굴자.

         

       -끼이익!

         

       거칠게 문이 열리며 내가 고용한 용병들이 들어온다.

         

       “공자!”

         

       -스르륵.

         

       “감히!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반역을 저질러?! 너희는 누구냐!”

         

       그사이 옆자리에 있든 검을 뽑아 든 발로랑.

         

       대륙 제일의 검사라는 칭호가 허울뿐인 게 아닌지.

         

       이미 아까와 다르게 피 분수가 멎어 들었다.

         

       “괴물 자식…”

         

       “공자, 여기!”

         

       카를이 내미는 검을 받아 든다.

         

       그리고 대공을 노려보며 말한다.

         

       “닥쳐! 이 개 자식아!”

         

       그 순간…

         

       -팅!, 팅!

         

       무언가 발로랑을 향해 날아가지만, 그가 그걸 황급히 쳐낸다.

         

       그리고…

         

       한스와 제이슨이 발로랑을 압박하지만…

         

       -위이잉!

         

       발로랑의 검에서 한순간 빛이 나며 한스의 쌍검을 부러트린다.

         

       아니 부러트리다가 아닌 검을 통째로 베어 버린다.

         

       그 순간.

         

       제이슨이 창을 현란하게 찌르며 발로랑을 압박한다.

         

       발로랑의 검이 닿을 거 같은 순간 절묘하게 창을 회수하는 신기를 보고 있을 때.

         

       발로랑이 화가 났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버러지 자식들! 다 죽여주마!”

         

       그 순간…

         

       단검들이 발로랑을 목표로 날아간다.

         

       -챙! 챙!

         

       그걸 귀신같은 솜씨로 쳐내는 발로랑을 보며 레베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단검에 독을 발랐으니, 저를 무시하시지 마시길.”

         

       그리고 나와 카를도 그들에게 합류한다.

         

       “곧! 독이 돌 거니 모두 힘을 냅시다!”

         

       내가 발로랑의 어깨에 찌른 단검에는 독이 발라져 있다.

         

       마나 운용을 방해하며 피를 굳게 만드는 독.

         

       꽤 귀한 독이니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독이 퍼지기 시작하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으아아아!”

         

       발로랑이 고함을 내지르며 검을 빛낸다.

         

       시작은 한스.

         

       발로랑의 검기를 부러진 검으로 막으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서걱!

         

       그리고 긴 사거리와 절묘한 창술로 발로랑을 공격하던 제이슨.

         

       그 창이…

         

       -싹둑!

         

       무 썰 듯 썰리며…

         

       “으윽!”

         

       제이슨의 가슴을 꿰뚫는 검.

         

       그 순간.

         

       “이… 괴물!”

         

       -푹!

         

       단검이 발로랑의 배에 꽂힌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레베카가 사거리를 벌리며 단검을 계속 날리고 나와 카를이 발로랑을 포위한다.

         

       -챙!, 챙!

         

       금속끼리 붙이며 내뿜는 불꽃.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는 발로랑.

         

       “하아… 하아…”

         

       다행히 슬슬 독이 도는 거 같다.

         

       “이제… 독이 도나 보네.”

         

       내 말에 발로랑이 나를 노려본다.

         

       “네이놈! 너한테는 대 라이언 가문의 자긍심도 없는 것이냐?!, 우… 우워에엑!”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하는 발로랑.

         

       처참한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딴 건 모르겠고… 어때? 모든 걸 이루려던 찰나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소감이?”

         

       “네이노옴! 콜록… 콜록… 너 따위에게… 네놈 따위에게…”

         

       말하는 발로랑에게 검을 휘두른다.

         

       급하게 검을 들어, 내 검을 막는 발로랑이지만 야속하게 두 자루의 단검이 그의 허벅지에 박힌다.

         

       “크흑!”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발로랑에게 내가 다가간다.

         

       -싹둑.

         

       그의 오른팔을 베어 버리자, 사방으로 피 분수가 솟구친다.

         

       “끄아악!”

         

       고통스러운지 피를 흘리는 손목을 부여잡으며 시끄럽게 소리 지른다.

         

       “닥쳐! 이걸로 안 끝났어!”

         

       -푸욱!

         

       “이건 어머니의 복수!”

         

       날카로운 검 끝이 발로랑의 가슴을 꿰뚫는다.

         

       “그리고 이건…”

         

       검의 손잡이를 꽉 쥐고 비튼다.

         

       -우두둑!

         

       “크허헉!”

         

       “이건 네가 지금까지 행한 악행들의 대가다!”

         

       -푹!

         

       “죽어!, 죽으라고!”

         

       이 순간을 얼마나 꿈꿔왔던가?

         

       이 자식의 아들로 태어나 학대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하! 소드마스터라서 그런지 더럽게도 안 죽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급소만 피해서 찌르고 있다.

         

       “크흑… 네… 네 이놈!”

         

       왼손을 들어 나를 붙잡으려는 느릿한 움직임에 한숨이 나올 거 같다.

         

       뭐… 이 정도 중상을 입고 팔을 움직이는 게 대단한 거일지도 모르지.

         

       -싹둑!

         

       왼팔까지 베어 버리고…

         

       “지옥으로 꺼져버려.”

         

       발로랑의 미간에 검을 쑤셔 박는다.

         

       -콰직!

         

       기괴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꿰뚫린 발로랑을 바라본다.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본 채로 죽은 발로랑.

         

       그의 얼굴을 보며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드디어 끝냈습니다… 어머니…!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러니 감성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다.

         

       이제 겨우 한걸음 발을 디딘 게 전부라고 봐야 한다.

         

       우선… 할 건 해야지.

         

       내 뒤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카를과 레베카에게 내가 말한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면 아그리파가 있을 겁니다. 그곳으로 가면 아그리파가 나가는 방법을 알려줄 겁니다.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어서 몸을 피하시지요.”

         

       내 얼굴이 악귀 같았는지 두 사람이 미약하게 몸을 떤다.

         

       “고… 공자…”

         

       지금은 시간이 없다.

         

       곧 경비병이 들이닥칠 시간이라 내가 재촉하듯 말한다.

         

       “어서 가시라고 했습니다.”

         

       내 말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이 방문을 열고 빠져나간다.

         

       “후우…”

         

       그 모습을 보고 나서 발로랑의 책상에 있는 시가 상자를 연다.

         

       고급스러운 나무색의 막대를 들어 끝을 검으로 베어내 입에 물고…

         

       근처에 있는 타오르는 촛대를 들어 불을 붙인다.

         

       -화르륵…

         

       그리고 한 모금 빨아드린다.

         

       “후우… 하아… 이제… 시작이네.”

         

       발로랑의 반역은 성공했다.

         

       그리고 발로랑을 죽이고 일으킨 내 반역도 성공했다.

         

       이제부터 혼란스러운 정국의 시작이다.

         

       재수가 없으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모래.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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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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