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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D등급 학교라는 곳은 아마존 정글 같은 곳이다.

       

        당장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꼴만 보더라도 근거는 충분하다.

       

        자, 먼저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몸을 푸는 놈을 보자.

       

        우두둑! 우둑!

       

        녀석은 ‘신체 변환’이라는 특이한 능력을 각성한 놈이다. 

       

        쉽게 말하자면 모든 신체 부위를 제 의지대로 늘리거나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고, 척 보기에도 독특한 그의 재능은…….

       

        “JET 피스톨!”

       

        콩.

       

        아주 쓰레기 같은 욕망에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흐흐, 점점 파괴력이 늘고 있어!”

        “…….”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자화자찬에 절로 측은함이 몰려왔다.

       

        점점 파괴력이 늘어난다고? 내가 저 짓거리를 본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내 생각은 전혀 다른데…….

       

        그러면 다른 쪽은 상황이 나을까?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저 녀석도 앞선 ‘신체 변환’처럼 수 개월간 같은 기술을 연마하는 외골수.

       

        저 녀석에 대해서 알아보자.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물건 보관’과 관련된 능력을 가진 녀석이던 것 같다.

       

        “울어라. 지옥참마도!”

        “…….”

       

        주르륵!

       

        성인 남성의 신장에 살짝 못미치는 검이 튀어나온다.

       

        다만 문제는, 그 검이 모습을 드러낸 곳이 허리춤의 검집이 아니라 제 아가리라는 사실이다.

       

        앞선 ‘신체 변환’이 말로 표현 못할 슬픔을 몰고 온다면, 이 녀석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로 흐느끼게 될 것만 같다.

       

        “……그만 알아보자.”

       

        D등급 학교의 일과란 대강 이런식이다.

       

        학교도, 아카데미도, 학생회도 최하위 레벨의 학생들에겐 일말의 관심조차 없다. 수업 대부분을 ‘자습’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충당하는 것만 보아도 뻔한 일이었다.

       

        댕- 댕- 댕-

       

        동물원에서 원숭이 쇼를 보는 기분으로 바닥에 앉아있는데, 반가운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물론, 아카데미 전체에 울리는 이 종소리는 하루가 끝났음을 알리는 축포다.

       

        “하암.”

       

        커다란 하품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이상은 시간낭비다. 내 인내심은 고무인간 조무사나, 자기 몸을 검집으로 쓰는 놈들을 보고 있을 만큼 대단하지 않았다.

       

        빠른 걸음으로 짐을 챙겨 나온 나는 거리를 걸었다.

       

        열심히 걸음을 옮긴 덕에 저 멀리, 기숙사 건물이 보인다.

       

        “…….”

       

        주변을 빠르게 살핀 나는 인도가 아닌 건물과 건물 틈 사이로 진입했다. 

       

        골목 끝의 유치원을 주파하면 이동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된다. 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을 장작삼아, 옷이 더러워지는 걸 감수한 모험이었다.

       

        그런데.

       

        “어엉? 뭐야? 이 새끼는.”

        “야, 너 뭐냐?”

        “하! 귀여운 놈이네.”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골목 사이 지름길에 예상치 못했던 선객이 있었다.

       

        하나같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금색으로 염색한 머리. 외모만으로 ‘나 모범생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거기다 후줄근한 텐션의 옷들은 덤.

       

        ……징그럽게 개성 없는 놈들이네.

       

        “어이쿠! 실례.”

       

        내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는가 싶던 녀석들이 시선을 교환하더니, 이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깨동무. 

       

        다들 나름 경력직인지, 마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 연계다.

       

        “동생. 정말 미안한데 말이야. 형들 돈좀 빌려줄 수 있을까?”

        “…….”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진부한 대사가 곧장 튀어나왔다.

       

        돈을 빌려달라니. 정 급하면 은행이나 대부업체에 갈 것이지, 왜 선량한 시민을 붙들고 이러는 걸까.

       

        “싫은데?”

        “뭐?”

        “하!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당돌한 대답이 놈들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곧장 우두둑- 하며 주먹을 푸는 꼴을 보면 답이 나왔다.

       

        “주둥아리 잘 놀려라. 여기엔 C급 능력자도 있으니까.”

       

        확실한 경고를 심어주기 위한 건지, 놈들 중 가장 키가 큰 녀석이 음침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C? C급?!”

       

        일부러 과장된 반응을 선보였다. 그러자 나를 위협하던 놈들이 곧장 폭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그래. 다치고 싶지 않다면 우리 말을 잘 듣는 편이 좋을 거다.”

        “아암! 우린 아무나 안 때려. 일반인은 더더욱!”

        “자자. 어서 수금하고 갈 길 가자. 너도 많이 바쁠 것 아니냐.”

       

        저들이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건지,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어쩌라고?”

        “이 자식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평화로운 삶을 구가하는 엑스트라의 삶이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굳이 이 지름길을 택하지 않았을텐데.

       

        “현상 거절.”

       

        훅!

       

        일순간, 뺨을 간질이던 겨울 바람이 사그라들었다.

       

        “……?”

        “뭐, 뭐야? 뭔데?” 

        “…너도 히어로야?”

       

        돌변한 분위기를 감지한 걸까?

       

        나를 둘러싼 놈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제 봤는데, 호흡은 5분만 넘어가도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하더라.”

        “무, 무슨 소리냐?”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러더라고. 호흡이 인류에게 필연적인 이유는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체내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

       

        삽시간에 돌변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사내 녀석들이 패기가 없어도 이렇게 없어서 쓰겠나.

       

        [ ……폐 내의, 환기와 관류 현상을 거절한다. ]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이것은 나의 바램이 아니다. 이미 이루어진 현실에 대한 안내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

       

        그러나.

       

        꿈뻑꿈뻑.

       

        나의 선고를 맞이한 놈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안색을 살폈다. 그렇게 시선을 교환한 놈들의 입가는 옅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 새끼가…….”

        “미친! 괜히 쫄았네.”

        “뭐? 환기와 관류? 지랄을 해라! 아주.”

       

        줏대없는 놈들은 금새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리곤 그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커어억!”

        “흡! 흐읍! 흡!”

        “꾸익!”

       

        장내에 있던 불청객 모두가 목이나, 입, 코를 부여잡으며 자리에 쓰러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놈들의 폐가 멀쩡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신선한 산소와 탁한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물리법칙을 벗어난 히어로의 신기. 그중에서 내가 가진 ‘현상 거절’이 놈들의 호흡을 앗아간 것이다.

       

        “사…… 살려줘억!”

       

        씨익.

       

        생각보다 더 효과적인 반응에 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깜찍한 것들. 애진즉 형 말을 잘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탁!

       

        손가락을 튕겼다.

       

        “허억! 허억! 허억!”

        “도, 도대체 이게 뭐야? 뭐냐고!”

        “살려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간의 죄를 뉘우치고 착실하게 살겠습니다. 제발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파바박!

       

        호흡이 원상태로 돌아온 놈들이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내게 애원했다.

       

        마치 성경 속의 메시아를 마주한 죄인처럼. 그들은 애먼 나를 앞에두고 온갖 고해성사를 해댄 것이다.

       

        “쯧쯧. 유치원 뒤에서 도대체 이게 무슨 추태냐고.”

       

        헌데 애석한 사실은 그들이 죄를 뉘우치던 말던, 그건 내 관심사 밖이라는 것이다.

       

        “야.”

       

        흠칫!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를 마주한 덩치들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예절이 주입된 모습. 녀석들의 가족이 본다면 흐뭇한 웃음과 함께 용돈을 쥐어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들 앞에 선 나는 찬란한 승리의 여신처럼, 장엄한 전장의 군신처럼. 당당히 선언했다.

       

        “가진거 다 내놔, 새끼들아.”

       

        * * *

       

        “유리몬, 유리몬.”

        “…….”

        “귀여운 유리가 오늘따라 많이 바쁘네. 나 너무 슬퍼.”

        “하아.”

       

        한유리가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원인은 뻔했다. 그녀가 앉은 학생회장 집무실의 의자 뒷편에 들러붙은 거머리… 아니, 슬라임 한마리 덕분이다.

       

        “송수아. 당신은 학생회 서기라는 신분을 망각한 것 아닌가요?”

        “그래두우. 심심하단 말이야.”

       

        한유리는 평화로운 슬라임, 아니 송수아의 대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송수아는 그녀의 일평생을 함께해온 친구다.

       

        한유리와 마찬가지로 소위 말하는 ‘랭커’이며, 학생회의 고위 간부, 서기관을 담당하는 사람. 허나 가끔 보면…… 서기관이나 랭커가 아니라 동네 한량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제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했잖아요?”

        “히잉…….”

       

        문제는 본인이 그 대단한 위치에 대한 자각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송수아의 하루는 아주 간단하다. 

       

        수업을 마치면 학생회 본부로 쏜살같이 달려온다. 그리곤 그녀의 유일한 친구, 한유리에게 하루종일 놀아달라며 치근덕대는 것이다.

       

        ‘고양이도 아니고.’

       

        자신의 친구, 송수아를 볼 때면 한유리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가 떠올랐다.

       

        왜 그런 아이들 있지 않나. 처음에는 사납게 굴더니, 조금만 친해지면 발라당 배를 뒤집고 온갖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

       

        문제는 송수아가 배를 뒤집은 지가 어느덧 십 년이 훌쩍 넘었다는 것.

       

        “뭐가 그리 바쁜데? 응?”

       

        껌딱지처럼 한유리에게 들러붙은 송수아가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당신, 기계는 하나도 다룰 줄도 모르면서 모니터는 볼 수 있어요?”

        “헤헤. 모니터를 보고있는 건 잘 하거든?”

       

        송수아는 한유리가 앉은 의자에 엉덩이를 밀어 붙이며 파고들었다. 그러자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이 송수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영상의 무대는 낡은 건물이다.

       

        사람의 걸음에 따라, 영상의 시점이 흔들리는 걸 보아하니 가슴팍 즈음에 카메라를 들고 있거나 따로 이동식 카메라를 설치한 걸까.

       

        “엘리베이터? 저기서 뭔가 튀어나오는 거야?”

        “……불과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이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송수아의 반응에 한유리가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투닥거리던 것이 거짓말처럼, 스스럼 없는 사이라는 것이 티가 났다.

       

        띵-

       

        두 사람이 그러는 사이에도 영상은 멈추지 않고 재생되었다.

       

        우우웅!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와아!”

        “……?”

       

        삽시간에 송수아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탄성. 한유리는 반사적으로 영상을 정지했고.

       

        “저 사람 누구야? 엄청 잘생겼다.”

        “…….”

       

        이어지는 송수아의 발언은 한유리의 관자놀이를 짚게 만들었다.

       

        외모품평을 위해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데, 이 순진무구한 친구는 그녀의 목적은 이미 관심사 밖인 모양이다.

       

        “어라, 혹시 유리몬 타입은 아닌 거야? 이상하네에. 내가 알고있는 유리 이상형에 딱인데?”

        “조용! 조용!”

       

        오랜 친구의 기습공격에 한유리는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회심의 일격이 유효타로 들어갔기 때문일까? 

       

        친구의 시원한 반응에 송수아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의자에서 슬쩍 일어나며 말했다.

       

        “아쉽다. 이 영상, 끝까지 보고 싶은데 이만 알바 가야겠네.”

        “……오늘은 또 어딘가요?”

        “놀라지 마? D 주거지구의 유치원! 귀여운 아이들을 잔뜩 볼 수 있어!”

       

        그리 말한 송수아는 소파에 놓인 가방을 뒤적이더니, 이내 노란색 우비를 꺼내들더니 숙련된 솜씨로 우비를 입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장면이다.

       

        오늘은 화창한 겨울의 날씨다. 눈이 제대로 달렸다면, 예보가 없어도 눈이나 비가 오지 않을 걸 알 텐데 어째서 우비를 꺼낸걸까.

       

        “정말… 못 말리겠어요.”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짓는 친구의 모습에 한유리의 입꼬리도 슬쩍 올라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긴급 공지!

    동일 회차가 여러편 업로드됐던 사고가 있었습니다.

    제보해주신 독자님께 감사합니다!!!

    예솔지 > 송수아로 개명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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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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