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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죽어 나자빠진 마수를 뒤로하고,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를 빠져나오는 인파에 뒤섞여 밖으로 나섰다.

        

       

       “작가님, 이거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실 생각이에요?”

       

       [어, 그러게요? 그건 생각 안 했는데.]

       

       “입학식을 이렇게 망쳐놓고 아무 생각도 없다니···.”

       

       

       이거 진짜 어떡해?

       

       신문이나 뉴스에 나올 게 분명한데.

       

       작가님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싶었건만 아무런 생각이 없다니. 뒷일도 생각 안 하고 저지른 거야?

       

       

       [그게, 다른 소설들은 그런 묘사 없었던 것 같은데···. 아카데미에서 이런 거 좀 터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럼 그 소설들은 어떻게 수습했는데요?”

       

       [···전부 덮었던 것 같은데요.]

       

       “그게 가능하다고요?”

       

       

       아니, 습격 사건을 덮는 전개를 못 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아 봐야 목격자가 반 하나 정도였을 텐데.

       

       신입생 전원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아마도···? 이, 일단 해볼게요!]

       

       

       진짜 불안한데.

       

       정말 수습할 수 있을까···?

       

       서늘한 바람이 내 불안함을 날려버리려는 듯 세차게 불었다.

       

       으, 춥네. 그러고 보니 스타킹이랑 장갑 사러 가야 하는데.

       

       

       “작가님, 돈 좀 주세요.”

       

       [에에, 또요···?]

       

       “당연하죠. 전 학생이라고요, 학생. 게다가 이런 능력을 준 것도 작가님이잖아요?”

       

       [으으, 뭔가 패배감이 드는데요. 저는 돈 별로 없는데, 독자님은 왜 그렇게 펑펑 쓰시는 거에요!]

       

       

       그러게 누가 이런 능력 주래?

       

       능력 한 번 쓸 때마다 빠져나가는 돈이 생각보다 꽤 된다고.

       

       그냥 실뭉치 들고 다니면 안 되냐고 하니까 그건 멋있지가 않다고 거절하고.

       

       그럼 능력 풀 전개하면 알몸 노출하는 건 멋있냐고, 젠장.

       

       어렸을 적엔 초능력 같은 거 얻으면 마음껏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페널티 있는 능력이 더 멋있어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페널티도 페널티 나름이지.

       

       이미 이 문제로 여러 번 이야기해 봤지만, 결론은 항상 같았다.

       

       작가님은 다른 능력을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나는 풀 전개하면 노출증 치녀가 되는 능력을 달고 살아야만 했다.

       

       젠장.

       

       

       “아, 집에 돌아가면서 과자랑 아이스크림 살 예정이니까요. 조금 넉넉하게 넣어주세요.”

       

       [불합리해···!]

       

       

       작가님이 억울하다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왜 아무리 먹어도 살 안 찌냐고.

       

       집은 또 왜 그렇게 좋은 곳에서 살고 있냐고. 마당에 수영장 딸린 전원주택이 웬 말이냐며 나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작가님이 그렇게 해주기로 하셨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억울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여느 때와 같은 작가님의 징징거림을 적당히 흘려들었다.

       

       하아, 내일이 걱정이네.

       

       

       

       ***

       

       

       

       “아, 여기 있었네요. 잠깐 교무실로 따라와 주실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어제 일어난 사건이 사건이라, 학생들끼리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해 어수선한 교실.

       

       선생님의 부름을 받은 나는 재빨리 교실을 나왔다.

       

       

       [독자님, 친구가 안 생기네요···. 안타까워라.]

       

       “···당신 때문이잖아!”

       

       “방금 뭐라고 했나요?”

       

       “아뇨, 선생님. 아무것도 아니에요.”

       

       

       울컥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언성이 살짝 높아져 버렸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라고.

       

       대화 한 번도 나눠보지 못했으니까 아직 친구가 없는 거야.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작가님께 열변을 토하자, 작가님이 말했다.

       

       

       [그래도 친구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거야 학생들이 나를 피하니까!

       

       말 한번 섞어보지도 않은 사람을 친구라고 할 수도 없고.

       

       한 번쯤 대화해 봐야 하는데, 다들 외모만 보고 슬금슬금 피해버리니까!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내 주변만 텅 비어있었던 것도, 선생님이 부르자 순식간에 튀어나온 것도 그것 때문이다.

       

       너무 어색한 나머지 선생님의 부름이 반가웠거든.

       

       그 분위기를 곱씹고 있자니 어느새 교무실에 도착했다.

       

       

       “어디, 학생 이름이···.”

       

       “아르테 이시스입니다.”

       

       

       아직도 바뀐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

       

       도대체 왜 주인공은 한국식 이름인데 나는 영어로 된 이름이냐고 물어봤더니, 아카데미 소설에서 주인공 이름은 한국식인 게 많다나.

       

       생각해보니 그럴듯해서 납득했던 내가 싫다.

       

       

       “그래, 아르테 학생. 교무실에 왔다고 너무 긴장하지는 말아줬으면 해요. 이곳에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마수 습격 사건 때문인가요?”

       

       “···뭐, 모를 수는 없겠죠. 맞아요. 그것 때문입니다.”

       

       

       과연 작가님이 어떻게 수습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말로 신입생 전원의 입을 막은 걸까?

       

       억지로 억눌러두었던 불안감이 다시 솟아올랐다.

       

       

       “아카데미는 당신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겁니다.”

       

       “···네?”

       

       “마수 습격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학생 두 명에게 상을 수여할 예정이에요.”

       

       

       뭐야, 학생들 입 막은 거 아니었어?

       

       

       [헤헤, 어때요? 괜찮죠?]

       

       

       도대체 작가님이 무슨 짓을 벌인 걸까 한참을 고민하던 와중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수 습격 사건은 분명히 저희의 불찰이에요.”

       

       “네···.”

       

       

       당신들이 실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칭찬해달라는 듯 에헤헤 웃고 있는 작가님의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내려갔다.

       

       내가 다 미안하네.

       

       

       “학부모들과 기자들에게 물어뜯기는 건, 그래요. 어쩔 수 없죠. 경비를 제대로 서지 못한 저희 측 실수니까.”

       

       

       회한이 담긴 듯한 목소리에 시선을 살짝 선생님의 눈가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짙게 배어있는 다크서클.

       

       어제 온종일 밤을 새우신 모양이다.

       

       

       “아카데미는 영웅을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차라리 전도유망한 학생을 발굴한 셈 치고, 겸허히 저희의 실수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뭐야.

       

       너무 상식적인데?

       

       웹소설의 아카데미와 헌터 협회 같은 장소들은 다 뒤가 구린 장소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표창, 인가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충분한 보상도 해드릴 예정이니까.”

       

       [어때요? 맨날 무능한 아카데미는 질리지 않을까요? 조금 유능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흐음.”

       

       

       고작해야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아카데미가 유능해 보이는 걸까.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소설 전개에 해가 될 일은 없어 보이니까.

       

       

       “실례합니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네, 들어오세요. ···유시우 학생이군요. 잘 오셨습니다.”

       

       [아, 주인공이다!]

       

       

       반가워하는 작가님의 목소리와 그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겹쳤다.

       

       그나저나, 쟤는 날 왜 저렇게 쳐다봐?

       

       살짝 의아해서 빤히 쳐다보자 주인공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지?

       

       

       [오오, 역시 독자님! 벌써 히로인에게 반한 주인공 전개에요!]

       

       “···푸흐, 그게 무슨.”

       

       [정말이라니까요!]

       

       

       실없는 소리를 하는 작가님의 말을 흘려듣는 사이 설명이 끝난 선생님이 내게 다가왔다.

       

       

       “자, 그럼 명단에 이름을 등록해야 하니 다시 한번 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르테 이시스입니다.”

       

       “아르테 이시스···. 응?”

       

       

       선생님이 의아해하며 컴퓨터를 조금 더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문제 있나?

       

       

       “학생, 철자를 이 종이에 써주실 수 있나요?”

       

       “네, 뭐. 그러죠.”

       

       

       뭔가 잘못 입력했나 보네.

       

       작가님이 지어준 내 이름을 종이에 적은 후 선생님께 돌려 드렸다.

       

       귀찮게.

       

       따분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심각해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신입생 명단에 이름이 없는데···?”

       

       “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난 작가님이 공언한 아카데미 신입생이다.

       

       내가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면 누가 아카데미 학생인데?

       

       신입생 명단에 내가 없을 리가 없잖아.

       

       

       “···작가님?”

       

       [아, 아앗. 실수했다···! 자, 잠시만요! 설정을 안 했어요!]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를 안 치나 싶었는데,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구나.

       

       

       [아르테 이시스, 아카데미 1학년생. ···됐어요! 이제 명단에 나올 거에요!]

       

       “저어, 선생님. 혹시 잘못 입력하셨을 수도 있으니, 제가 입력해봐도 될까요?”

       

       “···그래요. 한번 해보시겠어요?”

       

       

       의자에 앉아있던 선생님이 책상과 거리를 벌려 내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어디 보자, Arte Isis···. 됐다.

       

       

       “여기 있네요. 잠깐 전산에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어머, 정말이네. 고마워요.”

       

       “후후, 별말씀을.”

       

       

       선생님은 주인공에게도 이름을 물어본 이후, 무언가를 입력하더니 밝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여러분. 마수 습격으로 매우 힘들었을 텐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어디 보자··· 둘 다 A반이네요. A반으로 가시면 될 거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다 고맙죠. ···화이팅! 응원하고 있어요?”

       

       [헤헤, 어때요. 주인공이랑 같은 반으로 해뒀죠! ···화, 화 안 나셨죠?]

       

       

       그렇게 눈치 보면서 말 안 해도 될 텐데.

       

       당연히 화났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히에엑···.]

       

       

       그나저나, 주인공은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설마 진짜로 반한 건 아니지?

       

       

       

       ***

       

       

       

       ‘명단에 이름이 없다고···?’

       

       

       시우는 들어버렸다.

       

       신입생 명단에 이름이 없다고 하자, 살짝 얼굴을 굳힌 그녀가 자그맣게 작가님이라고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를.

       

       잠시 후 그녀가 이름을 입력하자 자연스럽게 명단에 그녀의 이름이 나타난 것도 보고 말았다.

       

       선생님은 마수가 불법 사육장에서 우연히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진실일까?

       

       분명히 들었다. 입학식을 치르는 강당에서, 그녀는 마수가 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저 모습.

       

       그때 강당에서도 작가님이라고 했었지.

       

       그녀가 뭐라고 했었더라.

       

       

       ‘선생들에게는 관심이 없으시네요, 였던가···?’

       

       “저기요.”

       

       “네, 네?!”

       

       “푸흐. 왜 그렇게 굳어있어요?”

       

       

       가느다란 눈동자에서 새어 나오는 붉은 눈빛이 나를 꿰뚫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잔뜩 긴장한 몸은 굳어버리고, 긴장으로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유시우 군, 맞죠?”

       

       “그, 그걸 어떻게···!”

       

       “아까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으니까요.”

       

       

       그, 그래. 그랬지.

       

       잔뜩 당황해서 까먹고 있었네.

       

       싱긋 웃으며 오른손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 잠깐 풀렸던 근육이 다시 긴장으로 수축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 왜 그래요?”

       

       “이, 이건?”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손을 건넨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왕 같은 사건을 겪은 사이니까요. 친하게 지내요?”

       

       

       떨떠름하게 그녀가 내민 손을 붙잡자 싱긋 웃어 보이는 그녀.

       

       마치, 무언가 노렸던 것을 달성했다는 듯 요사한 웃음이었다.

       

       

       “아르테 이시스. 아르테라고 불러주세요.”

       

       ‘노리는 것은 선생님이 아닌 학생···. 거기에 강당에서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나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좋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자가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고 착각(?)하는 주인공···!

    앞으로는 공지 말고도 작가 후기에도 후원감사 메세지를 적어드리기로 했어요.

    뭔가 공지에만 쓰면 성의가 없어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전에 공지에 적혔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번 더 감사인사를 받아주시면 고맙겠네요!

    ***

    팔랑크스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의 비공개 후원자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트렌치홀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크로노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븨븨 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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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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