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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진성은 옷을 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세린의 전언을 듣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움직였지만, 그가 식당에 도착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여러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쓸데없이 커다란 저택은 식당까지 가는 데만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와중에 보이는 쓸데없고 비싸기만 한데다가 통일성은 잘 보이지도 않는 쓸데없는 예술품들이 짜증 나게 했기에 중간중간 멈춰서 마음을 다스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졸부 같은 예술품이 그의 용병 시절, 그것도 세계 3차 대전이 터진 이후의 용병 시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식당은 그야말로 가관.

         

       옛날 중세시대 귀족 집안의 테이블을 연상케 만드는 길쭉하고 커다란 테이블에 아침에 먹으면 속이 뒤집히지 않을까 싶은 화려하고 무거운 식단이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도 겉멋을 중시하는 것인지 서양식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테이블에 앉은 가문 사람들은 그것을 익숙하다는 듯이 먹어치우고 있었다.

         

       ‘가관이군.’

         

       졸부도 이런 졸부가 없다.

         

       “늦었구나.”

         

       그리고 졸부 중의 졸부, 집안 풍경을 이렇게 개판으로 만든 장본인이 그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진성이 머무는 이씨 가문의 가주이자, 광양그룹 회장인 이양훈이었다.

         

       “예.”

         

       문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빈 자리로 가서 앉았고, 이양훈도 별 다른 내색하지 않고 먹던 것을 마저 먹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그 뒤에 문이 덜컥 하고 또 열리며 상황은 달라졌다.

         

       온 몸으로 음침함을 뿜어내며 밥을 먹고 있는 이세린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날라리란 이런 것이다’ 라고 온 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여자가 들어왔으니까.

         

       “왜 늦었지?”

         

       이양훈은 뒤늦게 들어왔으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하고 있는 여자를 향해 사납게 물었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장 경을 치겠다.

         

       눈으로 그렇게 말하며 쏘아보는 이양훈의 모습.

         

       “아 시끄러워요. 사람이 어쩌다 늦을 수도 있지, 꼰대 같으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진성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앉기 무섭게 진성의 옆구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속삭였다.

         

       “완전 꼰대다, 그치?”

         

       그 모습에 이양훈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졌으나 미소를 띄고 있는 진성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아린. 너는 식사 끝나고 서재로 오도록.”

       “예~예~”

         

       진성이 있는 곳에서 차마 화를 내지 못했던 이양훈이 선택한 것은 분노를 눌러두었다가 터트리는 것. 하지만 이아린은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성의 없이 대답을 하고는 식탁에 놓여있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진성은 그리움을 느꼈다.

         

       ‘이런 것도 오랜만이군.’

         

       주술과 돈에 미쳐있던 시절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저택에서 보호를 받던 시절의 풍경.

       꽤나 안락해서 그대로 눌러앉고 싶은 마음이 생길, 그런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

         

       ‘주술에 영혼을 바치기로 마음을 먹었으매, 그 결심은 이루어져야만 하느니.’

         

       진성은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깨달음?

         

       뚱딴지같은 그의 소리에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진성을 쳐다보았다.

       이양훈의 본처도, 첩도, 딸들도….

       그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자기 깨달음이라니?

         

       당연히 의아할 수 밖에.

         

       진성은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입을 열었다.

         

       “깨달음이란 오래 걸리나 그 자체는 찰나에 왔다 가는 법. 제 깨달음은 그렇게 왔습니다.”

       “아니, 주술만 파고들더니 진짜로 미쳐버렸나….”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진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모든 이치는 만물에 있고, 만물 모든 것에는 세상의 답이 담겨 있는 법. 마치 달에 이끌려 밀물이 오듯 저에게 온 깨달음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이양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래, 깨달음. 어떤 깨달음이냐?”

       “바로 아침 식사의 획기적인 대체 방법에 대해서입니다.”

       “대체 방법?”

       “그렇습니다. 아침 식사라는 것은 본디 후의 일상생활을 철저한 상태로 맞이하기 위한 준비 행위. 그렇다면 그 절차를 간소화하고 필요조건을 충족하게 된다면 여유분의 시간이 생기는 것이니, 이 어찌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쓸데없이 고풍스럽고 무게감이 잡힌 목소리에,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배배 꼬인 진성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래서 그것을 간략하게 말하면 무슨 뜻이냐?”

       “이제부터 제 아침 식사는 영양제를 먹는 것으로 대체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진성이 했던 말의 진의를 깨닫자 모두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진중하게, 무슨 대단한 점괘를 봐주는 점쟁이 같은 말투로 한 것이 ‘아침 식사하기 싫다’라는 어린애의 투정 같은 말이었으니 헛웃음이 나오지 않으려야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 불민한 몸에 깨달음이 왔다 갔으니 주술에 진전이 있을 것 같아, 이제 식음에 미련을 두지 않고 수행을 하고자 합니다.”

       “아니, 후. 알았다. 깨달음이라니 어쩔 수 없지….”

         

       이양훈은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포기하곤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래, 알았다…. 언제부터?”

       “시작은 벼락이 내리꽂는 것과 같아 먹구름이 몰려있을 때만이 가능한즉슨, 시일은 미루지 않는 것이 좋을까 합니다.”

       “…알았다. 앞으로 아침 식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사람을 시켜 따로 간단한 음식과 영양제를 보내주마.”

         

         

         

        * * *

         

         

         

       진성은 이 집에서 참 애매한 위치였다.

         

       그의 본명은 박진성.

       이씨 가문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완전한 남이었다.

         

       그렇다면 부모끼리 친분이 있었는가?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작고하고 없는 박진성의 부모는 이씨 가문과 관계가 거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씨 가문이 속한 단체와 박진성의 부모가 속한 단체가 관계가 있기는 했으나, 그것 역시 호의적이라고는 보기 힘든…. 말하자면 거의 적대 관계에 가까운 관계였다.

         

       그렇다면 이씨 가문이 박진성의 후견인인가 하면 그것도 애매했다.

       일단 법적으로 박진성의 후견인은 박씨 가문의 먼 친척. 실제로는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명의상의 후견인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씨 가문이 박진성이 성인이 되는 그 날까지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다.

       후견인이면 후견인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참으로 복잡한 관계였다.

         

       거기에 더 애매한 것은, 후원하고 지원해주는 측이 보통 갑이 되고 후원받는 측이 을이 되기 마련인데 박진성과 이씨 가문은 서로가 갑이 되고 서로가 을이 되는 참으로 기이한 관계라는 것.

         

       ‘이씨 가문은 나를 성인 때까지 모자람 없이 보살펴 주어야 했지.’

         

       그것은 일종의 불공정 계약이었다.

         

       그는 성인이 되는 해, 즉 현재 시점에서 1년 후까지 모자람 없는 지원을 받으며 살 수 있다.

       그 대가로 지급하는 것은?

       없다.

         

       완벽한 불공정 계약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계약이 성립될 수 있는가 하면…….

         

       ‘참으로 기나긴 이야기가 있지.’

         

       그냥 이야기도 아니고,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헛웃음을 몇 번이나 터트릴만한 이야기가.

         

       “우연은 우연으로 받아들이고, 선택의 대가는 본인이 지는 법.”

         

       하지만 아무리 복잡하다 한들 인과는 명확하다.

         

       두 단체가 싸우게 된 시발점은 이씨 가문의 헛짓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의 부모가 죽었다. 그리고 두 단체는 속죄의 의미로 이씨 가문에게 그를 부양하라 명령을 내렸다.

         

       다만 그 과정은 너무나 우연이 얽혀 운명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이며, 부모가 죽은 것은 이씨 가문의 탓이 아닌 자신의 자업자득이니.

         

       그 모든 것은 그저 당연히 다가올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ॐ-”

         

       하지만 이렇게 꼬여있으니 당연히 사이 역시 애매할 수밖에 없다.

         

       인과가 얽혀있어서 그렇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양훈 회장의 경우 졸부 근성이 강해서 그렇지, 적어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는 인물이었다. 어설프게 알아서 그렇지, 적어도 마음 씀씀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명가에서 태어나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존경받는 부자가 되었을 인물이다.

         

       당장 졸부에게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는 진성조차도 이양훈 회장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들지 않았으니, 적어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양훈 회장의 처첩들 역시 성격이 모질지 않았다. 첩에게서 태어난 이세린과 이아린이 본처와 처 두 명에게 듬뿍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것만 보아도, 둘의 성격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그런 사이가 된 데에는 우여곡절도 있고, 여러 사연이 있을 터였지만…. 적어도 진성이 본 둘의 인성은 좋았다.

         

       딸 역시도 마찬가지.

       이아린은 얼핏 보면 날라리 같지만 남을 괴롭히진 않았고, 돈 낭비가 조금 심하고 허영심이 조금 있다는 단점만을 제외한다면 흠 잡을 데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쌍둥이 여동생인 이세린의 경우 음침하고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남을 괴롭히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가 당하면 당했지, 절대 남을 괴롭히지는 않으리라.

         

       돈이 넘쳐나는 졸부 집안에서 저런 사람들만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명가라고 칭하는 곳에서도 심심찮게 망나니가 나오고,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인생을 내버리거나 남의 인생을 망치려는 인간이 나오곤 했으니까.

         

       그래, 참 화목한 집안에, 착한 가족들이었다.

       진성이 껴 있기 민망해질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서로가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성격이 모질었다면 진성의 부모가 죽은 것은 우연이었다며 딱 자를 수 있었을 터였고, 진성이 그들을 증오할 수 있었다면 적어도 이 모호한 관계를 딱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테니까.

         

       그랬기에 진성은 성인이 되자마자 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진성을 후원했을 테고, 애매한 관계는 쭉 이어졌을 것이며, 나중에 가서는 서로 족쇄가 되었을 테니까.

         

       ‘익혀놓은 주술이 있었으니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

         

       중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며 익혀온 주술은 성인이 될 시점에는 어디 가서 밥 벌어먹기 충분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기에 그는 자연스럽게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인 용병을 택했다.

       위험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 메리트가 있는 직업이었으니까.

       세상을 떠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 평범하게 살면 알 수 없는 뒷골목 세상에 접촉할 수 있다는 점, 위험은 크지만, 돈도 크게 벌 수 있다는 점, 어디 가서 비명횡사하지 않을 전투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 등….

       목숨이 위험하다는 커다란 단점만 제외한다면 참 좋은 직업이었다.

         

       ‘그 위험하다는 단점도 나중에는 사라졌다.’

          

       용병이 위험한 이유는 위험한 임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쟁지역 투입, 요인 암살, 요인 경호, 수색, 격멸….

       심지어는 맹수 퇴치나 현상범 사냥, 위험한 애완동물을 돌보는 일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위험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위험하지 않은 일을 고를 수 없냐고?

       고를 수 없다.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자기네 사람을 쓰지 왜 돈을 써서 용병을 고용하겠는가.

        

       그러니 배치되었다 하면 최전선이요, 버림말이 되는 것은 일상이었다. 계약이 있으니 대놓고 죽이려 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용병들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자기 사람도 아니고 남남인 데다가, 상황에 따라서는 용병이 죽으면 죽을수록 내야 하는 의뢰비가 낮아지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용병이 가는 곳은 위험한 곳이고, 위험하지 않아도 위험해진다.

        

       그런데….

        

       ‘세계 3차 대전이 터졌지.’

        

       전 세계가 위험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아프리카 대륙은 태초로 회귀를 해야 한다면서 인체개조를 하는 미친놈들 소굴이 되었고, 유럽은 미친 독재자들이 군대를 끌고 싸우는 전쟁터가 되었다. 아메리카는 핵과 대주술이 왔다 갔다 하는 동네가 되었고, 아시아 지역 역시 전쟁의 겁화가 피어올랐고.

        

       그렇게 전 세계가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가운데, 혼자서 군대급 힘을 낼 수 있는 미치광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면서 개판이 되었고,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ABC 무기(Atomic, Biological, Chemical weapons)를 쓰면서 개판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상은 의외로 잘 돌아가고 있었단 말이지.’

        

       아포칼립스 5분 전 상황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터였지만, 기이하게도 세상은 잘 돌아갔다. 시도 때도 없이 여객선이나 여객기가 터져나갔지만, 무역은 의외로 잘 돌아갔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각 나라의 수도나 중요 시설에 테러가 일어났지만 이미 사람 죽어 나가는 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평소와 같은 삶을 영위했다.

       건물 하나가 터져서 수백 명의 학생이 죽어도 학교는 계속 돌아갔고, 지방 도시 하나가 핵으로 터져나가도 나라 전체의 행정은 마비되지 않았다. 서로 미사일을 쏘고 난리를 벌여도 암암리에 무역은 이루어졌고, 적국이었다가도 휴전을 하고, 휴전했다가도 다시 선전포고하는 기묘한 상황이 밥 먹듯이 일어났다.

        

       도대체 왜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삐걱대면서도 돌아갔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났어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를 억지로나마 추측해보자면, 지옥에서 살고 싶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역사에서 배운 위기감, 그리고 일인 군단급 능력자들의 노력이 있었으리라.

        

       ‘영웅, 영웅이라. 이 집에도 한 명이 있다.’

        

       저벅.

        

       진성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고 불규칙한 발소리. 체구가 작은 여성. ‘

        

       – 똑똑똑.

        

       “오빠, 있어요…?”

        

       노크 소리와 함께 이세린이 들어왔다.

        

       “저기, 그, 영양제랑 음식. 음식이에요….”

        

       이세린은 바리바리 싸서 들고 온 것을 바닥에 놓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도토리를 들고 뛰어다니다가 이상한 것을 목격하고 얼어버린 다람쥐를 보는 것 같아 저절로 보호 욕구가 피어오르게 했지만, 진성은 보호 욕구 대신에 다른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이세린의 모습이었다.

        

       ‘참 무해해 보이는군. 단신으로 교토를 초토화한 사람의 옛날 모습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성이 용병 생활한 지 6년쯤 되었을 때, 통일 대한민국과 일본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헌법을 수정해 군대를 가질 수 있게 된 일본은 자신의 힘을 첫 번째로 투사할 상대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일본이 건드릴만한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밖에 없는데 중국은 각종 주술과 최신 과학으로 무장해 건드리기 쉽지 않은 공룡이었다.

       반면 대한민국은 주술이 강하기는 했으나 강점기 시절 일본에 파괴되고 약탈당한 주술이 많아 아직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있었고, 병기 역시 미국과 중국 때문에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상황. 거기에 핵까지 없으니 해볼 만한 상대라고 여긴 것이다.

       심지어 과거 괴뢰집단에 빼앗겼다가 간신히 되찾은 이북 지방은 괴뢰집단의 과도한 주술 사용으로 인해 지력이 고갈되어 도저히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린 상황.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북쪽을 이용한다면 손쉽게 대한민국에 선방을 갈기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있었으리라.

       그뿐만 아니라 강점기 시절부터 심어놓았던 친일파도 있었고, 과거 손쉽게 합병했던 기억도 있었으니 일본에 있어선 대한민국보다 좋은 상대는 없었을 것이다.

        

       일본은 독도와 7광구의 영토 분쟁을 지속해서 일으키며 마찰을 일으켰고, 선전포고 없는 기습으로 포항에 포격과 미사일을 갈기며 전쟁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재빠르게 대응을 시작했으나 이미 포항에 있는 공업 단지는 박살이 나버렸고, 전쟁 시작부터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었다. 거기에 일본은 북쪽에 침투해 테러를 저지를 특수부대를 잔뜩 상륙시켰고, 대한민국 곳곳으로 퍼져나가 게릴라 활동을 벌이며 계속해서 혼란을 일으켰다.

        

       격노한 한국 측에서는 똑같이 일본 본토에 사보타주와 테러를 가하기로 결정, 그렇게 해서 일인 군단의 힘을 가진 능력자들을 침투시킨다.

        

       일본에 파견된 능력자는 총 4명.

        

       그중 이세린은 교토 초토화 작전을 담당한 능력자였다.

        

       ‘이 다람쥐 같은 아이가 말이야.’

        

       진성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서 음식을 받은 다음, 그녀의 머리 뒤편을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 흐릿하게 왜곡된 대기가 보일 듯 말 듯 할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빨리 경지를 복구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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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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