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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야식…뀨우욱!”

       “읏차.”

       

       물에 누워 둥둥 떠 있다가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던 아르가 중심을 못 잡고 허둥거리자, 나는 아르의 몸통을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겨 주었다. 

       

       “뀨우.”

       

       아르는 내 손길에 금세 안심한 듯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꼬리로 수면을 찰박였다.

       

       따뜻한 물에 데워진 아르의 몸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러운 배를 만지작거리자 아르의 입에서 작은 뀨우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캬, 이게 행복이지.’

       

       잠깐 동안 그 행복을 즐기던 나는 그대로 아르의 몸을 들고 탕에서 나왔다.

       

       “야식!”

       “몸부터 말려야지, 아르야.”

       “뀨우….”

       

       야식을 먹을 생각에 신난 아르가 밖으로 뛰어 나가려는 걸 붙잡은 나는 수건으로 정성스레 아르의 몸을 닦아 주었다. 

       

       ‘엄청 신났네, 아르.’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런가 방에 왔을 때만 해도 조금 피곤해 보였는데, 나랑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로 꽤나 쌩쌩해졌다. 

       

       어린아이들은 방전도 빠르고 충전도 빠르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뭔가 특정 음식이 먹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야식을 먹는다’라는 거 자체에 꽂힌 거 같은 느낌인데.’

       

       내가 야식이란 걸 좀 과장 섞어서 포장하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평소보다 더 신나 보였다.

       

       ‘하긴, 어릴 땐 밤에 안 자고 뭔갈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나긴 해.’

       

       하다 못해 밤에 산책만 나가도 뭔가 모험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게 어릴 때니까.

       

       근데 밤에 안 자고 야식이라니.

       이걸 어떻게 참아.

       

       “쀼우.”

       “그래. 잘 말리고 나가야 감기도 안 걸려. 착해, 아르.”

       “쀼웃!”

       

       얌전히 기다리는 아르의 몸 구석구석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 준 뒤, 엉덩이를 몇 번 토닥여 주자 아르는 기분 좋은 듯 방방 뛰며 방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먹어 볼까?”

       

       나도 물기를 마저 말리고 옷을 입은 뒤 방으로 들어가 곧바로 사 온 야식을 하나씩 꺼냈다. 

       

       “이렇게 소스를 여기다가 펼쳐 놓고…. 찍어 먹으면.”

       

       얇게 썰어 튀긴 돼지고기 하나를 소스에 푹 찍어 입에 넣자, 달콤짭짤한 맛과 함께 바삭한 튀김옷의 식감이 입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안에 들어 있는 고기는 또 엄청 부드러워.’

       

       튀기자마자 먹는 게 최고긴 하겠지만, 지금 이렇게 따뜻한 물에 목욕 하고 나와 야식으로 먹어서 그런지 충분히 맛있게 느껴졌다.

       

       “우움! 레온, 이거 마시써! 빠삭해!”

       “그래? 맛있어?”

       “우응! 안에 고기도 말랑해!”

       

       아르도 맘에 들었는지 소스를 듬뿍 찍어서 한입에 넣고 행복한 표정으로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고기를 먹었으면 그 다음은….”

       

       채소를 또 먹어 줘야지.

       

       나는 설탕을 묻힌 튀김 감자를 기다란 이쑤시개 같은 막대로 콕 찍어서 입에 넣었다. 

       

       “오, 달달하니 좋네.”

       “달코매! 부드러어!”

       

       어느새 나를 따라 튀김 감자를 먹은 아르가 작은 막대를 쥔 채 감자를 한 번 씹을 때마다 리듬을 타듯 작게 흔들었다. 

       

       이후에도 계란 반죽을 입혀 구운 뒤 먹기 좋게 자른 햄.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싱싱한 문어 다리.

       케첩을 뿌린 대왕 소시지 구이 등.

       

       사 온 야식이란 야식은 종류별로 다 집어 먹은 우리는 곧 부른 배를 만족스럽게 쓰다듬었다. 

       

       “아, 배부르다.”

       “야식, 마시써써!”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네. 근데 그거 알아?”

       “우응?”

       “야식에도 후식이 있다는 거.”

       

       나는 씨익 웃으며 한쪽에 놓아 두었던 푸딩 봉투를 집어 들었다. 

       

       “디저트를 또 먹어 줘야지.”

       “디저뚜!”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언제 배가 부르다고 했냐는 듯, 아르는 작게 트림을 해 푸딩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한 뒤 꼬리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말랑말랑해 보이는 푸딩을 바라보았다. 

       

       “흐음. 근데 아까 사 와서 그런지 좀 미지근하긴 하네. 푸딩은 시원해야 맛있는데.”

       

       곧바로 푸딩 포장을 까 주려던 나는, 포장지 겉에서 느껴지는 미적지근한 온도감에 잠깐 손을 멈추었다. 

       

       아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씨워어어내야 마시써? 불로 데우면 대?”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 씨워언한 거 말고 이번엔 진짜로 차가운 거. 푸딩은 차가워야 맛있거든.”

       

       그러고는 문득 뭔가가 생각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야, 잠깐만 여기서 기다릴래? 내가 나가서 금방 빙수 좀 사 올게. 얼음도 좀 얻어 올 겸.”

       “빙슈?”

       “응. 아까 보니까 근처에 있던데, 빙수는 바로 먹어야 돼서 안 샀었거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 사 올게.”

       “우응! 아르 이번엔 가마니 잘 기다릴 수 이써!”

       

       아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스미스 잡화점 때 기다리다가 벨라의 초콜릿에 꿈뻑 넘어갔던 사건을 아직 담아 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엽긴….’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아르를 방에 두고 나왔다. 

       

       ‘물론 데리고 나와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이렇게 잠깐, 멀지 않은 거리 정도로 떨어져 있는 연습도 틈틈이 해 두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데리고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근처에 보이지 않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었는데, 그새 많이 씩씩해졌지. 좋은 현상이야.’

       

       …근데 이러다가 나중에 좀 크면 옆에 나 없어도 된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닌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나는 여관을 나서며 괜히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사실 벌써 어깨가 허전해.’

       

       거의 항상 안고 다니거나 어깨에 얹고 다녔는데, 오랜만에 맨몸으로 나오니 내가 더 어색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엔 내 어깨에도 안 올라오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이제 엉덩이 안 토닥여 줘도 대!

       -아르 다 커써! 흥!

       

       ‘이러면서 팔짱 끼고 고개 휙 돌리는 거 아니야?’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후우.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니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아르한테 분리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고 두고 온 건데, 이거 아르가 아니라 내가 먼저 분리 불안이 오게 생겼구만.’

       

       아르 중독이야, 아르 중독.

       

       “사장님, 여기 옐로베리 빙수 하나요!”

       “예이!”

       “아, 얼음도 조금만 얻어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같이 넣어 드릴게.”

       

       나는 얼른 빙수를 사서 여관으로 돌아갔다. 

       

       쿵, 쿵, 쿵, 쿵.

       드르륵.

       

       허겁지겁 문을 열자, 안에서는 아르가 아까 앉은 자세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레온 와써? 아르 잘 기다리고 이써써!”

       

       휴우.

       

       짧뚱한 두 팔을 내 쪽으로 뻗으며 활짝 웃는 아르를 보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나는 빙수를 잠시 내려놓고 아르를 안아 엉덩이를 몇 번 토닥였다. 

       

       “헤헤, 아르 잘해써?”

       “응, 잘 기다렸어.”

       

       얌전히 기다린 아르를 칭찬해 준 나는 아르를 내려 주고 빙수와 작은 얼음 바구니를 꺼냈다. 

       

       그리고 먼저 얼음 바구니에 푸딩을 넣었다. 

       

       “이렇게 얼음 사이에 푸딩을 넣어 두면 조금 이따 시원해질 거야.”

       “시워내지게 할 수 이써?”

       “응. 그러고 보니 아르는 얼음을 처음 보는구나.”

       

       나는 얼음에 온통 시선을 빼앗긴 아르를 바라보았다. 

       

       아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와, 마치 처음으로 호수에서 물을 보았을 때처럼 바구니에 담긴 얼음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쫘악 편 조그만 손바닥을 얼음에 가져다 댔다. 

       

       “쀼!”

       

       차가움에 놀랐는지 아르가 얼른 손바닥을 뗐다. 

       그러고는 잠시 후, 생각보다 엄청나게 차갑지는 않다는 걸 알았는지 조금 더 오래 손바닥을 대 보았다. 

       

       “진짜 씨워내!”

       “그치? 조금만 있으면 아르 손처럼 푸딩도 시원해질 거야.”

       “그으럼, 얼음 많으면 푸딩 다 시워나게 만들 수 이써?”

       “그렇…지?”

       

       얻어온 거라 얼음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일단 당장 먹을 푸딩 두 개만 작은 바구니에 넣어 두었었는데….

       

       “그럼 아르가 더 만드러 보께!”

       “어?”

       

       잠깐, 설마.

       

       [Lv.3 「아르젠테」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 아이스]

       [이제 스킬 동기화를 통해 ‘아이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때 내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고.

       

       “쀼웃!”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아르가 두 손을 앞으로 뻗자, 곧 공중에서 바구니에 담긴 것과 똑같은 크기의 얼음이 후두두둑 쏟아져 내렸다. 

       

       “…….”

       “너, 너무 마니 했나 바!”

       

       방 한가운데에 쏟아진 얼음 무더기를 보며, 나는 이마를 짚었다. 

       

       ***

       

       다행히 마법으로 만든 얼음이었기에, 아르가 마법을 취소하자 쏟아졌던 얼음 무더기들은 금세 사라졌다. 

       

       대신 욕실에 있던 바구니 하나를 더 가져와 거기에 얼음을 소환하고 푸딩을 전부 거기에 넣어 둔 뒤, 우리는 옐로베리 빙수를 먹었다. 

       

       “우으! 마시써! 마싰는데 머리가 띵해!”

       “푸흡. 천천히 먹어, 아르야.”

       

       쬐그만 숟가락을 꼭 쥐고 빙수를 퍼 먹던 아르가 눈을 꼬옥 감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빙수를 다 먹은 후에 말랑하면서도 탄력이 살아 있는 차가운 푸딩까지 맛있게 해치운 우리는 잔뜩 만족한 상태로 침대에 누웠고.

       

       “뀨우우…. 레온 조아….”

       “잘 자, 아르.”

       “레온두 잘 쟈….”

       

       내 품에 쏘옥 파고드는 아르를 안은 채, 아르의 부드러운 발 젤리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여관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나온 우리는 용병 길드에 들렀다. 

       

       히파르에 가고 싶어하는 아르를 위해 혹시라도 호위 의뢰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있을 가능성은 낮지만…. 근처까지라도 가는 게 있으면 좋으니까.’

       

       만약 없으면 바라크만 성 쪽으로 가서 마차편을 알아봐야 할 거고.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바쁘시네요.”

       

       마침 들어온 의뢰 목록을 갱신하고 있는 듯, 게시판 앞에서 분주하게 종이를 교체하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서 오세요. 아르도 안녕?”

       “쀼우!”

       “혹시 F랭크에 새로 들어온 의뢰가 좀 있나요? 가능하면 호위 쪽으로요.”

       

       별 기대는 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여기서 히파르로 가는 사람이 딱 나타날 리도 없고, 있다 해도 F랭크에 맡길 가능성은….

       

       “아, 마침 오늘 아침에 등록된 게 하나 있어요. 히파르행인데, 당장 오늘 출발하는 거라 랭크 상관없이 구하신다는데요?”

       

       …이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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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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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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