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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아차.’

       

        깜빡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지금, 이현이라는 인간이 수련 중인 곳이 4층이었다.

       

        이현을 4층으로 데려온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 이유. 지하 1층부터 3층까지는 내 통제가 완벽하게 되지 않는 곳이라는 것.

        최하층부터 지하 4층까지는 내 침실이라던가, 혹은 내 황금의 영역에서 밖으로 나온 내 권속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당연히 내 권속들만 존재하기에 완벽하게 나의 통제가 이루어지고, 그만큼 변수를 차단하는 데 좋다.

       

        두 번째 이유. 바로 아래층이 내 침실이라는 것.

        나와 가까운 곳에 둠으로써, 만약의 사태 때 내가 쉽게 개입하기 위함이다.

        그래도 내 손님으로 온 것이니, 내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세 번째 이유. 지금, 이현의 수련을 도와주는 이들이 내 권속들이기 때문이다.

        통제가 잘되지 않는 1~3층에서 수련을 하기보다는, 내 권속들이 지내는 4층에서 수련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현에게 편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서 수련시키고 있었는데,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 헐?

        – 드래곤 마스터?!

        – 이현이다!

        – 여기 있었네?

        – 그런데 지금 뭐 하는 거임?

        – 뭔지 몰라도 개꿀잼 몰카 같은데?ㅋㅋㅋㅋ

       

        채팅창을 보며 나는 착잡한 얼굴이 되었다.

        결코 이렇게 광대 놀음하듯 사용할 생각은 없었건만…….

       

        ‘내 실수로군.’

       

        도화에게 일러 카메라를 잠시 치우도록 했다.

       

        – 헉?!

        – 화면이 나갔어?

        – 똑똑똑!

        – 문 열어 주세요!!

       

        시청자들의 아우성도 잠시 무시한 채 저쪽으로 걸어갔다.

        때마침 수련이 끝났는지 풀썩 쓰러지는 이현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헉헉헉!”

       

        = 어라? 어머니.

       

        자기 인간 파트너를 놀려 먹느라 정신이 팔렸는지, 뒤늦게 내 존재를 눈치챈 블레이즈.

        하여간…… 남을 놀리기 좋아하는 점은 지 애비를 똑 닮았다니까.

       

        “그래. 수련은 좀 어떠니?”

       

        = 문제없습니다.

       

        “……어머니? 멸천룡?!”

       

        숨을 고르고 있다 뒤늦게 내가 왔음을 깨닫고 벌떡 일어나는 이현.

       

        삐끗!

       

        “큭!”

       

        하지만 이내 허리를 삐끗하고는 풀썩 쓰러진다.

        골골거리며 끙끙거리는 모습이, 벌써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다.

       

        “블레이즈. 네 파트너는 이미 한계인 모양이구나.”

       

        = 네. 하여간, 허약한 녀석.

       

        “닥…… 쳐…….”

       

        부들거리면서도 블레이즈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이현.

        음. 정말로 사이좋은 녀석들이구나.

       

        “그래. 이현아.”

       

        “네?”

       

        “내가 실수로 네 모습을 잠시 카메라에 담았단다. 미안하구나.”

       

        “……네?”

       

        왜 그걸 사과하냐는 듯이 의아한 표정이 된 이현.

        나는 그런 이현에게 물었다.

       

        “인간들에겐 그 뭐였더라? 그그…… 무슨 법이 있지 않았느냐. 함부로 얼굴을 방송에 내보내면 안 되는 법 말이다.

       

        “……혹시 초상권이요?”

       

        “그래. 그것 말이다.”

       

        나름 인간들의 법도 조금 공부를 해 두었다.

        그리고 인간들의 법에 따르면, 초상권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것은 공공매체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과 같은, 신상정보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을 본인의 허락 없이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 질문에 이현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니, 그걸 왜 멸천룡님이 신경 쓰시나요?”

       

        “그야 난 지금 인간들 사이에서 방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 방송은 인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들의 사이에서 방송하는 이상, 인간들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너희 인간들도 그렇지 않더냐. 다른 인간들의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법을 지키듯이 말이다.”

       

        “아.”

       

        내 말에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현.

        그는 도화가 들고 있는 방송용 카메라를 잠시 바라보다, 순순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아예 방송에 출연하죠.”

       

        “음?”

       

        내 방송에?

       

        “그래도 괜찮겠느냐?”

       

        “그럼요. 어차피 광고도 제법 찍었습니다, 저.”

       

        그러곤 블레이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블레이즈. 더 이상 수련 없지?”

       

        = 그래.

       

        “그렇다네요.”

       

        “훗. 그래.”

       

        이현의 허락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게 되어서 잠시 인터뷰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구나.”

       

        “안녕하십니까. 이현이라고 합니다.”

       

        – 와아아ㅏㅏㅏㅏㅏㅏ!

        – 드래곤 마스터!

        – 드래곤과 드래곤 마스터가 합방!

        – 이것이 최강의 조합!

       

        “아하하하…….

       

        시청자들의 채팅창을 확인한 이현이 어색한 얼굴로 웃는다.

        나는 이현에게 물었다.

       

        “인터뷰하기에 앞서, 한창 수련이 끝났으니 배고프지 않느냐?”

       

        “네? 아! 괘, 괜찮습니다.”

        

        부담스러워하는 이현의 등을 토닥여 주며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느새 내 옆에 나타난 황금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이 내 손 위로 황금색 열매를 올려 두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 방금 뭐임?

        – 뭐가 지나갔는데?

        – 본 사람?

        – 난 못봄.

        – 뭐임?

       

        채팅창이 어리둥절하는 사이, 나는 황금색을 띤 열매를 이현의 앞에 두었다.

       

        “이게 뭔가요?”

       

        “내 황금의 영역에서 자라나는 나무 열매란다.”

       

        내 황금의 영역에 들어온 생물들은, 전부 크든 작든 내 힘과 용금의 힘을 받아들이며 변이한다.

        그중에서 용금의 힘을 크게 받아들인 나무가 존재한다.

       

        황금수(晃金樹)

       

        ‘밝은(晃) 황금(金)의 나무(樹)’라는 뜻을 지닌 이 나무는, 내 용금의 힘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 나무는 내 힘만을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고, 그 대신 그 나무는 내 힘이 담겨 있는 용금의 열매를 맺게 되었다.

       

        이현에게 내민 것은 바로 그 나무에서 따온 열매.

        내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부르는 열매다.

       

        “용금과(龍金果)라고 부르는 것이란다.”

       

        달고 맛있는 열매인 데다, 내 황금의 영역에 널려 있는 열매라서 내 권속들도 출출할 때마다 집어먹는 열매다.

        다만 내 힘만을 에너지원으로 삼다 보니, 황금의 영역 이외에선 자라나기가 좀 까다로운 녀석이랄까?

        지금까지 지나쳐 온 다른 차원들 중에 황금수를 남겨 놓고 온 적도 있긴 한데, 아마 어지간하면 내가 떠난 이후로 전부 말라 죽지 않았을까 싶다.

       

        “이 게이트 내부에도 몇 그루 있긴 하단다. 조건이 까다로운 녀석들이라 잘 자라지 않긴 하지만 말이지.”

       

        “그렇군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용금과를 집어 드는 이현.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열매를 한 입 깨물려던 순간이었다.

       

        = 잠깐!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던 블레이즈가 황급히 소리쳤다.

       

        – 깜짝이야?!

        – 뭐임?!

        – 헐? 백익룡?

        – 개 깜놀함.

       

        “뭐, 뭐야?”

       

        = 어머니! 용금과를 왜 주십니까?!

       

        갑자기 나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화를 내는 큰아들.

        아니…… 이 아이는 또 왜 이래?

       

        “왜 그러긴? 인간들에겐 지금이 식사 시간이 아니냐. 한창 수련하느라 쫄쫄 굶었을 텐데, 열매 하나도 못 주느냐?”

       

        이 인간을 봐라.

        얼마나 고생했으면 빼빼 말랐겠느냐?

        배고플 텐데 내 황금의 영역에서 굴러다니는 열매 하나 정도도 못 주냐?

       

        – 마인드가 할머니…….

        – 와씨. 우리 할머니 보는 줄.

        – 할머니…… 그러다 죽어요. 배 터져서 죽는다고요.

       

        = 아이고…….

       

        시청자들은 날 할머니라고 놀리기 시작하고, 큰아들은 앞발로 자기 머리를 가리며 탄식한다.

        잠시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던 큰아들이 나에게 말했다.

       

        = 어머니. 어머니나 어머니 권속들에겐 그냥 달콤한 열매겠지만, 평범한 드래곤이나 미약한 생물들에게 그 용금과는 영약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의아한 얼굴로 블레이즈를 바라보니, 녀석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생각해 보십시오. 어머니의 힘이 들어간 용금을 빨아먹고 사는 나무가 맺은 열매가 평범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뿜어내는 멸천의 속성과, 그것을 흡수하여 변형된 용금.

        그리고 그 용금을 조금씩 빨아먹으며 자라난 황금의 나무가 맺은 열매.

        나는 물론이고, 내 권속들도 출출할 때마다 먹는, 내 황금의 영역에선 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로 흔한 그 열매가…….

       

        = 용금과를 평범한 드래곤이 먹으면, 바로 엘더 드래곤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아래까진 진화할 정도입니다!

       

        “……그 정도였다고?”

       

        큰아들의 말에 내 두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차원에서 내가 용금과를 한그루 심을 때마다, 묘하게 그 주위로 동물들이 모이고는 했다.

        그리고 가끔 살펴보면, 뭔가 내 힘으로 변이된 동식물이 황금수 주위에서 두 눈을 부라리는 경우도 많았고.

        설마 그게 다?

       

        “…….”

       

        “…….”

       

        나와 이현의 시선이 용금과로 향했다.

       

        – 미친?

        – 영약이 굴러다닌다고?

        – 저거, 인간이 먹어도 되는 거임?

        – 헐?

       

        채팅창도 다른 의미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의 사태에 내가 굳어 있는 사이, 경직에서 벗어난 이현이 큰아들에게 물었다.

       

        “야. 이걸 인간이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 운이 좋다면 단숨에 초인이 될 것이고, 아니면 열매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죽겠지.

       

        “그럼 초인인 내가 먹으면?”

       

        = 그럼 졸라 쎈 인간이 되겠지.

       

        꿀꺽!

       

        이현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그러고는 단숨에 용금과를 입 안으로 집어넣…… 기 전에 손을 뻗어 열매를 빼앗았다.

       

        딱!

       

        “앗?!”

       

        “음. 큼큼! 이것은 위험한 열매였구나.”

       

        순식간에 눈앞에서 용금과를 빼앗긴 이현이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 내 양심이 콕콕 쑤시기 시작했다.

       

        – 와! 줬다 빼앗았다.

        – 너무해.

        – 악룡!

        – 사악한 악룡!

        – ㄹㅇㅋㅋ

       

        “큼큼. 나도 이게 인간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몰랐었단다.”

       

        아니, 나와 내 권속들은 그냥 평범하게 단 과일인 줄만 알고 있었지.

        설마 이것이 다른 종족에게 영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저기 멸천룡님?”

       

        “안 된다.”

       

        간절한 얼굴로 나를 부르는 이현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나에게 한 부탁은 ‘자기 힘으로 강해지는 것’이지 않았느냐.’

       

        그런데 여기서 용금과의 힘으로 한계를 깬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힘으로 강해진 것에 불과하게 된다.

        그것은 내가 이현에게 들은 부탁과는 전혀 다른 부탁이고, 나로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네가 강해진 뒤라면 모를까, 지금은 안 되겠구나.”

       

        “그…… 에휴. 맞습니다.”

       

        한숨과 함께 이현의 고개가 축 처졌다.

        으음. 마음이 약해지는구나.

       

        – 사악하다.

        – 줬다 빼앗는 것만큼 나쁜 게 없는데.

        – 우우우우

        – 해

        – 명

        – 해!

        – 명!

        – 명!

        – ㄹㅇㅋㅋ

       

        시청자들도 기회를 잡았다며 나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하여간. 건수만 잡으면 놀려 먹지 못해서 안달인 녀석들이다.

       

        “자예야.”

       

        “네.”

       

        내 부름에 꼬리 9개 달린 여우 수인, 자예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즉시 금덩어리 5개를 만들어 자예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인간 세계에 가서 아이가 먹을 군것질 거리 좀 사 오거라.”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후 사라지는 자예.

       

        용금과 대신 내 게이트나 영역에서 적당한 먹을거리를 찾아서 주고 싶지만, 또 어떤 것들이 인간에게 이상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럴 바에는 그냥 인간들이 먹는 음식이나 사 와서 주는 게 나을 터.

       

        ‘왜 헌터 협회의 인간들이 그렇게 술을 자신들이 운반하겠다고 했는지 이제야 이해되는구나.’

       

        나에겐 그냥 평범한 음식이, 다른 종족에게는 치명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은 순간이었다.

       

        – 금 덩어리로 사 오라는 게…… 군것질거리?

        – 도대체 드래곤의 금전 감각이라는 것은…….

        – 저걸로 사탕을 사면 몇 개나 살 수 있는 걸까?

        – 스테이크 썰어도 될 듯?

        – ㅋㅋㅋㅋㅋㅋㅋ

       

        “음?”

       

        이 녀석들은 또 왜 이러는 것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인공 : (천만원 주며) 이걸로 가다가 까까 사먹거라.

    이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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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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