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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기분 좋은 탈력감이 찾아왔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이로써 도적부흥운동은 반 정도 성공했다고 보아도 되는 것이다.

        

       나른한 기분으로 이번 부흥운동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아크 방송과 내 방송을 동시에 접속하여 살펴본 결과, 채팅창은 비슷하게 난리가 난 상태였다.

        

       ……특히 내 방송의 채팅창이, 심하게 난리가 났다.

        

       여러가지 다채로운 채팅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특히 뭐라 말이라도 해달라거나, 카메라를 내려놓아 달라는 채팅들의 빈도가 높았다.

        

       그래.

        

       여기 계신 분들이 바로 도적부흥운동의 선전대상이자, 활동가이자, 후원자들인데.

        

       성실히 응대해야겠지.

        

       “안녕하세요.”

        

       『와 시발 드디어』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도적 좋죠?』

       『선생님 다른 말도 할 줄 아셨군요』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최고에요 도적도적』

        

       “잘 보셨나요? 도적 좋죠?”

        

       가벼운 인삿말에, 800여명의 시청자들은 채팅의 홍수로 화답했다.

        

       고작 800명이 들어온 방송에서, 게임을 하지 않으면서 보기에도 이렇게 눈이 아픈데. 대형 스트리머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채팅창을 보고 관리하는 걸까.

        

       한 줄씩만 채팅을 남기는 착한 시청자도 있지만- 도배를 하거나, 심지어 아스키아트를 사용하는 악질적인 시청자들도 눈에 띈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새삼 눈 앞에 놓인 가시밭길이 두려워졌지만, 도적부흥운동의 깃발을 든 이상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네. 많이들 와주셨네요. 다들, 조금 전에 나오나 갤러리에 제가 작성한 글 보셨죠?”

        

       달리 생각해보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건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인원수란, 곧 힘이니까.

        

       “그러면 다음 게임 돌리기 전에, 다같이 가셔서 개추 한 번씩만 누르고 오실까요?”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고개 숙여주세요』

       『어이 김씨!  큐나 돌려 ~ 어이 김씨!  큐나 돌려 ~ 어이 김씨!  큐나 돌려 ~ 어이 김씨!  큐나 돌려 ~ 어이 김씨!  큐나 돌려 ~ 어이 김씨!  큐나 돌려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눈을 감고 배꼽을 보면 배가 간지러워진다는데 해보셨나요】

        

       채팅창에서 호응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숫자- 그러니까, 글의 추천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4~5개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천수.

        

       ……비추도 2~3개씩 오르고 있지만, 이 정도 추세라면 베스트 글 등극에는 지장 없다.

        

       역시 조용한 다수의 의견은, 채팅으로 크게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의견과 다른 것이다.

        

       5분여 간 나오나 갤러리를 띄워놓고 새로고침만 3초에 한 번씩 반복하고 있자니, 점점 추천수 증가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추천수도 부익부 빈익빈인 걸까. 점점 추천수와 댓글이 빠르게 늘어나더니, 이윽고 베스트 글 목록에서 내가 작성한 글을 찾을 수 있었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크의 방송에 다시 접속하려던 찰나.

        

       [아크: 님]

       [아크: 제발]

       [아크: 우리 대화로 해결해요]

       [아크: 님?]

        

       디스코스 채팅 알림이 왔던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아. 아크님이네요. 혹시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도적하려면 뭐 사이코패스 자격증 따야함?』

       『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무슨 일 있으신지 아세요?』

       『니가 그 무슨 일이잖아 이 10련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눈 감고 고개 숙여서 책상 아래 보여주면 2만원】

        

       분명, 아크 방송을 함께 보고 있는 시청자도 많을 텐데. 아크가 왜 갑자기 연락을 하는지 전달해주는 사람이 없다.

        

       뻐꾸기를 밴하는 스트리머가 많아서일까.

        

       이런 뻐꾸기는 착한 뻐꾸기여서 괜찮은데.

        

       아직 내가 시청자들과 충분한 라포(rapport)를 쌓지 못한 탓이겠지.

        

       디스코스 채팅방에 입장해서, 아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안녕하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 * * *

        

       “아니,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포기해라 아크야』

       『수상할 정도로 아크에게 집착하는 문신 거유』

       『무슨 일은 씹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무7련인가』

       『저건 진짜임 저 방송 갔다가 1분만에 탈출함』

        

       이예나의 방송에서 공지하고 있는 ‘당사자께 원만하게 사과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슨 의미인지, 아크는 한 템포 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음과 함께 천천히 스며드는 감정은, 공포였다.

        

       아크는 그 동안 이예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저격을 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최소한의 죄책감이나마 느끼는 모습조차 도무지 본 기억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런 이예나가 미리 사과할 정도면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아크로서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고-

        

       그게 너무 두려웠다.

        

       원래 진정한 공포는 미지에서 온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조금 전의 게임은 어찌어찌 이겼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보면 도적의 캐리로 이겼다.

        

       사제가 계속 끊기며 양 팀 모두 유지력이 부족해지자, 작게나마 자체 체력회복이 가능한 성기사가 3명인 아크의 팀이 조합상으로도 유리해졌을 뿐만 아니라,

        

       도적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상대의 포지션이 계속해서 흐트러졌고, 팀 내에서도 콜이 갈리는 듯 우왕좌왕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틈을 타 사이에 야금야금 이득을 가져왔고, 결국 결정적인 한타에서조차 각개격파로 손쉬운 승리를 가져왔으니- 제일 큰 공헌자를 꼽는다면, 당연히 아따먹의 도적이었다.

        

       당연히 알았다. 다른 캐릭터도 아니고 마법사로 마스터를 찍은 아크가, 그런 게임의 흐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고작 한 판의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번에 만사 다 제치고 사제만 8번 죽였는데, 다음 판에 상대팀이 되면 마법사인 자신만 8번 죽이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있단 말인가.

        

       어쩌면,

        

       조금 전에 사제만 하루 종일 노린 플레이가 예행 연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저 사제처럼, 본대에 합류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띄워지는 회색화면.

        

       죽고, 리스폰 되어서 몇 걸음 걸어가다가 또 죽는 화면의 반복.

        

       게임 내내 쏟아질 채팅창의 조롱.

        

       조금 활약하고 재밌는 장면 뽑아내며 5데스 6데스 정도 하면 방송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만, 맥락도 없이 계속 죽으면……. 

        

       아찔한 미래를 떠올리던 아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크: 저격할 거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ㅈㄴ 당당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숨길 생각도 없음』

        

       [아크: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아크: 세상에 스트리머 많아요]

       [아크: 저 진짜 아슬아슬해요 아시잖아요]

        

       아닌게 아니라, 아크는 사실 최근 자신의 MMR에 대하여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전 판의 승리로 현재 점수는 마스터 7점.

        

       2점에서 1승을 챙겼는데도 겨우 5점이 올랐다는 것은, 현재 그녀의 MMR이 다이아에 한없이 가깝다는 것을 의미했다.

        

       방송적으로는 다이아로 한 번 강등되는 것도 시청자들이 좋아하겠지만,

        

       그게 ‘한 번’의 강등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애초에 아크의 실력은 다이아 최상위권 턱걸이였고, 마스터 승급은 어느 정도 운이 필요한 레벨이었다.

        

       한 번 내려가면,

        

       겨우 6주 정도만에, 그것도 시즌 말에 더욱 창궐할 저격들을 뚫어가며 다시 마스터로 승급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아로 시즌을 마무리하기엔, 그 동안 ‘마하~’니, ‘모두 기립해주세요’니, ‘어우 광물 냄새’니, 방송의 조미료랍시고 쌓아온 업보가 너무 많았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다른 분들께는 미리 사과를 못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 사과』

       『사과(면죄부 구매)』

       『이래서 법이 있는 거다 아크야』

       『사과로 끝낸 자의 최후』

       『끝이 안 났잖아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에서 쏟아지는 웃음과 조롱 속에서, 아크의 머리가 열이 날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정된 조건 하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일념 하에, 그녀의 머리속으로 빠르게 정리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 이예나에게 대화할 의사가 없을 때는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다.

       둘. 이예나는 이미 사과를 했으니 그 효용을 누리고자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셋. 이예나는 지난 번 승급전 때부터, 어째서인지 각성이라도 한 듯이 실력이 급증했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분석에 이어,

        

       [아크: 아따먹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아크: 차라리 듀오하실래요? 1패하면 끝내는 걸로]

        

       최적의 판단이 내려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샤를정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괴도애기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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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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