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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또냐……?”

       

       얼음 속에 처박혀 있던 키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올리비아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죽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고문으로 뭘 캐내려는 것도 아니다.

       

       매일 아침마다 대가리를 한 번씩 지져주고 떠날 뿐이다.

       

       “도대체 원하는게 뭐지?”

       

       올리비아는 언제나처럼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키엘을 내려다보았다. 

       

       ‘단서’ 속 기억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상, 이제 키엘과 대화할 이유는 없었다. 

       

       [‘+7’ 만큼의 호감도는 5년 뒤에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계속 얼려놓으면 호감도 작살나지 않냐고? 이미 작살날대로 작살나서 더 떨어질 수도 없다.

       

       ‘단서로 호감작 빡세게 해놓고, 몇 년 얼려놨다가 깨우면 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최선이었다. 호감도가 마이너스 50 정도만 돼도, 적어도 마신과 싸울 때 자신부터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는 않을테니.

       

       “쳐다보지만 말고 무슨 말이라도 좀…….”

       

       올리비아는 언제나처럼 키엘의 머리를 붙잡은 다음 그대로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익숙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회귀자, ‘키엘 로트실드’를 제압했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기억 속으로 들어왔다.

       

       [남은 시간 : 40분 00초]

       

       [올리비아]

       레벨 : 80

       직업 : 상급 빙하의 마법사

       칭호 : 신뢰받는 자, 아카데미 수석 졸업자.

       

       올리비아는 언제나처럼 상태창부터 확인했다. 12일 동안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레벨이 두 개나 올라가 있었다. 

       

       던전이라도 돌았던 걸까. 

       

       ‘이 정도 속도면 고대 골렘 던전인가?’

       

       올리비아가 할 수 있는거라곤 기억을 더듬어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해보는 것뿐이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 바깥에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광장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다층 주택들이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여긴…….”

       

       올리비아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풍경에 감탄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곳이 어디인지, 이때 뭘 했는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색 마탑.

       레벨 80.

       

       답은 하나 밖에 없었다.

       

       ‘대마법사 전직.’

       

       대마법사로 전직하기 위한 최소 레벨이 80이라는 걸 생각하면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물론 올리비아는 귀한 시간을 전직 따위에 할애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몰살 회차의 내가 해줄텐데!’

       

       올리비아는 실험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잠깐.”

       

       키엘이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 어디갔어?”

       

       

       ******

       

       

       “죄송합니다. 키엘 공작님. 금탑주께서는 막 청탑으로 시찰을 나가셨습니다.”

       

       키엘이 미간을 좁혔다.

       

       오늘은 청탑, 어제는 적탑, 그제는 녹탑.

       

       “연말도 아닌데 시찰을 그렇게 자주 하나?”

       “하하…….”

       

       비서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상대가 평범한 귀족이었다면 이런 핑계 따위 댈 필요도 없이 그냥 내쫓고 말았을 것이다.

       

       금색 마탑의 위상은 웬만한 귀족들은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높았으니까.

       

       하지만 눈 앞에 있는 남자는 무려 공작이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비서 따위 치워버리고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금탑주가 나를 피한다는 건 안다.”

       “……예?”

       “하지만 내가 오늘 만나려는건 금탑주가 아니다. 금탑 소속 마법사 중 한 명이지. ”

       “…….”

       

       비서가 눈동자를 뒤룩 굴려댔다.

       

       분명 명분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공작인 그가 일개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마법사 핑계를 대고 들어간 다음, 금탑주의 집무실로 달려가기라도 하면 답이 없었다.

       

       ‘섣불리 보냈다간 나만 짤린다.’

       

       그는 멜리나의 분노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혹시 그 마법사의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올리비아.”

       “아, 올리비아 말씀이십……. 예?”

       

       공작님이 올리비아를 어떻게 아십니까?

       

       비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가 이렇게 과민반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금색 마탑에서 올리비아의 존재가 조금 많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금탑은 근무자 평균 연령이 무려 47세나 되는 틀딱……. 아니, 원로 마탑이었다. 

       

       금탑주가 평균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하기는 했지만, 멜리나를 제외하고 봐도 평균 나이대가 높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당장 비서인 그만 해도 올해로 40줄에 들어섰으니까.

       

       이런 금탑의 유일한 20대가, 바로 올리비아였다.

       

       파릇파릇한 성격에, 외모도 빼어나고 심지어는 실력까지 좋으니 나이 많은 삼촌 마법사들이 안 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올리비아를 반쯤 제 조카처럼 여기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키엘은, 방금 사랑스런 조카를 데려가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다.

       

       “…….”

       

       꽉 움켜진 비서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공작 주제에?

       감히?

       

       다른 공작들이면 몰라도 키엘은 허락할 수 없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공작들이 와도 안된다. 최소 제국의 황태자 정도는 와줘야 격이 맞는다.

       

       하지만 제국에는 아직 황태자가 없으니, 고로 올리비아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대륙에 한 명도 없다.

       

       너무 주관적인 판단 아니냐고?

       

       적어도 금탑주를 포함한 모든 금탑의 마법사들에게는 한없이 객관적이었다.

       

       비서는 못마땅한 시선으로 키엘을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칠 생각이 없었다.

       

       “따라오십시오. 올리비아의 연구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알고 있다. 천성 마법사인 올리비아라면 칼잡이인 키엘에게 관심을 드러낼리 없다는 사실을.

       

       ‘연구할 시간도 부족할텐데.’

       

       반년 전 떠났던 수행에서 돌아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곧 새로운 경지를 뚫는다는 소문도 있다던데, 한창 바쁠 때인 그녀가 키엘을 만나줄리가 만무했다.

       

       지극히 합리적인 근거에서 비롯된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키엘 공작은 오늘 허탕을 치고 돌아갈것이다.

       

       “이쪽 복도 가운데 방입니다. 하지만 올리비아 그 아이가 공작님을 뵐 수 있을지는…….”

       “키엘! 거기서 뭐해!”

       

       비서가 그대로 뚝 굳었다. 끼익, 끼익. 목이 녹슨 것처럼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시간 없어! 빨리 들어와!”

       

       문 너머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손을 흔드는 그 천진한 모습은, 정말 안타깝게도 키엘을 향한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어, 어허헉!”

       

       현실을 부정하며 절망에 몸서리치는 비서를 보며 키엘은 안타깝다는 얼굴을 했다. 확실히 제 3자가 보기엔 오해할 여지가 다분했으니.

       

       하지만 키엘은 굳이 그 사실을 정정해 줄 생각도 없었다.

       

       “이만 가보겠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올리비아는 닫힌 문에다 대고 마법진을 몇 개나 그린 후에야 안심하고 돌아섰다.

       

       “……저것들은 다 뭐지?”

       “방음 마법이랑 칠중 잠금 마법.”

       “……칠중씩이나?”

       “여기 사람들이 좀 유난스럽거든.”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기감으로 탐지해본 결과, 무수한 인간들이 문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 젠장. 잠겼어! 

       – 빠루 가져와!

       – 해머! 해머어어!

       

       “……아무래도 ‘조금’은 아닌 것 같은데.”

       “…….”

       

       올리비아가 방음 마법도 사중으로 강화시키고 나서야, 바깥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멈췄다.

       

       ‘이런 미친 마탑.’

       

       깜빡 잊고 있었다. 금색 마탑의 마법사들이 어떤 인간들이었는지. 저것들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한 족속들이었다.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건 키엘이었다.

       

       “사실, 저번에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평소의 너와, 지금의 너. 과연 둘 중에 누가 진짜인지 같은 질문 말이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키엘의 다음 발언은 올리비아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더군.”

       “……왜?”

       “그건…….”

       

       키엘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하며 입을 달싹거렸다.

       

       멜리나와 대화하고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올리비아가, 보기보다 오래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단순히 천재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지가 빠르게 높아진 것도, 고대 룬 문자를 자유자재로 해석하는 것도, 제 소멸에 담담한 것도.

       

        다 그 때문이 아닐까 하고.

       

       올리비아의 시선이 잠깐 삐딱해졌다.

       

       “왜 말을 하다 말아?”

       “…….”

       

       지난 12일간, 키엘은 마법사와 관련된 여러 고서들을 탐독했다. 그 고서들에는 자아가 나뉜 마법사가 어떻게 자멸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자아가 둘로 나뉘면 서로가 주도권을 놓고 다투다 끝내는 자멸한다.]

       

       그 뒤에 추가된 한 줄.

       

       [어느 한쪽이 제 소멸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그 문장에서 키엘은 말을 잃었다. 손이 미친듯이 떨려, 하마터면 책을 놓칠뻔했다.

       

       – 신뢰랑은 다른 문제야. 넌……. 말해도 몰라.

       

       그제서야 올리비아의 말이 이해가 됐다.

       

       자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것도.

       

       올리비아는.

       

       제 죽음보다, 또 다른 자신을 죽이고 살아남는 것이 더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죽이고, 또 죽이기를 반복하며.

       

       어떻게든…….

       

       입술이 말라붙었다. 목이 막힌 듯 메여 왔다.

       

       올리비아가 이 사실을 숨긴 데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키엘이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나는 지금의 너를 살리고 싶다.”

       “안 돼.”

       “……왜지?”

       “못 살려. 안 돼.”

       

       올리비아의 의지는 단호했다.

       

       기억 속 과거에서 정처없이 머무르다 보면, ‘엔딩’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회차가 몰살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라지는게 맞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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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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