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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일단 안내를 해주긴 하는데 말이야. 여긴 소문이 좀 안 좋아.’

       ‘정면으로 갈 생각 하지마. 너무 위험해. 여기 다른 통로 표시해 놨으니까. 거기로 들어가.’

       ‘이제와 네가 죽을 것 같진 않다만 그래도 조심해. 이 연구소는 위험하니까.’

       

       그 말을 남기고 남자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이 곳에 조금도 있고 싶지 않다는 듯이.

       

       대체 이 앞에 있는 연구소가 어떤 장소이기에 저러는 것일까.

       

       입구에는 무장을 한 경비 둘이 서 있었다.

       

       이곳도 지난 번에 공략했던 회사와 비슷한 느낌인 걸까.

       

       <우회로로 안 가세요?>

       “그래서야 재미가 없지 않느냐.”

       

       어차피 이곳에서 내게 위협을 줄 만한 녀석들도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즐길 거리를 만들어야지.

       

       내가 정문으로 걸어가자 경비들이 총구를 들이밀었다.

       

       “정지! 정지!”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발을 움직이자 경비는 그 이상 경고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 번 쯤은 더 경고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나운 녀석들이구나.

       

       이형환위를 통해 경비 중 하나의 뒤를 잡았다. 목 뒤편을 쳐서 기절을 시킨 후 다른 하나의 얼굴을 벽에다 박아서 기절 시켰다.

       

       그 후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문을 어찌 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은 무엇이더냐? 왜 문에 붙잡는 곳조차 없는 게냐.

       

       손을 흔들어도 열리지 않는 것이 자동문도 아닌 것 같다만. 어찌 열고 닫으라고 만들어 둔 것인지 원.

       

       이럼 어쩔 수 없지. 발로 거세게 걷어 차니 문 한 짝이 날아가며 길이 열렸다.

       

       어쩌면 이것은 일회용 문일지도 모르겠구나. 이것으로 기능을 다 한게야.

       

       <경비 목에 있는 카드로 열면 되는 건데요…>

       “어쨌건 열렸으면 그만이지.”

       

       안으로 들어가자 수십 개의 총구가 나를 조준했다.

       

       환영인사가 거해서 기쁘구나. 나도 응당 보답을 해주어야겠지.

       

       총성을 배경으로 경비들을 박살내고 나니 문제가 하나 생겨버렸다.

       

       이 연구소. 길이 너무 많지 않으냐? 이래서야 건물 안을 뒤지다가 하루를 새게 생겼구나.

       

       빠르게 클리어를 할 생각인 내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일이었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이 연구소의 지리에 관해 잘 알고 있을 이들이 있었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경비 하나를 붙잡았다.

       

       “길을 좀 물어봐도 되겠느냐?”

       “좆이나 까.”

       

       안타깝게도 본인은 그게 사라진 지가 오래라서 말이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구나.

       

       그러니 네 요구에는 응하지 못할 듯 싶어.

       

       대신이라 하기도 뭐하다만 내 그대가 입을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마.

       

       인간의 혈도라는 것이 참 다양하고도 다종해서 말이다. 파고들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중에는 순수히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혈도도 존재한단다.

       

       지긋이 혈을 눌러주자 경비의 입에서 흘러나온 환희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 도움이 부담스러운 지 경비는 어떻게든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쳤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섭섭하구나.

       

       무얼 우리의 사이다. 그대가 바란다면 얼마든 즐겨도 괜찮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찬찬히 내 도움을 음미하거라. 네가 입을 열 때까지 말이다.

       

       “어디! 어디를 가려는 건데!”

       

       내 정성이 마음에 들었던지 결국 경비는 이 연구소의 길에 관해 알려주었다.

       

       버티다버티다 말을 한 것을 보면 내 도움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물론 나는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방금 경비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기대감에 바들바들 떠는 다른 경비를 붙잡아 교차검증을 했다. 놀랍게도 첫 경비가 한 말은 진실로 드러났다.

       

       이렇게 미안할 수가. 그는 진심을 담아 정성에 감사를 표한 것이었는데 내가 그의 진심을 믿지 못했구나.

       

       본래라면 사죄를 전해야했으나 첫 경비는 이미 기절한 뒤여서 내 말을 들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길도 알아냈겠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계속 안으로 향했다.

       

       이 곳의 경비들은 회사원들과 비슷했으나 좀 더 전문적이었다. 간단히 말해 장비가 더 좋았다.

       

       뭐어. 그래봐야 잡졸이라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돌파를 하는데는 조금의 지장도 없었지.

       

       그렇게 계속 안으로 향하다 어느 방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내가 지나온 길에서 벽이 내려와 퇴로를 막았다.

       

       [안녕. 복수자씨.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인가?]

       “그대는 누구인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연구소인데 연구원들은 하나도 없잖아.]

       

       반응이 없군.

       

       저게 녹음된 음성인지 아니면 제멋대로 말을 하는 것인지.

       

       [당신이 올 거라 생각해서 준비를 해뒀어. 여긴 당신의 무덤이 될 예정이야.]

       

       호오. 그것 참. 자주 들어 본 대사구나.

       

       기이하게도 내가 박살을 내러 간 문파의 장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 성과를 보인 이는 아무도 없었지.

       

       그대는 다를까?

       

       음성이 끊어짐과 동시에 내 앞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사람의 모양을 한 무언가였다.

       

       그 자에게는 생기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몸 안에 머무르는 내기뿐.

       

       허어. 저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인데.

       

       혈교의 강시잖으냐.

       

       빌어먹을. 꼴도 보기 싫은 게 튀어나와 버렸구나.

       

       <죽어도 죽지 않는 병사를 상대해 본 적 있어?>

       “그대에겐 슬픈 이야기겠으나 있다.”

       

       지겹도록 해보았지.

       

       죽인 자를 또 죽인다는 게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 아느냐?

       

       심지어 그 얼굴이 내가 알던 이의 얼굴일 때 사람의 기분이 얼마나 개판이 나는 지 아느냐?

       

       여태까지는 그래도 게임이라 즐기려 했다만 지금부턴 그러지 못하겠구나.

       

       아무리 그래도 말이다. 강시를 꺼내면 안 되지. 기분이 절로 차가워지지 않으냐.

       

       무인은 죽어서도 생전의 무를 잊지 못한 듯 자세를 취했다.

       

       강시라는 존재는 볼 때마다 불쾌하구나.

       

       생명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을 따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가면 나는 자기혐오에 쩐 인간이 될 테니까.

       

       그저 저 안에 스며든 이치가 너무도 역겨울 뿐이다.

       

       세상의 이치라는 것은 인간의 도덕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것은 애초부터 세상에 존재했을 뿐 선이니 악이니 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

       

       혈교의 강시도 그러하다.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어 지는 저 불쾌한 존재는 세상의 이치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저걸 만들기 위해 바친 제물도. 피도. 저것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시체도. 모든 것이 이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혈교의 아해들은 다른 파벌의 무인들이 자신들을 비난할 때마다 억울하다 소리쳤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치를 따른다는 점에서 우리나 당신들이나 다를 바가 없는데 왜 우리를 욕하냐면서.

       

       정파의 무인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그 주장을 반박하려 했으나 내 대답은 단순했다.

       

       싫은 데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싫은 것이지.

       

       마음에 안 드니 쳐부술 뿐이다.

       

       눈앞의 강시는 그나마 무림에서 보던 것보다는 나았다.

       

       저것은 혈교의 사술을 쓴 게 아니라 그 사술을 이 곳의 기술로 흉내 낸 것뿐이었으니까.

       

       “하린. 지금부터 펼쳐질 것은 좀 잔혹하다만 놀라지 말거라.”

       <네?>

       

       강시는 이미 죽은 자다.

       

       목을 날리건, 심장을 터트리건, 뭐를 하건 만들어질 때의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

       

       그럼 저것을 어찌 제압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팔과 다리를 모두 잘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손날에 강기를 두르고 맨 손으로 검술을 펼쳤다.

       

       낙일의 검.

       

       태양을 베어 낮을 밤으로 바꾸었다는 검사가 창안해 낸 무공이다.

       

       본인은 이를 완벽하게 다루지는 못하나 그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다.

       

       일검으로 강시의 팔다리를 날려버린 나는 그러고도 벌레마냥 발악하는 강시를 걷어차 방 한 구석으로 보내버렸다.

       

       이미 죽어버린 자다. 손속을 둘 이유는 없다.

       

       <…왜 맨 손으로 공격을 하는데 사람 팔다리가 날아가는 거에요?>

       “실력 있는 검수는 맨손으로 검술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화령님은 권사잖아요.>

       

       본질은 그렇지. 허나 무림을 돌아다니던 세월 동안 내 해보지 않은 것이 없어서 말이다.

       

       내가 다룰 줄 아는 병기보다 다루지 못하는 병기가 더 적을 것이야.

       

       개인적으로 무림의 어중이 검사들보다 내 검이 훨씬 나을 것이라 자부한다마는.

       

       길을 가로막은 벽을 베어버린 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강시들이 튀어나왔다.

       

       이성이 없어 두려움을 모르는 것들이라 영 귀찮았다.

       

       본래는 본보기를 보이면 움직임에 망설임이 생기거나 도망을 치거나 해야 하는데 저들은 그런게 없으니 원.

       

       그래도 이전과 달리 손속을 두지 않은 탓에 속도는 빨랐다.

       

       그러기를 몇 분 정도 했을까. 어느새 꽤나 큰 문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이 너머에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가진 존재가 있었다. 아마도 나에게 강시를 보낸 장본인이겠지.

       

       이 문도 입구의 문과 마찬가지로 손잡이가 없었다. 이 연구소는 돈도 많은 모양이야. 일회용 문을 이렇게 많이 만들다니.

       

       발로 걷어 차주니 팡!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의자에 앉은 여성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이 의지를 벗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또 이것인가.

       

       ‘복수자씨. 얼굴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너야? 이 역겨운 연구소의 주인이?’

       ‘역겹다니. 멋진 거지. 안 그래? 살아서 무에 목숨을 바친 이들이 죽어서도 무를 수련할 수 있게 해줬잖아.’

       

       거 미쳐도 단단히 미친 아해로구나. 죽은 자를 모욕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거기에 일말의 죄악감조차 느끼지 못하다니.

       

       ‘미친년.’

       

       이 게임의 주인공도 나와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긴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것이다.

       

       신랄한 대답에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당신의 복수는 여기까지야.’

       ‘날 멈추고 싶으면 죽여보든가.’

       ‘안 그래도 그럴 거야.’

       

       여성이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그걸 자신의 목에다 박아 넣었다.

       

       그녀의 몸 안에서 내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내기가 차오르는 속도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르다.

       

       저러면 무한히 내기를 사용할 수가 있겠지만 여파가 클 터인데.

       

       결국 혈맥이 견딜 수 있는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경지 이상의 내기는 혈맥을 해치기 마련이지.

       

       최소한 다시는 혈맥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테고, 좀 운이 안 좋으면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저 여성은 연구자이니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겠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를 쓰러트리겠다는 것인가.

       

       곤란하게 되었구나. 그대가 이 연구소의 책임자라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만.

       

       무공을 이치가 아닌 무언가로 재현하는 그 기술에 대해서라거나.

       

       빌어먹을 놈의 강시를 어디에서 만들고 있는 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러려면 일단은 살려서 제압을 해야 할 터인데.

       

       하아. 일을 귀찮게 만드는 구나. 이래서 사술을 쓰는 것들이 마음에 안 든다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1천 돌파! 정말 감사드립니다.
    19필터 없이 in100을 할 때까지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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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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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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