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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30. 둥지를 지키는 아빠 (2)

       

       

       이하준이 자리를 떠난 후.

       드래곤들은 현관문에 딱 붙이고 있던 귀를 떼어냈다.

       

       “갔냐?”

       “갔어. 위로 올라갔어. 아마 옥상이겠지.”

       “으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초련이는 이하준을 걱정했다.

       예전에 이하준이 구봉구에게 얻어맞아, 온몸에 멍이 들었던 모습을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다치지 않으셔야 할 텐데요…”

       “흥, 아빠가 나를 이길 뻔했는데! 다치겠냐구!”

       “어라, 아버지가 이기지 않았나요?”

       “무승부야! 난 안 졌어!”

       

       화련이는 그리 말하며 초련이를 안심시켰다.

       그럼에도 초련이는 걱정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어떡하죠… 어떡하죠… 큰일이 나면 어떡하죠…”

       “으아아, 답답한 소리 그만해! 어떻게든 되겠지!”

       

       안절부절-

       걱정하는 초련이.

       걱정하는 초련이가 답답한 화련이.

       그리고, 걱정하는 초련이가 답답한 화련이가 바보 같은 수련이.

       

       “어떻게든 되겠지는 너무 대책 없는 말이야.”

       “그럼 뭐! 어떻게 하자구!”

       “궁금하면 해결해야지. 문을 열고 나가자.”

       

       수련이는 까치발을 들어 문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열렸다.”

       

       수련이의 과감한 행동으로 인해 문이 열렸다.

       화련이는 곧바로 열린 문을 향해 돌진했다.

       

       “밖이다! 빨리 나가자! 아빠 어디 있어!?”

       

       막상 나오니 가장 좋아하는 건 화련이었다.

       

       “역시 레드 드래곤은 이해할 수 없어.”

       

       도리도리-

       수련이는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섰다.

       초련이는 그런 언니들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그렇게, 녀석들은 계단을 올라 도착한 옥상의 문틈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이하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너희 어디서 왔냐.”

       

       이하준은 퉁퉁이와 비실이를 의자에 묶은 채로 심문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드래곤이 보기에는 상당히 낯설었다.

       

       “뭐, 뭐야! 저게 아빠야? 느낌이 다른데!”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저런 모습이구나.”

       “그래도 아버지는 괜찮네요! 다행이에요!”

       

       상당히 진지한 모습의 이하준.

       이하준의 질문에 퉁퉁이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너 뭐하는 새끼냐…? 우리를 건들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러니까, 너희가 누구냐고. 퉁퉁이와 비실이냐?”

       “…”

       

       퉁퉁이는 정체를 들켰기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모습에 이하준은 주먹을 크게 올렸다.

       

       “말을 안 하겠다는 거지? 그럼 나도 이렇게 나오는 수밖에 없어.”

       “…차라리 때려! 죽는 것보다 낫지! 나는 말 못해!”

       

       퉁퉁이의 말에 이하준은 주먹을 높이 들고 얘기했다.

       

       “참고로 나 D급 영웅이다.”

       “…진짜로? 여, 영웅이세요?”

       “어.”

       “…”

       

       그에 퉁퉁이는 재빠르게 입을 열며 소리쳤다.

       

       “우, 우리는 이사야가 시켜서 왔어!”

       “이사야…?”

       “너도 여기 살면 알고 있잖아! 천사 이사야! 그 미친 싸이코 약쟁이 새끼!! 걔가 이 주변을 조사하라고 해서 온 거야!! 이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고 해서!!”

       “그래?”

       

       이하준은 높이 들었던 주먹을 내렸다.

       퉁퉁이에게 얻어낼 정보는 다 얻었기 때문이다.

       드래곤들은 그런 이하준의 모습에 감상평을 내뱉었다.

       

       “왜 때리지 않은 거야! 주먹을 들었으면 때려야지! 답답해!”

       “우리가 사고 쳐서 저 두 사람이 온 거였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박력 있는 아버지의 모습도 생각보다 괜찮네요!”

       

       각자 서로 할 말만 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이하준은 이번에는 대상을 바꿔 비실이에게 물었다.

       

       “그냥 조사하라고 해서 온 게 끝이야?”

       “예, 솔직히 말하면… 저희도 권총 들이밀고 협박당해서 좆같아요. 이사야 그 새끼는 맨날 일을 그런 식으로 한다니까요? 영웅이라고 하셨죠? 제발 이사야 그 새끼 좀 잡아가면 안 됩니까? 지가 왕이라서 그런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흐음.”

       

       이하준은 고민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만약 입막음하고 돌려보낸다고 치자. 그럼, 이 구역이 안전해질까?’

       

       아니.

       없다고 해도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할 것 같다.

       애초에 조사를 보냈다는 시점에서, 이곳에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잠시 조용히 지낸다고 해도, 빌라의 내부를 확인하려 하겠지.

       

       “이거 안 되겠네.”

       “ㄴ, 네?”

       “이사야. 내가 걔를 만나봐야겠어.”

       “위험할 텐데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조용히 숨어 살려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이건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이하준은 퉁퉁이와 비실이의 결박을 풀어줬다.

       

       “이번에는 너희가 안내해. 그 이사야가 있는 곳에.”

       “ㅇ, 예…! 알겠습니다…! 이하준 영웅님…!”

       

       퉁퉁이와 비실이는 재빨리 안내를 시작하려 했다.

       

       “야! 이쪽으로 온다!”

       “빨리 도망치자.”

       “집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호다다닥-

       그에 드래곤들은 들키지 않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녀석들은 거실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아빠가 일에 휘말렸어. 우리 때문에. 위험한 일인 것 같아 보였어.”

       “우리가 시선을 끌어서 그런 거야?!”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오…”

       

       축 가라앉은 분위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드래곤은 자신들이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도와주자! 우리가 처리하는 거야!”

       “그러다가 또 사고를 치면 아빠가 더 곤란해질 거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믿고 기다린다.

       자신들을 위해 위험한 일을 감수한 아빠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수련이는 이성적으로 이 상황을 판단했다.

       입술을 깨물고,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으아, 답답해!”

       “아버지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드래곤들은 그렇게 아빠가 오기를 기다렸다.

       다치지 않기를 걱정하면서.

       녀석들은 이하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

       

       

       퉁퉁이와 비실이는 입이 굉장히 싸다.

       내가 고작 주먹을 들고 협박했는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불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새끼들을 가만히 돌려보내면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이 판단이 녀석들을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야.’

       

       일이 틀어지면.

       그때는 가봐야 알겠지만.

       나는 퉁퉁이와 비실이의 안내를 받으며, 중심부 구역으로 향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암모니아 찌든 냄새와 텁텁한 공기가 내 코를 공격했다.

       약에 쩔어있는 노숙자의 모습이 내 눈을 공격하기도 했다.

       

       ‘빨리 돈을 벌어서 이사를 가야겠어.’

       

       오랜만에 중심부에 와서 확신했다.

       이 구역에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어떤 거대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 이상.

       이 구역은 답이 없어 보였다.

       

       “여, 여기에요. 이하준 영웅님.”

       

       비실이가 문 앞에 멈춰서 말했다.

       나는 견고한 문을 눈으로 확인하며 물었다.

       

       “이 안에 이사야. 그 약쟁이가 있다고?”

       “예, 있습니다. 근데 다른 약쟁이 녀석들도 있을 테니 조심해야 합니다. 다 권총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

       

       그건 좀 무서운데.

       내 몸에 총알이 박히는지, 박히지 않는지는 확인해본 적이 없다.

       

       ‘아오, 처음부터 조심할걸.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도.

       자식이 책임질 수 없는 사고를 친다면.

       부모가 수습해야 하는 법.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견고한 문을 두드렸다.

       

       쾅쾅-!

       

       “나 이사야한테 볼 일이 있는데. 문 좀 열어줘라. 퉁퉁이랑 비실이도 같이 있어.”

       -무슨 용건으로 왔지?

       “이사야와 할 얘기가 있어서. 시간 좀 내줬으면 좋겠는데. 참고로 나 영웅이다.”

       -…잠깐 기다려라.

       

       안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건 그렇고 얘네는 진짜 퉁퉁이랑 비실이로 불리네.’

       

       기분 나쁘게 입에 잘 달라붙긴 한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

       

       “들어와라.”

       

       견고했던 문이 열렸다.

       나는 문을 열어준 덩치가 거대한 녀석을 지나쳐, 건물의 안쪽으로 향했다.

       

       “보스는 안에 있다. 예를 갖춰라.”

       “후드에서 예의는 무슨. 중심부는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10년은 살았어. 나 알아서 해.”

       “…”

       

       나는 문을 열어 안쪽으로 향했다.

       안에서는 내게 환영 인사로 이사야가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녀석은 돈을 많이 벌었는지 온몸에 금치장을 두르고 있었다.

       부럽네.

       

       “귀한 영웅이 내게 할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지? 나는 할 말이 없는데.”

       

       스윽-

       이사야는 퉁퉁이와 비실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인지, 연결 고리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그 모든 일을 네가 한 건가?”

       “…뭐, 과장된 면이 많지만. 그런 셈이지.”

       

       나는 이사야의 권총을 무시하고 소파에 앉았다.

       약물의 냄새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고작 그런 약쟁이의 말을 듣고, 그 지역을 조사한 거야?”

       “죽었는지 살았는지 시체를 한 번 더 쏴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타입이라서 말이지.”

       

       흠.

       이사야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나중에 무조건 부딪힌다.’

       

       야망이 있으면서 치밀하며 꼼꼼한 타입이다.

       아마 내가 그냥 돌아가면 내 빌라를 감시해서 기회를 노릴 것이다.

       약쟁이 녀석에게 영웅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니까.

       

       ‘이렇게 실적을 올릴 줄은 몰랐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퉁퉁이랑 비실이는 나가 있어.”

       “ㅇ, 예!”

       

       눈치 빠른 비실이가 퉁퉁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사야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하, 이 멍청한 새끼. 지금 나와 싸워서 이기겠다는 소리야? 유명하지도 않은 영웅이 나를 이기겠다고?”

       “너 각성자 아니잖아.”

       “맞아, 각성자는 아니야. 그런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지?”

       

       이사야는 벽면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콰앙-!

       

       그러자, 나와 이사야 사이에 투명한 유리벽이 세워졌다.

       두께를 보아하니 특수 처리된 강화 유리인가 보다.

       그리고, 벽이 문처럼 열리더니 그 안에서 기분 나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릉- 크르릉-

       

       그 울음소리는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설마 웨어울프?”

       “잘 알고 있네. 오늘 너를 먹어 치울 마수. 웨어울프다.”

       

       이사야는 벌써 이긴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일반인이라면 무조건 죽겠네. 등급이 낮은 영웅도 위험하고.’

       

       웨어울프는 강하다.

       그건 내가 죽을 뻔하면서 직접 깨달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죽여 웨어울프.”

       

       크워워워-!!

       

       이사야의 목소리에 맞춰 내게 달려드는 웨어울프.

       나는 그런 웨어울프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녀석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끼, 끼잉-

       

       저 구석으로 도망쳐 몸을 웅크렸다.

       상대가 좋지 않았네.

       

       “운도 없지. 너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걸 준비했냐.”

       “뭐, 뭐야. 굶주린 웨어울프가 왜 갑자기…”

       

       당황하는 이사야.

       나는 녀석이 도망치기 전에 유리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쨍그랑-!!

       

       그리고, 나는 곧바로 녀석의 멱살을 잡았다.

       

       “너는 내 집에 관심을 가져선 안 됐어.”

       “그, 그게 뭔-“

       “일단 나한테 맞자. 너 때문에 시간 뺏겼잖아.”

       

       내 딸이랑 놀 시간만 뺏겼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을 때까지 녀석을 때렸다.

       중간에 손가락 사이의 금반지를 슬쩍- 하기도 하면서.

       

       ‘솔직히 좀 부러웠어.’

       

       그리고, 녀석의 부하들은…

       

       “씨, 씨발! 안에 웨어울프 있어! 저 새끼는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웨어울프 때문인지 내게 달려들지도 못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침입자로부터 나의 둥지를 지켰다.

       

       

       ***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원룸.

       초조한 드래곤의 심장 소리만이 울리는 원룸.

       녀석들은 가만히 앉아, 이하준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뚜벅- 뚜벅-

       

       계단을 내려오는 인기척에 녀석들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 앞에서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

       “…”

       “…”

       

       녀석들은 현관문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열쇠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순간.

       

       “아빠다!”

       “…왔네.”

       “아버지! 어서 오세요!”

       

       녀석들은 마중 나와 이하준의 몸을 확인했다.

       그 모습에 이하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걱정하는 거야? 아무 일도 없었어.”

       

       밥이나 먹자.

       오늘은 좀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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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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