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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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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가 떠나기 무섭게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던 오뚜기가 무겁게 목소리를 깔며 나와 아이리스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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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반항해봤자 돌아올 건 폭력밖에 없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오뚜기에게 다가갔다. 내가 발 빠르게 다가왔음에도 오뚜기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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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 이래서 노예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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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으락푸르락 벌겋게 얼굴을 붉힌 오뚜기가 아이리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설마 싶어 뒤를 돌아보자 아이리스가 아무런 말도 못 들었다는 듯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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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할 노예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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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채찍을 꺼내 거칠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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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쫙,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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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 바닥에 채찍이 부딪치자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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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저거 맞으면 죽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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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러다니던 돌이 채찍을 맞아 부서진 걸 보고 식겁하며 아이리스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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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어서 일어나! 빨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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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나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억지로 아이리스의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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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일어나…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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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 그녀의 몸을 일으키자 다행히 그녀는 순순히 일어나주었다. 일부러 말을 무시했다기보단 정신이 완전히 나가 반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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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감히 니까지것들이 나를 무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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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내가 아이리스를 챙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채찍을 들어 거칠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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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쫘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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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찍이 내 등을 찢어발기고 지나갔다. 파스를 붙였다가 떼어내는 듯한 화끈한 통증과 함께 피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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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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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따가움에 어깨를 들썩거렸다. 옷 안에 누가 장난으로 얼음을 넣은 것처럼 몸서리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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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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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호통 소리에 아이리스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아이리스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끌어당기는 대로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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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내 뜻을 거역했다간 좋은 꼴 못 볼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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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바닥에 채찍을 몇 번 휘두르더니 몸을 휙 돌려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뚜기의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정도로, 일반적인 성인 남자에 비해 매우 작은 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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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분에 성큼성큼 걸어가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커다란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자리한 감옥을 스쳐 지나가자 길이 나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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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아이리스가 서 있는 곳을 포함해 총 네 개의 길이 존재했다. 앞과 뒤쪽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곳과 같았다. 가운데 길을 두고 양쪽에 감옥이 있는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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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오른쪽엔 긴 길이 쭉 이어졌다. 그 길 끝엔 커다란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의 높이는 10m는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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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엔 짧은 길이 이어졌다. 길 끝엔 열칸 정도의 계단이 놓여있었다. 오뚜기는 왼쪽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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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설마 이거 엘리베이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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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 위로 올라가자 과거 광산에서 사용했을 법한 나무로 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오뚜기와 나, 아이리스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오뚜기가 왼쪽에 있는 줄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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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드득,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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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하고 엘리베이터가 흔들리더니 이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직 동굴로 내려가는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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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랜턴이 두 개나 달려있었지만 꺼질 때가 된 건지 그다지 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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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기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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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엘리베이터에 밝은 빛이 스며들고 한 층 아래에 도착했다. 오뚜기는 말없이 줄을 한 번 더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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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더욱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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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은 총 3번 잡아당겨졌다. 못해도 지하 4층은 된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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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숟가락은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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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은 감옥 한정으로 무시무시한 굴착기가 되어준다. 여기가 지하 10층이더라도 순식간에 감옥을 탈출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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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제부터 너희가 지낼 곳은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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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가 단단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문을 열자, 좁디좁은 감옥 내부가 드러났다. 성인 남자 세 명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은 방 안은 창문은커녕 랜턴조차 없어 숨 막히게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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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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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이라도 채찍을 들고 싶다는 듯 손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아이리스를 끌어당겨 좁은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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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철컹!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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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와 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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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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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적,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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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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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갑작스럽게 부서져 버린 연습용 목검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목검 끝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어 부순 것처럼 나무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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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부서져 버렸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부서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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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나가 투덜거리며 어서 새로운 목검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노아는 말없이 부러진 단면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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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불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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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명치 부근 부터 아릿하게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손을 말아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시선이 리안이 앉아있던 장소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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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그곳엔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텅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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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일이 있어서 떠난 거겠지. 리안은 바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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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목검이 보관되고 있는 창고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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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윽, 기분 나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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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로 들어가자마자 보인 건, 입구 부근에서 죽어있는 손바닥만 한 벌레였다. 줄리아나는 벌레가 싫은지 노아의 등 뒤로 물러난 몸을 작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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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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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진 목검, 죽어있는 벌레 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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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라면 별거 아니라며 넘겼을 모든 일들이 기이할 정도로 두렵고 무섭게 느껴졌다. 노아는 벌레 사체를 내려다보며 기억 속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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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내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할 만한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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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와중에도 불안감을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노아는 결국 목검을 챙기지 않고 창고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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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 어디 가려고?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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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거칠게 뛰고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줄리아나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빠르게 걷던 걸음이 어느새 뜀박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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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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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깨달았다.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감, 두려움을 언제 느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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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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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틈 사이로 엿보았던 끔찍한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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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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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주방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야채를 손질하는 아이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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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형 찾아?요?”
   “나 형 봤어. 아까 이렇게 생긴 걸 들고 자는 방에 가던데?”
   “그게 뭐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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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아이들의 대화를 뒤로하고 숙소로 달려갔다.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날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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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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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절박한 목소리로 리안을 찾으며 숙소 문을 열었다. 그녀를 맞이해준 건 침대에 가지런히 놓인 귀여운 인형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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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반쯤 돌아간 노아는 곧바로 다른 방문을 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방에도 리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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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제발..여기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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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로 힘없이 웃으며 마지막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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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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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인 건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있는 피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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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왜 아무 말 없어? 이제 끝인 거지? 응? 제발 대답해줘. 제발제발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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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 몇 번이고 제 동생에게 애원했지만, 도반의 마법이 풀려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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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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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완전히 새카맣게 물든 머리카락과 검보라색으로 물든 눈동자 때문에 피아를 곧바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얼굴을 보곤 금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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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노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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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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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히죽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아는 피아의 표정이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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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봐. 내가 드디어 너희를 구했어.”
   “뭐?”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위선자를 드디어 추방했단 말이야! 그런데 동생이…동생이 대답해 주지 않아. 아아 -, 드디어 미련이 사라져서 내 곁을 떠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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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피아는 미치광이처럼 보였다. 노아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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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 혹시 리안 보지 못했어?”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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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가 순식간에 미소를 지우더니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바닥을 바라보았다. 피아의 시선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인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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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방에선 침대에 놓여있던 인형이 이 방에서만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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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왜 바닥에…? 피아, 도대체…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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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채 묻자, 피아가 커다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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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말했잖아. 망할 쓰레기 위선자 리안은 내가 추방해버렸다고.”
   “뭐..?”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리안은 쓰레기잖아. 우리를 이용하려고 위선자 인척 웃고만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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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점 없이 미쳐 보였던 피아의 눈동자에 작은 혼란이 맴돌았다. 피아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확인받으려는 것처럼 강박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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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치? 리안 그 새끼는 쓰레기잖아. 당장 죽여버려야 할 쓰레기! 그 녀석이 우리 옆에 있어봤자 아무런,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거잖아? 도리어 괴로워지기만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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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의 시선이 바닥을 헤맸다. 그녀의 시선의 끝에 닿은 건 피아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만든 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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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치? 그런,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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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의 목소리는 어느새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익명의 후원자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0ㅂ09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피아는 폭 파 엔딩으로 하려고 했는데…(터지는..)
몇몇분의 응원으로 살려주었습니다 ^^

피아는 히로인이라기엔 뭔가 애매한 캐릭터라서 데굴데굴 구를 친구 중 한명이구나 하고 봐주셔도 됩니다.
데굴데굴 구르다가 이뻐보이면 히로인 될 수도 있는거고 그런거죠.
(결국 기준은 어느 정도의 굴림인가)

피아 덕분에 무시무시한 곳에 리안이 방생(?) 되어버렸습니다.
도반 꼴 될 인물들을 떠올리니 즐겁네요!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다음화 보기

지소가 떠나기 무섭게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 같던 오뚜기가 무겁게 목소리를 깔며 나와 아이리스를 가리켰다.

여기서 반항해봤자 돌아올 건 폭력밖에 없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오뚜기에게 다가갔다. 내가 발 빠르게 다가왔음에도 오뚜기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익! 이래서 노예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붉으락푸르락 벌겋게 얼굴을 붉힌 오뚜기가 아이리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설마 싶어 뒤를 돌아보자 아이리스가 아무런 말도 못 들었다는 듯 멍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망할 노예년이!”

오뚜기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채찍을 꺼내 거칠게 휘둘렀다.

쫙,쫘악!

감옥 바닥에 채찍이 부딪치자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헉..?! 저거 맞으면 죽는 거 아니야?’

굴러다니던 돌이 채찍을 맞아 부서진 걸 보고 식겁하며 아이리스에게 다가갔다.

“아이리스 어서 일어나! 빨리 가자!”

“…?”

아이리스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나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억지로 아이리스의 몸을 일으켰다.

“어서 일어나…끙!”

억지로 그녀의 몸을 일으키자 다행히 그녀는 순순히 일어나주었다. 일부러 말을 무시했다기보단 정신이 완전히 나가 반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감히! 감히 니까지것들이 나를 무시해?!”

오뚜기는 내가 아이리스를 챙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채찍을 들어 거칠게 휘둘렀다.

쫘아아악!

채찍이 내 등을 찢어발기고 지나갔다. 파스를 붙였다가 떼어내는 듯한 화끈한 통증과 함께 피 냄새가 났다.

“으아앗!”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따가움에 어깨를 들썩거렸다. 옷 안에 누가 장난으로 얼음을 넣은 것처럼 몸서리쳐졌다.

“어서 일어나!”

거친 호통 소리에 아이리스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아이리스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끌어당기는 대로 따라왔다.

“이곳에서 내 뜻을 거역했다간 좋은 꼴 못 볼 줄 알아!”

오뚜기는 바닥에 채찍을 몇 번 휘두르더니 몸을 휙 돌려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뚜기의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정도로, 일반적인 성인 남자에 비해 매우 작은 키였다.

그 덕분에 성큼성큼 걸어가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커다란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자리한 감옥을 스쳐 지나가자 길이 나눠졌다.

나와 아이리스가 서 있는 곳을 포함해 총 네 개의 길이 존재했다. 앞과 뒤쪽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곳과 같았다. 가운데 길을 두고 양쪽에 감옥이 있는 형식이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오른쪽엔 긴 길이 쭉 이어졌다. 그 길 끝엔 커다란 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문의 높이는 10m는 되어 보였다.

왼쪽엔 짧은 길이 이어졌다. 길 끝엔 열칸 정도의 계단이 놓여있었다. 오뚜기는 왼쪽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 설마 이거 엘리베이터인가?’

계단 위로 올라가자 과거 광산에서 사용했을 법한 나무로 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오뚜기와 나, 아이리스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오뚜기가 왼쪽에 있는 줄을 잡아당겼다.

우드드득,쿠궁.

덜컹하고 엘리베이터가 흔들리더니 이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직 동굴로 내려가는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졌다.

엘리베이터 랜턴이 두 개나 달려있었지만 꺼질 때가 된 건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끼기긱.

다시 엘리베이터에 밝은 빛이 스며들고 한 층 아래에 도착했다. 오뚜기는 말없이 줄을 한 번 더 흔들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더욱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줄은 총 3번 잡아당겨졌다. 못해도 지하 4층은 된다는 소리였다.

‘나중에 숟가락은 주겠지?’

숟가락은 감옥 한정으로 무시무시한 굴착기가 되어준다. 여기가 지하 10층이더라도 순식간에 감옥을 탈출할 수 있을 터였다.

“자,이제부터 너희가 지낼 곳은 여기다.”

오뚜기가 단단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문을 열자, 좁디좁은 감옥 내부가 드러났다. 성인 남자 세 명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은 방 안은 창문은커녕 랜턴조차 없어 숨 막히게 어두웠다.

“빨리 들어가!”

당장이라도 채찍을 들고 싶다는 듯 손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아이리스를 끌어당겨 좁은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철컹! 쿠웅!

아이리스와 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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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콰직!

“…!”

노아는 갑작스럽게 부서져 버린 연습용 목검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목검 끝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어 부순 것처럼 나무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 이런 부서져 버렸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부서지네. ]

줄리아나가 투덜거리며 어서 새로운 목검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노아는 말없이 부러진 단면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노아는 명치 부근 부터 아릿하게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손을 말아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시선이 리안이 앉아있던 장소를 향했다.

애초에 그곳엔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텅 비어있었다.

‘다른 일이 있어서 떠난 거겠지. 리안은 바쁘니까.’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목검이 보관되고 있는 창고로 향했다.

[ 으윽, 기분 나빠. ]

창고로 들어가자마자 보인 건, 입구 부근에서 죽어있는 손바닥만 한 벌레였다. 줄리아나는 벌레가 싫은지 노아의 등 뒤로 물러난 몸을 작게 떨었다.

쿵쿵쿵!

부러진 목검, 죽어있는 벌레 사체.

평소라면 별거 아니라며 넘겼을 모든 일들이 기이할 정도로 두렵고 무섭게 느껴졌다. 노아는 벌레 사체를 내려다보며 기억 속을 더듬었다.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내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할 만한 일이 있었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와중에도 불안감을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노아는 결국 목검을 챙기지 않고 창고를 빠져나왔다.

[ 응? 어디 가려고? 화장실? ]

노아는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거칠게 뛰고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 줄리아나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빠르게 걷던 걸음이 어느새 뜀박질이 되었다.

“헉,허억…!”

노아는 깨달았다. 지금 느끼고 있는 불안감, 두려움을 언제 느꼈었는지.

“리안! 리안!”

문틈 사이로 엿보았던 끔찍한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리안!”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주방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야채를 손질하는 아이들 뿐이었다.

“리안 형 찾아?요?”

“나 형 봤어. 아까 이렇게 생긴 걸 들고 자는 방에 가던데?”

“그게 뭐야?”

“몰라.”

노아는 아이들의 대화를 뒤로하고 숙소로 달려갔다.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날로 커졌다.

“리안!”

노아는 절박한 목소리로 리안을 찾으며 숙소 문을 열었다. 그녀를 맞이해준 건 침대에 가지런히 놓인 귀여운 인형들 뿐이었다.

눈이 반쯤 돌아간 노아는 곧바로 다른 방문을 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방에도 리안은 없었다.

“리안,제발..여기 있는 거지?”

노아는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로 힘없이 웃으며 마지막 방문을 열었다.

끼익.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인 건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있는 피아였다.

“왜? 왜 아무 말 없어? 이제 끝인 거지? 응? 제발 대답해줘. 제발제발제발.”

피아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 몇 번이고 제 동생에게 애원했지만, 도반의 마법이 풀려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피아…?”

노아는 완전히 새카맣게 물든 머리카락과 검보라색으로 물든 눈동자 때문에 피아를 곧바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얼굴을 보곤 금세 알아차렸다.

피아는 노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아 -..노아.”

피아는 히죽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아는 피아의 표정이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들어봐. 내가 드디어 너희를 구했어.”

“뭐?”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위선자를 드디어 추방했단 말이야! 그런데 동생이…동생이 대답해 주지 않아. 아아 -, 드디어 미련이 사라져서 내 곁을 떠난 걸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피아는 미치광이처럼 보였다. 노아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피아 혹시 리안 보지 못했어?”

“..리안?”

피아가 순식간에 미소를 지우더니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바닥을 바라보았다. 피아의 시선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인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방에선 침대에 놓여있던 인형이 이 방에서만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이게 왜 바닥에…? 피아, 도대체…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노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채 묻자, 피아가 커다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말했잖아. 망할 쓰레기 위선자 리안은 내가 추방해버렸다고.”

“뭐..?”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리안은 쓰레기잖아. 우리를 이용하려고 위선자 인척 웃고만 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초점 없이 미쳐 보였던 피아의 눈동자에 작은 혼란이 맴돌았다. 피아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확인받으려는 것처럼 강박적으로 말했다.

“그치? 리안 그 새끼는 쓰레기잖아. 당장 죽여버려야 할 쓰레기! 그 녀석이 우리 옆에 있어봤자 아무런,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거잖아? 도리어 괴로워지기만 하잖아!”

피아의 시선이 바닥을 헤맸다. 그녀의 시선의 끝에 닿은 건 피아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만든 인형이었다.

“…그,치? 그런,그런 거지?”

피아의 목소리는 어느새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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