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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다음 문제입니다! 100여 년 전, 길드전이라는 대회가 성행했었는데요. 이 길드전의 마지막 라운드, 섬멸전 중 가장 짧은 경기 시간은 몇 분 몇 초일까요! 답을 말씀해 주시면 업다운도···”

삑-

“15분 57초.”

“저, 정답입니다!”

모험가 관련 문제들 위주로 나온다길래. 새로운 지식이라도 습득할 겸 퀴즈쇼에 참가해 봤다.

그런데 난이도를 높이기 위함인지 옛날 문제들만 나오지 뭔가.

“1세대 전투 골렘의 자폭 커멘드는 무엇일까요!”

“왼쪽 오른쪽 A B.”

“지금 보여드리는 이 사진은 용살자 루이비통이 사용하였던 투구인데요.”

“저거 짝퉁 같은데요.”

“필리아 제국과 엘프 왕국 베지테리어의 국교 체결 당시의 선언문을···”

“서로 다르고 몰라 갈라졌던 세월. 우리는 한 영웅의 활약 덕에 이렇게 화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필시 어니스트의 뜻이리라 여김이···”

내가 전부 찢어버리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대도 아해랑 똑같으니라.”

“내가 뭘. 나는 답하라고 낸 문제를 맞혔을 뿐이야.”

그러는 지는 습관성 이단 선전 활동하다가 쫓겨나기까지 한 주제에.

그에 반해 이쪽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을 뿐이다. 어린이의 순수 악 기만질과 동일 선상으로 취급하면 여러모로 억울한 부분이 많다.

“어이 거기.”

“네? 저요?”

마리아가 모의 대련으로 달려가는 걸 막고자, 다음 부스도 빠르게 고르려던 중.

뒤에서 귓전을 찌르듯 파고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거기 허수아비 너.”

다른 것보다도 날카롭고 건들건들한 인상이 특징적인 마법사 사내였다.

태도로 보나 목소리 톤으로 보나, 행사에서는 처음 마주하는 타입. 올 것이 왔다는 직감이 들었다.

“최근에 이름 좀 날리는 모양이던데.”

릴리시스는 대놓고 반발하는 이는 거의 없을 거라 했지만. 거의 없다는 것인즉 있기는 있을 거란 뜻.

예상대로 그는 서서히 시동을 걸며 워딩의 세기를 높여갔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는 우리 모험가가, 몬스터인 너를 왜 모험가 동료로 인정해야 하는지.”

사실 그의 언행과 논리 자체는 타당하다.

딱히 상종을 안 했던 엘프와도 감정의 골이 그렇게 깊었었는데. 아예 죽고 죽이는 관계인 몬스터를 쉽게 포용 가능할 리가.

“마리아 저 사람 알아.”

“그래?”

“응. 데릭이라는 A급 모험가인데. 마리아 B급일 때 자기 A급이라고 막 자랑했어. 그래서 마리아 바로 다음 주에 A급 달았어.”

“음.”

최소한이나마 옹호해 주려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어쩌면 마리아한테 등급으로 비틱하기를 가르친 게 저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거 아냐.

“시, 시끄러워 꼬맹이! 쬐끄만 게 재능 조금 있다고 까불기는.”

“조금···?”

“···재능 있다고 까불기는.”

“흐흥.”

‘그 와중에 마리아가 재능충인 건 인정하는구나.’

대충 어떤 캐릭터인지는 잘 알겠다.

행실은 불량한데, 막상 극악무도한 수준까지는 안 가는. 적당히 갱생의 여지가 있는 허당 망나니 타입.

“그래서 저한테는 정확히 무슨 볼일이시죠.”

“경고하러 온 거다. 몬스터 주제에 이 바닥에서 너무 설치지 말라고.”

“아하···.”

얘면 적당하겠다 싶어, 적당한 반응으로 말을 늘이는 한편.

뒤로는 손가락으로 일행들을 몰래 찔러. 미리 부탁한 밑밥을 깔아달라 요청했다.

“그러지들 말고, 시원하게 한 판 붙는 게 어떻겠느냐?”

“맞아. 이러고 그냥 돌아가는 건 모양 빠져.”

“뭐, 뭐어?”

요주의 인물, 더불어 돈 주고도 한다는 싸움 구경 떡밥에 금세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데릭은 인간 포위망에 갇혀. 어느샌가 나랑 싸우는 게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아니, 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혹시 쫄았느냐?”

“이런 게 마리아랑 같은 A급이라니. 등급이 울어. A급 반납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모욕까지 듣고 과연 참을 수 있을까.

확인해 볼 것도 없이. 데릭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갔다.

“그, 그래 좋다 이거야! 이번 기회에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를 철저히 정립해 주지!”

공갈 사기단은 대상이 성공적으로 입질을 물었음에 조용히 하이파이브를 쳤다.

살짝 불쌍하지만서도, 어쩌겠는가. 우리가 어디 뭐 가만히 있던 사람을 건드렸나.

먼저 시비를 털었으면 본인 대가리 깨질 각오도 하셔야지.

“그럼 결정됐네요. 저한테 일기토류 스킬이 있으니, 그걸로 하죠.”

“그러시든가.”

[‘데릭’에게 1vs1 대결을 신청하였습니다.]

“창 하나 떴죠? 그거 수락하시면 돼요.”

대뜸 등을 떠밀린 건 나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이미 눈까리가 돈 데릭은 지나치게 태연한 나한테서 조금의 이상한 낌새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리고 곧장 대결 신청을 수락함으로써.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도망의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고야 말았다.

우웅-

시스템이 투명한 돔을 생성하여 두 결투자를 감쌌다.

구경꾼들은 벽 외곽으로 이동되었고. 허공에는 내부를 선명히 보여주는 화면도 여럿 띄어졌다.

“여기선 다치거나 죽어도 결투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와요. 조심해 가며 싸울 필요가 없는 거죠.”

“애초에 몬스터를 상대로 화력을 조절할 필요가 있나?”

그런 허세와는 달리, 설명을 듣고서야 지팡이를 바꿔 드는 데릭.

참 알만한 모습에 속으로 웃으며. 피차 침묵으로 카운트다운을 보냈다.

콰앙-!

0을 가리킴과 동시에 쏟아진 파이어볼.

데릭은 내가 이를 가뿐하게 피했다는 사실에 1차, 뒤이어 깨달은 점에 2차로 놀랐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일시적으로 내려간 스탯 때문이리라.

랭킹전과는 다르게, 개인끼리 진행하는 PVP는 레벨 보정을 설정 가능하다.

마리아가 A급 최연소라면, 나는 아마도 최저 레벨. 스탯이 내려가기도 참 많이 내려갔을 거다.

“젠장···!!”

마법을 쏘아대던 데릭이 움직임을 바꿨다. 추측하기를 속전속결에서 운영으로.

흐름 또한 역변하던 마나가 몰아치더니. 내 머리 위에 검붉은 표식을 남기며 카운트가 하나 올라갔다.

“오빠아. 그거 즉사의 표식이야. 3개가 모이면 안 돼.”

“이 꼬맹이가! 조용히 하지 못해?!!”

어차피 나도 알고 있었는데, 애한테 괜히 성질은. 심지어 블러핑도 못 해먹을 능력이면서.

쇄도하는 마법들이 의도를 숨기려는 노력도 벗어던진 채, 모조리 견제 특화로 탈바꿈했다. 표식이 다 모일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수작이렸다.

‘처음 표식이 생기고부터, 전부 모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분.’

정석적인 공략법이라면 다 모이기 전에 시전자를 무력화시키는 거겠으나.

지금은 공산주의나 농민 봉기처럼 내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약해지게 끌어내린 상태.

수단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특히 견제와 집중포화를 뚫고 접근할 방도가.

‘기회는 한 번 정도겠지.’

제아무리 눈치가 없고 기분파라지만. 나름 A급까지 달성한 베테랑 마법사다.

안 그래도 능력의 본질마저 까발려진 마당에. 똑같은 수법을 여러 번 당해주긴커녕, 쉽사리 방심도 하지 않을 터.

상응하는 걸 내어줘 틈을 만들고, 한 방을 노려야 할 것이었다.

[즉사의 표식:2]

작전을 구상하는 사이 카운트가 늘었다.

남은 카운트는 하나. 데릭의 행동거지에서 살짝이지만 여유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이겼다 이거지.

‘데릭이 견제로 이용하는 속성은 셋. 불, 바람, 번개.’

저 중에 불은 쥐불놀이로 무력화할 수 있고.

이 레벨대 마법사 계열 평균 MP량과 견제에 투자하는 마법의 양을 비교했을 때, 마무리는 즉사의 표식으로 지으려는 게 사실상 확정.

나머지는 타이밍만 재면 될 문제였다.

‘지금!’

약간의 시간 여분을 두고 돌진했다. 촉박한 것보단 내가 조절 가능한 편이 낫다.

[허수아비류 – 쥐불놀이]

견제에 있어서 큰 지분을 차지하던 불. 이것이 낫에 모이고 깃들어 길을 활짝 열었다.

일부러 이르게 출발했건만, 대처가 늦다. 하는 수 없이 바람에 밀리고 번개를 피하며 아슬아슬한 시점을 유도했다.

그것도 모르고. 도처에서 바라본 그의 표정은 비릿한 미소였다.

“열심히도 기어 왔지만, 이미 늦었어!”

[즉사의 표식:3]

콰아앙-!!

서로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상황 속. 각자의 결정타가 이루어졌다.

돈을 건 꾼들이 연기를 뚫을 기세로 들여다보니. 전장에 홀로 선 승자는 금발의 허수아비였다.

“마, 말도 안 돼. 분명 즉사의 표식이 다 모였는데??”

“황실에서 괜히 A급을 부여한 게 아니었구만···.”

“크아악. 내 노잣돈이!!”

“거 이 몸이 뭐랬느냐. 빨리 돈을 내놓거라.”

“마리아가 도망 못 가게 붙잡았어.”

“어, 떻게···.”

바닥에 쓰러진 패자. 데릭이 처절하리만치 물었다.

표식을 모으지도 못했으면 몰라, 전부 모았는데도 졌으니까. 상식이 무너진 느낌이겠지.

[아군 보정:자신 및 아군으로부터 받는 데미지가 35% 감소한다.]

“전 당신을 적으로 여기지 않았거든요.”

즉사의 표식은 사실 즉사를 부여하는 상태 변화 마법이 아니다.

전체 체력과 같은 피해를 주는 일종의 고정 데미지 공격기.

“그게, 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실제로 마법의 우선도가 시스템을 웃돌았다면 데미지 감소고 뭐고 없었을 테니까.

이해는 되지만. 겨우 그런 거 갖고 정말에 빠지기에는 이르다.

[상대로부터 얻을 보상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택 2)

– 소지한 랜덤 아이템

– 전체 경험치의 10%

– 전체 HP의 10%

– 전체 MP의 10%

– 전체 STR의 10%

– 전체 INT의 10%

– 전체 VIT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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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털릴 게 남았는데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제목을 짓기 위해 작가는 오늘도 여러 곳에 눈길을 돌립니다. 이게 하다 보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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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Tutorial Scarecrow

Became a Tutorial Scarecrow

튜토리얼 허수아비가 되었다
Status: Ongoing Author:
Due to lack of content, I died to a tutorial scarecrow. [Your character has died.] [Hidden Achievement Unlocked! ‘Lost to the Weakest Monster~♡︎’] And then, I possessed that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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