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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30 – 합격할 조연은 내가 정해>

     

    시험관과 선두그룹을 따라잡기 전까지만 해도 일행은 생각했다.

     

    ‘실력에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보조과제를 치르러 가지도 않고 선두그룹에 있는 걸까요.’

    ‘분명 쥐방울처럼 똘똘한 놈들이겠지? 과제를 다 깨고 모여 있는 고수들이 틀림없어.’

    ‘저녁엔 표고버섯볶음을 한다고 치고 내일은 뭘 먹지? 재료를 더 모으고 싶은데.’

     

    선두그룹 희망편.

    사나이들의 클럽.

    당당하고 강력한 실력자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살기!

    정작 마주한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지금이라도 보조과제를 하러 가야 하나? 그치만 경쟁자가 많은데? 그렇다고 안 가기도 쫄린데? 그런데 또 이길 자신이 없는데?”

    “보조과제 보러 가는 사이에 시험관을 놓치면 어쩌지? 따라갈 자신이 없는데? 길 잃고 미아라도 되면 개망신인데? 고향의 아버지 볼 낯이 없는데?”

    “이 꽃잎으로 결정하는 거야. 간다, 안 간다, 간다, 안 간다, 간다. 음. 으으음. 제비꽃은 꽃잎이 너무 적었지? 좋아, 다른 꽃으로 다시 점치자.”

     

    선두그룹 절망편.

    슈퍼겁쟁이들의 소굴.

    겁 많고 우유부단한 허접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슬금슬금 피하는 시선!

     

    “상상이 과했나보군요.”

    “바보들 아니냐?”

    “저기, 그 제비꽃 안 먹을 거면 우리 주지 않을래?”

     

    보조과제를 착실하게 도전하며 선두그룹을 따라잡은 오크노디 파티는 선두그룹의 1인자 수준이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셋인가? 역시 다들 주연급이네.’

     

    무표정한 얼굴로 시험관 미네르바의 뒤만 따르는 북부대공녀 아이린.

    멀쩡히 걷다가 갑자기 미친놈마냥 나무를 베고 만족했다며 훗 하고 웃는 동방검객 싱.

    따분하다는 얼굴로 리볼버를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다가 하늘에 대고 탕탕 쏘는 사략해적 지고쿠.

     

    ‘저 근처로는 절대 가지 말아야지.’

     

    하나같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들이다.

    특히나 지고쿠가 문제다.

    아이린이나 싱은 자기 영역만 침범하지 않으면 주변에 신경쓰지 않는 무심한 강자.

    지고쿠는 정 반대로 남의 것을 빼앗고 약탈하기를 즐겨하는 못되처먹은 악성향 강자!

    불꽃처럼 빨간 머리와 정렬적인 성격에 홀려 접근했다가는 졸업하기도 전에 사건사고에 휘말려서 꽥 하고 비명횡사하기 십상이다.

     

    “오.”

     

    그니까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너희들 꽤 여유로운데? 점수 좀 있나봐?”

    “왜. 한 판 뜨고 싶냐?”

     

    공격적인 성향의 손오천이 쏘아붙였다.

    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카앙!

     

    봉을 휘둘러 총알을 쳐낸 손오천.

    그가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이거 순 미친놈 아니야?”

    “안 죽었으니 됐잖아? 큭큭.”

     

    총을 집어넣고는 손으로 손오천의 봉을 미는 지고쿠.

     

    “비켜.”

    “어어?”

     

    힘에서 밀린 손오천이 멍청한 소리를 내며 떠밀리는 사이, 미친인간이 방금 총을 쏴서 잡은 참새를 내 앞에 불쑥 내밀었다.

     

    “자.”

    “저 주는 거예요?”

     

    이걸 왜 나한테 줘?

     

    “꼬맹아. 애는 많이 먹어야 쑥쑥 큰단다.”

    “!!”

    “이럴 땐 고맙습니다, 언니라고 하는 거란다. 아참, 언니라는 건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다?”

     

    정말로 그게 목적이었다는 것처럼 한바탕 휘젓고는 제 갈 길을 가버리는 지고쿠.

     

    “위험한 사람이군요. 남부에서는 지옥에서 올라온 적발의 짐승으로 유명한 사략해적입니다.”

    “사략해적? 그런 놈이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왜 튀어나와?”

    “질렸다, 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전재산을 처분해서 육지로 올라왔다는군요. 암상인들의 커넥션에도 종종 언급될 정도로 화끈한 괴짜입니다.”

    “지고쿠씨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요!”

    “…오크노디양? 혹시 해적을 동경하거나 총이 근사하다고 생각했거나 삼각형 모양의 해적모가 멋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생각은…”

    “먹을 걸 나눠줬는걸요.”

    “…아아, 그 쪽인가…”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환심 사기 너무 쉬워서 걱정 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지젤아저씨.

    그래도 먹을 걸 나눠주는 사람은 착하다고?

    손 안 대고 식품도감을 채울 수 있잖아.

    남이 강해지도록 돕는 사람은 플레이어 기준으로 전부 착한 사람이지!

     

    ‘오늘부터 지고쿠는 선성향이야!’

     

     

    * *

     

     

    “자, 두 시간 휴식. 사냥을 나가든 쪽잠을 자든 마지막 보조과제를 치르러 가든 마음대로 해라.”

     

    미네르바의 행군이 멈췄다.

    지친 응시생들이 여기저기 나자빠졌다.

    지금이 찬스다.

     

    “도로시를 배신한 2인조를 찾아봐요.”

    “아. 그거라면 이미 찾았습니다. 저쪽입니다.”

     

    지젤이 가리킨 곳에는 흰색 브라우저에 코르셋 뷔스티에라는 가슴이 부각되는 고급복장을 입은 머리를 땋아 올린 여자와 침울한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배신자 이벤트>

    도로시를 배신한 배신자들을 찾았다.

    그들에게 인과응보가 무엇인지 알려주도록 하자!

    …만일 당신의 자금사정이 조금 부족하다면, 이 일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입막음료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상인 NPC들의 주특기 ‘매수’.

    그 존재를 암시하는 안내문구를 보아하니 상단녀와 함께 도망쳤다는 도로시의 고향친구가 확실했다.

     

    “어떻게 찾았어요?”

    “표정을 보십시오. 불안해하는 응시생 사이에 섞여있어서 언뜻 봐서는 알아차리기 힘들겠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는 얼굴은 결이 다릅니다.”

    “그게 구분이 가능해요?”

    “상인이라면 감정을 읽는 것쯤은 기본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의외로 많은 것을 알려주거든요.”

    “그럼 제 얼굴도 봐요! 무슨 생각 하고 있게요?”

     

    지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 받은 참새를 언제 구워먹을지 기대하고 있군요.”

    “헉! 지젤아저씨 짱이다!”

    “으하핫. 쥐방울 녀석의 생각은 나도 읽을 수 있다고. 먹을 걸 같다 붙이면 90%는 적중 아니냐?”

     

    사람을 먹보 취급하지 마!

    …틀린 건 아니지만 정곡을 찔려서 부끄러우니까!

    아무튼 문제의 남녀 2인조.

    도로시를 배신한 고향친구의 주변에 찍힌 발자국은 내가 찾았던 그 발자국과 모양과 깊이, 보폭이 모두 일치했다.

     

    [추적대상의 흔적을 기억하여 대조에 성공했습니다.]

    [추적 경험치+1]

    [기억 경험치+1]

     

    도로시는 말했지.

    비겁한 소꿉친구가 시험에서 불리한 술래 역할에 걸린 자신을 버리고, 고향에서부터 자신들의 모험을 도와준 상단주의 자제와 함께 떠났다고.

    상단의 자제라는 말에 혹시나 했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니 확신이 섰다.

     

    ‘기억났어. 숲 필드로 실습을 나갈 때마다 종종 기용하는 상급반 2인조 남녀듀오 조연.’

     

    원래대로라면 저대로 2차 관문도 통과하고 입학시험에 합격했을 놈들이었다.

    나 오크노디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너희들!”

    “어머나? 귀여운 꼬마아가씨네요. 봐요, 록펠.”

    “후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꼬마야, 우리는 널 도와줄 수 없단다.”

    “그래서 도로시도 도와주지 않았어?”

    “그, 그 이름을 어디서!”

    “…꼬마야, 도로시를 만났니?”

     

    사색이 된 상인녀 유이.

    괴로운 표정을 짓는 록펠.

    두 사람의 눈이 바쁘게도 떨린다.

    그중 눈에 띄는 건 가슴이 큰 유이 쪽이다.

    본편에서는 호감도 이벤트를 깨면 함께 다니던 록펠을 버리고 NTR해서 데려오는 NTR히로인이었지.

     

    -난 당해도 싸.

     

    지 여자를 뺏기고도 속 터지는 소리를 하며 보내주는 록펠은 전형적인 NTR남주 포지션이었다.

    잘생기고 능력도 좋고 거기가 작은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라서 호구처럼 순순히 여자를 뺏기는 건지는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이제야 알겠다.

    이 남자는 입학시험에서 고향친구를 버린 죄책감 때문에 그냥 당해줬던 거다.

     

    바보 같은 놈.

    그렇게 후회할 거면 버리지나 말지.

    도로시만 불쌍하게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람?

     

    “흑흑. 도로시양이 불쌍해서 어떡해.”

    “도로시…….”

     

    눈물을 흘리는 유이와 폐인처럼 괴로워하는 록펠.

    그들을 보며 결정했다.

     

    “에잇!”

    “다, 당신 설마! 술래잡기를?!”

    “맞아요. 저 술래였어요.”

     

    [점수변동 이전]

    <유이 +119점>

    <오크노디 -37점>

     

    [점수변동 이후]

    <유이 0점>

    <오크노디 82점>

     

    가슴 큰 유이의 팔을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아니꼬웠다.

    남자 놈은 고향친구까지 버려가면서 고른 여자도 떠나보내고 폐인이 된다지만 넌 뭔데?

    옆에서 부추겨놓고 피해자인 척 행세하잖아.

    그런 주제에 원작게임에선 유능한 알파메일 플레이어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는 NTR히로인이 되어서 취집까지 해버리다니!

    여우같은 년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뇌가 아래에 달려있던 남캐 시절이라면 모를까, 여캐인 지금은 제대로 위에 달려있다고.

     

    “도로시의 몫까지 고생하다가 탈락하길 바랄게요.”

    “로, 록펠! 얼른 저 꼬마를 잡아요.”

    “유이.”

    “뭐에요 그 눈은! 제가 탈락하면 당신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아요. 그래도 좋다는 건가요?!”

    “네가 말했잖아. 술래는 짐이 될 뿐이라고. 아무리 오랜 연을 쌓았더라도 시험에 합격해서 고향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소중한 친구도 버려야한다고.”

     

    록펠은 우리를 방해하지 않았다.

    매정하게 유이에게 등을 돌렸다.

     

    “고마웠어. 그래도 여기까지야.”

    “내가 없으면!!”

     

    유이가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제가 없어도 시간 내에 검은모자 교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제 도움 없이는 합격할 수 없다는 걸 아직도 몰라요?”

    “…그건, 어떻게든……”

    “꼬마야, 너희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이 언니는 돈이 많단다. 아버지가 상단의 자제시거든. 언니가 합격하도록 도와주면 금화 천매를 줄게. 어때?”

     

    이벤트 알림문구에서 예고되었던 ‘매수’가 왔다.

    자금사정이 궁한 가난한 파파를 두었다면 혹했을지도 모를 제안이다.

    합격할지 탈락할지도 모를 도로시와의 의리를 위해 금화천매를 외면하기가 얼마나 힘들까.

    귀족으로 시족한 나조차도 초반지원금은 금화 백매에 불과했으니, 금화 천매는 어마어마한 거금이다.

     

    “돈은 저도 많아요. 많이 벌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렇지만, 아카데미 상급반 입학에 비교하면 금화 천매는 아무것도 아니다.

     

    [검은모자 교관(1회용)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터치하는 모든 응시생들은 술래잡기를 끝낼 수 있습니다.]

     

    “교관도 안 찾아도 되는데.”

     

    품에서 꺼낸 검은모자를 눌러썼다.

     

    “쥐방울아. 그걸 이 앞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냐?”

    “너무 성급했습니다.”

     

    미안, 오천씨. 지젤씨.

    생각해보니 이 방법이 있더라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저 남자한테도 한 번만 기회를 주고 싶어서요.”

     

    남캐일 때야 유이만 NTR해서 데려갔지만 여캐인 지금은 거꾸로 매번 버림받는 호구남 록펠을 NTR해서 데려갈 수도 있잖아?

    원작게임 플레어이들의 인기순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거유 NTR히로인 유이.

    졸지에 동료를 잃고 술래가 된 채로 혼자 버려지게 생긴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NTR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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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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