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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했다.

        

       당연히 저 보름달이 있을 건 알고 있었건만.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선지 심장이 멎을 뻔했다.

        

       심호흡 한 번으로 마음을 추슬렀다. 난 이런 거 약하단 말이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버서커의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내 목소리랑 조금도 매치되지 않았다. 그냥 내 감정만 느끼고 AI처럼 알아서 소리를 내뱉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조금만 늦었어도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될 뻔했다.

        

       저 페르난도 교수 좀 봐라. 뒤지기 일보 직전이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보이는데, 죽을힘을 다해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 안쓰럽게도.

        

       얼른 안심시키고 마음 편히 기절하게 해주는 편이 좋겠지.

        

        

       [···너는 누구니?]

        

        

       달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역시 기분 나쁘게 생겼다. 저 깔끔한 강냉이 보소. 라이트 어퍼컷 마렵네.

        

       이곳은 [허구지옥]. 저 혐오스럽게 생긴 보름달은 ‘허상의 리파’다.

       

       이 세계의 주인. 이 세계는 온전히 저놈의 영역이다.

        

        

       “어차피 내 말은 구분 못하겠고.”

        

        

       지금 나는 의사소통 불가 상태다. ‘그르릉’거리는 소리만 나겠지.

        

       이 상태로는 말로 하는 대화는 어렵겠고, 주먹으로 하는 대화밖에 못하겠다.

        

        

       [아아, 너구나.]

        

        

       그제야 달의 형태인 리파는 내가 마족 처리꾼이란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어?”

        

        

       곧 바다에서 괴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각각 다양한 형태를 지닌 괴물들이 수십, 수천, 수만, 셀 수 없이 나타난다.

        

        

       쿠우우우우우우!

        

        

       지진이 일어나고.

        

       수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팔이 지면에서부터 뻗어 나온다.

        

        

       [우오오오오오오오!!]

        

        

       바다를 짚고 올라오는 거대한 괴물.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을 전신에 휘감은, 얼굴에 해골 가면을 쓴 거인이었다.

        

       이렇게 멀리 있어도 훤히 보이는 걸 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인 듯했다. 저 하늘에 있는 문어보단 훨씬 작겠지만.

        

        

       [방해꾼. 네가 마족을 처리하고 다니는 골칫덩이지?]

        

        

       물론이지.

        

       그리고 너도 곧 처리될 예정이란다.

        

       이 [허구지옥]은 곧 있으면 크기를 키워 듀크관을 뒤덮을 것이다. 그 전에 저놈을 쓰러뜨려야만 페르난도 교수 이외의 피해자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을 터.

        

        

       [아아, 만나고 싶었어! 대체 어떤 놈인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흐흐흐흐! 나 지금 엄청 즐거워졌어!]

       “그러냐.”

       [방해꾼, 방해꾼! 널 갖고 놀게 해 줘!]

        

        

       보름달이 어린 아이처럼 웃으면서 소리치자, 괴물들이 커다란 입으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허구 피조물 ]

       

       Lv : 80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불

       위험도 : 상

       심리 : [ 당신을 물어 뜯고 싶어 합니다. ]

        

        

       저 괴물들에게 당하면 정신이 죽고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개체 하나하나의 강함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놈들이 무한으로 생성되니, 아무리 싸워 봤자 결국엔 내가 질 수밖에 없는 장기전이 될 뿐이다.

       

       경험치라도 잘 주면 모를까, 게임에서의 편법 방지를 위해선지 경험치도 주지 않는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6막 3장, 허구지옥」 파트. 허상의 리파 토벌전.

        

       플레이어는 허구 피조물들을 해치워가며 학생들을 지켜내야 한다. 리파가 학생들을 가둔 채 이안과 그 동료들을 상대로 디펜스 게임을 벌이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라도 죽으면 게임 오버여서 욕지거리를 쏟아대며 리트라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일정 시간 동안 버텨 내면 스토리 컷씬이 나온다. 이안 페어리테일이 이 세계의 공략법을 깨우치는 장면이다.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은 조연들과 함께 싸우며 고전하다가, 어떻게든 학생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버텨나가며.

        

       검을 휘두르며,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되뇌다가.

        

       ‘나는 강하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라고 하면서 자기최면을 하기 시작.

        

       근데 진짜로 강한 힘이 나와서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게 본격적인 리파 토벌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 [허구지옥] 공략법은···.’

        

        

       ‘자기세뇌’. 허언증 환자 같은 게 돼야 한다.

        

       허상의 세계에 허상으로 맞붙는 것이다. 그 공략법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아무리 레벨 180의 도로시 하트노바라도 끝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략법을 깨우친다면 레벨 51의 평범한 아이작, 바로 [멸악자] 비활성화 상태의 나라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다.

        

       핵심은 내가 강해진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내가 강해지면 어떻게 될지를 잘 알고 있을수록 효과가 극대화된다.

        

       자신이 강해진 이미지를 제대로 상상할 줄 모르면 공략법을 깨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나는 <메르헨의 마법 기사> 고인물로서, 얼음 속성의 정상이 된다는 게 어떤 경지인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즉, 나는 리파의 천적 중 천적인 셈이었다.

        

        

       “······.”

        

        

       이 세계의 모든 게 내게 덤벼든다.

        

       일단 페르난도 교수에게 [빙결 차단막]부터 씌우고.

        

        

       「빙결 차단막 (얼음 속성, ★6)」

        

        

       상상해보자.

        

        

       ‘내가 먼치킨이 되는 모습을.’

        

        

       아주 잠시, 이 세상으로부터 신경을 꺼뜨렸다.

        

       고시 생활 동안 책상에 틀어박혀 공부하면서 얻어낸 재주.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기.

        

       내 자신, 내 인생 자체를 허무로 물들인다.

       

       세상이 고요해진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재정립한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됩니다!]

       

       [레벨과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향상됩니다!]

       

       [스킬트리가 일시적으로 +10이 됩니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됩니다!]

       

       [레벨과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향상됩니다!]

       

       [스킬트리가 일시적으로 +10이 됩니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됩니다!]

        

       [레벨과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향상됩니다!]

        

       [※ 이미 최대치입니다!]

       

       [스킬트리가 일시적으로 +10이 됩니다!]

        

       [※ 이미 최대치입니다!]

        

        

       [ 상 태 ]

        

       이름 : 아이작

       Lv : (200)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신입생

       마력량 : 999929 / 999999

       – 마력 회복 속도(EX)

        

       – 체력(EX)

       – 근력(EX)

       – 지력(C-)

       – 정신력(EX)

        

        

       [ 전투 능력 ]

        

       원소 계열 1 : 얼음

        

       – 원소 화력(EX)

       – 원소 효율(EX)

       – 원소 시너지(EX)

        

       원소 계열 2 (잠김)

        

        

        

       [당신은 얼음 원소 속성의 모든 걸 깨우쳐 제왕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패시브 스킬 [빙제]를 습득했습니다!]

        

        

        

       

       「빙제 (얼음 속성, ★9)」

        

        

       

        

       세포 하나하나의 감각이 낯설다. 고개를 살며시 숙이고,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익숙해져 가는 데 아주 잠시 시간을 들였다.

        

       피부의 채도가 높아져 몸체가 밝아진 것 같았다. 후드 안쪽에 있는 머리칼은 쭈뼛쭈뼛 서는 듯한 느낌이었고,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섰다.

        

       온몸에서 연푸른빛 냉기가 온화하게 흘러나오고, 언제든지 역대 최대 출력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이 든다.

        

       내 몸이, 내 모든 게, 무척이나 밀도 높게 묵직해졌으면서도 동시에 가벼워졌다.

        

       패시브 스킬, [빙제].

        

       효과는 단순명료하다.

        

       내가 지금부터 사용할 얼음 속성 마법의 출력을 극대화해주는 것이다.

        

        

       “하아.”

        

        

       나를 향해 덤벼오는 세계를 눈에 담았다.

        

       연푸른 냉기가 숨결로 흘러나온다.

        

       자.

        

       이제부터 나는 초사이어인이다.

        

        

        

       * * *

       

       

       

       도로시는 [허구지옥] 속으로 들어갔다.

        

       그 마법 공간에 들어가는 건 쉬웠다. 마치 또 다른 차원을 건너가듯, 블랙홀 같은 어둠 속을 유영하니 아름다운 풍경이 그녀의 시야에 훤히 펼쳐졌다.

        

       밤하늘을 거울처럼 내비치고 있는 탁 트인 바다. 간간이 뒹굴고 있는 폐건물들.

        

       은하수와 별로 가득 차 있는 밤하늘과.

        

       우주 너머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거대한 문어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행성 고리와.

        

       몸체 절반을 가릴 만큼 큰 입을 가지고 있는 보름달.

        

       그리고.

        

       페르난도 교수와 군청색 후드 코트 차림의 거한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괴물의 군세.

        

       도로시는 하늘에서 멈춰 선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고유 특성 [천라만상]이 발동되자, 도로시는 거한의 본질 속에 감춰져 있는 미지의 존재를 확인했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 덩어리. 이 세상 모든 걸 집어삼킬 수 있을 법한 압도적인 위용.

        

       저 존재를 어디서 봤는지는 절대로 잊을 수 없으리라.

        

        

       “아이작?”

        

        

       청은발의 1학년 남자애, 아이작이었다.

        

       그러나 외모는 명백히 그가 아니었다. 거구의 남자는 후드를 뒤집어 쓴 근육질 괴물이었다.

        

        

       ‘···마법 위장복?’

        

        

       도로시는 답을 알아챘다. 마법 위장복 말고는 아이작의 극단적인 외형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아이작의 본질 속 존재는 셀 수 없이 많은 눈을 전부 새빨갛게 부릅뜬 채 다른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도로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 눈들이 일제히 향하고 있는 곳은 보름달이었다. 그리고 그 보름달의 정체가 마족임을, 도로시는 [천라만상]의 힘으로 알아챘다.

        

       그제야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아이작의 본질 속 미지의 존재는 마족을 적대하고 있다고.

       

       

       [ ■■■■■■ ■■■. ]

       

       엄한뿐이었던 생애여.

       

       

        영창을 외기 시작한 아이작의 본질 속 존재.

       

        그 도입부가 울리자마자 도로시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내달렸다.

        

        

       “이건 위험하네···.”

        

        

       도로시는 최대 출력으로 마력을 쏟아 부어 자신에게 강력한 별빛 보호막을 씌웠다.

        

       아이작은 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강대한 마법을 사용할 셈이었다. 그 마법 시전에 집중하느라 도로시의 마나는 감지하지 못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즉, 도로시 자신은 아이작의 마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처지란 얘기.

        

       페르난도는 지킬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아이작이 [빙결 차단막]이라는 가장 안전한 수단을 마련해놨으니.

       

       

       [ ■■ ■■ ■ ■■ ■■ ■■■■. ]

       

       무엇 하나 내 곁에 남지 않았으며.

       

       [ ■■ ■■ ■ ■■■ ■■■ ■■■ ■■■■. ]

       

       무엇 하나 내 생애에 의미를 가지지 못했으나.

       

       

       옛 시대에 얼음 원소 속성의 모든 걸 깨우쳤다던.

       

       그 이름 조차 남아 있지 않아 ‘빙제’, ‘낫을 든 마녀’ 따위의 명칭으로 불리던 한 여인이 자신의 생애를 담아 창조해냈다던 마법.

        

       이 세상 그 무엇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한 대마법사의 비참한 말로.

        

        비탄과 원망을 담은 영창.

       

        생애 마지막, 세계를 100년간 빙하기에 접어들게 하였다던 극악의 재앙.

       

        곧, 버서커 모습의 아이작 뒤로 톱니바퀴가 톱니바퀴를 이어가듯, 연푸른빛 마법진이 연속해서 구현되기 시작한다.

        

       

       [ ■■. ]

       

       고독.

       

       [ ■ ■■ ■■■■■■■. ]

       

       내 곁엔 그대뿐이었나니.

       

       [ ■■ ■■■■■ ■■■ ■■■ ■■■■. ]

       

       홀로 백전불패의 영광에 취하지 않았도다.

       

       [ ■■■■■ ■■ ■■ ■■■■. ]

       

       명망재혜에 의미 따위 없었노라.

       

       [ ■■■■ ■■■■ ■■■ ■■■■ ■■■■■. ]

       

       황혼녘의 올빼미가 날개를 펴고서야 깨달았나니.

       

       

       우주에 떠다니는 거대한 문어가 위기를 감지하고 문어발로 내려찍기 시작했다.

        

       진동하는 공기. 괴물 군세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법한 거대한 문어발이 격한 파공음을 내지르며 떨어진다.

        

       아름다운 밤하늘의 풍경이 사라지고, 주위가 그림자로 물들어 간다.

        

       

       [ ■■■■ ■ ■■■. ]

       

       그대뿐인 이 세상은.

       

       

       어둠 속, 문어발이 세상을 덮쳐 오는 와중에도 불규칙적으로 허공에 새겨져가는 마법진 무리.

       

       그 모든 마법진 뒤로, 하늘에 맞닿을 듯 거대한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 나간다.

        

       광채가 비춘다.

        

       아이작이 오른팔을 위로 뻗고.

        

       대량의 얼음 마나가 소용돌이치듯 뭉치고 뭉쳐, 연푸른빛을 내비치는 차가운 태양이 되었다.

        

       냉기 태양은 삽시간에 비대해져가며, 하늘마저도 넘어섰다.

        

        

       [ ■■■■. ]

        

       지옥이로다.

        

        

       본질 속 미지의 괴물이 그리 말하자, 아이작이 팔을 내리고.

       

       냉기 태양이 개미처럼 보이기 시작한 괴물 군세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순간이었다.

        

        

        

        

       「한빙지옥 (얼음 속성, ★9)」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차라라라라라라라라락!!!!!!

        

        

       냉기 태양이 내려앉은 곳에 빛줄기가 솟구치며 구름을 꿰뚫고.

        

       어둠을 몰아내 하늘에 푸른 광명을 찾아주었다.

        

       눈 깜짝할 새에 바다가 얼어 버리고, 극한의 한파가 격렬히 휘몰아치며 세계를 유린했다.

        

       난무하는 죽음의 빙결.

        

       상풍한설(霜風寒雪).

        

       수많은 얼음 가시가 발 디딜 틈 없도록 솟아오르며, 이미 얼어 버린 괴물들을 관통해나갔고.

        

       빛줄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모든 걸 집어삼켰다.

       

        

       ━━━━━━━━━━━━━━━━━━━━뚝.

        

        

       밤하늘은 백야가 되었다.

        

       [한빙지옥], 그 이름대로 이 세상은.

        

       살을 에는 냉기 삭풍과 동빙이 만연해져, 발을 들인 이 누구나 죽음으로 몰아넣는 극심한 추위의 지옥으로 탈바꿈했다.

        

       괴물 군세와 폐건물들은 빛줄기의 폭발과 함께 소멸해 버린 채였고.

        

       하늘 밖에 있는 거대 문어는 꽁꽁 얼어버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도로시와 페르난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 방금··· 뭘 본 거야···?”

        

        

       상정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었다.

        

       도로시의 별빛 방어막은 만신창이었다. 아이작과의 거리가 먼데도, 마력을 최대로 쏟아 부어 만든 방어막이었음에도, 주위의 자연력까지 지배해 막아냈음에도….

        

       괴물 군세처럼 아이작에게 달려가다 [한빙지옥]을 맞았으면 자신도 소멸했을 장면이 어렵지 않게 상상되었다.

        

        

       “훗···.”

        

        

       페르난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눈앞에 서있는 사내의 압도적인 강함은, 감탄보다는 허무감을 불러 일으켰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저런 괴물 중의 괴물이 자기편이라는 사실은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정신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었다. 안도감 속에서 페르난도는 의식을 내려놓고 쓰러졌다.

        

        

       [어, 어떻게···?]

        

        

       리파는 그나마 [한빙지옥]의 영향을 덜 받은 채였다. 그 누구보다도 먼 곳에서 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었을 터다. 그런데도, 그의 보름달 몸체는 군데군데가 얼어 있었다. 거대한 형태인 탓에 아이작과 도로시의 눈에도 그 상태가 고스란히 비쳤다.

        

       이내, 아이작이 무릎을 굽히더니 빙판을 박차고.

        

        

       쿠웅!

        

        

       보름달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몸이 붕 뜨는 탓에 한참 뒤에야 다음 발자국을 내디뎌가며 빙판을 뛰어가는 아이작.

       

       리파에게는, 마치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 같았다.

        

       아이작은 한 발짝, 한 발짝을 추진력 삼더니 이내 보름달을 향해 로켓처럼 뛰어올랐다.

        

        

       

    콰아아앙!

        

        

       [아, 안 돼···! 저, 저리 가···! 오지 마─!]

        

        

       짙은 공포심이 리파를 뒤덮었다. 생존본능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저놈은 위험하다. 저놈은 위험하다. 저건 이길 수 없다. 이기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떻게 저런 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아카데미에, 어떻게 저런 규격 외의 괴물이 있을 수 있느냔 말이다!

       

       저런 걸 상대할 수 있는 건 악신 네피드 님밖에 없었다.

        

       양손에 [서리불꽃]을 일으켜 몸 뒤로 내뿜으며 빠른 속력으로 [한빙지옥]을 가로지르는 아이작. [서리불꽃]은 얼어 있는 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광대하게 일면서 그에게 추진력을 더해주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눈으로 아이작을 채 쫓을 수 없었다.

        

        

       [오지 마아악!!]

        

        

       거리가 조금만 가까워져도, 아이작의 마법이 리파에게 닿을 수 있게 될 터였다.

        

       리파는 겁에 질린 나머지 소리를 내지르며 [허구지옥]을 풀었다. 얼른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쨍그랑!

       

       차라라라라락!

        

        

       세상이 유리창 깨지듯 조각조각 사라져간다.

        

       삽시간에 광명이 모든 걸 뒤덮고, [허구지옥]이 풀려 기괴한 보랏빛 마나가 허공으로 흩어지며.

        

       그 속에 들어가 있던 자들은 전부 바깥 세상으로 되돌아왔다.

        

       듀크관 옥상의 반갑고도 평범한 풍경이 그들의 눈에 비쳤다.

        

        

       화르르르르르륵!

        

        

       [허구지옥]이 풀리자마자 검붉은 화염의 벽이 솟아올라 옥상 한가운데를 갈랐다.

        

        

       「염벽 (불 속성, ★4)」 +「흑염 (불 속성, ★5)」 =

        

       「흑염벽 (불 속성)」

        

        

       [아, 아아···!]

        

        

       그 틈에 리파는 얼른 도망치려 했으나.

        

        

       「빙벽 (얼음 속성, ★4)」

        

        

       드르르르르륵!

        

        

       얼음벽이 사방에서 솟아올라 길을 가로막고, 천장까지 만들어내며 날아서 도망치는 선택지조차 막아 버렸다.

        

       그리고.

        

        

       턱.

        

        

       “잡았다.”

        

        

       아이작의 손이 불길을 뚫고, 리파의 머리를 붙잡았다.

        

       어느새 마스크를 벗고 후드를 내린 까닭에 아이작은 본래의 외형과 목소리를 되찾은 채였다.

        

        

       「얼음 생성 (얼음 속성, ★1)」

        

        

       아이작이 가볍게 만들어낸 얼음이 상성 우열을 무시하고 불길을 잠재웠다.

        

       죽는다. 죽는다.

        

       리파는 덜덜 떨면서 [제2의 눈]으로 압도적인 괴물의 모습을 살폈다.

        

        

       [···어?]

        

        

       순간 리파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살짝 엿보이는 반곱슬 은발, 싸늘한 적안.

        

       마력량 E급으로 책정됐던 메르헨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최약체 중 최약체.

        

       그 누구보다도 방해꾼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후보. 그 탓에 녀석의 대련은 지켜보지도 않았는데.

        

        

       [E급···? 네놈이 어떻게···?]

        

        

       머릿속이 혼잡하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리파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아이작은 대답 없이 남은 손에 얼음 마나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그 손앞에 [빙결 폭발]의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리파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 살려주십쇼···! 살려주십쇼, 제발···!]

        

        

       애절한 목소리.

        

       그러나 리파의 절박한 외침은 [빙벽]으로 이뤄진 작은 공간 안에서 무력하게 되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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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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