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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내 말에 흥미가 생긴다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그게 무엇인가?”

         

       최근 제국 아카데미 교수들을 만나며 들은 제국의 제일 큰 문제점은 세금이다.

         

       “제국법에 따르면 각 지역 세금 징수율과 권리는 그 지역을 통치하는 귀족이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 오랫동안 보장된 귀족의 권리가 아닌가?”

         

       귀족의 권리라 포장하지만 이건 제국의 앞길을 막는 권리일 뿐.

         

       현재 제국의 세금은 지역에 따라 세금이 다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0%까지.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라 성문을 통과하는 상인들은 보유한 상품의 1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까지 있다.

         

       즉 에집에서 밀가루는 풍족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프란체스코 대공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비싸게 거래된다.

         

       이전에는 그냥 유통비용 때문에 높으니 높은 거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각 관문이나 성문마다 10%씩 계속 뜯겨서 그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물론 그렇게 세금을 거둔 지방 영주들은 황실에 10%씩 주기는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세금 체계가 제국의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거 말고도 많겠지만 우선 하나하나씩 풀어가야지.

         

       하지만 이걸 그대로 말해봤자 귀족주의자인 요아네스가 받아들일 리 없으니, 꼼수를 부리기로 했다.

         

       “우선 전하와 저 두 사람은 앞으로 많은 귀족을 굴복시켜야 합니다.”

         

       내 말을 듣겠다는 듯 고갯짓하며 더 말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요아네스를 보며 이어서 말한다.

         

       “우리가 그들을 공격하면 그들은 제국민을 마구잡이로 쥐어짜며 발악하겠지요? 즉 적들이 세금을 많이 올려 어떻게든 버티려 할 것입니다.”

         

       내 말에 손바닥으로 턱을 괴며 생각에 잠기는 요아네스 심드렁히 말한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우리의 경쟁자들에게 세금을 걷지 말라고 할 셈인가?”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닙니다. 그런 법안이 제국 의회에 통과될 리 없습니다.”

         

       대귀족들은 이미 넓은 영토를 얻어 세율 자체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백작 이하의 귀족들은 땅이 적기에 세율 자체가 높은 편이다.

         

       그래야만 영지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고, 자신 마음대로 사치를 부리며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세금 상한선을 만들고, 통행세는 한 번만 걷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도록 하는 게 어떻습니까?”

         

       “세금 상한?”

         

       요아네스의 말에 내가 간단히 설명한다.

         

       “네, 지금 귀족들은 창문세, 결혼세, 그 외 여러 명목으로 세금을 받고 있지요. 그걸 전부 합쳐서 납세자 수익의 30%를 넘길 수 없는 법을 만드는 겁니다.”

         

       내 말에 요아네스가 천천히 생각한다.

         

       “그럼 우리도 수입이 줄어드는 건 알고 있을 테지?”

         

       “하지만 그만큼 대귀족이 아닌 중소 귀족들은 영지가 흔들리게 될 겁니다. 그사이에 저희가 그들을 집어삼키면 됩니다.”

         

       실제로 세금 상한선을 30% 정도만 되더라도 꽤 많은 영지가 부도날 거로 추정한다.

         

       뭐 그들이 어떻게든 이 법안을 막으려 하겠지만.

         

       나도 생각이 다 있다.

         

       제국 의회의 표는 작위가 클수록 더 많은 표를 쥐고 있다.

         

       왕국 급이나 대공국 급이 제일 표가 많고, 그다음 독립된 공작령 후작령, 백작령 순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흐음…, 그게 과연 제대로 먹힐까? 나는 아직 에피루스와 에집의 표를 행사할 수 없네.”

         

       얼마 전에 숫자를 계산해 봤을 때 아직은 살짝 밀리는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귀족들이 순순히 우리 제출한 법안에 찬성하겠나?”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생각을 말한다.

         

       “우선 대귀족들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중소 귀족들이 연합해 대귀족에게 대항하니 말입니다. 이참에 그들의 세력을 약하게 만들고 먹어 치우기 위해서죠, 그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더라도 우리가 대귀족을 대상으로 그런 여론을 만들면 동참할 겁니다.”

         

       이렇게 대귀족들을 대부분 구슬린다고 해도 확실하게 이길 수 없다.

         

       나와 요아네스 그리고 다른 대귀족들이 찬성을 던진다고 해도 계산상 근소한 차이 부결될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자유도시들도 찬성표를 던질 겁니다. 그들은 상공업으로 먹고사니 태생적으로 통행세를 싫어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결국 그들이 나를 싫어해도 이 법안만큼은 두 팔 벌려 환영할 법안이니까.

         

       이참에 자유도시들도 내 파벌에 가담시키고.

         

       결론은 나와 요아네스, 그리고 대귀족들과 자유도시의 표까지 합친다면 중소 귀족들은 버틸 수 없다.

         

       -툭… 툭…

         

       내 말을 듣고 오래 고민하는 듯 보이는 요아네스가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생각에 잠긴다.

         

       아마 조심성 많은 그라면 고심되긴 하겠지.

         

       “흐음… 이건 조금 더 생각하고 편지로 알려주겠네, 지금 당장은 에피루스와 에집을 장악하는 데에 집중하고 싶으니, 말이야. 아!”

         

       그렇게 말하면 요아네스가 무언가 떠올렸는지 이어서 말한다.

         

       “황제파 내부에는 자네가 1년 뒤에 에피루스와 에집을 넘기기로 했다고 말해뒀네. 이유는 황제의 진노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늦어졌다고 하게.”

         

       -씨익.

         

       “당연히 그러지요.”

         

       내가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요아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이만 들어가 보겠네. 자네도 일찍 들어가게나.”

         

       그러자 우리 근처에 자리 앉아있던 남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요아네스를 따라간다.

         

       “하아… 피곤하네.”

         

       잠을 많이 못 자서일까? 오늘따라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다.

         

       “근데 이게 맞나?”

         

       우리가 이렇게 밀회를 갖는 이유는 요아네스가 에피루스와 에집을 다른 황제파 귀족에게 견제받지 않고 몰래 두 왕국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황제파 내부에 내가 내년에 주겠다고 하고 본인은 지금부터 에피루스와 에집을 장악하는 얄팍한 속임수.

         

       하지만 나는 이걸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터트려 황제파끼리 내분을 만들면 요아네스를 몰아낼 수 있을 뿐.

         

       에피루스와 에집을 황제파에게서 되찾아 오기 힘들 거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요아네스가 바라는 대로 따라주기로 했다.

         

       그래야 나중에 내가 온전히 에피루스와 에집을 찾아올 테니까.

         

       요아네스가 에피루스와 에집을 장악하고 황제파를 모두 집어삼키는 동안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복잡한 상념에 빠져있을 때. 내 눈에 들어오는 평화로운 일상들이 눈에 밟힌다.

         

       근데…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올바르다고 느껴지니까.

         

       “앞으로도 자주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도 황궁으로 돌아간다.

         

         

         

       ***

         

         

         

       -끼이익!

         

       “왔어요?”

         

       내 집무실 문을 열자 보이는 여인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테오도라?”

         

       “늦으셨네요, 오늘은 어디를 갔다 오신 거죠?”

         

       내가 겉옷을 벗으며 말한다.

         

       “일이 조금 있어서 말이야.”

         

       살며시 눈을 감고 차를 마시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는다.

         

       “그래, 이파가 어떻게 살아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었나?”

         

       그녀가 이리 야심한 밤에 내 집무실에 있다는 의미는 딱하나.

         

       토너먼트 때 이파가 살아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맞아요, 당신은 분명 나에게 이파가 죽었다고…”

         

       그녀의 말에 내가 손바닥을 흔들며 말한다.

         

       “아니. 나는 살았다 죽었다고 한 적 없어, 그냥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여줬을 뿐이야.”

         

       내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그녀가 말한다.

         

       “그게 그거 아닌가요?”

         

       -피식.

         

       “아니 다르지, 나는 애초에 이파를 죽일 생각이 없었거든.”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는 테오도라가 말한다.

         

       “그럼… 왜…?”

         

       “그때 나에게 이파를 석방하라고 한 날을 기억해?”

         

       내 말에 손가락으로 턱을 바치는 그녀가 기억났다는 듯 말한다.

         

       “저한테… 권한을 넘기는 계약서를 쓰게 했지요?”

         

       “그래, 맞아. 만약 네가 쓰기 싫다고 계속 그랬으면 내가 어떻게 했을 거 같아?”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면 어머니와 조이를…”

         

       차마 이어서 말하기 어려운지 테오도라가 말을 잇지 못한다.

         

       “아니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기껏 강화를 맺은 황제파와 제국민 모두 적으로 돌리는 거니까.”

         

       “그… 그럼?”

         

       떨리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내가 말을 잇는다.

         

       “결국 내 협박은 공갈이었다는 거지. 그걸 위한 이파의 머리카락이었고 마침 이파가 내 정보를 누구에게 건네준다는 말을 들었거든.”

         

       내 말에 무언가 분한지.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이내 다시 붉은 눈을 또렷이 뜨는 그녀가 말한다.

         

       “그런 거였군요…, 그러면 왜 이파를 죽이지 않았죠? 당신이라면 오히려 내 편이기 때문에 죽이고 싶어 했을 텐데요?”

         

       그 말에 내가 어이없다는 듯 말한다.

         

       “누굴 살인마로 보는 거야?, 오히려 나는 이파를 좋아한다고.”

         

       충직하고 강직한 그녀의 성품을 보며 나도 그녀와 같은 사람이 더 많았으면 한다.

         

       비록 나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충성심이 강한 하녀를 죽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말을 못 믿겠는지 인상을 찡그리는 테오도라가 되묻는다.

         

       “좋아한다고요?”

         

       “응. 충성심 깊지, 주인을 위해서라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지 오히려 나한테도 그런 하인이 있길 바랄 뿐이지.”

         

       내 말을 전부 듣고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그녀에게 내가 말한다.

         

       “그럼 그걸로 궁금증은 해결됐어?”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테오도라.

         

       “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방을 나서려는 그녀의 어깨를 보며 말한다.

         

       “응, 먼저 가서 편히 자. 나는 아마 늦게 들어갈 거 같아.”

         

       우리 방으로 갈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지만 이런 말로 그녀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움찔…

         

       그녀는 그리 생각 안 하는 건지 미약하게 등을 떠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끼익…

         

       대답하지 않고 문을 닫고 나가는 테오도라를 보며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방에 가는 게 싫은 건가?

         

       하긴 싫어하는 남자와 단둘이 밤새 있어야 하는데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지. 오히려 저게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지 뭐.

         

       그렇게 상념을 털어내고 내 자리에 앉아서 할 일을 한다.

         

       -스륵.

         

       그간 밀려왔던 보고서와 자료들을 책상 위에 펼친다.

         

       세금법 개혁은 요아네스한테도 유리하니 잘될 것이다.

         

       “후우. 이제 일 좀 해볼까?”

         

       꽤 오랫동안 밀려서 그런지 할 게 너무 많다.

         

       반황제파 수습도 해야 한다.

         

       원래라면 황제파를 대비해 비축한 전쟁물자.

         

       “흐음… 오랜만에 반황제파 전체를 소집해 볼까?”

         

       기존에 반황제파였다가 발로랑의 폭주로 떠났던 귀족들이 나와 요아네스가 강화를 맺자마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에게 접근해 왔다.

         

       아마 살려달라는 뜻이겠지만…

         

       하지만 나는 그들의 영지가 필요하다.

         

       그러니 그들을 살려줄 수 없다.

         

       책상을 열어 내가 문서를 찾는다.

         

       찾았다.

         

       -스륵.

         

       이전에 황제파와 전쟁을 대비해 비축한 전쟁물자 리스트를 바라본다.

         

       “충분하네.”

         

       지금 이 정도로 전쟁물자를 비축한 놈들은 없을 테지?

         

       탈주한 반황제파는 내가 황제파에게 몰락당하거라 생각했을 테니.

         

       아마 아그리파와 대공군과 현재 남아있는 반황제파의 군대면 쉽게 토벌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전쟁 대비 자료를 바라보다. 조금 전 카페에서 봤던 풍경이 떠오른다.

         

       -피식.

         

       “괴물이 따로 없네.”

         

       분명 아까 전쟁을 막아 제국민의 미소를 구했다고 생각한 주제.

         

       이제는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스스로 지독한 자기혐오를 느끼지만.

         

       나는 오직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렇게 감정적인 생각을 뒤로하고 다음 장으로 서류를 넘긴다.

         

       -스르륵.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헤헤 다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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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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