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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꽉 잡아요, 페로!”

       

       “하, 하지만 마땅히 손 둘 곳이⋯⋯!!”

       

       “죽기 싫으면, 아무 데나 잡으라고요!”

       

       “네, 네엣⋯⋯!!”

       

       꽈아악. 페로는 눈을 질끈 감고 아무 데나 잡았습니다. 좀 더 위험하지 않고 편안한, 기왕이면 촉감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페로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을 맛보고 있었겠지만.

       

       수상할 정도로 일행을 집요하게 따라오는 거대 변이체에게 쫒기는 상황에서는,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끄어어어어어어어!!

       

       세 개의 머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변이체를 따돌리기 위해, 일레인은 두 팔과 다리를 전부 사용해서 도주하고 있었습니다. 두 다리로 달리다가도, 변이체의 커다란 촉수가 내리쳐지면── 주먹으로 지면을 때려서 도주 방향을 90도 가까이 바꿨습니다.

       

       순간 가속도가 모자라면 네 발로 달렸습니다. 두 다리의 힘에 두 팔의 힘을 더하면, 더 빠르니까⋯⋯! 일레인은 스스로의 몸을 쓰는 재능에 감사했습니다. 짐승처럼 달리는 건 처음인데도, 팔다리를 내뻗는 순서가 꼬이는 일이 없었으니까.

       

       사지를 모두 사용하는 급격한 기동. 당연히, 페로를 흔들리지 않게 꼭 안아줄 여유는 없었습니다. 페로가 살기 위해서는 알아서 매달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가⋯⋯ 네 발로 뛰는 황녀와, 황녀의 앞에 필사적으로 달라붙은 소년의 모습.

       

       어디를 어떻게 봐도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는 법. 황녀로서의 체면이 상하긴 하지만, 생존은 그보다도 중요하기에.

       

       일레인은 억울함에 받쳐서 언성을 높였습니다.

       

       “‘만남의 평야’에는 변이체가 드물어서, 비교적 안전하다면서요-!”

       

       “⋯⋯ ⋯⋯⋯⋯!!”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해도, 간지럽기만 하지, 하나도 안 들린다고요 페로-!!”

       

       소년 페로 또한 억울함에 휩싸였습니다. 이토록 평화로운 땅에 생전 처음 보는 거대 변이체가 왜 등장했고, 어째서 자신들을 쫒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어어어! 어으어어어!!

       

       거대 변이체도 울음소리만 들어보면 참 억울해 보였습니다. 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서 내 앞에 나타났느냐고 따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인간 주제에 더럽게 빠르다고 욕을 하고 있는 건지.

       

       “⋯⋯ ⋯⋯⋯, ⋯⋯!!”

       

       “간지럽기만 하다니까요!”

       

       “프하, 가방, 제 가방에⋯⋯ 비상용 미끼⋯⋯!”

       

       “네 발 다 써서 달리느라, 꺼낼 여유 없──”

       

       쿠우웅-!! 투캉!

       다시 한번 일레인의 몸이 급격한 방향 전환을 했고, 소년 또한 다시 한번 물리적인 침묵 마법에 걸렸습니다.

       

       “──어요!”

       

       “⋯⋯⋯!”

       

       “당신이 해야 해요, 페로!”

       

       “⋯⋯⋯⋯!!”

       

       뭐든 당장 하지 않으면 널 미끼로 쓰고 혼자 도망갈 거니까!

       

       라는 뒷말까지는 내뱉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일레인의 뇌에서 현실감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이 46kg쯤 되는 짐 덩이를 사출하고 좀 더 속력을 내자고.

       

       그녀가 페로를 매달고 내달린 약 8분간의 망설임이야말로, 마음이겠습니다.

       

       페로는 일레인의 허리를 휘감은 두 다리에 힘을 잔뜩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속도에 나풀거리다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과 일레인의 사이에 끼워 둔 가방⋯⋯ 이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 장소에 손을 뻗었습니다.

       

       그게 가방의 촉감은 아니었습니다.

       

       “거기 말고, 더 아래요!”

       

       “⋯⋯⋯⋯?”

       

       “가방은 그 위요!”

       

       “⋯⋯??”

       

       “페로 당신 역시 일부러 그러는 거죠?!”

       

       그래도 네 번째 헛손질은 없었습니다. 페로는 가방 안에서 천으로 돌돌 감싸인 구체를 꺼내 들었고, 일레인은 구체를 받아서 들어, 그림 같은 서머솔트 킥으로 저 하늘 너머까지 날려버렸습니다.

       

       거대 변이체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그것은 구슬픈 소리를 내며 방향을 돌렸고, 일레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5분 정도 더 도망친 뒤에야, 서서히 속도를 줄였습니다.

       

       발라당.

       

       일레인은 초원에 드러누워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페로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격렬한 라이딩에, 일레인의 품 안에서 축 늘어져 미동도 없었습니다.

       

       “⋯⋯더우니까 좀, 떨어져 줄래요, 페로?”

       

       “파, 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죄송해요 일레인⋯⋯.”

       

       “누군 안 그래요? 움직일 힘이 있었으면, 직접 치웠을 텐데⋯⋯.”

       

       페로의 뒷덜미를 잡고 던지는 간단한 동작조차도 하기 힘들 정도로 지쳐서, 일레인은 그냥⋯⋯ 이 자그마한 인간 이불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숨을 고른 뒤에, 일레인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햇살도 괜찮고, 날도 푸르고. 세계가 이상한 괴물들에게 점령당했고, 인류가 멸망 직전이라는 사실만 머릿속 한구석으로 밀어 둔다면. 놀랍게도⋯⋯ 꽤 괜찮았습니다.

       

       뭐가 괜찮은지는 말로 잘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괜찮았습니다. 이 모든 게.

       

       “⋯⋯흐, 아하핫!”

       

       일레인이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페로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급격한 피로로 인해서 착란이 온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같이 웃었습니다.

       

       “⋯⋯우후후후.”

       

       “헤, 헤헷⋯⋯.”

       

       생존이 첫 번째 가치가 된 세상에서는, 황녀라는 이름도 의미를 잃습니다. 이 야생에서 그녀는 그저 일레인이었고, 소년 역시 그저 페로였습니다. 날것의 교류는 제법 상쾌한 맛이 있었습니다.

       

       끌어안아 맞댄 가슴에서는, 서로의 두근대는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의 심장 사이의 거리는 약 20cm.

       

       꽤 멋진 어느 날이었습니다.

       

       ===============================================================

       

       스멀스멀 노을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만남의 평원’에서의 여행은 확실히 보다 쾌적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입 안이 까끌거리지도 않았으며,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자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대 변이체를 제외하면, 다른 변이체를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지나오는 길에는 무려 블랙베리를 발견해서 한 움큼씩 먹었습니다. 일레인은 야생 블랙베리의 새콤함에 감동과 전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묘한 감흥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황실의 요리사들이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어 만들어 낸 요리도 툭 하면 남기기 일쑤였는데, 고작 야생 열매 하나에 기쁨을 느끼다니요. 우습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페로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명랑하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겠어요!”

       

       “⋯⋯드레싱은요?”

       

       “개미를 조금 넣으면 신맛이 날 거예요!”

       

       “음, 개미는 괜찮으니까⋯⋯ 그냥 주세요.”

       

       일레인이 불쏘시개를 그러모아 모닥불을 피우는 동안, 페로는 주변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채집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그릇으로 쓰기 좋은 널찍한 나뭇잎이 있어서, 그 위에 이것저것 섭취할 수 있는 풀들을 넣어 오늘의 한 끼를 완성.

       

       일행은 풀 위에 풀이 올라가고, 풀로 꾸며진 풀때기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여기, 같이 먹어요!”

       

       “그래요, 음⋯⋯.”

       

       일레인은 어떤 식물의 얇은 줄기를 집어 들어 씹었습니다. 어금니가 야들야들한 줄기를 으깨고 나면 안에서 즙이 배어 나옵니다. 약간의 쓴맛이 느껴지지만 상쾌함이 더욱 컸습니다.

       

       붉은 꽃잎 하나도 입에 넣고 맛을 보았습니다. 딱히 식감이나 톡 튀는 맛은 없었지만, 퍼져나가는 향이 꽤 나쁘지 않았습니다. 차를 끓여 먹어도 괜찮겠다 싶기도 하고.

       

       손목의 시계 문신을 바라봅니다. 황무지에 떨어지고 난 뒤 5일이 지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7일 정도. 지금까지는 무척이나 순조롭게 생존 중이었습니다. 커다란 위협도 없고, 여행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으니.

       

       돌아가면 황실 요리사에게 식물 줄기를 이용한 요리를 연구해 보라고 시키자. 

       

       일레인이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릇에 남은 마지막 잎사귀를 누가 먹어야 하나 눈치 게임을 하고 있을 때. 페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페로?”

       

       “⋯⋯⋯⋯.”

       

       페로는 평원 어딘가의 먼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대단히 몰입해서요. 그것은 긴장한 것 같기도 했고, 집중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소년의 동공은 살짝 풀려 있었고 입은 작게 벌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작은 소년은, 이따금씩 이러한 이상징후를 보였습니다. 

       

       일레인이 조심스럽게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제야 꿈에서 깨어나듯이. 페로는 기묘한 집중 상태에서 벗어났습니다.

       

       “⋯⋯아. 미안해요, 일레인. 부르셨나요?”

       

       “멍하니 있길래요.”

       

       “이번에도 이상한 소리가 들렸거든요. 뭔가가, 부르는 듯한⋯⋯.”

       

       일레인은 그 말을 듣고 귀에 마력을 집중해 보았습니다. 그녀의 영혼의 색은 공격적이었으므로, 전투 이외의 응용은 마력의 효과가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일반인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나는 청각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페로가 바라보는 방향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2족 보행 특유의 소리. 안정감 있는 발걸음. 일레인이 판단하기로는, 따로 은신한 일행이 없다면⋯⋯ 단련된 성인 남성 한 명으로 보였습니다.

       

       “저 방향에서 사람이 한 명 오고 있어요, 페로.”

       

       “앗, 그쪽에서요? 제가 잘못 들었나 봐요⋯⋯.”

       

       일레인은 묘하게 주눅 든 페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모닥불의 불빛을 보고 찾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손을 풀며 손님의 방문을 기다렸습니다.

       

       약탈자일까, 아닐까. 

       

       강할까, 약할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사람 그림자가 가까워지고, 모닥불의 주홍빛이 얼굴에 드리운 낯선 이의 그림자를 걷어낼 때. 길게 늘어진 잿빛 머리카락 사이로 가느다란 실눈이 드러났습니다.

       

       모험가의 복장을 한 청년이었습니다. 

       

       교활한 뱀처럼 생긴 인상, 실눈 사이로 드러나는 눈동자는 독을 품은 것 같은 녹색입니다. 페로와 같은 녹색이지만, 청년의 쪽이 더욱 짙었습니다.

       

       무장 상태가 제법 뛰어났습니다. 꽤 견고해 보이는 가죽 갑옷을 입었고, 망토 사이로 엿보면, 허리춤에 걸린 롱소드와 석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살갑게 팔을 들어 올립니다.

       

       “이야아, 드디어 사람을 다 만나네요! 하하하! ‘만남의 평원’도 이제는 한물갔나 싶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다소 경박한 목소리.

       

       황녀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자, 청년의 눈동자가 출렁이며 들어 올려지는 일레인의 가슴과, 옆에서 얼어붙은 페로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씨익 웃었습니다. 그리고 반갑게 아는 척을 했습니다.

       

       “꼬마 에스페로, 다시 보니까 반갑네. 이게 얼마 만이야?”

       

       “⋯⋯레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썩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페로의 눈에는 죄책감과 우울이 스쳤고, 레아로라고 불린 청년의 눈은 조금도 웃지 않고 있었으니.

       

       “멋진 숙녀분 앞에서 소개할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되지, 꼬마 에스페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이디. 당신에게 제 이름을 소개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레아로는 익살스럽게 팔을 뻗으며 상반신을 숙였습니다. 썩 그럴듯해 보이는 예법이었지만, 1황녀의 눈으로 보기에는 서투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무지렁이가 곁눈질로 배운 것 같이.

       

       또 하나, 청년은 허리를 숙이면서도 시선만큼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경계하고 있는 겁니다. 청년 또한 생존자였습니다.

       

       어쩌면 동류일 수도 있겠다, 일레인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상하관계를 확실히 해 두어야 다툼이 없는 법이었습니다. 일레인은 손을 느릿하게 뻗어 청년의 앞에 두었습니다. 레아로는 기쁜 척 웃으며 일레인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돌멩이에 금이 갈 정도의 악력이 가해졌습니다.

       

       “끅⋯⋯.”

       

       “무례한 시선에 대한 값이라고 해 두죠.”

       

       레아로는 손이 쥐어짜이는 고통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온몸을 움츠리면서도, 입꼬리를 들어 올린 채로 미소를 유지했습니다. 

       

       “⋯⋯하, 하하. 이 정도면 값을 싸게 치른 셈이군요. 이렇게나 아름다운 언덕과 계곡을 보는 건⋯⋯ 난생 처음이었으니까요.”

       

       “무례한 혀에 대해서도 값을 치러야 할까요?”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군요. 빈말은 못 하는 성격이라── 오늘 하룻밤만 모닥불을 빌려도 되겠습니까? 값은 지불할 테니까⋯⋯.”

       

       “어떻게 생각해요? 페로.”

       

       일레인은 페로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아는 사이로 보였으니, 저 남자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 고향 친구예요, 레아로는⋯⋯.”

       

       일레인은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참을성 있게 조금 더 기다렸지만, 페로로부터 그 이상의 설명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빠르게 생각했습니다. 레아로에게 모닥불을 허락하는 것은 득인가, 실인가.

       

       실이었습니다. 무장한 타인을 생활 공간에 들이는 것은 위험성이 상당히 높았으니까.

       

       하지만, 페로에게 존재하는 여러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여겼습니다. 어디서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이고, 그것이 일레인에게 해가 되는 건지.

       

       그 비밀이 무해하다면, 어쩌면, 정말로 페로를 믿고⋯⋯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직접 페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일레인의 이기적이고 나약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실눈 청년 레아로의 합류를 허락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났으니, 합류를 허락해 주신다면! 소금을 쓰겠습니다!”

       

       5일 만에 맛보는 소금의 힘도 합류 허가에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

       

       

       ===============================================================

       

       청년 레아로는 동향 사람끼리 할 말이 있다며 페로의 어깨에 팔을 걸고, 몇 마디를 속삭였습니다. 일레인은 귀에 마력을 불어넣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레아로는 웃는 낯으로 독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왜 돌아온 거야, 에스페로⋯⋯ 뻔뻔하기도 하지. 돌아올 곳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건 아니에요, 레아로. 저는, 낙원을 찾고 있어요.”

       

       “농담이라면 정말 재미없었어. 낙원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우리의 고향이었고⋯⋯ 네가 부쉈잖아. 모조리.”

       

       “⋯⋯⋯⋯.”

       

       페로는 어째서 변명을 안 하는 걸까. 변명 한마디 내뱉지 못하고 독설을 감내해야만 하는, 그러한 죄를 지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게── 내 생존을, 위협할까.

       

       

       일레인의 머릿속에 노인 황제의 한마디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날, 황제를 알현한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간절한 목소리가. 

       

       살아남아라. 우리들의 피는, 이어져야만 한다.

       

       

       이렇게, 야영지에 불청객이 합류했습니다.

       

       자그마한 불씨와 함께.

       

       ===============================================================

       

       낙원까지 남은 거리.

       약 250km.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중에서 나온 20cm은, 약 30분간의 계산 끝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수치입니다.
    압축률은 50%로 계산했답니다! 한 편 더 올라가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마춤뻡 검사기를 돌리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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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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