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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좋아, 계획을 설명할게.”

       

       

       아멜리아가 당당하게 선언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들었다.

       

       ···또 무슨 이상한 계획 짜는 건 아니겠지?

       

       아멜리아의 계획은 언제나 불안했단 말이야.

       

       

       “이상한 거 아니지?”

       

       “무슨 말을! 듣고 놀라지나 말라고.”

       

       

       이렇게까지 당당하니 오히려 훨씬 불안해졌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데이트야!”

       

       “응?”

       

       “그러니까, 데이트! 남자와 여자가 놀러 나가는 거!”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평범한 이야기라서.

       

       아니, 평범하다기에는 데이트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디서? 아니, 애초에 어떻게?”

       

       

       그녀의 계획에는 커다란 난관이 하나 있었다.

       

       우선, 데이트를 할 명분이 없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녀가 나에게 반했다면.

       

       그래서 아르테가 내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면.

       

       정말 백 보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라고 쳐도, 그녀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그녀와 나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저 같은 반, 같은 동아리 친구라는 접점뿐.

       

       별다른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으니까.

       

       갑자기 데이트하러 가자고 해도 거절당할 뿐이다.

       

       

       “걱정하지 마. 우리에게는 동아리가 있잖아?”

       

       “···동아리?”

       

       “저번에 부장님이 말씀하셨잖아. 상 받았으니까, 야외활동 나가자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야외활동?

       

       부장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던 것 같은데.

       

       뭔가 이상했다.

       

       동아리는 사람도 네 명밖에 없고, 그렇게 많이 들리지도 않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는데···?

       

       

       “야외활동 겸 어디 잠깐 놀러 갈 때. 그때 너랑 아르테를 붙여놓는 거지!”

       

       “···아멜리아. 부장이 그런 이야기를 했던가?”

       

       “너, 기억력 안 좋구나? 너도 있었는데. 카멜레온 빌런 잡아서 상금 많이 받았다고 했었잖아. 기억 안 나?”

       

       

       그런가?

       

       하긴, 요즘 들어서 이런저런 사건이 많았으니까.

       

       피곤해져서 기억을 못했을 수도 있겠네.

       

       시우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에, 에헤. 너무 행복해.”

       

       “그렇게 좋으세요?”

       

       “당연하지! 이 표창장을 보라고!”

       

       

       부장이 자랑스럽게 표창장을 들어 올렸다.

       

       아카데미의 학생으로서 아카데미 내부로 침입한 빌런을 멋지게 격퇴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표창장.

       

       탐험동아리를 향한 상이었다.

       

       

       “예산도 넉넉하게 준댔어···! 너무 행복해! 너희들이 최고야!”

       

       “좋아해 주시니 저희도 기쁘네요.”

       

       

       싱긋.

       

       부장을 향해 웃어 보였다.

       

       원래도 상을 받을 예정이긴 했지만, 그 보수는 이것보다 훨씬 작았다.

       

       작가님이 보수를 늘려놨지.

       

       그걸 왜 늘려줬냐고?

       

       어차피 이제 다 쓸 거거든.

       

       

       “이건 너희들 덕분이야···! 너희들 덕분에 외부 활동도 나가고, 동아리 위상도 높아지고!”

       

       “즐거우시다니 다행이네요. 네명 뿐이지만, 즐겁게 다녀올까요?”

       

       “응! 역시 후배는 잘 둬야 한다니까!”

       

       

       외부 활동은 당연하게도 동아리의 목적과 부합해야 한다.

       

       탐험 동아리는 이름 그대로 탐험을 하는 동아리니까.

       

       어디 캠핑하러 놀러 가도 그게 탐험이라고 우기면 그만이거든.

       

       그렇기에 유시우와 아멜리아도 들뜬 상태다.

       

       

       “우후후, 기대되네요.”

       

       “그러게! 재밌겠다!”

       

       

       그래, 재밌을 거다.

       

       작가님의 글을 보는 이름 모를 독자들이 말이야.

       

       

       [두근, 두근···! 새로운 이벤트 시작이에요!]

       

       

       그래.

       

       새로운 이벤트의 시작이다.

       

       아카데미 소설을 표방하면서 외부에 나간다?

       

       그런 경우는 보통 둘 중 하나다.

       

       적을 쫓아가거나, 적이 쫓아오거나.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과 히로인 콤비는 적의 실체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라이라가 위버멘쉬라는 조직에 속해있었고, 아카데미에 숨어든 빌런도 그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뭘까?

       

       뭐긴 뭐야. 습격이지.

       

       

       “기대되네요. 무슨 재미있는 이벤트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지.”

       

       “으음, 조금 있으면 여름이니까 바다는 별로일까? 산은 어때?”

       

       “산이라, 즐겁겠어요!”

       

       “으음, 아닌가···? 비경이라던가?”

       

       “후후, 그것도 즐겁겠네요.”

       

       

       부장이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기에 전부 좋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그녀는 어디로 갈지 고르지 못하니까.

       

       고르는 건 작가님이다.

       

       저런 인형이 아니라.

       

       

       “흐, 흐흥. 흥~”

       

       

       콧노래를 부르며 어디로 갈지 고심하는 부장을 보고 있자니, 작가님이 말을 걸어왔다.

       

       

       [바다는 여름 이벤트로 남겨놓고···. 좋아, 정했어요! 관리가 별로 되지 않은 산속으로!]

       

       “으엑, 비싸다···. 여, 여기로 하자.”

       

       

       부장이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은 장소를 모두 모여 확인해보았다.

       

       산속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속이래. 캠핑하기 딱 좋지 않을까? 예전에는 던전도 있었다는데?!”

       

       

       이거 봐.

       

       결국 저들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다.

       

       이 세계에서 자유의지가 있는 것은 나와 작가님뿐.

       

       나머지는 결국 운명이라는 실에 걸린 인형들이지.

       

       작가님이 실을 바꿔 끼우면 그들은 운명대로 행동할 뿐이다.

       

       

       “즐겁겠네요.”

       

       “그, 산속은 조금···. 벌레라던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 말고는 갈 데가 마땅치 않은걸. 넷이서 가기에는 여기가 딱 맞아. 비경 입장료는 너무 비싸더라. 볼래?”

       

       

       산속을 꺼리는 아멜리아의 말에 부장이 비경의 입장료를 보여주었다.

       

       상당히 비싸다.

       

       빌런을 잡은 포상금으로 네 명이 들어가기에는 알맞지 않은 가격대.

       

       아무리 넉넉한 포상금이라도, 입장료는 인원수대로 내야 하니까.

       

       사실 포상금의 숫자를 작가님이 조절할 수 있는 이상 저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작가님이 원하던 건 산.

       

       그렇기에 비경의 입장료가 저렇게 비싸진 거겠지.

       

       비경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작가님이 집어넣었던 설정 중 하나 아닐까?

       

       ···뭐, 대충 이름만 들어도 알 것 같긴 해.

       

       

       “하, 하지만 내가 보태면···!”

       

       “외부 활동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면 안 되는 건 당연하잖아.”

       

       “윽!”

       

       

       그게 당연한 건가?

       

       슬쩍 그녀들을 바라보았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 불가능했다.

       

       뭐, 신경 쓸 일은 아닌가.

       

       그게 당연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우리 작가님이니까.

       

       

       “그럼, 외부 활동의 장소는 바로 이곳이야! 알겠지?”

       

       “네에.”

       

       “재밌겠다. 고기랑 해산물 잔뜩 챙겨가야지!”

       

       

       글쎄.

       

       과연 먹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난장판이 될 게 뻔한데 말이야.

       

       

       [헤, 고기···. 해산물···. 먹고 싶다.]

       

       

       ···작가님이 대리만족을 원한다면 먹을 수는 있겠네.

       

       

       

       ***

       

       

       

       “아, 라이라 양. 일찍 오셨네요.”

       

       “···뭐, 그렇지.”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저번에는 간단한 임무였지만, 과연 이번에도 그럴까.

       

       이번에야말로 죽는 건 아닐까.

       

       

       “이번에도 부탁을 하나 드리려고 하는데.”

       

       “뭔데···?”

       

       “여기, 이 산이요.”

       

       

       아르테가 준 지도를 바라보고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여기, 위버멘쉬의 은신처가 있는 장소인데.

       

       문제가 생긴다면 이곳으로 도망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그곳에서 라이라 양의 전 동료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서요.”

       

       “그래···?”

       

       “네에. 사람이 좀 많을 것 같으니, 통제를 좀 부탁드리려고요.”

       

       “토, 통제?”

       

       

       통제라니.

       

       ···도대체 무엇을?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호기심이 치솟아 나도 모르게 물어보았다.

       

       바짝 선 귀와 꼬리가 긴장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짜증이 일었다.

       

       젠장. 이거 감정이 너무 잘 드러난다고.

       

       다행히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인지, 아르테는 시원스럽게 대답해주었다.

       

       내용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지만.

       

       

       “아, 그게. 시민분들이 혹여나 들어오면 큰일이잖아요?”

       

       “···그게 왜?”

       

       “그분들이 들어오면···. 우후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미친년.

       

       제정신이 아니야.

       

       말꼬리를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가 갔다.

       

       누가 들어와서 시체가 더 생긴다면 귀찮아지니 미리 통제해놓으라는 거겠지.

       

       젠장.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위험한 인간을 열등감에 휩쓸려 건드려버리다니.

       

       내가 미쳤지.

       

       

       “···아. 맞아. 상을 주기로 했었는데.”

       

       

       쫑긋.

       

       라이라의 귀가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바짝 세워졌다.

       

       ···상이라고?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고작해야 수영복을 산다고 상을 준다고 했었고, 사 온 뒤로도 별다른 말이 없었기에 빈말이겠거니 싶어 넘어갔었는데.

       

       

       “으음, 받은 수영복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정확히 요구하지 못한 제 잘못이니까요.”

       

       

       그녀가 허공에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또다. 그 ‘작가님’.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알아서 좋을 건 없겠지.

       

       모른 척하기로 했다.

       

       제일 소중한 건 목숨이다.

       

       힘이고 뭐고, 살아남는 게 최고야.

       

       라이라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자아, 이걸 받아주세요.”

       

       “이건···?”

       

       “몸에 좋은 물건이랍니다.”

       

       

       그녀가 내게 건넨 건 검붉은 색의 무언가.

       

       섬뜩한 색깔이 거부감을 자아냈다.

       

       

       “···이건?”

       

       “드셔주세요.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라이라는 순간 손에 든 물건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또 약이다.

       

       보라색 늑대의 귀와 꼬리가 생겨난 원인.

       

       ···이 여자, 내가 약을 싫어하게 된 걸 알고 주는 건가?

       

       아니, 설마.

       

       그럴 리가.

       

       

       “···먹지 않으면?”

       

       “드시지 않으셔도 저는 상관없어요?”

       

       

       아르테가 싱긋 웃었다.

       

       ···섬뜩했다.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던 그 웃음이 떠올라서.

       

       

       “다만, 드시지 않으시다가 죽어도 저는 책임지지 않으니까요.”

       

       “···일단 보관해둘게.”

       

       “네에. 그러시죠. 즉효성이니까 드시는 순간 강해지실 거에요.”

       

       

       개소리.

       

       환약은 그런 종류의 약이 아니다.

       

       한번 먹으면 몸이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려.

       

       그렇기 때문에 환약을 먹고 한참 뒤에야 늑대의 귀와 꼬리가 생기지 않았던가.

       

       

       “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안쪽에서 나오시려는 분들도 내보내시면 안 돼요?”

       

       “···알았어.”

       

       “좋아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아르테가 떠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정말로 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라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다···.”

       

       

       라이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답게 빛나는 초승달이 그녀의 눈에 가득 담겼다.

       

       더럽게 예쁘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담배를 찾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한 번도 펴보지 않은 담배가 피고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16화 작가 후기 못보신 분들을 위해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이 소설은 TS된 주인공 아르테 이시스 양과, 남주인공 유시우 군이 이어지는 소설입니다.

    네.

    어쩔 수 없어요. 프롤로그 쓸때부터 그렇게 생각해뒀는걸.

    ***

    피곤하다아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기대를 만족시켜드렸다면 좋겠네요!

    달제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형에 처해졌습니다···!

    고나루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표지 예쁘죠?! 저도 마음에 들어요!

    율연 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 1코인 펀치?

    Naroon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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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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